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uid RAW novel - Chapter 12
0011 유명세
“그럼 우리도 이제 갈까?”
“벌써? 아,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됐네.”
점심이 조금 지난 시간에 도착했는데, 검증이 끝났을 때의 시간은 4시가 다 되어갔다.
어린이 대공원을 천천히 내려가고, 집에 도착한다면 저녁 먹을 시간이 다 될 것이 뻔한 시각이었다.
영지가 조금 아쉬워하긴 했으나, 그렇다고 떼를 쓰지는 않았다. 영지가 모지리 같은 모습을 보이긴 해도, 그렇다고 지능이 낮은 것은 아니었다.
영지도 성인이었다. 그에 걸맞는 지능정도는 갖추고 있었다. 스스로 귀여운 척을 해대는 게 좀 문제긴 해도, 진짜 모지리는 아니었다.
“자, 잠시만요!”
영지가 코끼리를 향해 손을 붕붕 흔들어주며 인사를 하던 그 때, 코끼리를 담당하던 사육사가 갑자기 내 앞을 틀어막았다.
“전화! 전화번호 좀 주십쇼!”
“……네?”
나는 갑자기 내게 휴대폰을 들이미는 사육사를 바라보며 황당함을 느꼈다.
태어나서 처음 번호 따이는 것이 사육사라니. 여자도 아니고, 젊게 봐도 30대 후반의 아저씨라니!
그 모습이 퍽이나 우스운지, 누나가 옆에서 키득키득 웃고 있었다. 아니, 남자친구가 아저씨한테 번호 따이고 있는데 걱정도 안 되냐고!
하지만 사육사는 진심인지, 내게 내민 휴대폰을 치울 생각이 없어 보였다.
“부탁드리겠습니다. 다른 부탁은 전혀! 절대! 하지 않겠습니다. 가끔, 저 녀석을 돌보는데 도움 주십쇼. 직접 오시지 않더라도, 전화로라도 부탁드립니다. 선생님!”
선생님이라고 까지 칭하며 애원하는 사육사의 말에, 나는 어쩔 수 없이 번호를 찍어줄 수밖에 없었다.
코끼리를 생각하는 그 절실한 마음이 느껴지기도 했고, 정밀 검증을 하는데 도움을 준 것도 마냥 무시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물론, 코끼리의 상태를 파악해준 것으로 그 대가를 치렀다고도 할 수 있겠지만, 사육사 인맥을 가지는 것도 나쁜 선택은 아니었다.
덕분이라고 해야할지는 모르겠지만, 내려올 때는 올라갈 때와 다르게 사육사들이 타고 다니는 전동 카트를 이용해 내려올 수 있었다.
“아저씨한테 인기 있는 남자친구를 둔 덕분에 카트를 타고 내려왔네?”
“……놀리지마.”
아저씨에게 번호 따인 것을 가지고 놀리려는 누나의 볼을 가볍게 눌러주고서, 우리는 각자의 집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그렇게 각자의 집으로 돌아간 다음날. 폭탄이 터졌다.
띵- 띵- 띵- 띠띠띠띠띵- 띠띠띠띵!
“으아아악! 시끄러워 뒤지겠네!”
아침부터 수 없이 이어지는 알림소리에, 나는 베고 있던 베개를 냅다 집어던졌다.
‘잠 좀 자자!’
잠결에 귓속을 파고드는 알림은 천천히 잠을 깨우는 것이 아니라, 절벽에서 밀어버리듯 잠에서 깨웠기 때문이다.
아니 무슨 알림이 이렇게 많이 와?
나는 곧바로 미친듯이 알림음을 울리며 화면이 반짝거리고 있는 휴대폰을 집어들었다.
[뮤튜브 999+]휴대폰을 집어든 나는 어째서 알림이 미친듯이 울리는 것인지 알 수 있었다.
뮤튜브 알림이 수를 더 이상 세지 못할 정도로 울려, 그의 잠이 달아나게 만든 것이었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지 궁금했기에, 나는 곧바로 뮤튜브 어플을 실행했다. 그리고, 곧바로 내게 날아온 알림 내역을 확인했다.
[댓글 알림 : 역시 갓냥이네. 방바닥에 싸지르는 좆댕이는 저런 거 못하지.] [댓글 알림 : ㅁㅊ 물까지 내리네?]·
·
·
[댓글 알림 : 이분이 그 애니멀 커뮤니케이팅 초능력자 맞나요?] [댓글 알림 : 와 나도 이런 능력 갖고 싶다…….]알림 내역을 가득 채우고 있는 것은 몇 개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댓글의 향연이었다.
