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uid RAW novel - Chapter 123
0122 이게 벌칙?
전화받어어어어- 전화아아아- 받어어어어어-
사무실에 앉아, 휴대폰을 바라보고 있으니 전화가 울렸다. 마침 기다리던 전화였기에, 나는 곧장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안녕하세요. 수환님. 롤링맨 피디 장석민입니다.”
“아, 네. 오셨나요?”
내게 전화를 건 사람은 오늘 촬영을 오기로 한 예능 프로그램의 책임자였다.
“반갑습니다. 직접 뵙는 건 처음이죠?”
가볍게 인사를 주고받은 우리는 곧바로 동물원의 입구 부근에 있는 사무실로 향했다.
오늘 촬영에 대해 협조를 원하는 부분을 정확히 이야기하기 위함이었다. 기존에 중간 관리자 급의 인물이 와서 간단한 내용 정도는 주고받았지만, 확정된 내용을 알려주려는 것이었다.
“오늘 여기서 촬영할 내용은 일종의 벌칙 수행입니다. 저희 멤버들 대부분이 엄청난 겁쟁이라는 것 정도는 아시죠?”
“그럼요. 그 재미로 보니까요.”
“수환님의 동물원이라면 저희 멤버들이 충분히 겁을 먹을 수 있으면서도, 안전하게 촬영이 가능하지 않습니까.”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솔직히, 내가 있으면 아무리 위험한 맹수라고 해도 사람들에게 피해를 끼칠 수가 없었다.
똑똑한 녀석들이라 사고는 쳐도 사건을 만들지는 않으니 말이다. 만에 하나라도 위험한 상황이 발생하려 하면 마법의 단어로 막아낼 수도 있었고.
“일단, 저희가 생각하고 있는 건 등수별로 벌칙의 난이도에 차등을 두는 겁니다.”
“생각해두신 거라도 있나요?”
“우승팀은 기본적으로 관광을 하고, 벌칙팀은 일일 사육사 체험을 시킬 생각합니다. 우승팀이 토끼나 고양이들과 놀고, 벌칙자들이 호랑이 우리 같은 곳에서 청소를 하거나 먹이를 주는 거죠.”
PD의 말에 나는 잠시 고민되었다. 내 생각에 그 반대로 하는 게 조금 더 편하지 않을까 싶었기 때문이다. 우리 동물원에 있는 개나 고양이들은 하나같이 평범함을 벗어난 녀석들인데.
하지만 본인 선택이니, 나는 아무래도 좋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정도면 충분히 가능해요. 호랑이 우리에 들어가서, 호랑이 등에 타는 것도 가능하고요.”
“……근데, 정말 안전한 건가요?”
“당연하죠. 제 능력 때문인지는 몰라도, 애들이 하나같이 똑똑하거든요. 괜히 사람을 공격해봐야 자기들한테 좋을 것 하나 없다는 건 충분히 이해하고 있어요.”
맹수들도 다른 동물들처럼 당장 풀어놔도 될 정도였지만 풀어놓지 않는 이유는 하나였다. 사람들이 무서워할 가능성이 무척 높기 때문이었다.
“아무리 위험해도 호랑이한테 냥냥펀치 맞는 정도에 그칠 걸요?”
“……그것도 충분히 위험한 거 아닌가요?”
“에이, 괜찮아요. 생각보다 맞을만 하다고 해야 할까요? 진심으로 치는 게 아니거든요.”
PD는 조금 떨떠름한 모습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안전하니 괜찮다는 듯한 모습이었다. 아니, 정확히는 ‘내가 하는 거 아니니까 뭐…….’라는 느낌에 가까웠다.
“그러면 오늘 촬영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걱정 마세요. 아무 문제 없을 거니까요.”
제발 그랬으면 좋겠다며 고개를 끄덕인 PD는 곧바로 출연 연예인들을 마중하기 위해 나갔다.
그리고, 그는 연예인들이 모이자마자 촬영을 시작했다.
“여러분. 저번 주에 진행했던 레이스의 결과를 기억하시죠?”
“어, 맞아! 형. 우승 상품이랑 벌칙을 나중에 정리한다고 했잖아. 오늘 주는 거야?”
