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uid RAW novel - Chapter 147
0146 서바이벌 드림팀(1)
드루이드의 퀄리티를 보여준 이후로, 한동안 내 이야기가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다.
단순히 사람들이 즐기는 커뮤니티 같은 곳 뿐만 아니라, 학회 등의 커뮤니티도 뜨겁게 달구는 것이었다.
내 초능력의 범위가 어느 정도냐, 생물의 한계를 초월시킨다면 그 초월한 한계의 수준이 어떻게 될까- 하는 내용이 주를 이루는 것이었다.
꿀벌이 평범한 말벌도 아니고 장수말벌을 이기고, 개와 고양이가 코끼리와 기린을 이기는 모습 덕분이었다.
평범한 커뮤니티에서 주로 나오는 이야기는 하나였다. 내가 기르는 동물들이 과연 어떤 동물들까지 이길 수 있을까- 하는 것이 대부분인 것이었다.
[남캣이 기린 이겼는데 코끼리도 이길 수 있었을까? +812] [선사시대에 드루이드 있었으면 볼만했겠는데 +231] [신수의 둥지에서 인간이 1:1로 상대할 수 있는 동물은 토끼나 거위 정도다 +245] [청호 맨날 공주님만 졸졸 쫓아다녀서 쉽게 봤는데 ㅈㄴ 쎈 놈이었네 +311]평범한 커뮤니티에서 나오는 나나, 내 동물들의 이야기는 주로 재미나 흥미 같은 요소에 치중되어 있는 것이었다.
그러나, 동물에 관련된 학계의 커뮤니티에서 나오는 내 이야기는 꽤나 전문적이었다.
[드루이드의 초능력은 유전자 레벨에서 수정을 가하는 능력일까요?] [동물의 행동양식이 평범한 동물과 다른 건 대화가 가능하기 때문인지 조사하고 싶은데…….] [개가 코끼리를 이긴다면 동물마다 드루이드의 초능력이 적용되는 수준이 다르겠죠?]학계의 커뮤니티는 주로 지식적인 부분에 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오고 있었다. 심지어 단순하게 자기들끼리 이야기만하는 것이 아니라, 내게 동물들의 조사를 허락해달라는 요청까지 보낼 정도였다.
메일, 팩스, 전화로 부족해 직접 방문해서까지 요청하는 이들이 있는 상태였다.
그리고, 나는 지금 나를 찾아온 이 사람도 그런 사람들 중 하나라고 생각했다. 편견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공부를 잘 할 것 같은 느낌의 외모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 예상은 보기 좋게 틀렸다.
“안녕하세요. BBS의 예능국 소속 PD, 도인무입니다.”
나를 찾아온 사람은 국내 대형 방송사 중 하나인 BBS의 예능국 소속 PD였다. 하긴, BBS의 PD라면 고학력자긴 하지.
“그런데 BBS에서는 어쩐 일로 오셨어요?”
“드루이드님께 드리고 싶은 제안이 있는데, 단순히 메일이나 팩스로 전달하기 보다는 제가 직접 찾아뵙고 말씀드리는 것이 좋을 것 같아서 직접 찾아오게 되었네요.”
부드럽게 웃으며 말하는 PD의 모습에 고개를 끄덕인 나는 PD가 서류가방에서 꺼내는 몇 장의 종이들을 건네받았다.
[기획안 – 서바이벌 드림팀(가제)]“서바이벌 드림팀?”
“네. 지금 기획중인 프로그램입니다.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일회성 기획이죠.”
나는 곧바로 PD가 준 기획안의 내용을 확인했다.
가장 앞 장에 적힌 문구가 바로 내 시야에 들어왔다.
“무인도에 조난 되었을 때 필요한 초능력 TOP 5가 뭐죠?”
“저희가 자체적으로 조사한 내용입니다만, 만약 본인이 무인도에 조난되었을 때 꼭 필요할 것 같은 초능력의 순위입니다. 바로 뒷장을 보시면 순서가 나와 있습니다.”
PD의 말대로 종이를 한 장 넘기니 1부터 5까지 숫자가 적혀 있고, 그 뒤에 초능력의 종류가 적혀 있었다.
