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uid RAW novel - Chapter 107
0106 무하마드
흑역사가 박제……가 아니라, 내가 드루이드임이 밝혀진 이후에 내 일상에 변화가 생겨났다.
여러 번화들이 있었는데, 그 중에서 가장 큰 변화라고 할 수 있는 것은 딱 하나였다.
[매매] 드세권 외곽 오피스텔 구13평형 5억 [매매] 드세권 아파트 115m² 20억 [매매] 드세권 토지 300평바로, 내가 있는 주변을 드루이드세권, 줄여서 드세권이라 부르는 문화 아닌 문화가 생겨났다는 것이었다.
심지어, 우리 집 주변으로 가까울수록 땅값이 더 비싸지게 된 상황이었다. 내 초능력의 효과를 보려면 가까이 있어야 좋았기 때문이다.
당연한 말이지만 그런 요소로 인해 득을 본 사람들이 많았다. 그렇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득을 본 사람은 바로 나였다.
애초에 우리집 주변 일대를 모조리 사들인 상태였기 때문이다. 손님들이 늘어나고, 동물들이 하나씩 늘어나면서 카페가 좁아질 것을 대비하여 미리 땅을 사둔 상태였다. 이 주변 땅부자가 바로 나라는 소리였다.
물론, 팔지도 않을 생각인데다 내가 팔고 다른 곳으로 가는 건 사기나 다름 없어, 실제적인 이득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였지만 말이다.
“아, 그렇게 생각하니까 아쉽네.”
“뭐가?”
“아니, 땅값은 올랐는데 정작 팔면 안 되잖아.”
“뭐 어때? 우리가 그 돈 없다고 큰 일이 나는 것도 아니잖아.”
“어……. 그렇긴 하지. 지갑에는 소은이 맛있는 거, 예쁜 옷 사줄 돈만 있으면 되긴 해.”
“나는?”
“당연히 우리 마누라 것도 사줘야지. 갖고 싶은 거 있으면 언제든지 말해!”
박력있게 외치니 누나는 좋다며 내게 안겨들었다. 물론, 뭔가 바라는 것이 있어서 그렇다기 보다는, 내가 누나를 생각해주는 것이 좋다는 듯한 모습이었다.
그리고, 안겨든 누나를 끌어안고 거실에서 노닥거리고 있으니 휴대폰이 울리기 시작했다.
전화받어어어어- 전화아아아- 받어어어어어-
“……소은이가 방해를 안 하니까 전화가 방해를 하네.”
모처럼 분위기를 좀 잡아보려 했더니, 소은이가 아니라 전화가 방해를 했다.
인상을 팍, 찌푸리며 휴대폰을 들어올렸다. 따로 저장되어 있지 않은, 모르는 번호가 휴대폰에 표시되고 있었다.
가볍게 휴대폰을 뒤집어 무음으로 만든 뒤 다시금 누나에게 다가가 노닥거렸으나, 휴대폰이 또 다시 진동을 울렸다.
“에이씨.”
“전화부터 받아 봐. 또 전화하는 거면 급한 일일 수도 있잖아.”
달래주듯 말하는 누나의 말에 살짝 짜증이 누그러든 나는 휴대폰을 들어 전화를 받았다.
“누구세요?”
“아, 안녕하십니까. 뮤튜브 코리아의 도영상입니다. 신수환님 되십니까?”
“본인인데……. 무슨 일이죠?”
뮤튜브 코리아라는 말에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내 채널이 뮤튜브 규정에 위배되는 영상을 올리는 채널도 아니고, 딱히 문제가 될 것은 없었기 때문이다. 왜 전화를 한 거지?
하지만 내 의문은 금세 해결 되었다.
“다름이 아니라, 신수환님의 채널인 신수와 영물들 채널의 구독자 수가 오천만 명을 달성하셨기 때문에 연락을 드렸습니다.”
“……네?”
“신수와 영물들 채널의 구독자가 오천만 명에 도달하여 연락을 드렸습니다.”
다시금 확인사살을 하듯 알려주는 뮤튜브 직원의 말에 나는 입을 떡- 벌렸다.
“무슨 일이야? 왜 입을 그렇게 벌리고 있어.”
곁에 다가온 누나가 슬며시 턱을 올리며 입을 다물게 해주고 나서야 입이 닫혔다. 하지만 그것에 신경쓸 틈이 없었다. 나는 곧바로 휴대폰을 꺼내들어 뮤튜브 어플을 실행했다.
내 채널의 관리 페이지로 들어가니 전화로 들려온 것처럼 구독자 수라는 글자 뒷쪽으로 ‘5001만 명’ 이라는 글자가 따라붙어 있었다.
“……!”
그것을 누나에게도 보여주니, 이번에는 누나의 입이 떡- 벌어졌다.
“악!”
