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and Duke of Powder Keg Empire Genius RAW novel - Chapter 168
168화 – 내가 왔다
이름이라는 건 정말 중요하다. 게임에서도 캐릭터 이름 짓기 위해 골머리를 썩이는 게이머는 많지 않은가.
오죽하면 게임할 때보다 닉네임 짓는 일을 더 오래 붙잡는 유저까지 있는 판국.
떠오른 것이 없어서 인터넷에 검색도 해보고 별의별 수를 다 쓰는 사람까지 정말 많다.
물론 종종 ‘그냥 대충 지어!’라고 하는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에게는 이름은 너무나도 중요했다.
내가 열심히 게임을 할 캐릭터의 이름인데 어떻게 대충 지어? 너 싸패야?
그게 일개 캐릭터가 아닌 한 국가의 국명이 되면 당연히 그 중요성이 훨씬 커진다.
미국이라는 나라도 국호에 고민이 많았다. 식민지라 불리다가 이름을 정해야 했다.
당연히 그들이 살아갈 나라의 국호는 낭만 있으면서 멋지고 근본 있어야 했다.
“당연히 멋져야 해! 우린 스스로의 힘으로 독립을 이루어 낸 국가니까!”
역사는 짧아도 자부심하면 어디 가서 밀리지 않는 것이 미국인 아니던가.
결국 어떤 의견도 호응을 얻지 못해 애매하게 아메리카 합중국이 되지만.
아무튼 한 번쯤은 깊이 고민할 정도로 중요한 일이 국호다.
국호를 생각하니 머리가 아프다.
사실, 선거가 마무리되면 사용할 정식 국호는 정해져 있다. 원래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정식 국호는 ‘국가협의회에 대표된 왕국들과 영토들 및 신성 헝가리의 성 이슈트반 왕관령’이다.
당연히 이번에 바뀔 국호도 이렇게 거창하면서 훨씬 더 길다. 다민족 국가를 하나의 단어로 뭉뚱그리기에는 너무 힘들었으니 길어질 수밖에.
일반적인 상황에서는 국명이 너무 길어서 칭하기에는 불편하기 때문에 대부분 약칭을 많이 쓴다. 오스트리아-헝가리라고 불린 것처럼.
사실, 이것도 익숙하지 않아서 외국에서는 그냥 오스트리아라고 퉁쳐버리지만.
아무튼 문제는 바뀐 국가의 약칭을 뭐라고 불러야 할지 정해놓은 게 없었다.
사실, 이건 우리가 정한다고 그렇게 불러준다는 보장이 없긴 하지만 그래도 우리가 먼저 제시하는 것이 낫다.
괜히 뜻하지 않게 이상하게 붙어버리면 좋을 게 없으니까.
내 가슴속에서는 아무래도 낭만 때문인지 임시 명칭인 대오스트리아 합중국이 강하게 끌리고 있다.
하지만 이건 현실적으로는 되기에는 어려운 이름이다. 수많은 민족을 포용해야 할 국가가 오스트리아라는 이름을 그대로 쓰기에는 아무래도 조금 그렇지 않나.
물론 내가 하자고 하면 전부 그러려니 받아들일 것이다. 오스트리아라는 이름이 뒤떨어지는 것도 아니니까.
제국 신민 다수는 지금 국명보다는 자기들이 얻은 주권만으로도 만족하고 있다.
황제 폐하께서 정했다? 그렇다면 알아듣고 물러나리라.
하지만 미래를 생각한다면 수많은 민족을 끌어안을 수 있는 새로운 이름을 정하는 것이 맞다. 미래에는 반드시 국명으로 말이 나올 테니까.
그런 꼴을 보느리 미리미리 정해두는 것이 옳지 않겠는가.
머릿속에는 몇 가지 이름이 떠오르지만 이것도 모든 민족을 아우를 수가 없었다.
이 빌어먹을 국가는 언제나 이 모양이다. 뭔 공통점이 하나도 없어.
