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uid RAW novel - Chapter 108
0107 프리미엄 펫 호텔
해맑은 표정으로 손을 붕붕 흔들어대는 무하마드의 모습에 나는 순간적으로 할 말을 잃었다.
하지만 무시하고 있기도 애매했기에, 나는 대문으로 향했다.
“오우, 조운 조뇨기에요!”
“좋은 저녁이라고요?”
“쿠거에요!”
맞다는 듯이 따봉을 날리며 고개를 끄덕이는 무하마드의 모습은 무해하기 그지 없었다.
“그런데, 왜 찾아온 거죠?”
“으움……. 좌암칸 기달주세오!”
무하마드는 내 말을 이해하지 못했던 건지, 잠깐 기다려 달라는 말인 듯한 소리를 하더니 근처로 시선을 돌렸다.
그 시선을 따라 고개를 돌리니, 비서같은 느낌의 아저씨 한 명이 다가왔다.
“안녕하십니까. 무하마드님의 통역을 맡은 하곽오입니다.”
“아, 예……. 안녕하세요.”
설마 이웃과 대화하는데 통역이 필요할 줄은 몰랐다.
하지만 내가 어이없어 하는 것과는 별개로, 통역을 해준다는 아저씨는 무하마드와 아랍어를 주고 받더니 입을 열었다.
“무하마드님은 신수환님께서 펫호텔을 운영하실 생각이 없으신지 궁금하다고 하십니다.”
“펫호텔이요?”
“예. 사람이 아닌 펫이 투숙하는 호텔 말입니다.”
“딱히 생각해본 적은 없어요.”
내 말을 듣고 통역을 해주니, 무하마드가 아쉬움 가득한 표정으로 통역 아저씨에게 무어라 말을 늘어놓았다.
“한 번 고려해주실 수 없냐고 물으십니다. 무척 사랑하는 반려동물이 있으신데, 최근들어 조금 건강이 나빠진 것 같다고 많이 걱정을 하시는 상황이라…….”
중동의 부자가 사랑하는 반려동물이라는 말에, 나는 순간 긴장하게 되었다. 중동 부자의 이색 애완동물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았기 때문이었다.
표범, 사자, 호랑이 같은 맹수는 물론이고, 코뿔소까지 키우는 사람이 있을 정도였다.
집과 카페에 그런 동물을 들일 수는 없었기에 나는 곧바로 거절하려 했다.
“아, 한국에서 중동 부자들의 반려동물에 대한 부분은 잘 알고 있습니다. 걱정하실 필요가 없는 게, 위험한 맹수가 아니라 자그마한 말입니다. 미니어처호스라고, 승마체험장에서 아이들이 타는 말이 있잖습니까?”
통역 아저씨의 말에 곧바로 머리에 떠오르는 말이 있었다. 언젠가 소은이를 한 번 태워보고 싶던 말이었기 때문이다. 성체도 성인 남성의 허리 부근까지만 자라는 소형 말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남의 동물을 받아 케어해주고 싶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거절하기 위해 입을 열려하는데, 그보다 빠르게 통역 아저씨가 움직였다.
내 손에 ‘금 십억 원 정’ 이라고 적혀 있는 수표를 쥐어준 것이었다. 이어서 통역 아저씨가 급히 이야기를 덧붙였다.
“만약 신수환님께서 받아주신다면, 무하마드님께서 매달 이 금액을 지불하실 겁니다. 그리고, 특별한 케어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신수환님의 다른 반려동물들과 똑같은 대우를 받으면 충분하시다고 합니다. 특별히 더 신경쓰시지 않아도 괜찮으니 부디 받아만 달라고 하셨습니다.”
“부따케요!”
통역 아저씨는 물론이고, 무하마드까지 부탁한다며 말하는 모습에 나는 아무런 말을 하지 못했다.
내 손에 들려 있는 수표 때문이 아니었다. 절대로.
“이걸 매달 지불한다고요?”
나는 내 손에 쥐어진 십억 원 짜리 수표를 가리키며 물었다. 그러자 통역 아저씨가 아닌, 무하마드가 고개를 끄덕였다.
“놔눈 놔으 뽀니를 우해서라몬, 모든 하르쑤 있다요!”
