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uid RAW novel - Chapter 130
0129 일과(2)
오픈 직전까지의 일과로 동물원 점호……가 아니라 순찰을 마친 나는 오픈하기 위해 정문으로 가는 대신, 동물원 중앙에 있는 휴게공간으로 향했다.
동물원의 시초라고도 할 수 있는 카페를 마냥 접는 것은 무척 아쉬웠기 때문에 동물원 중앙에다 카페를 만들어놓았기 때문이다.
카페에 들어가니, 오픈 직전이라 분주한 직원들과 영지가 보였다.
그런데, 카페에 들어가는 것과 동시에 무언가가 내게로 덮쳐들었다.
“주인님이다! 주인님!”
“안아줘! 안아줘요!”
내게 덮쳐든 것은 두 마리의 개들이었다. 웰시코기인 짜몽이와, 비숑인 술빵이였다.
자기 전에도 봐놓고, 이렇게 반가워하는 녀석들의 모습에 나는 녀석들을 거칠게 쓰다듬었다. 거의 몸을 들고 흔들듯이 쓰다듬어주니, 녀석들은 좋다고 더 엉겨붙었다.
카페에서 오랫동안 있었다보니, 동물원 전체에서도 카페를 가장 좋아하는 녀석들이었다.
“형부!”
그런데 두 녀석을 쓰다듬고 있으니, 깔끔한 앞치마를 메고 있는 영지가 호다닥 달려왔다.
나를 부르며 달려온 영지는 내 주변을 살짝 두리번거렸다.
“소은이는요?”
“당연히 유치원갔지.”
“히잉…….”
소은이가 없다는 것에 아쉬워한 영지는 시무룩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워낙 소은이랑 노는 걸 제일 좋아하는 영지였기 때문이다.
[우리도아쉬워 님이 1만 원 후원!] [“우리도 아쉬워요! 소은이 더 보고 싶은데! Vlog 할 거면 주말에 하셨어야죠!”]그 모습에 충분히 동의한다는 듯이 시청자들의 채팅이 연달아 올라왔다.
나는 그런 반응에 피식 웃으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리고, 바닥에 널부러져 있는 나태를 발견할 수 있었다.
하루종일 관람객들에게 안겨서 여기저기 다니는 녀석이긴 하지만, 첫 시작은 무조건 이곳인 녀석이었다.
녀석을 바라보니, 눈을 꿈뻑거리고 있었다. 눈을 뜨고 꿈뻑인다는 것은 나태가 컨디션이 최상일 때 보이는 모습이었다. 몸이 조금이라도 안 좋으면 널부러져서 눈도 잘 안 뜨는 녀석이었다.
“나태는 괜찮아 보이네.”
“형부는 그런 걸 어떻게 알아요?”
“느낌이랄까? 그냥 보면 알게 되네.”
“부럽다!”
영지는 두 눈을 빛내며 나를 바라보았다. 꽤나 동물들을 좋아하니 내 초능력이 부러운 것이었다.
나는 그런 영지에게 가볍게 웃음을 지으며, 커피 한 잔을 주문했다. 커피 한 잔을 마시면서 오픈하는 것이 내 일과나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형부 올 줄 알고 미리 만들어뒀지용!”
언제 시무룩했냐는 듯이, 영지는 미리 준비해둔 커피 하나를 내게 내밀었다.
나는 그 커피를 받아들고, 카페에서 나서려 했다.
쨍그랑!
내 바로 앞에 떨어지는 도자기 조각으로 만든 장식만 아니었다면 말이다.
놀라서 위를 바라보니 털을 복슬복슬하게 세우고 있는 한 녀석이 보였다.
“……너 거기서 뭐해?”
“휴식?”
도자기 장식이 진열 된 장식들 뒷편으로 짧은 다리를 자랑하고 있는 치킨이였다. 저거 진심인가? 날 암살하려고 한 건 아니겠지?
