Druid RAW novel - Chapter 105
0104 초능력 연구소
“좋아! 인간의 위대함을 보여주마아으어아악!”
허릿춤에 걸린 벨트에 연결 된 줄을 청호에 던져준, 건장한 한 사내는 힘차게 소리를 지르며 그대로 바닥을 나뒹굴었다.
생긴건 고릴라를 떠올리게 만드는 남자였는데, 청호가 한번 당기는 것으로 바닥을 나뒹구는 것이었다. 주변에서 친구들인지, 우우- 근육 내다버려라 하는 야유가 터져나왔다.
그가 그런 짓을 벌인 것은, 동물들의 건강검진에 관한 방송과 영상이 업로드 된 이후에 생겨난 일종의 체험 때문이었다.
북극곰에 근접하는 치악력과, 어마어마한 견인력을 자랑하는 근력을 직접 체험하는 것이었다. 지금 바닥을 나뒹구는 건장한 남자처럼 직접 그 힘을 느껴보는 사람들이 나온 것이었다.
주로 헬창이라 불리는, 자신들의 근육과 힘에 자신이 있는 이들이 도전하는 편이었다. 물론, 아직 청호에게서 승리를 따낸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빨리 내놓으라는 검다.”
남자에게서 승리를 따낸 청호는 그대로 바닥에 널부러져 있는 남자에게 다가가 그의 등을 살포시 밟았다.
“끙…….”
그런 청호의 행동에 패배의 쓴맛을 느낀 남자는 앓는 소리를 내며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그가 꺼낸 것은 바로 청호가 선호하는 간식이었다. 소은이와 간식을 두면 0.1초 정도 고민하고 소은이에게 달려갈 정도로 선호하는 것이었다.
제일 처음으로 청호와 승부를 겨룬 사람이 청호가 좋아하는 간식 중에 가장 비싼 것을 제공해주며 생긴 일종의 매너문화였다. 패배자의 조공이라는 이야기도 있긴 했지만 말이다.
간식을 받아낸 청호는 즐겁다는 듯이 꼬리를 흔들며, 간식을 받아 순식간에 해치웠다. 개운하게 힘도 쓰고, 맛있는 것도 먹게 되니 무척 좋아하고 있었다.
“좋냐?”
“당연한 거 아님까? 잠깐 힘 좀 쓰면 맛있는게 나오지 말임다.”
힘 쓰는 것도 좋고 맛있는 것도 좋다는 청호는 기쁨을 표하더니, 그대로 소은이에게로 달려갔다.
그 모습에 고개를 내저은 나는 내 자리로 돌아와 커피를 홀짝였다. 그리고, 그렇게 시간을 보내려 하니 누나가 살며시 다가왔다.
“수환아.”
“응? 왜?”
“손님왔어. 너 찾아서 온 거라는데?”
“날 찾아 왔다고?”
“응. 팬은 아닌 거 같더라. 여기, 명함도 받았어.”
나는 누나가 내미는 자그마한 명함 하나를 받아들었다.
[국제 초능력 연구소 한국지부 – 지부장 지 부장]“지부장 지 부장?”
“성이 지, 이름이 부장이래.”
“……이름 참 특이하네. 지부장 달고나서 잘 됐다 하고 개명을 한 건가? 마침 지씨니까?”
나는 황당함을 가득 담아 명함을 바라보았다.
휴대폰으로 가볍게 검색해보니, 정말 한국지부의 지부장 이름이 지 부장이었다. 심지어, 영문 페이지에 나오는 이름도 ‘Bujang Ji’로 표기되어 있었다.
“수환아, 한 번 만나보는 건 어때? 초능력 연구소라잖아. 네 초능력 때문에 온 게 아닐까?”
“하긴, 나도 내 능력이 정확하게 어떤 건지 알고 싶긴 하니까.”
“그래. 아무리 봐도 쟤들이 다 건강하고 평균 이상의 상태를 보이는 건 네 능력 때문이 아닐까 싶거든.”
누나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그 생각은 이미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기르던 동물이 하나같이 종족의 최상 수준의 상태를 자랑할 수 있는 것은, 우연일 수가 없었다. 한두 마리도 아니고, 십여 마리가 넘는 동물들이 다 그럴 가능성은 0퍼센트 그 자체였다.
“좋아. 한 번 만나 보자. 만나보고 아니다 싶으면 쫓아내지 뭐.”
괜한 헛소리를 하러 온 것이라면 당장 내쫓을 생각을 하며, 기다리고 있던 지부장이라는 지 부장을 만났다.