절대 포기하지 않겠다는 듯한 무하마드의 모습에 나는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절대, 내 손에 쥐어진 수표 때문이 아니었다.
동물을 위한 그 마음과, 굳은 의지가 내 마음을 움직였을 뿐이었다. 절대로 십억 이라는 돈 때문이 아니었다.
처음 받은 대출을 다 갚긴 했지만, 그 주변 땅을 산다고 생긴 또 다른 대출이 남아 있던 상황이라 받아들인 것이 아니었다. 절대로!
“대신, 조건이 있어요.”
슬그머니 수표를 주머니에 꽂아넣은 나는 무하마드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어찌 되었든 무하마드가 기르는 미니어처호스라는 자그마한 말을 받기로 한 이상, 그 주인에게 알려줘야 할 것이 있었다.
“첫째. 아무리 부탁받은 동물이라고 하지만 특별한 대우를 해줄 수는 없어요. 제가 함께 사는 녀석들이 한둘이 아니니까요. 이건 무하마드도 말했으니 이해하리라고 생각해요.”
“당이욘 하요!”
“그리고 둘째. 그럴 일은 거의 없다고 생각 되지만……. 동물이 제 말을 제대로 듣지 않고 난동을 부리게 되면 돌려보낼 거예요.”
“줘눈 드루이드를 믿다입니다!”
중동의 부자가 나를 믿어준다니 고마워 해야하는 걸까? 잠깐 쓸데없는 생각을 한 나는 곧바로 다음 조건을 알려주었다.
“마지막으로, 제가 관리하게 될 동물은 카페에서 다른 사람들과 접촉하게 될 거예요. 당연히 기본적인 교육과정이 있은 이후에요. 하루의 대부분을 카페에 있는 제가, 집에 따로 있을 동물을 케어하는 건…… 솔직히 조금 귀찮거든요. 그래도 괜찮다면 무하마드의 그 포니라는 친구를 돌봐드릴게요”
“좋다 입니다! 그리고, 포니가 아니라 뽀니! 입니다!”
내 조건을 환한 미소로 수용한 무하마드는 곧바로 새롭게 구매한 자신의 집으로 이동하더니, 거기서 자그마한 말 한 마리를 끌고 왔다.
“뽀니, 입니다!”
무하마드는 내 앞에 자그마한 말을 들이밀며 소개를 해주었다.
자기가 꽤 오랫동안 정성들여 길러온 친구이며, 그 무엇보다 소중한 친구라고 소개한 무하마드는 애정어린 손길로 뽀니의 짤막한 갈기를 쓸어주었다.
“뽀니를 부타케오.”
무하마드는 내게 고개를 꾸벅, 숙여보였다.
“걱정 마요. 저 드루이드예요.”
다른 미사여구 하나 필요 없이, 드루이드라는 말에 무하마드가 안도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잠깐 통역 아저씨와 대화를 나누더니 통역 아저씨의 입이 열렸다.
“무하마드님은 각종 사업 때문에 바쁘셔서 자주 찾아오지는 못하시지만 언제든지 뮤튜브와 아웃스타를 확인하신다고 하니 꼭 업로드 부탁한다고 하십니다.”
“그건 걱정하지 마세요. 아무리 못 해도 이틀에 한 번은 올려드릴 거니까요.”
“고맙다, 쏘 머치!”
무하마드는 연신 내게 고맙다며 고개를 숙여보였다. 그만큼 뽀니라는 녀석을 좋아하고, 사랑한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나는 그 모습에 가볍게 미소를 띄우며, 뽀니에게 다가갔다.
“안녕? 한동안 너랑 같이 있을 신수환이야.”
“정말요? 당신에게서는 뭔가 좋은 느낌이 들어요.”
뽀니 녀석은 내게 다가와, 슬그머니 머리를 부벼댔다.
“잘 부탁한다.”
뽀니의 갈기를 가볍게 쓸어주니, 뭔가 거친 것 같으면서도 부드러운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그 모습을 바라본 무하마드는 크게 웃으며 기뻐했다.
“뽀니를 잘 부타캐오!”
무하마드는 기쁜 얼굴로 자신의 집에 들어가더니, 다시금 짐가방을 들고 나타났다.
