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uid RAW novel - Chapter 132
0131 경호팀 면접(2)
지원자들을 동물원으로 불러들인 나는, 가볍게 인원 체크를 했다.
약 백여 명 가량이 지원했는데 불참한 인원은 하나도 없었다. 나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인원들을 분류하기 시작했다.
팀장급과, 사원급으로 나누듯이 나눈 것이었다. 두 부류가 하는 일이 조금 다를 예정이다보니 구분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렇게 구분을 한 다음의 나는 사원급의 실력 테스트를 먼저 진행하기로 했다.
“사원급 지원자분들은 이쪽으로 모여주세요. 팀장급은 잠시 대기하시고요!”
내 말에 대다수의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 내게 다가왔다.
나는 그런 이들을 이끌고 동물들의 우리를 돌기 시작했다. 동물들을 이길 실력을 가진 사람들 위주로 채용하기로 했으니, 그 동물들과 직접적인 대결을 해야하기 때문이다.
시작은 가장 많은 이들이 선택한 사슴이었다. 우리 동물원의 소형을 제외한 동물들 가운데 가장 만만한 녀석이 사슴이었기 때문이다.
순하고 당근을 가진 사람들에게 엉겨붙는 녀석이었기에, 아이들에게 특히나 인기가 많은 녀석이었다. 그만큼 이기기 쉬울 것이라 생각한 사람들이 많았다.
“일단……. 육체 관련된 초능력을 보유하지 않은 분들은 앞으로 나와주세요.”
내 말에 수십여 명의 사람들 중 움직이는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 애초에 관련 초능력을 보유하지 않은 사람들은 거들떠보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높은 수준의 보수도 약속했고, 우리 가족의 안전을 담당할 이들이다보니 초능력을 보유한 사람들로 기준을 정했었다.
사실대로 말하자면 육체에 영향을 끼치는 초능력이 없다면 우리 동물원의 동물들을 이길 가능성 자체가 애초부터 전혀 없었다.
아무튼, 초능력을 보유하지 않은 사람이 없다는 것을 확인한 나는 사슴을 상대하겠다는 이들에게 헬멧을 하나씩 지급해주었다.
“헬멧은 왜 쓰는 겁니까?”
“혹시 다치더라도 심하게 다치면 안 되잖아요?”
“아, 예…….”
내 말에 지원자들이 조금 떨떠름한 모습을 보였다. 명색이 육체 계열 초능력자인데, 사슴하나 못 이기겠냐는 모습이었다. 어떻게 보면, 사슴에게 다칠 것 같냐고 무시당했다고 느끼는 것 같기도 했다.
하지만 내 지시를 거부할 생각은 없던 건지, 그들은 대충 머리에 헬멧을 쓰고 대기했다.
“그럼 이름순으로 호명하겠습니다. 처음은 기둑배님.”
“예.”
“일단, 기둑배님 뿐만 아니라 다른 분들에게도 드리는 말인데…… 이건 실력을 보기 위한 테스트입니다. 동물들도 여러분을 다치게 하지는 않을 거예요. 그러니, 여러분들도 실력을 보여주는 선에서 끝내주시면 됩니다. 동물들을 해치는 게 목적이 아니에요.”
내 말에 지원자들이 고개를 끄덕이거나 큰 소리로 대답했다.
주의사항을 알려준 나는, 곧바로 사슴과 기둑배의 대결을 진행했다.
가볍게 마주보게 된 두 사람…… 아니, 한 사람과 한 마리의 사슴은 서로 고개를 꾸벅 숙였다. 그리고, 그것이 신호라는 듯, 둘 모두 서로에게 달려들었다.
“컥!”
하지만, 그 둘이 부딪히는 것과 동시에 기둑배가 짤막한 비명과 함께 나가떨어졌다.
사슴이 몸을 들어올려, 앞발로 헬멧을 내려친 탓이었다. 순간 머리에 강한 충격이 가해지니 그대로 기절한 것이었다.
“히익! 주, 죽었어!”
“안 죽었습니다.”
나는 놀란 듯한 다른 지원자들의 말을 가볍게 반박하고서, 널부러져 있는 기둑배를 일깨웠다. 사슴이 진심으로 공격한 것이 아니었기에, 몇 번 흔드는 것만으로도 정신을 차렸다.
“정신이 좀 들어요?”
“어떻게…… 된 겁니까?”
“사슴의 앞발 내려찍기에 머리를 맞으셨어요.”
그에게서 벗겨낸 헬멧을 보여주니 그의 얼굴에 화들짝 놀란 표정이 지어졌다. 헬멧에 사슴 발굽 모양으로 움푹 파인 부분이 생겼기 때문이다.
나는 그를 일으켜세워주며 다시금 헬멧을 건네주었다.
“재도전은 가능해요. 다시 도전할 생각이 있나요?”
“……예! 대신, 장비를 조금 써도 괜찮겠습니까?”
조금 두려워하는 기색이 없진 않았지만, 기둑배는 용기를 갖고 다시금 도전했다.