“맞습니다. 뒤를 한 번 보시겠어요?”
PD의 말에 연예인들이 우리 동물원의 입구를 바라보았다.
“나 여기 알아! 요즘 유명한 동물원이잖아. 그, 드루이드라는 초능력자가 운영하는 곳! 나 진짜 꼭 오고 싶었는데!”
“오늘 우승팀의 우승 상품은 이곳에서의 관광이고, 벌칙팀의 벌칙은 이곳에서의 일일 사육사 체험입니다!”
“아아아아악!”
“와아아!”
PD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연예인들의 반응이 둘로 나뉘었다. 환호하는 이들과, 절규하는 이들로 말이다. 특히, 절규하는 이들 중에서는 우리 동물원에 꼭 와보고 싶었다고 하는 이들이 있어서,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던 사람들이 안타까워 하고 있었다.
게다가 우승팀에는 운이 좋지 않기로 유명한 이들었고, 벌칙팀에는 하나같이 운이 좋은 이들이 포함되어 있었으니 더더욱 안타까워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난 구경하고 싶었던 거지, 사육사 체험을 하고 싶었던 건 아니라고!”
“누나, 포기하고 사육사 체험이나 해. 우린 동물들 구경이나 할테니까.”
“내가 저 배신자를 믿는 게 아니었는데!”
연예인들이 우승팀과 벌칙팀으로 나뉘어 투닥거렸다. 하지만 그들은 PD의 인솔에 따라 동물원 내부로 진입했다.
“와, 진짜 동물들이 다 돌아다녀!”
동물원에 진입하자 마자 보이는 수 많은 동물들의 모습에 연예인들이 신기하다는 표정을 지우지 못했다.
그리고 PD의 신호에, 나는 그런 연예인들에게 다가갔다.
“여러분. 오늘 여러분의 관광을 가이드해주실 분이시자, 벌칙팀의 사육사 체험을 도와주실 분이신 드루이드, 신수환님입니다.”
“안녕하세요!”
모처럼 만나는 연예인에 살짝 상기된 표정으로 다가가니, 연예인들이 반갑게 웃으며 맞이해주었다.
한 명씩 악수도 하고 가볍게 인사를 나누고 나니 PD가 다시금 입을 열었다.
“벌칙팀은 오늘 일일 사육사 체험을 한다고 말씀드렸잖아요? 어떤 동물들을 담당할지 기대가 되지 않나요?”
“호랑이! 무조건 호랑이! 저 호랑이가 호랑이랑 싸우는 꼴을 봐야겠어!”
“얌마! 내가 어떻게 호랑이랑 싸워!”
연예인들이 또 투닥거리는 모습을 잠시 바라보고 있으니, 티비로 볼 때 자주 나오던 돌림판이 등장했다.
“호, 호랑이?! 진짜 호랑이 우리에 들어간다고?”
“코끼리도 있잖아! 악어에 기린도 있고! 너 우리 죽이려고 작정했냐!”
돌림판에 적힌 내용을 확인한 벌칙팀은 강하게 반발했다. 특히, 금손으로 유명한 사람은 PD의 멱살을 움켜쥘 정도였다.
“진정하세요. 저희가 설마 출연진 분들을 죽이려 하겠습니까? 다 안전한 걸 확인하고 진행하는 겁니다. 그렇죠, 드루이드님?”
순간 내게로 쓸리는 시선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안전한 건 제가 보증합니다. 다칠 일은 없어요. 절대로요.”
미심쩍다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벌칙팀이었으나, PD의 진행으로 인해 그들은 곧바로 돌림판을 돌려야 했다. 저마다 어디로 갈 것인지 정하는 돌림판이었다.
곧바로 촤르륵, 돌려진 돌림판은 금세 결과가 나왔다. 두 명이 코끼리 우리, 두 명이 호랑이 우리에 들어가는 것으로 결론이 난 것이었다.
“하하하하핫! 꼴 좋다! 호랑이한테 한 번 꼬라지 부려보시지! 악! 아아악! 이 형 진짜 때려!”
중간에 또 다시 투닥거림이 있긴 했지만, 진행이 이어졌다.
“일단 우승팀의 관광부터 시작해볼까요?”