괜한 의심이 들었지만, 나는 다행스럽게도 깨지지 않은 도자기 장식을 다시금 위로 올렸다. 물론, 치킨이를 붙잡아 내리는 것도 잊지 않았다.
[조용한암살자 님이 3만 원 후원!] [“치킨, 암살에 실패했군. 임무는 중지다!”]아쉬워하는 시청자들과 치킨이를 뒤로하고 다시금 카페에서 나온 나는 곧바로 정문을 향해 걸어갔다. 이제 슬슬 오픈할 시각이 다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도중에 동물들의 울타리 위를 도도하게 거닐고 있는 쌍둥이 녀석이나, 새끼들을 물고 이리저리 움직이고 있는 폭신이도 발견한 나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정문에 도착했다.
매표소 바로 옆의 정문을 바라보니, 벌써부터 사람들이 꽤나 줄지어 서 있는 모습이 보였다.
오픈 직전부터 대기열이 길게 늘어져 있는 모습을 카메라에 담으니 시청자들이 여러 반응을 보였다.
나를 바라보며 손을 흔드는, 시청자로 추정되는 한 사람에게 손을 마주 흔들어주고서는 입장 게이트의 잠금장치를 풀었다.
“오픈합니다!”
크게 외치며 문을 활짝 열어주니, 입장권 확인 업무의 직원들이 재빨리 자리를 잡고 사람들의 입장권을 확인하기 시작했다.
사람들의 입장이 시작되고, 가볍게 관람객들에게 인사를 해주거나 사진을 찍어주는 등의 팬서비스를 해준 나는 다시금 움직였다.
물론, 오픈 전의 일과를 모두 끝냈으니 꽤나 여유로웠기에 느긋한 걸음걸이였다.
“일단 제가 제일 바쁜 건 아침에 일어나서부터, 오픈할 때 까지예요. 그 뒤로는 제법 널널해요.”
느긋하게 집으로 돌아간 나는 바로 화단으로 향했다.
“아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여기가 저희 집 화단이예요. 집에서 주기적으로 과일이나 채소 같은 걸 먹으려고 관리하고 있어요. 뭐랄까, 자급자족을 원한다기 보다는 믿고 먹을 수 있는? 그런 느낌으로 키우는 거죠.”
화단을 찍으며 말하니 채팅창이 빠르게 올라갔다.
열매들이 하나같이 크고 탐스럽게 익어 있는 화단의 모습을 본 시청자들은 하나같이 대단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렇지만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맺혀 있는 열매는 흔히 볼 수 없는 크기였기 때문이다. 집 근처 대형 마트든, 농산물 시장이든 보기 힘들 정도로 커다랬다.
나는 그 중에서도 주먹만한 딸기를 하나 대충 따냈다. 소은이에게 주면 거의 사과를 베어먹듯이 먹을 정도로 큰 딸기였다.
[농부입니까 님이 1만 원 후원!] [“저거 팔면 한 알에 만 원은 받을듯?”]“그렇겠죠? 이거 당도도 높아서 엄청 달거든요.”
몇몇 초콜릿보다도 더 달달하다고 말하니, 사람들은 저마다 자기도 먹어보고 싶다고 난리였다.
하지만 나는 그런 요청을 가볍게 무시하며 화단의 구석으로 향했다. 그곳에는 소은이 상반신만한 크기의 거대한 벌집이 자리를 하고 있었다.
“여기는 저희가 양봉……이라고 하긴 그렇지만, 일단은 벌들을 키우는 곳이예요.”
나는 벌들이 붕붕 날아다니고 있음에도 조금의 두려움도 갖지 않고, 벌집 가까이 다가갔다.
붕붕, 벌들의 날갯짓 소리가 한 번씩 마이크를 타고 들어갔는지, 사람들이 귀갱당했다며 난리였다.
