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and Duke of Powder Keg Empire Genius RAW novel - Chapter 167
167화 – 그래서 우리 이름 뭐임
다른 국가도 전부 그렇겠지만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도 대전쟁 이전과 이후가 너무나도 다른 국가였다.
대전쟁 이전 이중 제국은 약간은 무기력함과 혼란을 느끼고 있었다. 지배 민족이 다수를 차지하지도 못하는 불안하기 짝이 없는 국가.
그렇다고 제국 내의 소수 민족이 열렬하게 독립을 외치느냐면 그것도 아니었다.
“독립? 말은 좋지. 독립해서 뭐 할건데? 주권? 아하, 제국이 잘도 우리가 독립하는 것을 보겠다.”
“독립했다 치자. 남은 건 이탈리아, 독일, 러시아, 오스만이네? 그냥 제국이 낫지 않냐?”
현실적으로 독립은 너무나도 꿈같은 이야기였다. 안 그래도 독일이나 러시아가 하는 꼬락서니를 보라.
강력한 동화 정책으로 문화, 언어를 말살하려 드는데 무슨 놈의 독립이란 말인가.
독립하면 이 괴물 같은 놈들 사이에 살아남을 수 있겠는가? 그냥 제국 내에 남는 것이 마음이 편하다.
적어도 이중 제국은 문화, 언어 등을 찍어 누르지는 않으니까.
오스트리아와 사사건건 부딪친 헝가리조차 ‘독립은 좀…’이라고 여겼으니까.
이런 상황이니 제국 내의 소수민족은 제국의 틀 안에서 성과를 이루어 내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다민족 국가에서 얼마나 많은 목소리가 나오겠는가.
“우리에게도 주권을 주십시오! 우리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으십니까?!”
“헝가리 놈들 좀 어떻게 해주세요! 이 새끼들 독일이나 러시아랑 다른 게 없다고요! 으아아아악!”
“~!@*()!#$&*!(@#^&(~!”
“제발, 니들 말만 하지 마! 알아듣게 말하라고!”
“아무래도 민족으로 보면 러시아가 가까우니 친러시아를 표방하고 독일을 쳐내는 것이 좋지 않을까요?”
“그건 좀 아니라고 봅니다. 러시아와 제국은 발칸에서 충돌할 텐데 독일을 어떻게 쳐냅니까?”
“제발 세르비아 좀 어떻게 해보세요. 자꾸 자기들 밑으로 들어오라는 이상한 소리를 한다고요!”
“우리 이탈리아인들은 그냥 독립시켜 주세요. 우리가 왜 제국에 있어야 합니까?”
사람은 이기적인 동물이고, 모든 것을 자기 입장에서 생각하고 말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다민족 국가이기에 필히 거쳐 가야 할 시련이었다.
하지만 대전쟁이 터지면서 모든 것이 바뀌었다.
제국 내에서 자기 할 말을 하고, 민족적인 이득을 취하려는 사람들조차 하나로 뜻을 모았다.
결국 민족이 달라도 합스부르크 아래에서 오랫동안 있던 이들 아니던가.
그들도 제국의 일부였고, 많은 사람이 황제에게 충성했다.
종교, 문화, 민족, 언어가 달라도 신분을 넘어서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이라는 이름으로 싸웠다.
[근위대, 러시아 제국군을 전멸시키면서 대승리! 제국 역사에 길이 남을 업적이 기록되다!] [추풍낙엽처럼 쓰러지는 러시아 제국군! 근위대에 진군에 어떤 적도 그들을 막지 못하다!] [동부 전선에서 이어진 승전보! 제국 신민들이여 일어서라!] [제국의 공세를 전혀 막지 못한 러시아는 대후퇴를 감행!] [대공세에 러시아 제국은 광범위한 영토를 잃다!]그들은 보았다. 이중 제국보다 훨씬 체급이 큰 러시아 제국을 두들겨 패면서 밀어내는 것을.
그리고 선봉에 고귀한 황족과 근위대가 있음을 깨달았다.
“단결하시오! 우리가 하나로 뭉친다면 그 어떤 어려움도 이겨낼 수 있습니다!”
이 모습을 본 사람들은 외쳤다. 우리의 단결이 인류가 경험해 보지 못한 대전쟁을 끝내리라고.