그는 단단한 삼단봉을 하나 꺼내더니, 그것을 들고 다시금 사슴과 대치했다.
조금 전 사슴의 공격을 직접 받아본 경험이 있기 때문인지, 그는 조심스레 접근하더니 또 다시 앞발을 날리려는 사슴에게로 파고들었다.
내려찍히는 발굽을 삼단봉의 단단한 부분으로 정확히 막아내더니, 빈틈을 노려 사슴의 뒷다리를 걷어차버렸다.
순식간에 중심을 잃고, 털썩 쓰러진 사슴에게 올라탄 기둑배는 삼단봉으로 녀석의 목을 조르듯이 감쌌다. 실제로 목이 졸릴 정도는 아니었지만, 사슴은 제 패배를 직감했다는 듯이 반항을 하지 않았다.
“좋습니다. 그럼 다음 분으로 넘어가죠. 김달학님.”
사슴을 제압한 기둑배를 시작으로, 다른 사람들도 한 명씩 대련을 치루기 시작했다. 물론, 기둑배가 헬멧이 움푹 파질 정도의 충격을 받고 잠깐 기절하는 것을 본 사람들 중 몇몇이 기권하고 도망치는 일이 있긴 했지만, 한 명씩 대련을 이어갔다.
절반 정도는 사슴을 상대로 우위를 점했고, 남은 절반 가운데에서 절반은 가까스로 사슴을 이길 수 있었다. 남은 이들은 결판이 나지 않거나, 패배한 이들이었다.
“내가 사슴한테 지다니……!”
근육이 장난아니게 두터운 한 남자가 바닥에 널부러져서 현실도피를 하다가 털레털레 귀가하는 모습이 보여졌다.
하지만 나는 크게 관심을 갖지 않고, 다음 대련으로 넘어갔다.
“이번에는 원숭이입니다.”
이번 대련의 주인공은 원숭이였다. 요즘 풍선아트 직원과 듀오를 짜서 풍선아트를 하고 다니는 원숭이였는데, 그 탓에 쉽다고 보는 듯했다.
물론, 우리 동물원의 동물답게, 결코 나약한 녀석이 아니었다.
“악, 악! 따가워! 그, 그만!”
어디서 가져온 건지 모를, 얇은 나뭇가지 하나를 쥔 원숭이는 자신을 잡으려는 도전자들을 가볍게 피해내며 농락하고 있었다. 나뭇가지를 회초리로 이용해 온 몸을 타격하는 것이었다.
심지어 옷이나 보호구로 감싸진 곳이 아닌, 목덜미나 발목, 손목 같은 곳을 집요하게 노리며 타격했기에 도전자들은 회초리를 맞는 느낌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잠시동안 도전자들을 따끔하게 교육시키는 원숭이와의 대련이 이어졌다. 그리고, 수 많은 이들의 몸에 회초리 자국을 만들어낸 원숭이는 무척 흡족하다는 얼굴로 바나나를 까먹기 시작했다.
끽끽, 비웃듯 소리를 내며 웃는 원숭이의 모습에 도전자들 일부가 분하다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계속 회초리나 맞다가 다가가지도 못한 이들이었으니 분한 것이었다.
그런 그들에게 다시금 기회를 주었으나, 딱히 달라질 것은 없었다. 아주 재빠른 움직임으로 주변의 가로등같은 지형지물까지 이용하며 피하는 원숭이를 잡기란 무척 힘든 일이었다.
“자……. 원숭이는 이렇게 마무리하고, 다음은 왈라비입니다.”
나는 구석에서 주머니, 즉 육아낭 속을 벅벅 긁어대고 있던 왈라비를 불러왔다.
또 다시 한 도전자와 왈라비의 대련이 시작되었다. 육아낭을 벅벅 긁어대던 왈라비는 깡총깡총, 귀여운 뜀걸음으로 도전자에게 다가가더니 갑자기 폴짝 뛰어올랐다.
“엇!”
도전자는 갑자기 뛰어올라, 제 멱살을 잡아채는 왈라비의 행동에 경악했다. 그러나, 이어진 왈라비의 행동에 그 뿐만 아니라 모두가 경악했다.
“쿠헉!”
도전자의 멱살을 붙잡은 왈라비는 그대로 잘 발달한 다리로 도전자를 밀어내듯이 걷어찼다. 마치 도전자를 발판삼아 뛰어오르듯이 걷어찬 것이었다.
그리고, 강력한 힘이 실린 그 발차기를 얻어맞게 된 도전자는 바닥을 몇 바퀴나 나뒹굴며 나가떨어졌다.
“…….”
캥거루보다도 많이 작은 왈라비라고 무시했던 이들은 그 모습을 보며 경악했다. 설마 겨우 왈라비가 그 정도의 힘을 낼 것이라곤 생각조차 하지 못했던 것이었다.
게다가, 이어진 왈라비의 티배깅. 패배한 이를 모욕하고 조롱하는 행동을 보며 더더욱 경악했다.