카메라를 살짝 손가락으로 막은 다음, 커다란 벌집 옆에 있는 자그마한 벌집으로 다가갔다. 커다란 집에 비해, 딱히 벌들이 드나드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 벌집이었다.
그 벌집으로 다가간 나는 그 옆에 놓여 있던 자그마한 숟가락을 꺼내들었다.
“저는 지금부터 이 벌집을 숟가락으로 쑤실 겁니다.”
내 말에 채팅창이 타올랐다.
[남자가 빨리 죽는 EU] [드루이드라서 아모른직다] [신수/논란/벌집쑤시기] [꿀버리 쥬기지마 ㅠㅠ]벌집을 쑤시겠다는 내 말에 타오르는 채팅창에 씩, 웃은 나는 그대로 벌집의 입구에 숟가락을 쑤셔넣었다.
와삭, 하는 소리가 나며 내부의 일부가 망가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랑곳하지 않고 조금 더 숟가락을 움직인 다음 꺼내니 꿀이 그득하게 묻어 있었다.
그대로 딸기에 꿀을 발라서 먹으니 안 그래도 달달한 딸기가 더 달달했다.
“이 맛에 꿀벌 키우죠.”
달달하디 달달한, 당분 폭탄이나 다름 없는 맛을 자랑했지만, 시청자들은 꿀벌이 불쌍하다는 이야기를 계속하고 있었다.
나는 그 모습에 약간의 오해를 풀 필요가 있음을 느꼈다.
“여긴 꿀벌이 사는 집이 아니라, 저희 가족을 위해서 얘들이 꿀을 제공해주는 곳이예요. 안에는 애벌레도 없고, 꿀 밖에 없고요.”
꽃가루를 잔뜩 묻히고 있던 꿀벌 두 마리가 들어갔다가, 깔끔한 모습으로 나와 큰 집으로 돌아가는 모습이 타이밍 좋게 찍혔다.
“저는 얘들이 쉴 공간과 꽃이 없을 때 먹을 걸 제공해주고, 얘들은 제게 꿀을 주기로 한 일종의 계약이거든요. 이것도 얘들 집을 부술 수 없으니까 이렇게 한 거고요.”
몇 마리의 꿀벌들을 다섯 손가락에 한 마리씩 올려 놓으니 그제서야 시청자들이 믿는 듯한 모습이었다.
“아무튼! 오픈한 다음에는 이렇게 화단도 한 번 관리해주고, 벌들도 한 번씩 체크해줘요. 뭐……. 벌들은 워낙 자기들이 알아서 잘 하다보니 관리라고 할 것도 없지만요.”
벌들의 상태를 한 번 확인하며 말을 한 다음, 그대로 의자를 꺼내 자리를 잡고 앉았다.
“평소에는 이 정도로 돌고나서, 뮤튜브나 아웃스타를 관리하는 편이예요. 저를 팔로우한 사람들을 아시겠지만, 주로 게시글이 올라오는 시간이 이 시간대죠?”
내 말에 시청자들 중 일부가 맞다며 호응을 해주었다.
나는 잠깐 뮤튜브와 아웃스타를 보며, 시청자들에게 이런저런 것들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뮤튜브를 볼 때는 댓글 중에서 내 마음에 든다거나, 웃긴 댓글들이 있으면 보여주었다. 그리고 아웃스타를 볼 때는 가장 먼저 DM 부분을 보여주었다.
수를 세는 것이 불가능할 정도로 가득한 DM을 보여주니 사람들이 놀랍다는 반응을 보였다.
“간혹 제가 DM에 답장을 안 준다고 불만이라는 분들이 계신 건 알아요. 근데, 이런 부분도 조금 생각해주셨으면 해요. 하나하나 다 확인할 수 없을 정도로 많거든요.”
그것도 모르는 사람이 있나- 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중간중간 오해해서 미안하다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렇게 뮤튜브와 SNS까지 확인을 하고 나니, 어느덧 시간이 점심 즈음이 되었다.
