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uid RAW novel - Chapter 159
0158 드림팀
사고를 치며 엄마한테 크게 혼쭐이 난 소은이였지만, 소은이의 디지포켓을 향한 사랑은 식지 않았다.
내 어린 시절의 추억을 공유한다는 것이 무척 좋긴 했지만, 매일같이 뽀니를 타고 전광석화를 외치는 모습을 보니 괜히 보여줬나- 싶었다.
그래도 코뿔소에게 몸통박치기를 시켜 벽을 부순 것 같은 사고는 더 이상 치지 않는 것이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
덕분에 소은이가 동물들이 가진 힘을 제대로 파악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으니 마냥 나쁜 것은 아니라고 할 수 있었다.
다만 한 가지 문제라고 한다면, 소은이가 여러 동물들을 키우고 싶다고 조르는 것이었다.
애니메이션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캐릭터들이 현실의 동식물들을 모티브로 하고 있다보니, 소은이가 그 동물들을 키우고 싶어하는 것이었다.
특히 주인공 급이라고 볼 수 있는 노란전기쥐를 가장 좋아했는데, 어디서 잡았는지 모를 다람쥐 한 마리를 잡아서 데리고 다니는 중이었다.
해당 캐릭터가 다람쥐를 모티브로 했다는 소리를 해주니 동물원 주변의 나무를 타고 있던 야생 다람쥐를 유혹해서 잡은 것 같았다. 전기를 만들어내지 못하는 걸 아쉬워하지만 철꼬리나 전광석화를 가르칠 생각인 것 같았다.
“다른 애들은 스티커 모은다고 난리인데, 우리 딸은 동물을 모으려고 하네…….”
“나는 지금 네가 디지포켓을 소은이랑 같이 보는 걸 말렸어야 했나 싶어.”
“끙…….”
누나의 말에 머쓱해진 나는 머리를 긁적였다.
내가 머리를 긁으며 살짝 헝클어진 머리를 매만져준 누나는 부드럽게 웃어보였다.
“그래도 스티커 모으겠다고 먹지도 않을 빵을 사 모으는 것 보단 낫지 않을까? 우리가 동물원을 하고 있으니 동물을 더 키운다고 문제될 것도 없잖아.”
“그건 그렇지.”
먹지도 않을 걸 스티커 하나를 위해 사서 버리는 것 보다 동물들을 키우고 싶어하는 것이 더 낫다고 할 수 있었다.
“그러면 동물들을 얼마나 더 들일 거야?”
“글쎄. 일단 소은이가 원하는 동물들은 한 네 종류 정도 되는 것 같던데.”
소은이가 콕 찝어 노래를 부르던 동물들이 네 종류였다. 고릴라와 수달, 족제비. 그리고 천산갑이었다.
“고릴라나 수달 같은 애들이 모티브인 캐릭터가 있었나? 천산갑은…… 하나 알것 같긴 한데.”
“있긴 있어. 드럼치는 고릴라 하나. 수달이랑 족제비야, 귀여운 외모의 동물들이니 몇 개 있는 편이고. 주연이 아니라 잠깐 스쳐지나간 캐릭터지만.”
“아, 본 것 같긴 해. 목도리처럼 있는 족제비 같이 생긴 애들 말야.”
“맞아. 왜 자꾸 목도리로 쓰는 건진 모르겠지만.”
과거에는 족제비 가죽으로 목도리를 만들었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족제비들은 주로 목에 감겨 있는 캐릭터로 나오는 경우가 많았다.
어쨌거나, 소은이가 원하는 동물들이 어느정도인지 알게 된 누나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 정도면 그냥 데려오자. 아직 동물원에 자리가 좀 남아 있잖아?”
뭘 만들지 몰라 빈 공간으로 남겨두고 있는 곳이 있음을 말하며 데려오자는 누나의 말에 나도 수긍했다.
고릴라는 따로 사육장을 만들어야겠지만, 수달과 족제비나 천산갑 같은 경우에는 약간의 교육만으로 풀어놓을 수 있으니 공간도 많이 필요하지 않았다.
“그래, 이 참에 소은이 소원도 이뤄줄 겸, 동물들을 좀 더 데려오지 뭐.”
나는 소은이가 꼬옥 원한다고 하는 동물들을 동물원에 데려오기로 마음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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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은이가 원하던 총 네 종류의 동물들 가운데 가장 먼저 동물원에 합류한 것은 족제비 한 가족이었다.