한국 지부의 지부장이라는 사람은 생각보다 능력이 좋은 사람인지, 꽤나 젊은 축에 속하는 남자였다. 물론, 젊게 보이긴 해도 아저씨 티가 없진 않았다.
“반갑습니다. 초능력 연구소 한국지부의 지부장인 지 부장입니다.”
“……신수환입니다.”
본인에게 직접 들으니 적응이 되지 않는 이름에 순간 당황했지만, 애써 침착함을 가장하며 그가 내미는 손을 붙잡고 악수를 나눴다.
“별다른 연락도 없이, 이렇게 불쑥 찾아오게 된 점. 정말 죄송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아뇨, 괜찮아요.”
“그렇게 말씀해주시니 감사합니다. 그럼, 제가 이렇게 불쑥 찾아오게 된 이유를 좀 설명드려도 되겠습니까?”
지부장은 내게 무척이나 정중한 모습을 보였다. 나보다 나이가 많은 것이 확실함에도 예의를 차리는 그 모습이 꽤 만족스러워, 나도 호의적인 모습을 보이기로 했다.
“얼마든지요. 아, 마실 거라도 하나 드시면서 하시죠.”
“아……. 감사히 받겠습니다.”
냉수 한 잔과, 보편적인 음료라 할 수 있는 아메리카노 한 잔을 건네주었다.
커피를 한 모금 마신 지부장은 맛있네요- 하고 감탄하더니, 곧바로 본론을 꺼냈다.
“제가 찾아온 이유는 수환님의 영상을 보았기 때문입니다. 동물병원에서 동물들을 검진하는 내용이었습니다.”
“무슨 문제라도 있던가요?”
“아니, 그건 아닙니다. 오히려 중요한 부분이 있어서 이렇게 불쑥 찾아뵙게 된 겁니다.”
중요한 부분이라 말한 지부장은 큼큼- 목을 가다듬더니, 태블릿을 하나 꺼내들어 내게 보여주었다.
“수환님의 영상에서 나온 부분을 종합해보면 개체별로 평균을 훨씬 상회하는 동물들의 신체능력을 보실 수 있으실 겁니다.”
“그렇죠. 저도 그 부분은 신기하게 생각하고 있었어요.”
“맞습니다. 저희도 처음에는 그랬죠. 하지만 생각을 할 수록 한 가지 이야기가 떠올랐습니다. 혹시, 범위형 초능력이라고 아십니까?”
“범위형이요?”
나는 정말 처음 들어보는 내용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모르시는 게 이상한 건 아닙니다. 아무래도 잘 알려진 것은 아니니 말입니다.”
지부장은 곧장 범위형 초능력에 대한 설명을 해주었다.
아주 드물다 못해 1억 명 중에 한 명이 나올까 말까 할 정도로 희귀한 형태의 초능력이고, 자기 자신의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초능력과 다르게 그 주변으로 영향을 끼치는 형태의 초능력이라는 것이었다.
“그렇다는 건 제가 그 범위형 초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건가요?”
“예. 저희 예상으로는 그렇습니다. 그래서 말입니다만……. 혹시, 초능력 검증을 다시 한 번 받아보실 생각이 있으십니까? 물론, 비용적인 부분은 저희가 다 부담하겠습니다. 그저, 범위형 초능력에 대한 사례와 약간의 데이터만 얻었으면 합니다.”
피나 신체조직의 일부를 채취하는 형태의 검증은 절대 아니라는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1억 명에 한 명이 나올까 말까한 수준의 초능력인지 아닌지 검증하는데 그걸 어떻게 참아?
“감사합니다. 그럼 제가 내일, 저희 연구원들과 장비를 가지고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지부장은 그렇게 인사를 꾸벅, 하더니 그대로 휙하니 가버렸다.
그리고, 냉수 반 잔과 커피 반 잔을 남기고 가버린 지부장은 다음날 아침 일찍 우리를 찾아왔다.
온갖 장비를 바리바리 싸들고 있는 연구원들이 카페 오픈을 기다리며 대기열의 가장 앞 줄을 차지하고 있었다. 아니, 그냥 좀 적당한 시간에 오지.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으며 카페를 오픈하고, 그들을 맞이해주었다.
“언제 오신 거예요?”
“아, 얼마 안 됐습니다. 이제 한 시간 정도…….”
“…….”
태평하게 말하는 지부장의 말에 그 부하직원들이 살짝 안쓰러워졌다.
하지만 그러한 낸 생각은 모른다는 듯, 지부장은 곧바로 내 초능력에 대한 연구를 시작해도 되겠냐는 물음을 건넸다.