그리고 그건 사실이었다.
[제국의 영웅 카를 대공, 남부 전선으로 이동!] [카를 대공과 불가리아 참전으로 남부 전선 종결!]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은 패배하지 않는다!]승전보는 끝없이 이어졌다. 제국을 향해 미친개처럼 짖어대던 세르비아도 순식간에 점령되었고, 불가리아와 눈치 보던 루마니아까지 제국의 편으로 참전했다.
여기까지겠는가? 제국은 영토를 점령하지 않고, 폴란드, 우크라이나를 독립시키고 제국의 편에서 싸우게 만들었다.
물론 제국도 위기가 찾아오긴 했다.
[이탈리아, 동맹을 깨고 기습 선전포고!] [영국, 프랑스, 일본, 이탈리아 연합 함대 아드리아해로 진입!] [이탈리아의 대공세 임박! 영국 원정군 이스트리아 반도에 상륙!]하지만 제국은 막아내었다. 불가리아와 오스만의 병력 지원과.
[카를 대공, 위험한 이탈리아 전선으로 이동! 소수의 병력으로 적의 대공세를 방어 중!] [카를 대공, ‘제일 위험한 곳은 합스부르크가 함께할 것이다.’]고귀한 핏줄을 중심으로 제국은 전쟁을 이겨내고 있었다.
미래의 황제가 될 이가 제일 선두에서 전쟁을 수행해 내고 있다!
후방에서도 전쟁에 관한 사진, 영상이 퍼졌고.
전쟁과 아무 상관이 없다고 여긴 지역도 전쟁의 뜨거운 맛을 보더니 단결을 외쳤다.
제국은 카를 대공을 중심으로 하나가 됐고.
[오스트리아-헝가리, 루마니아, 불가리아, 폴란드, 우크라이나의 동부 전선을 향한 대공세!] [제국의 공세를 버티지 못하고 차르가 붙잡히다! 동부 전선 종결!] [알프스-소차 대공세로 무너지는 이탈리아군!] [오스만을 지원한 제국군! 동맹국을 구원하다!] [서부 전선을 향한 공세! 결국 모든 전쟁이 끝나다!]제국은 보여주었다. 단결의 결과를.
전쟁을 오스트리아-헝가리가 끝냈음을 누가 부정하겠는가.
제국 신민들은 배웠다.
제국이 단결한다면 그 어떤 어려움도 이겨낼 수 있음과 우리는 하나라는 마음을.
민족, 문화, 언어? 그것은 사소한 것에 불과하다. 모든 게 달라도 제국 아래에 하나로 뭉치면 세계를 상대로 이길 수 있음을 보여주었으니까.
그리고 생각지도 못한 보상이 그들에게 돌아왔다.
-대오스트리아 합중국 개편안
이제 개편안의 방점을 찍을 순간이 왔다.
***
제국의 소수민족이 바라는 건 그리 많지 않았다. 오스트리아, 헝가리인들처럼 동등한 주권을 부여받아 국가 운영을 함께 참여하기만 하면 된다.
하지만 그게 쉬울 리는 없었다. 이기적인 인간이란 존재는 그들이 올라올 사다리를 걷어차서 소수만 특권을 유지하기를 원하니까.
요구사항이 많지 않아도 동등한 주권이란 것이 너무나도 어렵고, 멀기만 한 존재였다.
그 균열을 깬 건 합스부르크였다. 대전쟁으로 인한 위상 강화에 헝가리 정도는 충분히 찍어 누를 힘을 얻게 되었으니까.
시간이 걸릴만한 합의는 카를 대공이 단기간 내에 끝났고, 제국은 꽤 오랜 시간 동안 개편안을 준비했다.
개편안은 소수민족이 동등한 주권을 부여받기만 해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개편과 함께 미래를 위해 제국의 정부 조직부터 각 주의 교육, 사회, 경제 등 모든 것에 걸쳐 변화를 시도하는 개혁안이다.
이 변화를 불편하게 바라보는 사람도 있었다. 아무래도 사람은 변화 자체를 싫어하지 않던가.
“굳이 이렇게까지 해야 해? 조금 더 천천히 해도 되잖아?”