[1. 드루이드] [2. 건축 – 빠르고 튼튼한 건축물을 짓는 초능력] [3. 낚시 – 쉽게 월척을 낚는 초능력] [4. 탐색 – 사냥감과 과일등을 쉽게 찾는 초능력] [5. 손재주 – 각종 도구를 손쉽게 만드는 초능력]“……제가 1위네요?”
“네, 수환님께서 체육대회를 개최한 다음 변동이 있었죠. 원래는 건축이 1위고, 초능력 드루이드가 2위였거든요.”
기존에도 동물들을 부리고, 양봉이나 식물을 거대하게 키우는 것으로 2위에 안착해 있었다며 PD가 알려주었다.
괜히 내 초능력을 사람들이 높게 평가해준다는 것에 어깨가 으쓱여졌다.
나는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종이를 넘기며 내용을 읽었다.
서바이벌 드림팀이라는 기획안의 내용은 사람들이 뽑은, ‘무인도에 조난 되었을 때 필요한 초능력 TOP5’에 해당하는 초능력을 보유한 이들을 모아 생존기를 촬영한다는 것이었다.
다른 초능력들이야 찾고자 한다면 얼마든지 찾을 수 있지만, 드루이드라는 초능력은 전 세계에서 내가 유일했기에 먼저 찾아온 것이었다.
1위인 내가 참여하지 않으면 그 기획안 자체가 쓸모없는 것이 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1위가 빠진 TOP5라고 할 수는 없으니 말이다.
“그런데, 이 서바이벌이라는 건 어디서 진행하는 거죠?”
“지금으로서는 동남아쪽의 제도를 생각중입니다. 무인도에 조난이 되었다는 설정인 만큼, 실제 무인도에서 촬영을 할 예정이죠.”
“으흠…….”
기획안의 내용에, 나는 잠시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솔직히 끌리지 않는 건 아니지만 서바이벌이라는 것이 조금 걸렸기 때문이다. 예전에도 각종 생존 프로그램 같은 것들을 즐겨본 탓에 끌렸으나, 고생할 것이 훤했으니 망설여지는 것이었다.
결국, 나는 아무런 확답을 주지 못한 채 도인무 PD를 돌려보냈다. 꼭 좋은 답변 주길 바란다며 PD가 떠났다.
“수환아?”
그리고, 도인무 PD가 떠나가고 난 이후에도 기획안을 바라보며 고민하고 있으니 누나가 의아하다는 듯이 내게 다가왔다.
“왜 그러고 있어.”
“아니, 오랜만에 방송 출연 섭외가 들어왔거든? 근데 좀 고민이 돼서.”
“어떤 거길래?”
누나의 물음에 나는 도인무 PD가 남겨놓고 간 기획안을 주며 가볍게 설명을 해주었다.
“너는 어떻게 하고 싶은 거야?”
“글쎄. 하고는 싶은데, 뭔가 좀 고생할 거 같아서 말이지.”
내 말을 들은 누나는 갑자기 배시시 웃음 짓더니 뒤에서 나를 끌어안았다.
“네가? 난 네가 고생할 것 같진 않은데.”
“왜? 무인도잖아.”
“어차피 거기도 동물들이 있을 거 아냐. 무인도라고 해도 꽤 큰 곳에서 찍을 예정이라고 적혀 있는데? 그러면 어차피 힘든 건 다 걔들 시킬 거잖아?”
“그건 그렇……아.”
누나의 말에 나도 모르게 수긍해버렸다.
“너 솔직히 애들 많이 부려먹는 거 알지? 산책시켜주면서 유산소라도 하는 거 아니었으면 너 지금 살 좀 쪘을 걸.”
살이 쪘을 거라며 말한 누나가 내 배를 콕- 눌렀다. 딱히 배둘레햄이 있는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근육이 잘 잡힌 것도 아닌 배였다. 누나의 말 그대로 동물들의 산책같은 것을 하며 뛰어다니는 게 아니었으면 살이 쪘을 게 분명했다.