“네, 뭐. 그렇게 하세요.”
“그럼 죄송하지만 오늘은 이 센서를 좀 붙이고 계셔주실 수 있겠습니까? 그 외에는 따로 하실 일이 없으시니, 평소대로 해주시면 됩니다.”
지부장은 저주파 마사지 기기의 패드같은 것을 슬쩍 내밀었다. 무선인듯, 따로 거치적거리는 것은 보이지 않았기에, 나는 곧바로 그가 원하는 곳에 붙여주었다. 어깨와 목 뒤, 가슴과 손목에 팔찌 형태의 패드를 붙이는 것이 끝이었다.
“저희는 일단 이 주변에서 각종 계측장비를 이용해서 데이터를 확인하고 있겠습니다.”
고개를 끄덕이니, 연구원들이 스르륵 흩어졌다. 일반 손님들 사이사이에 사람 머리통만한 계측장비를 들고 돌아다니는 사람들이 있게 된 것이었다.
“선배님. 여기서도 계측이 됩니다.”
“앗, 여기서도……!”
“여기저기서 계측이 되는 군. 이번엔 밖으로 나간다!”
저들끼리 수근거리며 무어라 이야기를 나눈 연구원들은 우르르 몰려 밖으로 나갔다.
나는 그 모습에 고개를 내저으며 평소와 같은 일정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리저리 돌아다니면서 동물들을 챙겨주고, 잠깐 쉬면서 누나와 노닥거리는 등의 행동을 보였다.
그리고, 연구원들이 돌아다닌다는 것을 빼면 평소와 다를 것 하나 없는 하루를 보낸 나는 카페를 마감하며, 우르르 몰려 있는 연구원들과 지부장을 바라보았다.
“수환님. 정말 죄송하지만, 혹시 자택을 한 번 보아도 괜찮겠습니까? 아, 집안으로 들어가는 게 아니라 마당을 조금 둘러보려 합니다. 저와 딱 한 명의 연구원만 들어가겠습니다.”
“마당이요? 뭐…… 안 될 건 없죠.”
지부장의 말에 나는 가볍게 끄덕였다. 집안으로 들어가는 것도 아니고, 마당만 잠깐 보겠다니 딱히 걱정될 것은 없었다.
대문을 여는 내 뒤를 따라 마당으로 들어온 지부장과 한 연구원은 곧바로 주변을 두리번거리더니, 그대로 화단을 향해 돌진했다.
“아니, 이럴 수가!”
화단으로 돌진해, 참외나 토마토, 수박 같은 것들을 바라본 두 사람은 크게 경악했다.
저게 그렇게 놀랄 것들인가? 나는 그들의 행동이 이해되지 않았다. 시중에 파는 것 보다는 조금 더 맛있긴 했는데, 그게 그렇게 놀랄 일인가 싶었다.
그들의 행동을 이해하지 못하는 나와 달리, 한껏 경악한 표정을 짓고 있는 지부장이 내게 다가왔다.
“수환님. 혹시 내일 시간이 되십니까?”
“시간은 되는데……. 무슨 일인데요?”
“보다 자세한 계측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이런 휴대용 장비가 아니라, 건물 자체에 박아놓고 써야 하는 거대 장비를 사용해서 한 번 계측을 해보고 싶습니다. 물론,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가끔 영상매체나 소설에 저희가 초능력자를 대상으로 인체실험을 한다는 소리가 있는데, 절대 그러지 않습니다. 연구소에 날붙이는 커녕, 주사기도 하나 없습니다.”
“예, 뭐…….”
얼떨결에 거대 장비를 사용하는 것에 동의한 나는 다음 날 아침부터 에스코트를 하기 위해 찾아온 연구원과 함께 이동을 해야 했다.
“헬기?”
그것도, 헬기를 이용해서 말이다.
“아무래도 거대 장비를 크게 세워놓으려면 주변에 뭔가가 없는 곳이어야 하니 말입니다. 땅값이 중요한 거죠.”
땅값이 싼 곳을 찾아 연구소를 세우는 바람에 멀리가야 하는데, 시간이 곧 돈인 나를 위해 헬기를 준비했다는 것이었다.
헬기를 타고 잠시 이동하니 정말 커다랗다고 할 수 있는 건물에 도착했다. 하지만 그곳을 구경하고 말고 할 것도 없었다. 연구에 눈이 돌아갔는지, 연구원이 나를 곧장 거대 장비가 있는 곳으로 안내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