독일계, 헝가리계, 체코계, 슬로바키아계, 폴란드계, 우크라이나계, 루마니아계, 이탈리아계, 슬로베니아계, 크로아티아계, 세르비아계 등등.
이들을 묶을 좋은 이름이 생각나지 않는다.
답답한 마음에 고개를 들어 집무실을 쓱 훑어보았다.
눈이 마주친 보좌관들은 땀을 흘리며 어색한 미소를 지어보았다.
몇 번 이들과 회의를 가져서 생각해 봤지만 딱히 좋은 국명이 떠오르지 않았다.
“우리끼리 힘들다면 도움을 받아야겠지.”
“도움. 말씀이십니까?”
선거가 멀지 않았다. 제국에서 머리 좀 쓰고, 야망 좀 있다는 사람들이 뽑힐 테니 한꺼번에 모아서 머리를 맞대면 좋은 수가 나올 터.
전 국민의 투표? 그건 너무 행정력과 비용 낭비라 그리 끌리는 방법은 아니다.
이번 선거만 해도 골이 깨지는데 또 국명으로 투표하면 좀 그렇지.
제국의 공무원들부터 과로사로 죽어 나갈 것이다.
“폐하, 약속 시간이 되었습니다.”
막내 보좌관 요시프 브로즈가 일정을 전해줬다.
오늘 약속 상대는 매우 중요하다. 합중국의 총리 자리에 임명할 사람이니까.
“자네도 함께하지.”
“예?”
요시프 브로즈가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 눈을 깜빡인다.
지금은 몰라도 된다. 어차피 나중에 알게 될 테니까.
직접 보고 많이 배워둬. 나중에 네가 할 일이니까.
***
대타협을 지지했던 헝가리 정치인이자 총리까지 역임했던 티서 이슈트반.
그에게는 인생의 터닝 포인트가 될 기회가 왔다.
-합중국의 총리가 되어보지 않겠소?
얼마 전에 만난 황제 폐하의 권유. 제국의 총리 임명 권한은 당연히 황제에게 있다.
황제가 존재하는 제국은 당연히 황제의 의중이 제일 중요하니 총리도 걸맞은 사람이 앉아야 하지 않겠는가.
황제와 행정부의 책임자가 따로 놀면 그게 국가인가? 애들 소꿉놀이지.
하지만 그것이 자신이라는 사실이 놀랍기만 했다. 아무리 대타협을 지지했다지만 그는 엄연히 헝가리 이익을 대변했던 정치인이다.
당연히 제국의 수많은 민족을 중재하면서 행정부를 꾸려갈 총리에 걸맞지 않다고 여겼는데 이렇게 기회가 온다고?
특히 헝가리는 수많은 소수민족을 박해하고 강하게 탄압했다. 당연히 일부에서는 반발이 일어날 거라 예상한다.
‘쓸데없는 고민이지.’
그걸 황제 폐하께서 모르겠는가? 전부 감안하고 권유한 게 분명하다.
그리고 이건 최근 헝가리 내에서 왕따 비슷하게 당한 티서 이슈트반에게 큰 기회였다.
초창기에는 개편안 소리가 나왔다 하면 ‘우린 절대 참지 않겠습니다!’라고 으르렁거렸지만 헝가리 정치인들을 배신하고 황제 폐하와 작당하여 개편안에 힘을 보태지 않았는가.
물론 지금이야 좋게 끝났다지만 원래 내부 고발자나 배신자에게 붙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암살 위협까지 시달렸으니 그의 자리는 생각보다 위태로웠다.
그는 숨을 몇 번 크게 들이쉬고 폐하께서 계시는 호프부르크에 발을 내디뎠다.
답을 주기 위한 식사 자리. 의자에 앉은 티서 이슈트반은 자기 옆에 앉은 사람을 바라보았다.
이름은 잘 기억나지 않지만, 본 기억이 있다. 폐하의 보좌관 중 하나라고 알고 있다.