슬쩍 손가락을 넣었다가 가볍게 깨물린 나는 아픈 손가락에 눈물 한 방울을 찔끔 흘렸다.
“신수환님? 무슨 일 있으십니까?”
“아, 아니에요. 조금 놀라서…….”
휴대폰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나는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손을 털었다. 생각보다 아팠다.
“일단, 저희가 갑작스레 연락드리게 된 것은 신수환님의 계정이 커스텀 버튼의 지급 요건을 충족하셨기 때문입니다.”
“커스텀 버튼이요?”
“예. 버튼류의 정식 시리즈는 아니지만, 현재 이벤트 형식으로 지급하고 있는 버튼입니다. 오천만 구독자 달성하신 분들에게 지급중이며, 채널에 따라 그 형태가 다르게 제작되는 버튼입니다. 사실, 버튼이라기 보다는 트로피에 가깝습니다만…….”
뮤튜브 직원은 계속해서 말을 이어갔다. 그런 그의 말을 간단하게 요약하며, 해당 버튼을 제작해서 지급할 예정이니 기존의 배송지에 그대로 배송하면 되겠냐는 물음이었다.
“네, 주소 변경은 없으니까 그대로 배송해주시면 돼요.”
“알겠습니다. 주문 제작형태라 시간이 조금 걸리니 양해 부탁드리겠습니다.”
더 이상 볼 일은 없던 건지, 뮤튜브 직원은 곧바로 전화를 끊었다.
하지만 그게 중요한 것은 아니었기에, 나는 곧바로 누나와 소파에 자리를 잡고 앉아 휴대폰을 꺼내들었다.
“아니, 도대체 왜 오천만이 된 거지? 분명 저번에 확인했을 때가 천이백만 정도였는데.”
“그러니까. 나 엄청 놀랬어.”
네가 놀리는 줄 알았다니까? 하고 덧붙이는 누나의 모습에 가볍게 웃은 나는 내 채널이 갑자기 네 배나 뻥튀기 된 이유를 찾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이유는 생각보다 쉽게 찾을 수 있었다.
드루이드라는 것으로 화재가 되고 있는 나였기에, 뮤튜브 채널 역시 기자들이 상주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내가 궁금해하던 것들을 기자들이 이미 다 파악해서 기사로 올린 상태였다.
어떤 정신나간 인간이 디지털을 통해 초능력의 힘이 퍼진다는 소리를 지껄였는데, 영미권의 사람들이 그 소리를 사실로 받아들인 것이었다. 그 영향으로 내 채널이 하룻밤 사이에 4배 성장하게 된 것이었다.
“미친 건가, 진짜…….”
나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이유로 채널이 성장했다는 것이 황당했다. 아니, 어떤 초능력이 모니터를 넘나드냐고.
하지만 아직도 지구가 평평하다고 믿는 사람들도 있는 동네라는 생각을 하니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게다가 내게 해가 될 것은 하나 없었기에, 나는 더 이상 신경쓰지 않기로 했다.
“이리와!”
더 이상 신경쓸 이유가 없었기에, 나는 그대로 휴대폰을 내던지고서 누나에게 달려들었다.
부드럽게 끌어안으며 부비적거렸더니 꺄하하, 웃음을 터트리는 누나와 잠시동안 바닥을 굴렀다.
“압빠!”
그리고 이번에는 휴대폰이 아니라 소은이가 난입했다.
자기도 같이 뒹굴겠다는 듯이, 소은이가 나와 누나 사이를 파고들며 함께 바닥을 구르게 되었다.
“끙……. 소은이가 조금 더 크길 기다려야 하나?”
“……그러게.”
모처럼 둘이서 즐겁게 놀던 시간이었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누나도 살짝 아쉽다는 반응을 보였다.
“아, 이참에 부모님들을 근처에 다 모시는 게 어때?”
“진심이야?”
“어. 인간에게 얼마나 효과가 나타날지는 모르지만, 그래도 가까이 있으면 잔병치레는 안 할 거 아냐. 거기다가 엄마들끼리, 아빠들끼리 또 친하시잖아. 사이좋게 몰래 낚시 갔다가, 사이좋게 한 대씩 맞을 정도로.”
“본심은?”
“소은이 맡겨놓고 둘이서 찐하게 놀고 싶……악!”
등짝! 내 등짝이……!
나는 불타오르는 듯한 등짝으로 인해 다시금 바닥을 나뒹굴었다.
“나두!”
또 소은이가 달라붙어 함께 굴렀다.
소은이를 배 위에 올리고, 뜨거운 등짝을 차가운 바닥에 대고 식히니 그제서야 살 것 같았다.
나는 내게 달라붙어 있는 소은이를 가볍게 안아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래도 나쁜 생각은 아니지 않지? 부모님들이 건강하시면 좋잖아.”
“그렇긴 해.”