PD의 말에 따라, 나는 곧바로 우승팀들을 이끌고 소동물들이 주로 모여 있는 곳으로 그들을 이끌었다.
웬일인지, 그곳에는 동물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개, 고양이는 물론이고 라쿤들과 토끼들을 비롯한 동물들이 바글바글했다.
“와, 진짜 귀엽다.”
모여 있는 동물들의 모습에, 우승팀은 한껏 기뻐하며 동물들에게 다가갔다. 자그마한 동물들이라 그런지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그 선택을 후회할 수밖에 없었다.
“악! 아아악! 왜, 왜 때려!”
“꺅! 내 가방! 야, 그거 가져가면 안 돼!”
“으어어어어어어억!”
고양이들에게 냥냥펀치를 후드려맞는 이들도 있었고, 라쿤들에게 가방을 탈취당하는 이도 있었다. 심지어, 멤버들 중 리더의 역할을 맡고 있는 이는 마루에게 잘못 걸려, 그대로 끌려간 상태였다.
그리고, 그들이 동물들에게서 풀려났을 때, 그들의 모습은 멀쩡하다고 할 수가 없었다.
“이게 무슨 우승 상품이야! 이게 벌칙이지!”
모처럼의 우승에 기뻐한 한 멤버는 절규에 가까운 외침으로 소리쳤다.
하지만 그런 외침에는 별 관심이 없던 건지는 몰라도, PD는 곧바로 다음 내용으로 넘어갔다.
벌칙팀의 벌칙이 시작된 것이었다. 첫 시작은 코끼리 우리에 들어가, 청소와 먹이 주기를 하는 것이었다.
“……진짜 들어가?”
코끼리 우리에 도착한 벌칙팀은 또 다시 PD의 멱살을 잡으려 했다.
다름이 아니라, 뿌우뿌우녀석이 운동이랍시고 거대한 타이어 묶음을 이리저리 굴려대고 있었기 때문이다. 족히 수백kg 이상의 무게를 자랑할 타이어들이 뿌우뿌우의 코가 움직일 때마다 휘청거렸다.
하지만 자기가 하는 게 아니라고 태평한 PD는 기겁하는 두 사람을 코끼리 우리로 밀어넣었다. 작은 키의 남자와, 꼰대 영감 캐릭터를 가진 남자였다.
“진짜 안전한 거 맞죠?”
겁쟁이 모습이 단순한 방송용 캐릭터가 아니었던 건지, 그들은 무척 두려워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나는 가볍게 웃으며, 그들을 이끌고 뿌우뿌우에게 다가갔다.
가까이 다가가니, 뿌우뿌우가 내게 코를 들이밀며 귀찮게 굴기 시작했다.
“에잇, 귀찮게 뭐 하는 짓이야!”
나는 귀찮게 구는 녀석의 코를 찰싹! 소리가 나도록 때렸다. 그런데, 그 반응이 뿌우뿌우에게서 오는 것이 아니라, 뒷편에서 왔다.
“으악!”
“코끼리 코를 때렸어!”
둘은 기겁을 하며 내게서 물러났다. 당장이라도 코끼리가 난동을 부릴 거라 예상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그들의 모습은 점점 풀어지기 시작했다. 바로, 내게 한 대 얻어맞은 뿌우뿌우가 화를 내긴 커녕, 내 머리에 코를 다시금 슬쩍- 올렸기 때문이다.
“여러분도 만져보세요. 괜찮아요.”
내 말에 두 사람이 슬쩍 다가와, 코끼리와 교감을 나누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부드럽다거나 말랑말랑하다, 단단하다 등의 반응을 보이며 신기해하는 것이었다.
“그럼 청소를 해야하는데……. 사실, 저희 동물원은 청소할 게 많지 않은 편이예요. 배변은 미리 지정된 화장실에 하게 교육을 해둬서, 배설물 청소는 전혀 필요가 없거든요.”
뿌우뿌우는 내 말이 끝나자마자, 신호가 왔다는 듯이 화장실로 가서 시원하게 배변활동을 했다.
“……지금, 물 내린 거 맞죠?”
“네. 저희 동물원 동물들은 전부 저런식으로 가르쳤거든요.”