“그리고, 어차피 혼자가는 것도 아니니까 크게 고생하지는 않을 거 같아. 다들 초능력이 있는 사람들이잖아. 기획 의도를 보니까 서바이벌에서 고생하는 걸 찍는다기 보단, 서바이벌에 초능력이 얼마나 큰 영향을 주는 건지 찍으려는 거 같거든.”
아무튼, 그렇게 누나의 이야기를 들은 나는 한 번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건축 초능력을 가진 사람이 지은 집과, 낚시나 탐색 능력을 가진 이들이 가져온 음식을 먹는다면 솔직히 고생할 것 같지는 않았다. 게다가 위험한 야생동물이 있다고 해도, 내가 있으면 위험할 일도 없을 거고 말이다.
“가고 싶으면 다녀와. 예전에 그랬잖아, 서바이벌 한 번 정도는 해보고 싶다고. 정글의 생존 볼 때였나?”
“내가 가면 누나는? 심심할 거 아냐. 이동 시간 포함하면 거의 2주 가까이 될 건데.”
“나도 놀러가지 뭐. 안 그래도 친구들이 제주도나 놀러가자고 했는데. 소은이도 데리고 다녀오면 되겠다.”
“그게 목적이었구만.”
어쩐지, 쉽게 다녀오라고 하더라.
내가 빤히 바라보니, 누나가 배시시 웃으며 내 볼에 가볍게 입술을 부딪혔다.
“친구들이 이번에 꼭 가자고 했거든.”
“어휴, 그래. 다녀와.”
해맑게 웃으며 더 강하게 끌어안는 누나를 마주안아준 나는 곧바로 도인무 PD에게 연락을 해주었다.
[정말 감사합니다! 자세한 사항은 제가 곧 메일로 보내드리겠습니다!]왠지 휴대폰을 들고 허리를 꾸벅꾸벅 숙이고 있을 것 같은 도인무 PD의 감사 인사를 뒤로한 나는, 사전에 미리 이런저런 정보들을 수집하기 시작했다. 불피우기라던가 하는 것들을 말이다.
그리고, 촬영에 대한 미팅이라던가 하는 것들을 몇 번 진행한 이후, 어느정도 시간이 지났을 때 나는 출국을 하루 앞두게 되었다.
“나두 압빠랑 가구 시푼데.”
“아빠는 일하러 가는 거라서, 소은이를 데려갈 수가 없네. 어떡하지?”
“그럼 갠차나! 나눈, 엄마랑 놀다 오께!”
나를 2주간 보지 못한다는 것이 무척 아쉽긴 했지만, 그래도 엄마랑 놀러간다는 것 자체는 좋은지 소은이는 해맑은 웃음을 짓고 있었다.
포기가 참 빠른 그 모습에 아쉬움을 느끼며 소은이를 끌어안은 채 짐을 챙겼다.
PD가 조난 컨셉인 만큼 짐을 최소화 해달라고 한 상태라, 짐이 많지는 않았다. 몇 벌의 여벌 옷과, 만약 동물들을 만나면 거래의 대가로 쓸 수 있는 먹이같은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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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의 시작지라고 할 수 있는 공항으로 나가니, 이미 많은 수의 제작진들이 공항에 포진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곳에는 미리 기다리고 있던 다른 팀원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나를 제외하고 총 네 명의 팀원들이 있었는데, 두 명의 남자와 두 명의 여자가 있었다.
저마다 가슴팍에 명찰을 달고 있었다. 두 명의 남자는 각각 건축과 탐색이라는 명찰을 달고 있었고, 두 명의 여자는 각각 낚시와 손재주라는 명찰을 달고 있었다.
그들과 가볍게 인사를 주고받고 있으니, 어느새 다가온 도인무 PD가 출발할 시각임을 알려주었다.
“그럼 가시죠.”
우리는 PD의 인솔을 따라 비행기에 탑승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비행기가 날아올랐다.
비행기에서 함께 촬영할 팀원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시간을 보내니, 금세 비행기가 착륙했다. 하지만 그것은 이동의 시작이었다. 이후로도 경비행기나 버스, 배를 타고 장시간을 움직이고 나서야 촬영지인 거대한 무인도에 도착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