“그럼 그렇게 하는 걸로 알고, 내가 알아서 진행한다?”
누나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소은아! 할머니, 할아버지들 보고 싶지?”
“웅! 할무니, 할부지!”
“나중에 할머니랑 할아버지랑 같이 자고 싶지?”
“웅웅!”
소은이는 고개를 힘차게 끄덕였고, 나는 누나를 보며 씨익- 미소를 지어보였다.
“어휴.”
누나가 고개를 내저으며 한숨을 쉬긴 했지만, 누나도 나름대로 기대하는 듯한 모습이 얼핏 보였다.
“쥔님!”
그런데, 누나와 눈빛으로 이런저런 대화아닌 대화를 나누던 그 순간. 이번에는 청호가 난입했다.
부부끼리의 오붓한 시간을 보내게 놔두질 않네.
“뭔데?”
“밖에 사람이 많이 왔슴다.”
“사람들이?”
“그렇슴다. 새들이 말하기로는 시꺼먼 옷을 입고 있는 사람들이라고 했슴다.”
청호의 말에, 나는 곧바로 CCTV 모니터를 확인했다. 집 전체에 깔린 CCTV를 볼 수 있는 것이었는데, 담벼락 밖으로 생각보다 많은 수의 사람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그것도, 새까만 정장을 입은 외국인들이었다. 하나같이 나 외국인이오- 하듯이 이국적인 외모를 가진 이들이 포진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 모습을 보고 경찰에 신고를 해야 하나, 하던 나는 대문을 비추고 있는 CCTV 화면을 보고서 또 다시 황당함을 느꼈다.
“……저거, 떡이지?”
“내가 보기엔 송편같아.”
“뭐지?”
대문의 앞에 서 있는, 정장을 입은 다른 이들과 다르게 캐쥬얼한 복장을 하고 있는 한 남자가 손에 송편이 담긴 스티로폼 접시를 든 채로 초인종을 누를까- 말까- 고민하는 모습이 보이고 있었다.
띠잉- 도옹-
그리고, 이내 결심을 한 건지 초인종을 누르는 모습이 보여졌고, 거실에서 초인종의 소리가 울려퍼졌다.
“일단…… 가볼게.”
“호, 혹시 모르니까 청호랑 마루랑 다 데리고 가! 우린 윗층에 있을게.”
만약이라는 가능성이 있었기에, 걱정하는 누나를 올려보낸 나는 유부를 비롯한 몇 마리 동물들을 윗층에 함께 보냈다.
안에서 찰칵- 소리가 들리며 잠금장치까지 걸리는 것을 확인한 나는 그대로 청호와 마루, 거기에 한무까지 대동한 채로 대문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밖에서 또 다시 누르는 초인종 소리에, 대문을 살짝 열었다.
“누구시죠?”
“오! 아뇨옹, 핫施岳? 조는, 에어뤄엡 에뭐럿에숴 온 무하마드! 이에오. 이궈눈, 한쿡의 무나 라꼬 배우써용.”
“……예?”
“떠억, 돌리키 라눈 거입미다!”
“혹시…… 떡 돌리기요?”
“오오! 마따입미다!”
‘어? 떡 돌리기면……. 잠깐, 그러면 이사를 왔다는 소리야?’
나는 살짝 경악한 표정으로 무하마드라는 아랍계 남자를 바라보았고, 그는 맞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조금 먼 거리에 떨어져 있는 자그마한 주택을 가리켰다.
“줘기 쐐로 이싸와쒀요. 좌알 부타캐요!”
어떨결에 고개를 끄덕이며 떡을 받으니, 무하마드는 만족했다는 듯이 환한 웃음과 함께 몸을 돌려 사라졌다. 그리고, 그 뒤를 따라 집 주변에 포진해 있던 사람들 역시 사라졌다.
“쥔님, 맛있는 냄새가 남다.”
내 손에 들린 송편을 향해 킁킁거리는 청호의 소리에 정신을 차린 나는 얼떨떨한 표정으로 문을 닫고, 집으로 돌아왔다. CCTV로 보고 있던 건지, 누나가 내게로 호다닥 달려왔다.
“그 사람 누구야?”
“……새로 이사온 사람이라는데? 아랍에서 온 무하마드라고, 떡 돌리러 왔다더라.”
내 말에 누나 역시 나와 마찬가지로 황당함을 감추지 못했다.
요즘엔 한국 사람들도 잘 안 하는 떡 돌리기를 아랍 사람에게서 받을 줄은 몰랐겠지.
하지만 나도 몰랐다. 무하마드가 다음 날 저녁에 또 찾아오리라고는.
“아뇨옹, 핫施岳? 무하마드! 이에오!”
밝게 웃음을 지은 무하마드는 초인종에 달린 카메라를 향해 손을 붕붕 흔들어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