바닥에 나뒹굴며 나가떨어졌던 도전자의 머리통이 왈라비의 육아낭으로 쏙- 들어가는 것을 본 사람들은 왈라비와의 대련을 포기하기도 했다.
그래도 원숭이보다 더 재빠른 것은 아니었기에, 그 왈라비를 상대로 승리를 점하는 이들이 하나둘씩 나오기 시작했다.
평범한 동물들이 아니라고는 하지만 지금 도전하는 이들도 하나같이 육체 계열의 초능력을 보유하고 있는, 평범한 이들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근육의 힘이 더 강해지는 초능력, 몸 자체가 단단해지는 초능력, 충격을 흘려보내는 재주를 가지는 초능력 등 온갖 초능력으로 무장한 이들이었으니 가능한 일이었다.
그런 초능력을 가진 이들 중에서도 뛰어난 이들이 동물들을 상대로 승리를 따내기 시작했고, 어느덧 중형 동물들의 차례가 끝이나고 대형 동물의 차례가 다가왔다. 그것도, 하나같이 맹수류에 속하는 녀석들이었다.
“자……. 이제는 좀 맹수 축에 속하는 녀석들이 남았습니다. 시작은 가볍게 반달가슴곰으로 하죠. 아직 다 자란 녀석은 아니지만, 저희 동물원에 있는 녀석인 만큼 웬만한 성체보다 더 강한 힘을 가지고 있으니 조심하세요. 강인환님?”
“걱정 마십쇼.”
내 말에, 도전자가 한 걸음 앞으로 나오며 자신 있는 모습을 보였다. 다른 사람들보다 더 두꺼운 근육으로 보아, 힘 하나는 장난이 아닐 것 같았다.
그는 당당한 걸음으로 반달가슴곰의 앞으로 나섰다. 그 자신감 때문인지, 덩치가 반달가슴곰보다도 더 커다랗게 보일 정도였다.
“잘 부탁한다. 곰. 한 수 부탁하지.”
나와 다르게 동물과 대화를 할 수 있는 수단이 없음에도, 그는 가볍게 인사를 했다. 그리고, 그대로 곰의 멱살을 움켜쥐었다.
“오…….”
확실히 힘에 관련된 초능력을 보유하고 있던 건지, 도전자는 그대로 곰의 멱살을 움켜쥔 상태로 녀석을 넘겨버렸다. 마치 유도를 하듯이, 어깨에 살짝 걸친 다음 온 몸의 힘으로 넘긴 것이었다.
“이 정도면 충분해요.”
바닥에 넘어져서, 얼떨떨한 표정을 짓고 있는 반달가슴곰에게 다가가 다시금 엎어치려는 그를 말렸다.
나는 그를 꼭 뽑아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다음 도전자를 호출했다.
그리고 대형 동물들을 도전 상대로 지목한 만큼, 자신들의 실력에 자신이 있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들 대부분은 곰이나 호랑이 같은 동물들을 상대로도 밀리지 않는 모습을 보이며 승리해나갔다.
심지어, 강한 힘을 가진 코로 짓누르는 뿌우뿌우의 힘을 견뎌내는 여성 도전자가 있을 정도였다.
코끼리의 힘까지 버텨내는 이들이 나올 정도로 뛰어난 이들이 많이 있음을 확인한 나는, 남은 도전자들의 대련을 마무리하고 곧바로 채점에 들어갔다.
3마리 이상의 동물들을 상대로 승리하거나, 맹수 같은 동물들을 상대로 승리한 이들 위주로 뽑으니 거진 서른 명 가량이 남게 되었다.
경호팀이 많아서 나쁠 것은 없다는 생각으로 그들 모두를 채용하기로 결정한 나는, 탈락자들에게 나름대로 높은 금액대의 면접비를 주고서 되돌려보냈다. 수고비……라기 보단 치료비라는 느낌으로 주는 것이었다.
합격하진 못했어도, 높은 금액대의 면접비를 확인한 탈락자들은 나름대로 만족한 표정으로 되돌아갔다.
탈락자들을 돌려보낸 나는, 사원급이 아니라 팀장급으로 지원한 이들에게 시선을 돌렸다.
“자, 그럼 이제 팀장급의 실력 테스트를 한 번 볼까요?”
내 말에, 그저 뒤를 따라오며 대단한 것을 구경한다는 것처럼 리액션만 하던 이들이 바짝 긴장한 기색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들에게 요구하는 것은 사원급에게 요구하는 것과는 조금 달랐다.
“여러분들은 지금부터 합격한 이 분들과 팀을 짜게 될 겁니다. 경호의 방법이나 작전 등을 구상하실 분들이시니, 그 능력을 봐야겠죠. 합격자 분들과 팀을 구성하여, 제가 주는 미션을 클리어하시는 분들을 채용하겠습니다. 지금 바로 팀을 구성해주시죠.”
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팀장급으로 지원한 이들이 합격자들에게 접근했다. 뛰어난 실력을 보인 이들을 위주로 몰려들었지만, 어떻게든 모두가 그럭저럭 만족하는 팀이 완성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