소은이는 유치원에서 맛있게 먹고올테니 나와 누나는 오랜만에 밖에서 외식을 하기로 했다. 근처 돈까스 집에서 잠깐의 먹방을 찍은 우리는 다시금 동물원으로 돌아왔고, 나는 소화를 위해 조금 움직이기로 했다.
바로, 개들을 산책시키기로 한 것이었다. 물론, 단순히 소화를 위한 선택인 것은 아니었다.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었다.
아무리 동물원에 풀어놓고 관람객들에게 사랑받는다곤 하지만, 녀석들에겐 우리 가족의 애정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내 능력에 장시간 영향을 받은만큼 똑똑했는데, 그 영향으로 녀석들은 관람객들이 잠시 스쳐지나가는 인연일 뿐이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평생을 함께할 우리 가족의 애정을 갈구하는 것이었다.
나는 곧바로 개들을 불러모았다. 소은이를 따라간 청호를 제외한 마루와 짜몽, 술빵이가 모였다. 나태는…… 불러봐야 널부러져 있을 게 뻔해서 부르지 않았다.
“자, 그럼 가볍게 산책을 해볼까요?”
[거짓말쟁이 님이 2만 원 후원!] [“가벼운 산책인데 왜 카메라맨이 왜 전동킥보드를 타고 있죠?”]“그거야 카메라가 흔들리면 안 되니까요?”
“보시면 알아요.”
내 말에 계속 의혹을 제기하는 한 시청자의 말에 나는 피식 웃음을 지어보였다.
그리고, 그대로 개들과 함께 달리기 시작했다. 빠르게 주변 풍경이 휙휙 지나가며, 바람이 얼굴을 때렸다.
“사장니이이이임-! 같이 가요오오오-!”
저 뒷편에서 카메라맨이 전동킥보드를 타며 소리치는 게 들렸지만, 나는 기분 좋게 달리는 것에 집중했다.
“쥔님! 좀만 더 빨리!”
“얌마, 그러면 짜몽이랑 술빵이는 못 따라와.”
중간에 마루가 더 빠른 속도를 요구했지만, 다른 두 녀석을 위해서라도 그 부탁은 들어줄 수가 없었다.
아무튼, 그렇게 카메라맨을 멀찍이 떨어트린 상태로 잠시동안 달리고 있으니 누군가가 옆에 따라붙었다.
“압빠! 모해?”
바로, 뽀니에 올라타서 우리의 속도에 맞추고 있는 소은이였다. 슬쩍 시계를 보니 소은이 하원 시간이 지난 상태였다.
벌써 시간이 이렇게 지났나- 생각을 한 나는, 산책을 마무리 했다.
개들도 충분히 만족한 것 같은 모습이었기에, 녀석들을 가볍게 쓸어주었다. 그러고 나니, 위이잉- 소리가 나며 카메라맨이 따라붙었다.
“사장님. 킥보드 이거 속도제한 풀린 걸로 좀 바꾸죠? 못 따라 가겠는데요…….”
[이게사람이야말이야 님이 3만 원 후원!] [“카메라가 흔들리는 이유가 최대속도로 달려서 그런거죠?”]나는 후원메시지에 어깨를 으쓱이고서는, 소은이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갔다.
가볍게 씻기고 옷을 갈아입혀주니, 소은이는 동물원 곳곳을 누비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런 소은이를 따라다니며 챙겨주는 것이 사실상 내 오후 일과의 전부였다.
그런데……. 어째 오전 일과보다 더 많은 시청자와, 더 많은 후원이 들어오는 느낌을 받게 되었다.
[채널 주인은 공주님이다!] [딸아, 이게 무슨 짓이냐. 채널을 계승하는 중임미다 압빠!] [캬! 소은이가 오니까 그림이 확 사네!]단순한 느낌이 아닌 것 같았지만, 어떻게든 평소와 똑같은 일상을 보내며 하루를 마무리 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