‘내가 올린 영상은 하나 뿐인데?’
나는 곧바로 내가 올린 영상을 확인했다.
“와, 미친.”
나도 모르게 욕을 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뮤튜브의 상태가 이상했다.
나는 순간 내가 꿈을 꾸고 있는 건가- 싶었으나, 영상을 새로 열 때 마다 상승하는 수치들은 현실임을 알려주고 있었다.
“……터졌드아아아아-!”
그리고, 그것을 잠시동안 바라보던 나는 소리치며 휴대폰을 내던졌다. 조심히, 침대를 향해.
이제 이틀 정도의 시간이 지났을 뿐인데, 기껏해야 200명 가량의 구독자가 있던 것이 한 번에 150배 성장했다. 기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게다가 이 기세라면 순식간에 몇 십만 명의 구독자도 모을 수 있었기에, 더더욱 기쁠 수밖에 없었다.
‘이거 벌써 실버 버튼 신청하는 거 아냐? 흐흐흐.’
갑자기 생겨난 유명세에 헛물을 켜고 있던 도중, 나는 갑자기 이런 일이 벌어진 근본적인 이유가 궁금해졌다.
하지만 그 이유는 금세 알 수 있었다. 수 많은 뮤튜브 알림 사이로 보이는, 장미 아줌마가 보내준 메시지 하나가 있었기 때문이다.
뮤튜브의 갑작스런 성장의 원인은 아줌마가 작성한 기사였다.
그런데 도대체 기사가 어떻게 써졌길래, 벌써부터 이런 반응이 오나 싶었다. 나는 곧바로 뮤튜브 어플을 끄고 포털 어플을 실행했다.
“이야……. 살다가 내가 내 이름을 검색하는 날이 올 줄이야.”
나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유명 포털 사이트에 내 이름을 넣는 짓을 벌였다.
동명의 유명인이 있는 것도 아니었기에 정말 태어나서 처음 하는 행동이었다. 그리고 그 결과는 상상 이상이었다.
[치즈뉴스 – 애니멀 커뮤니케이터! 한국에 등장!] [투데이속보 – 사람처럼 변기에 용변을 보고 물까지 내리는 고양이. 애니멀 커뮤니케이터의 훈련 성과!] [예언경제 – 애니멀 커뮤니케이팅 능력자의 등장. 동물 관련 주가 상승하나?] [오늘일보 – (단독) 한국에 등장한 애니멀 커뮤니케이터를 만나다.]내 이름을 검색하자, 곧바로 여러 개의 기사들이 주르륵 표시 됐다. 게다가 기사 뿐만 아니라, 조회수를 목적으로 온갖 기사를 따라 쓰는 블로그 포스트나 사이버 렉카들의 영상들이 몇 페이지나 보여졌다.
전반적으로 기사, 포스트, 영상들 모두 비슷한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그 와중에 눈에 띄는 한 기사가 보였다.
나는 곧바로 그 기사를 클릭했고, 아줌마와 나누었던 대화 내용이 고스란히 들어가 있는 기사를 볼 수 있었다.
Q, A 형식으로 대화를 나누었던 것들이 적혀 있는 기사에는 내가 저런 말도 했구나- 싶은 것들이 있었다.
그리고, 그런 기사의 가장 아랫부분에 있는 것을 확인한 나는 뮤튜브의 갑작스런 성장의 원인을 확실히 파악할 수 있었다.
기사의 가장 아랫 부분에는 내가 뮤튜브 활동을 할 예정이라 알리는 것과 동시에, 내 채널 명이 적혀 있었다.
심지어 내가 장난삼아 말한, ‘구독, 좋아요, 알림설정 부탁해요’라는 내용까지 있었다.
‘아줌마가 진짜 신경 좀 써주셨네?’
내 영상의 일부를 캡처해서 사진으로 쓴 건지, 사진의 아랫부분에는 뮤튜브 영상의 주소를 그대로 갖다 박아놨다.
간단하게 주소를 클릭하는 것만으로도 내 영상을 볼 수 있도록 만들어준 것이었다.
내가 말하지 않은 내용이라던가 내게 피해가 올만한 내용은 단 하나도 없는, 나에게 도움만 되는 클린한 기사였다.
‘……근데 엄마한테 머리끄댕이 잡히는 게 무서워서 그런 건 아니겠지?’