총 네 마리의 족제비들이었는데, 서식지 파괴로 인해 도심지에 나타났다가 소방관들에게 생포된 녀석들이었다. 야생동물 보호 등으로 골치를 썩이던 녀석들이었는데, 내가 족제비를 구한다는 소리를 어디서 들었는지는 몰라도 우리 동물원에 냅다 맡겨버린 것이었다.
사람들을 공격하지 말고 다른 동물들과 사이 좋게 지내면 먹을 것을 풍족하게 얻고 안전하게 살 수 있다고 알려주니, 족제비들은 좋다며 우리 동물원에 자리를 잡게 되었다.
“흐히히힝!”
유치원에 다녀오니 갑자기 족제비가 생긴 것에, 소은이는 무척 즐거워했다.
애니메이션에 등장한 캐릭터를 고스란히 따라하듯, 녀석을 목에 한 번 두르기까지 했다. 마치 목도리처럼 둘렀는데, 족제비 녀석은 소은이의 초능력 덕분인지는 몰라도 무척 만족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무거워.”
“뀨잉.”
그래도 한 마리 동물이다보니 묵직한 탓에 소은이의 목덜미에 오래 있지는 못했다.
“압빠! 다른 칭구들은?”
아쉬워하는 족제비를 포옥 끌어안은 소은이는 나를 바라보며 물었다. 족제비도 있으니 고릴라나 수달, 천산갑 같은 녀석들도 온 것이 아닌가- 하는 것이었다.
“다른 친구들은 나중에 올 거야.”
“우웅, 그러쿠나.”
다른 동물들이 없다는 건 아쉽긴 하지만 아무래도 좋다는 반응을 보인 소은이는 품에 안은 족제비를 데리고 도도도- 달려가기 시작했다. 보나마나 기술 같은 것들을 가르치려는 거겠지.
그리고, 소은이가 원하는 다음 동물이 동물원에 합류하게 된 것은 족제비가 훌라후프처럼 몸을 말아 데굴데굴 굴러가는 기술을 학습하고 난 다음이었다.
족제비 다음으로 들어온 녀석은 족제빗과로 족제비의 친척이자 귀여운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한국 민물 먹이사슬의 최상위에 위치해 있는 수달이었다.
그것도 아메리카 대륙에서 서식하는 녀석들이 아니라, 귀여운 외모로 유명한 유라시아 수달이었다. 누나가 처음 보고서는 귀엽다는 말을 반사적으로 했을 정도로 귀여운 외모를 자랑하고 있었다.
“족제비랑 비슷하게 생겨써!”
“걔는 수달이라고 하는데, 족제비 친척이야. 그런데, 족제비랑 다르게 물에서 살아.”
“그럼 얘두 수로에 있는 거야?”
“응. 소은이가 악어타고 있으면 옆에 올 걸?”
“우아!”
내 말에 소은이는 무언가를 떠올린 듯한 모습을 보이더니, 갑작스레 수로를 향해 달려나갔다.
“보뚜!”
악어보트라는 의미로 보뚜란 이름이 지어진, 우리 동물원 최대 크기의 악어가 소은이의 외침을 듣고서 스르륵- 다가왔다. 마치 모터보트가 부둣가에 서는 것처럼 물살을 거스르며 정지까지 했다.
수달을 내려놓은 소은이는 곧바로 보뚜의 등에 착- 올라타더니 물살을 타고 두둥실 떠내려가기 시작했다.
수달이 정말 자기를 따라올까- 시험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물론, 소은이의 초능력으로 인해 매혹되어 있는 수달은 그 시험에 아주 당당하게 합격했다.
악어가 있든 말든, 수달은 그대로 물에 뛰어들더니 소은이에게로 헤엄쳐갔다. 추욱- 늘어져 있는 악어의 꼬리를 타고 올라가, 소은이의 곁으로 다가갔다.
“귀여워!”
헤엄쳐서 제가 다가온 수달을 바라본 소은이는 박수를 짝짝 치며 기뻐했다.
그러나, 쉽게 들여온 족제비나 수달과 다르게 천산갑이나 고릴라는 쉽게 들일 수가 없었다. 멸종위기종이기도 한데다, 들여오기 위해서는 절차가 복잡하고 번거로웠기 때문이다. 그나마 내가 드루이드라는 초능력을 가지고 있었기에 번거로운 정도에서 그치는 상황이었다.