황당, 신기함 등이 뒤섞인 표정으로 뿌우뿌우를 바라보던 두 사람은 이내 내 지시에 따라 청소를 시작했다. 사실, 청소라고 해봐야 뿌우뿌우가 힘자랑을 하다가 부숴먹은 것들을 치우는 것이 전부였다.
빠르게 청소를 끝낸 두 사람의 모습에, 나는 약간의 서비스를 해주기로 했다. 뿌우뿌우를 시켜, 두 사람을 녀석의 등에 태우고 한 바퀴 돌게 해준 것이었다. 안장 같은 것이 없어 좀 불편하긴 하겠지만, 나름대로 좋은 경험이 될 것이었다.
코끼리 탑승 체험까지 한 이들은 수고했다는 듯이 코끼리에게 대량의 과일을 먹여주었다. 수박 같은 것들을 들어 먹인다고 힘을 쓰는 것이 진짜 벌칙인가- 싶을 정도로 많이 먹여야 했다.
그리고, 묘하게 만족한 듯한 벌칙 1팀을 뒤로한 나는 호랑이 우리로 향했다. 이번에는 근육 형님 캐릭터와, 금손 캐릭터를 가진 남녀였다.
“호랑이 우리에 들어가기 전에, 주의사항이 있어요.”
“주의사항이요? 위험한 건가요?”
“아, 그건 아니에요. 얘들이 조금 먹이 부분에 관해서 약간 문제가 있어서……. 먹이를 주실 때 장난치시면 안 돼요. 그냥 던져주시거나, 바로 입에 넣어주셔야 해요.”
툭하면 남캣과 라쿤들에게 먹이를 빼앗기다보니, 호랑이들은 먹이를 줄 때 장난질을 하면 화를 내는 편이었다.
어쨌거나, 그렇게 유일한 주의사항을 알려준 나는 두 사람을 데리고 호랑이 우리 안으로 들어갔다. 호랑이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는 우리로 들어가는 것에, 두 사람이 긴장하는 것이 느껴졌다.
“호랑이다!”
“오빠가 어떻게 좀 해봐! 호랑이잖아!”
“나, 나는 사람이라고!”
두 사람이 만담을 나누는 듯한 대화를 들은 나는, 내게 다가온 호랑이를 바라보았다.
위엄 가득하게 걸어온 녀석은, 그 걸음과 다르게 바닥에 널부러졌다. 배를 보이며 널부러진 녀석의 모습에, 나는 녀석의 배를 문질렀다.
“이리와서 만져보세요. 괜찮으니까요.”
두려움에 떨던 두 사람은 은근히 귀여운 듯한 호랑이의 모습에 슬쩍 다가왔다.
크헝! 소리를 내는 녀석의 모습에 움찔하긴 했지만, 두 사람은 용기를 내어 호랑이를 만지기 시작했다.
“얘도 좋아하네요. 그럼 먹이를 한 번 줘보시겠어요?”
나는 미리 준비했던 포대기를 건넸다. 닭고기가 가득한 포대기였는데, 그것이 등장하자마자 호랑이들이 우르르- 몰려왔다.
여러 마리의 호랑이들에게 둘러싸인 두 사람은 무척 긴장했지만, 내가 알려준대로 닭고기를 휙휙 던져주었다. 덕분에, 그들은 점점 두려움을 잊고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였다.
심지어, 호랑이들의 등에 살짝 올라타보는 행동까지 할 정도로, 호랑이들과 친해질 정도였다.
덕분에 벌칙이 마무리 될 때 즈음, 두 사람의 표정은 무척 편안해보였다.
“흐흐, 뭔가 벌칙이 아니라 이색 관광을 한 느낌인데?”
“호랑이 귀여웠어.”
두 사람이 해맑게 웃고 있으니, 우승팀이 뭐 씹은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우승은 우리가 했는데! 왜 우리가 벌칙 받은 느낌이냐고!”
우승팀의 외침이 있었으나, 놀랍게도 그 누구도 관심을 갖지 않았다.
그래도 모든 촬영이 끝난 이후, 그들은 즐겁게 동물원 관광을 즐겼다. 과정은 몰라도 결과만큼은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