그의 얼굴은 새하얗게 질려 있었으며 눈은 뺑뺑 돌아가고 있었다.
그야 그럴 터.
보좌관이라 폐하와 식사 자리를 못 해본 건 아닐 것이다. 하지만 이런 자리는 처음이지 않겠는가.
황후 폐하, 황태자 전하와 황자들께서 있는데 평범하게 행동할 수 있을 리가 없지.
아마도 무엇을 먹어도 맛도 제대로 느끼지 못할 것이다. 분명 체해서 한동안 고생하지 않겠는가.
그래도 이건 그에게 있어서 엄청난 행운일 것이다. 황제 일가와 자신이 있는 자리에 참석했다는 건 황제가 그에게 큰 신뢰를 보내주고 있다는 뜻이니까.
“고민해 보았소?”
오토 황태자와 눈이 마주쳐 빙긋 웃어주고 황제를 바라봤다.
카를 1세. 어렸을 때 본 기억이 있는데 이제 제국의 적합한 황제가 될 줄이야.
하긴 원래부터 비범했던 인물이다. 대전쟁 이후에는 비범하다는 말도 쓰지 못할 정도의 사람이 되었지만.
티서 이슈트반은 이미 마음의 결정을 내렸고, 입을 열었다.
“아무래도 제 출신이 폐하께 누를 끼치지 않겠습니까.”
이미 다 감안하고 권유하신 거겠지만, 아무리 그래도 신하 된 이가 덥석 물어버리면 안 된다.
‘총리요? 당근빳따죠! 바로 하겠습니다!’라고 하는 것보다 조심스럽게 ‘제가 이런 사람인데 괜찮을까요?’라고 허락을 구하는 모습이 바람직하다.
“황가는 개편안을 단행했는데 신민들도 이 정도는 받아들여 주어야 하지 않겠소?”
티서 이슈트반은 빙그레 웃었다. 황제와 그는 사적인 친분이 거의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
몇 가지 단점이 있음에도 총리로 밀어붙인다는 건 그만큼 능력 하나는 신뢰한다는 뜻 아닌가.
그 능력이 바닥나면 곧바로 내치겠지만, 황제는 미래를 바라보고 측근이 아닌 그를 선택했다.
이렇다면 어찌 신하 된 이로써 거부하겠는가. 티서 이슈트반은 총리직을 받아들였다.
“지금처럼 평화가 계속 이어질 리는 없소.”
티서 이슈트반이 총리직을 받아들이자 더 진지한 이야기가 오갔다.
앞으로 총리가 된 그가 행정부를 어떻게 이끌고 나가야 한다는 이야기? 그건 아마추어에게나 필요한 일.
경험 많은 티서 이슈트반한테 필요가 없는 이야기다. 그 정도 눈치도 없겠는가.
황제와 그는 더 미래를 내다보고 이야기했다.
“세상에 천년 제국은 없소. 독일도 지금 상태를 유지하는 건 쉽지 않을 터.”
티서 이슈트반은 침을 꼴깍 삼켰다. 위대한 로마도 영원하지 않았고, 독일 제국도 마찬가지리라.
독일은 생각보다 무리하고 있다. 지금은 괜찮아도 균형이 깨지는 일이 발생하면 반드시 독일은 흔들릴 것이고 세계도 같이 흔들릴 터.
그렇다면 제국이 나아가야 할 미래는 무엇이겠는가.
독일이 패권을 내려놓을 때. 그때야말로 제국이 앞서나가야 할 순간이다.
독일 제국을 적대한다는 것이 아니다. 그들이 스스로 쓰러졌을 때 치고 나간다는 뜻이지.
2등 하다가 1등 정도는 노려봐도 되지 않겠는가.
제국이 왜 지금까지 내부 안정과 내실에 집중했는데? 다 이럴 때를 위해서였다.
더 나은 국가가 되기 위하여.
그럴 때를 대비하여 황제와 티서 이슈트반은 제국의 성장을 절대 멈추게 해서는 안 된다.