“나는 이 변화에 순응하지 못하고 밀려나는 것만 같아.”
하지만 희망적인 변화이며 제국의 경제가 소수의 불만을 찍어 눌러버렸다.
사람이 살아가는 데 중요한 건 많지만 절대 외면할 수 없는 것이 경제다.
솔직히 경제만 살아나면 어느 정도 문제점은 그냥 묻어버리거나 무시해도 단기간 내에는 아무 문제가 없을 정도가 아니던가.
제국의 경제는 너무나도 찬란하여 아직 20년대가 다 지나기도 전에 광란의 20년대라고 부를 정도였다.
국내 산업 변화, 발전, 성장에 힘입어 식민지 보유와 지중해 지배, 각종 자원지대와 눌려 있던 제국의 잠재력까지 터져나가면서 성장률은 그 어떤 국가보다 높은 수준을 계속 유지하고 있었다.
독일 제국이라도 감히 성장률과 체감에 한해서는 제국을 따라오지 못할 정도였으니까.
급격한 변화에 문제점이 발생해도 황제의 적절한 개입에 완만한 합의를 찾기도 했다.
이런 현상 때문에 새로 편입되었고, 제국에 제일 불만과 감정이 남아 있는 롬바르디아, 베네토도 불만의 목소리가 거의 없었다.
“이탈리아 북부는 전쟁에서 제일 가까운 곳이었어.”
“정말 많은 사람이 제국의 군대에 죽었어.”
“난 제국이 싫어.”
편입된 지역은 전장의 중심이었고, 그만큼 제국에 불만을 품고 있었다. 솔직히 말해서 소중한 이들을 잃었는데 어찌 좋아하겠는가.
그들이 먼저 기습 선전포고를 했어도 감정은 남아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그들도 인정할 건 인정했다. 먼저 공격한 건 이탈리아고, 제국은 전쟁이 끝나고도 그들을 핍박하거나 탄압하지 않았다.
강력한 동화 정책? 없었다. 그들이 제국의 법을 지키고, 황가에 대한 예의를 보이면 건드리지 않았다.
그렇다면 현실을 받아들여야 하지 않겠는가.
어차피 그들이 할 수 있는 게 없는 상황이고.
“살 사람은 살아야지. 죽은 사람을 위해 또 죽을 생각이야? 현실을 받아들여.”
“반란이라도 일으킬 거야? 난 못해. 전쟁을 목격했으면 제국과 싸울 생각은 절대 안 해.”
“황제가 밀라노에 왔을 때 봤어? 제국은 강대해. 이탈리아가 다시 뭉친다고 해도 안 돼.”
“결국 이탈리아는 수많은 공국과 국가로 찢어졌어. 포기해.”
머릿속 깊은 곳에 남아 있는 공포와 편입된 곳은 이탈리아의 산업 중심지였기에 제국에 편입되고 폭발하는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열심히 공장을 돌려야 했다.
덕분에 세계에 손꼽는 산업지대로 성장까지 한 롬바르디아와 베네토였다.
충분히 편의를 봐줘서 핵심 지역으로 부상했고, 먼저 선전포고한 그들에게 먼저 손을 내민 것이 제국 아니던가.
개편안은 그 누구보다 이제 막 편입된 이탈리아인들이 큰 이득을 얻는 개혁이다.
늦게 합류하고, 전쟁까지 한 이탈리아 지역을 제국 내에서 동등하게 인정해 주겠다는데 누가 거절한단 말인가.
경제 핵심지역 중 하나이며 제국 내에서 3번째로 많은 인구를 차지한 것이 이탈리아인이니 제국 내에서 목소리도 커질 터.
합스부르크에 원한이 있던 폴란드인조차 제국의 지배에 긍정적이었는데 이탈리아라고 다를 것 같은가.
그리고 무엇보다 편입된 지역에서 정치인을 꿈꾸는 이들이 이탈리아인들을 이끌었다.
“먼저 선전포고한 과거? 그것을 씻어내려 한다면 지금이 기회입니다. 개편안을 행하려는 폐하를 지지해야 합니다!”
“단결과 통합! 그것이 우리가 외쳐야 할 구호입니다!”