“조눈 p, 하러 고 에요. 뽀니 보러 자주 컴히어, 한다요!”
일하러 가지만, 자주 오겠다는 말을 남긴 무하마드는 그대로 짐을 챙겨 떠났다. 너무 갑작스레 사라지는 모습에 황당함 밖에 남지 않았다.
하지만 이런 일이 자주 있던 것인지는 몰라도, 뽀니는 제 주인이 어디론가 가버렸음에도 아무렇지 않다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아니, 오히려 나를 말똥말똥한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들어가자.”
나는 가볍기 그지 없는 종이 한 장이지만, 적혀 있는 금액은 무겁기 그지 없는 수표와, 뽀니를 데리고 집으로 들어갔다.
“우아! 압빠, 모야?”
“수환아, 걘 뭐니……?”
뽀니를 데리고 집으로 들어가니, 소은이와 누나가 상반되는 모습을 보였다.
왠지 모르게 무척 기뻐하는 듯한 소은이와, 한껏 놀란 누나였다.
“뽀니라고, 한동안 같이 살 거야. 옆집 무하마드가 키우는 녀석인데, 한동안 맡아주기로 했거든.”
“우아앗! 안뇽!”
소은이는 내 말에 기뻐하더니, 그대로 뽀니에게 달려가서 녀석의 목덜미를 붙잡았다.
“……새 주인님!”
“아니야!”
소은이를 보더니 냅다 주인님이라 갈겨버리는 뽀니의 모습에 나는 다급히 외쳤다.
출장갔다 돌아온 뽀니의 주인인 무하마드가 집 앞에서 엉엉 울음을 터트리는 것이 순간 머릿속에 스쳐지나갔다. 설마 그럴 리는 없겠지.
“수환아. 어떻게 된 거야? 갑자기 쟤를 맡아준다니?”
애써 불안한 미래를 지워버리던 도중, 누나가 나를 톡톡 건드리며 물었다. 하긴, 무하마드가 찾아왔다고 잠깐 나간 남편이 웬 말 한 마리를 데려오면 놀라지 않을 부인이 어디 있겠어.
나는 씩- 웃음을 지으며, 품에 넣어뒀던 종이 한 장을 들어올려 살짝 흔들었다.
“뭐야? 수표?”
지금 수익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추세이긴 하지만, 그 이전에도 나름대로 나는 고수익자였다. 당연히 수표도 여러 번 사용했었고, 누나도 수표를 자주 쓴 사람이었다. 그러니, 가볍게 흔들리는 수표를 대충 보고도 그것의 정체를 알 수 있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 금액까지는 확인할 수 없었던 건지, 누나의 표정에는 의아함이 가득 담겨 있었다. 나는 그 의아함을 해소시켜줄 생각으로, 수표에 적혀 있는 금액이 보이도록 수표를 들어올렸다.
“……시, 십억?!”
금액을 확인한 누나는 경악한 모습을 보였다.
누나는 자신이 본 것이 진짜인지 확인하겠다는 듯, 내 손에 들려 있던 수표를 낚아챘다.
“이거 진짜야?”
“어. 진짜더라. 역시 중동 부자라고 해야할까? 쟤 한 달 맡아주는 걸로 십억을 그냥 내놓던데? 펫 호텔을 할 생각 없냐고 하면서, 안 한다니까 바로 그냥 내놓더라고. 거절하기엔 너무 큰 돈이었쑵니다……. 라는 느낌?”
누나는 입을 헤- 벌리며 수표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벌려진 입에 손가락을 한 번 콕 찌를까, 했다가 깨물린 기억이 떠올라 생각만으로 그쳤다.
아쉬움에 입맛을 다시고 있으니, 정신을 차린 누나가 입을 열었다.
“수환아. 우리, 프리미엄 펫 호텔 한 번 하지 않을래?”
“프리미엄 펫 호텔?”
“응! 몇 마리 정도만 우리가 잠깐 케어해주는 거지. 네 능력이 있으니까, 동물들을 정말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찾아오지 않겠어?”
“음……. 나쁘지 않은 거 같은데?”
누나의 말을 들은 나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누나의 생각이 괜찮다고 느껴졌다.