그만큼 제국은 중요한 시기다.
그리고 이런 대화는 티서 이슈트반에 큰 동기부여를 선사해 주었다.
자기 손으로 국가가 인류 유일의 초강대국이 되는 것에 손을 보탠다는 뜻이니까.
“폐하, 믿고 맡겨만 주십시오. 그 꿈을 이루는 날까지 전력을 다하겠나이다.”
티서 이슈트반의 눈동자는 활활 불타고 있었다.
***
선거. 허리 꼿꼿한 귀족이나 부유한 사람이라도 정치에 관심이 있고, 그 위를 노리는 사람이라면 이때 허리가 종이처럼 쉽게 쉽게 접히게 된다.
황제 폐하가 임명하는 보직이 아닌 이상 정치적으로 높이 올라가려면 이제 제국에서도 다수의 선택을 받을 때가 됐다.
예전과는 다르다. 과거에도 이런 과정이 있었어도 정작 의회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이제 주의회는 막강한 권한을 가지게 되어 운영할 터. 당연히 예전부터 기득권이었던 자들은 눈이 돌아가지 않겠는가.
선거라는 것을 거쳐야 하지만 뽑힌다면 더 큰 힘을 얻게 될 텐데!
제국은 라디오가 흔하게 보이는 국가지만, 결국 중요한 건 직접 모습을 드러내는 일이다.
허리 꼿꼿한 이들이 거리로 나와 유권자를 직접 만나서 설득해야 하지 않겠는가.
어딘가에 처박혀 있으면 표가 들어오겠는가?
“우리는 세계의 다른 민족들과 동등하지 않습니다!”
오스트리아의 한 거리에는 열렬히 호소하고 있는 한 사람이 외친다.
그는 제국에서 흔히 맛볼 수 없는 개성을 가진 사람이었다.
제국 선거의 유세는 대부분 비슷하다. 뽑힌다면 주의 사람들을 위해 혹은 국민을 위해 무엇을 하겠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눈앞에 있는 이는 좀 달랐다. 하지 말라는 건 전부 하자는 탄 맛이 느껴질 정도로 극단적인 말이 많았으니까.
“제국이! 그리고 우리가 해 온 것이 무엇입니까? 오늘날 우리는 가장 강력한 전함을 보유하고 있으며 제국의 모든 사람은 매일 밤 라디오를 듣고 있습니다!”
그는 사실을 말하며 묘하게 민족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언급했다.
“으음. 맞는 말이야. 솔직히 우리가 좀 위대한 민족이긴 해.”
이런 탄 맛 나는 이에게 평범한 제국 신민이라면 가까워지지 않는다.
왜? 황가는 항상 제국의 단결과 화합을 외쳐왔으니까.
당연히 다수의 정치인은 황가가 만들어 놓은 가이드라인을 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 뜻을 곡해하고 비틀어 사람의 관심을 모으는 사람은 소수나마 있었다.
영웅은 영웅을 알아보고, 꼴통은 꼴통을 알아보는 법.
모두가 하지 않는 길을 걷는 아돌프 히틀러는 생각보다 많은 수의 사람에게 주목받았다.
제국 전체는 물론 오스트리아 내에서도 많다고 여길 수는 아니지만, 활동한 지 얼마 안 된 그를 생각하면 이 정도는 꽤 어마어마한 성과다.
그가 처음부터 주지사라도 되려고 하는 건 아니지 않은가.
지금부터 차근차근 올라가면 되는 일이다.
‘폐하께서 날 기다리신다!’
아암. 아무래도 제국의 현실 때문에 황가의 권한이 조금 줄었지 않은가.
그래도 덕분에 선거로 그가 위로 올라갈 수 있는 길이 열렸다.
‘후에는 내가 총리가 되어 폐하를 보필하리라!’
아돌프 히틀러.
그는 꼴통들의 선택을 받아 아슬아슬하게 제국 연방의회 하원의원으로 선택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