어, 맞아맞아 놀랍지만 그건 사실이야. 우리는 이탈리아의 중심이 되어 오스트리아-헝가리에 선전포고했어.
하지만 개편안을 지지해서 황제 폐하의 관심을 받았어.
그럼 된 거 아니야?
아니라고? 너희들 제국을 분열시키려는 빨갱이니?
라는 기적의 논리로 무장한 이탈리아인들은 제국 내에서 황가에 충성하고 지지를 보내는 핵심 지역으로 급부상했다.
편입된 지역과 원래부터 충성한 지역까지 합치니 제국은 거의 한뜻으로 뭉친 것만 같았고, 개편안은 아무런 방해 없이 진행될 수 있었다.
개편안의 핵심인 보통 선거는.
코앞으로 다가왔다.
***
“명심해야 한다! 모든 지역의 사람들이 투표할 수 있어야 해!”
“너무 험한 곳은 어떻게 합니까? 소수를 위해서 더 많은 사람이 동원되어야 합니다.”
“불안하면 군대라도 붙여서 보내. 폐하께서 보장하는 투표권은 모든 유권자가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
제국은 무척 분주하다. 소련이 고개 숙이고 배상금을 물겠다며 물러났을 때 우린 개편안을 계속 진행해야 하지 않겠는가.
개편안의 핵심은 바로 보통 선거다. 그들이 말하던 주권이란 것이 보통 선거로 이루어지지 않겠는가.
자기들의 손으로 직접 대표를 뽑고, 각 주의 책임자가 되는 것. 그래야 우리가 구상한 제국 연방정부가 만들어진다.
제국은 개편안을 준비할 때 당연히 연방제를 선택했다. 연방국가야말로 다민족의 언어, 문화 정체성을 살려서 만족시키고 갈등을 해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제국 신민들은 자기들의 주권만 외치지 않았다.
그들은.
“결국 제국의 중심은 황가가 되어야 한다.”
이건 당연한 소리였다. 우리도 황가 혹은 황제가 가진 권한 전부를 내려놓을 생각이 없었다.
대전쟁까지 이겨놓고 ‘우린 이제 입헌군주제처럼 뒷짐 지고 아무것도 안 할게요~’라고 할 리가 있겠는가.
이건 우리도 바라지 않았고, 제국 신민들도 바라지 않은 일이었다.
솔직히 말해서 내가 여기까지 어떻게 왔는데 허수아비처럼 있어야 한단 말인가.
미래에 그게 옳은 일이라도 당장은 아니다.
국민도 마찬가지.
“왜 우리가 뭣도 없는 정치인이 전부 하는 것을 바라봐야 해?”
“민주? 좆까. 대전쟁에서 제일 앞에서 우릴 이끈 사람은 누구였어?”
“그 대단하신 민주주의 국가는 다 개처럼 두들겨 맞고 쭈그러들었는데? 우리가 더 위대한 거 아님?”
“에잉, 고얀놈 같으니라고. 황제 폐하께서 있으신데!”
인류가 경험하지 못한 대전쟁의 영향은 무척이나 컸다.
내가 이런 소리 들으려고 진짜 뭐 빠지게 열심히 했다.
그들의 주권, 그리고 황제 중심의 제국 연방정부야말로 그들이 원하는 것이었다.
그들은 주권을 얻고 그들의 대표자가 황제 폐하께 목소리를 전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만족하고 있었다.
갑자기 영국처럼 변하는 건 말이 안 되는 시나리오긴 하다.
당연히 황제 본인은 강한 권한과 국가 요직에 사람을 앉힐 수 있다.
나를 돕기 위해 행정부를 구성할 총리와 여러 직위.
하지만 생각보다 난 여유로웠다. 제국이 개편안 준비를 하루 이틀 한 것도 아닌데 고민될 게 있나.
총리도 이미 내 머릿속에 내정자가 있고, 행정부는 그 총리에 맡길 생각이다.
다른 자리도 이미 정해둔 게 있으니 내가 해야할 건 선거가 무사히 끝나길 기도하는 것뿐이었다.
“폐하, 결정하지 못한 것이 있습니다.”
뭐지?
“거창하고 긴 국호를 어떻게 불러야 할지 아직 결정하지 못했사옵니다.”
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