내 초능력이 주변에 있는 동식물들을 건강하게 해주고, 평범한 개체보다 더 뛰어난 신체능력을 가지게 해주는 초능력이다보니 가능한 일이었다. 애초에, 무하마드도 그 부분을 노리고 온 것 같았고 말이다.
나는 곧바로 관련 준비를 마치고, 아웃스타에 게시글을 올렸다.
[프리미엄 펫 호텔 개장!]최대 5마리까지 받아줄 예정이며, 그 자리들은 경매로 붙인다는 내용의 게시글을 올렸다.
당연히 돈독이 올랐다는 비판이 있긴 했지만, 뽀니를 제외하고 남아 있는 4자리는 금세 가득 차버렸다.
무하마드의 지인이라는 또 다른 중동 부자, 호주의 거대한 농장을 가진 갑부, 미국의 유명 기업 오너등이 자리를 차지한 것이었다.
거대한 대형 앵무새인 대본청, 자그마한 애완용 눈꺼풀 카이만 악어, 마다가스카르에 있어야 할 여우원숭이, 거기에 캥거루와 비슷하지만 그 크기가 작은 왈라비가 함께하게 된 것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함께 하며 내 초능력의 영향을 강하게 받은 녀석들은 합류하기 이전과 비교했을 때, 완전히 달라진 상태였다.
커다란 앵무새, 대본청은 한국어를 소은이보다 더 잘 구사하게 되었다. 소은이가 좋아하는 동요라던가, 애니메이션의 주제가 등을 따라 부르는데 아주 소질이 있는 것이었다. 녀석이 주인에게 돌아갔을 때, 그 주인이 한국어 통역사를 구할 정도로 한국어에 능숙해질 정도였다.
성체도 그리 크다는 느낌을 받기 힘든 악어 중 하나인 눈꺼풀 카이만은 여전히 그 크기는 작았지만, 힘이 어마어마해졌다. 애완용으로 사람의 손에서 오래 자란 탓에 사람을 공격하는데 그 힘을 쓰는 것은 아니지만, 주인에게 돌아간 녀석이 표범을 1:1 상황에서 압도했다는 소식을 들을 수 있었다.
여우원숭이는 소은이를 무척 마음에 들어하며 졸졸 따라다녔다. 그 탓인지는 몰라도, 녀석은 우리와 함께 있는 동안 집사의 자질을 깨우쳐버렸다. 가끔 바닥을 뒹굴며 노는 소은이였기에, 소은이의 옷에 묻은 흙먼지나 나뭇잎 같은 것들을 녀석이 떼어내는 것이었다. 녀석은 주인에게 돌아간 이후, 자신이 깨우친 능력을 십분 발휘하여 훌륭한 집사가 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심지어, 원숭이에게 맞춰 만든 턱시도까지 차려입은 모습이 찍힌 사진까지 받을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왈라비는 평범하다고도 할 수 있었다. 원래 조금 약하던 아이라, 요양의 느낌으로 찾아온 것이었는데, 건강을 되찾은 것이었다. 덤이라고 하긴 그렇지만, 근육질의 캥거루를 떡실신 시킬 정도의 힘을 가지기도 했다.
물론, 뽀니 녀석도 변화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종종 찾아온 무하마드의 실험정신으로 인해 경주용 말과 경주 대결을 펼쳤는데, 짧디 짧은 다리를 가진 뽀니 녀석이 경주마를 아주 가볍게 제친 것이었다.
“오우! 너무 땡큐예요! 조금 더 부탁한다 입니다!”
뽀니가 경주마를 이겨버리는 것에 무척 흡족해 한 무하마드는 새로운 수표를 꺼내들며 뽀니를 떠넘겼다.
그리고, 그러한 동물들의 변화가 알려지자, 프리미엄 펫 호텔에 관한 것으로 온갖 문의가 쇄도하기 시작했다.
“아니, 밥 안 가리고 시키는 거 잘 하는 인간은 안 맡아주냐는 건 뭐야…….”
중간중간 이상한 요청을 하는 사람들이 있긴 했지만, 그렇게 펫 호텔은 아주 순조롭게 자리를 잡게 되었다. 당연히 그에 맞춰 내 자금 사정은 아주 여유로워졌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