당연한 말이지만, 번거롭다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은 아니었다. 한 달 가량 시간이 필요하긴 했지만, 고릴라와 천산갑 모두 동물원에서 사육할 수 있게 되었다.
멸종 직전에 놓였다는 산악고릴라라는 고릴라의 일종이 서식하는 국가의 협조를 얻어 몇 마리의 고릴라들을 제공받을 수 있었고, 아프리카쪽 밀수업자들에게서 구출해낸 천산갑 몇 마리를 받을 수 있었다.
물론, 그렇게 들여온 녀석들 역시 소은이의 훈련을 피해가지 못했다.
몸을 동그랗게 말아, 천적으로부터의 위협에서 스스로를 보호하는 것으로 유명한 천산갑은 몸을 동그랗게 만든 상태에서 앞으로 굴러가는 기술을 터득하게 되었다.
단단하고 뾰족한 가시 갑옷을 가진 녀석들은 마치 자동차가 지나간 것처럼 바닥에 자국을 남기며 데굴데굴 굴러가게 된 것이었다.
하지만 대단하다고 할 수 있는 훈련 결과를 보인 것은 고릴라였다.
“콩콩이 드러밍!”
가슴을 콩콩 두드려댄다고 콩콩이라는 이름을 얻은 고릴라는 두 개의 스틱을 들고 박자를 타며 드럼을 쳐댔다. 둥둥둥, 두두두둥. 전문적으로 배우기 보다는 독학을 한 아마추어 정도의 실력을 뽐내며 드럼을 쳐대는 것이었다.
국내 최초로 서부로랜드고릴라라는 종이 아닌 다른 종인 고릴라의 전시에 이어, 그 고릴라가 드럼까지 쳐대는 것에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되었다.
고릴라는 잘 가르치면 수화까지 할 수 있다고 하는데, 소은이의 훈련을 받은 고릴라는 수화가 아니라 드럼을 쳐대니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그 고릴라로 부터 시작된 관심이 다른 동물들에게도 흘러갔다. 정확히는, 소은이가 훈련해낸 동물들에게 말이다.
“그래서 이제 관장님이야? 아니면 공주님이야?”
“초성이 똑같으니까 그냥 같은 걸로 하지 그래? 아니면 관주님? 공장님?”
“공주님은 그냥 공주님이야!”
“공주님 이기면 무슨 뱃지 주나요?”
“코뿔소의 몸통박치기와 고릴라의 드러밍을 막아내시면 공주뱃지를 받을 수 있습니다.”
“내 한계는 수달이야.”
동물들이 소은이의 명령에 따라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모습을 보며, 사람들은 디지털 세계가 아니라 현실에 최강의 관장님이 탄생했다며 환호했다.
건물을 밀어버리는 불도저 코뿔소, 비트가 아닌 다른 걸 찢는 드러머 고릴라, 발을 부수는 공 천산갑, 귀여운 암살자 족제비와 수달 같은 별명을 받은 동물들을 모두 합쳐 드림팀이라고 부르는 사람도 있었다.
심지어, 우스갯소리로 현대화력을 이용해도 드림팀을 이기는 건 불가능할 거라는 소리마저 나오고 있었다.
“수환아. 소은이한테 훈련 의뢰를 할 수 있냐고도 묻는데?”
게다가 소은이가 진행한 훈련의 효과가 어마어마하다는 것에 흥미를 가지는 사람들도 있었다.
소은이가 반쯤 놀기 위해 하는 것과 다르게, 일을 시킬 생각은 없었기 때문에 그런 흥미는 단순히 흥미에서 그칠 수밖에 없었지만 말이다.
하지만 다들 신기해하고 대단하다는 반응을 보일 때, 유일하게 그 모습을 보며 두려워하는 집단이 있었다.
바로, 우리 가족의 경호원들이었다.
“팀장님. 오늘 저녁 훈련 상대가 헬파티라던데, 사실입니까?”
“……불행하게도.”
“사표 써도 됩니까?”
“내일이 월급날이다만.”
“……제기랄.”
초능력 덕분에 탈인간급이라 해도 될 경호원들은 훈련을 위해 동물들을 상대하고 있었는데, 그들에겐 소은이의 드림팀이 지옥이나 다름없는 헬파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