엄마와 아줌마가 공통적으로 말했던 것이 순간 떠오른 나는 멈칫했으나, 아무래도 좋았다.
머리끄댕이에 관련 된 것은 두 여사님들이 알아서 할 일이지, 내가 신경쓸 것은 아니었다.
지금 중요한 것은 내게 어마어마한 유명세가 생겨났다는 것이었다.
“아, 이거……. 나갈 때 선글라스라도 껴야하나?”
괜히 마스크와 선글라스를 만지작거리며 주변에서 나를 지켜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물론, 아줌마가 작성한 기사나 내가 올린 영상에 내 얼굴이 노출되지 않았기에 하등 쓸모 없는 생각이었다.
“일단 누나한테 자랑이나 해야지.”
나는 히죽히죽 웃음 지으며, 누나가 있을 카페로 향했다.
‘뮤튜버(예정)’이라 쓰고 백수라 읽는 나와는 다르게, 누나는 카페 사장이기에 쉽게 자리를 비울 수 없었다. 그러니, 자랑을 하려면 찾아가야 했다.
눈 감고도…… 까지는 아니지만, 빠른 버스 환승이라던가 지름길 같은 것을 꿰고 있는 나는 금세 카페에 도착했다.
“누나!”
카페로 도착한 나는 카운터에 서서 턱을 괴고 앉아 있는 누나를 발견했다.
딱히 손님이 올 시간은 아니었기에, 카페는 한산하기 그지 없었다. 있는 사람이라고는 누나와, 뒷문을 열어놓고 남캣이와 놀고 있는 영지 뿐이었다.
“오늘은 일찍 왔네?”
회사를 관둔 다음부터 거의 출근을 하듯 카페에 온 나였기에, 누나는 내가 온 것에 놀라기 보다는 일찍 온 것에 의아하다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보통 점심이 되기 직전 즈음 카페에 와서 몰려드는 손님 응대를 잠깐 도와주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보다 이른, 10시 가량이었기에 누나가 의아해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나는 누나의 의문을 해결해주기 보다는, 휴대폰을 내밀며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후후, 이거 봐라.”
“……이거 진짜야?”
그리고 내가 내민 휴대폰을 바라본 누나는 두 눈을 동그랗게 치켜떴다. 저러다가 눈알 빠지는 거 아닌가- 싶을 정도로 크게 치켜떴다.
“오늘 아침 일찍 아줌마가 기사를 올렸다고 하더라. 그 이후로 이렇게 된 건지, 아침부터 알림이 엄청나게 울려서 깼다니까?”
“와…….”
누나는 그저 감탄밖에 안 나오는 것인지, 내 휴대폰을 쥐고서 한동안 멍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특히, 순식간에 만 단위를 돌파한 구독자와 조회수를 본 누나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아까 오면서 보니까, 광고도 달 수 있겠더라. 영상 하나로 조건 다 채웠어.”
“벌써?”
그렇지 않아도 놀랍다는 듯이 나를 바라보던 누나는 이어진 내 말에 거의 경악에 가까운 모습을 보였다.
나는 그런 누나의 모습에 괜히 뿌듯함을 느끼며 어깨를 활짝 폈다.
“어때? 이런 능력 있는 연하남을 남자친구로 둔 기분은?”
“……오빠라고 불러줄까?”
“아하?!”
누나의 말에 나는 웃음을 터트렸다.
내가 거부할 줄 아는 건가?
“불러봐.”
“……어?”
“오빠라고 불러봐. 하은아. 오빵~ 해봐. 하은아, 어서. 오빵!”
“…….”
“악!”
까불다가 결국 누나에게 꼬집혔다.
아프긴 하지만 그래도 부끄러워하면서 얼굴까지 붉히는 모습을 봤으니 손해는 아닌 것 같았다.
이후, 나는 간간히 누나의 카페 일을 거들어주며 시간을 보냈다. 카페에 손님이 없을 때는 남캣을 주인공으로 영상을 찍으며 뮤튜브를 관리하기도 하며 시간을 보낸 것이었다.
대형 카페를 차릴 계획을 갖고 있긴 하지만, 그 계획을 실행하기 위해서는 많은 자금이 필요했다. 그 자금을 모으기 위해서는 정밀 검증의 결과가 나와야했다.
그리고, 정밀 검증을 한지 사흘이 되었을 때 아침. 드디어 기다리던 전화가 걸려왔다.
정밀 검증을 할 때 만났던 장일운 대리의 전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