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uid RAW novel - Chapter 185
0184 힘!
“흐허, 좋다.”
뜨거운 물이 온몸을 적시며 따듯한 기운이 온몸으로 퍼졌다.
나도 모르게 아저씨 같은 반응이 터져 나올 정도로 기분이 좋았다. 뭐, 여섯 살 딸이 있는 시점에 아저씨 확정이었지만 말이다.
어쨌거나, 그렇게 뜨거운 물을 온몸에 뿌리며 샤워를 한 나는 증기가 그득한 욕실에서 거울을 바라보았다.
“음음.”
남자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해볼 만한 행동인, 증기로 뿌연 거울 앞에서 괜한 폼을 잡았다.
증기 때문인지, 아니면 초능력자가 만든 거울인지는 몰라도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꽤 좋아 보였다.
하지만 그렇게 자아도취에 빠지는 것도 잠시. 양치와 면도에 샴푸 등등. 샤워를 빠르게 끝내고서 팬티만 챙겨 입고 욕실에서 나왔다.
“다 씻었어?”
문을 벌컥, 열고 나오니 거실에서 요가를 하듯 스트레칭하고 있던 누나가 나를 바라보았다.
“응. 누나도 씻을 거야?”
“나는 조금만 더 하고.”
나는 못 하는 자세를 배가 부푼 상태에서도 아주 유연하게 해내는 누나를 신기하게 바라보았다. 저 자세가 어떻게 되는 거지?
그런데, 그렇게 요가 자세를 취하던 누나가 나를 빤히 바라보기 시작했다.
“저기, 수환아.”
“응?”
“너 요즘 뱃살 나온 거 같아.”
“……진짜?”
나는 누나의 말에 살짝 놀라 고개를 숙였다. 그러니, 내게도 보였다. 살짝 튀어나와 있는 아랫배가 말이다.
“요즘 운동 잘 안 했지?”
“어……. 그렇네?”
생각해 보니 최근 들어 운동에 조금 소홀했던 것이 떠올랐다.
동물들이 동물들이다 보니, 동물들을 데리고 산책하는 것만으로도 고강도의 운동이 되는데 그 산책도 최근에는 잘 하지 않았다.
“후히힝, 압빠 배쌀!”
누나의 곁에 있던 소은이가 쪼르르 달려와 내 아랫배를 찹찹 주물러댔다.
괜한 간지러움에 소은이의 말랑말랑한 뱃살을 따라 주물렀더니 꺄하하 웃음을 터트린 소은이가 도망쳤다.
그 모습에 피식 웃던 누나가 다시금 내 뱃살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요가라도 같이 할래?”
“……그 자세는 안 될 거 같은데.”
“처음부터 천천히 해야지.”
옆에 앉아 보라는 듯이 바닥을 팡팡 치는 누나의 모습에 곁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으가아아악!”
그리고, 나는 이내 비명을 내지르며 누나 곁에서 도망쳤다.
다리를 찢는 데다 몸을 눌러버리니 사타구니의 고통이 상당했다. 뱁새가 황새 따라가다 가랑이 찢어지는 느낌이랄까. 말 그대로 그냥 가랑이 찢어지는 느낌이었다.
“난 못해.”
“소은이도 하는데?”
누나의 말에, 언제 돌아온 건지 소은이가 다리를 주욱 찢으며 여유롭게 두 팔을 머리 위로 들어 올려 하트를 그려냈다.
“히히.”
“……그래도 못해.”
딸도 하는 걸 아빠가 못할 수도 있지 뭐.
나는 애써 합리화하며 고개를 내저었다.
“그냥 운동해야겠다.”
“어디서 하게?”
“동물원에 헬스장 하나 만들어뒀잖아? 사육사들 체력단련하라고. 거기서 하지 뭐. 보니까, 직원들 중에 운동을 빠삭하게 아는 사람들도 좀 있는 거 같더라. 도와달라고 하면 되겠지.”
누나는 열심히 해보라며 부드럽게 웃어 보였다.
○ ◑ ● ◐ ○ ◑ ● ◐ ○
[운동 좀 가르쳐줄 사람? 퇴근 시간 이후에 한 시간이나 두 시간 정도요.] [당연히 트레이닝 비용은 지급할 예정!]직원들뿐만 아니라 경호원들까지. 내게 월급을 받는 사람이 모두 모인 단체 메신저에 메시지를 남겼다.
한두 명씩 그 메시지를 확인했는지, 메시지 옆에 있던 숫자가 빠르게 줄어들었다.
그리고, 내 메시지에 대한 답장 역시 하나둘씩 도착했다.
사육사들 중 일부, 경호원들 중 일부가 나를 돕고 싶다며 자원했다.
지금까지 내가 직원들을 사적으로 부릴 때면 그에 상응하는 보상을 주었기에, 너도나도 자원하는 것이었다.
어쨌거나, 나는 그렇게 자원하는 이들 중에 두 명을 선택했다. 아무리 한두 시간 정도만 한다고 하지만 매일 하게 되면 피곤할 수 있으니 교대로 하면 좋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었다.
“사장님. 일단 운동에 가장 중요한 건 자세입니다. 올바르지 않은 자세로 운동을 하게 될 경우 오히려 건강에 심각한 악영향이 있을 수 있죠.”
내게 선택된 두 명의 직원들은 정말 성심성의껏 내게 운동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올바른 자세를 알려주고 운동의 순서 같은 것을 알려주는 것은 물론, 식단 같은 것들도 잘 짜주었다.
“그렇습니다! 회워……. 아니, 사장님. 한 번만 더 하겠습니다!”
“끄으, 그 말 좀 전에도 안 했어요?”
“아닙니다, 마지막 한 번!”
“좀 전에 했잖으아!”
“착각입니다! 진짜 마지막!”
운동을 좋아하고 잘 한다는 직원들에게 받은 트레이닝은 꽤나 힘들긴 했지만 효과는 분명하게 나타나기 시작했다.
조금은 밋밋하다고 해도 되던 팔에 잔근육이 잡히기 시작했고, 볼록하게 나오기 시작했던 뱃살이 사라져가는 것이었다.
“내 남편한테 이런 근육을 보니까 조금 색다른데?”
“어때, 좀 섹시해 보이나?”
“푸흐흥.”
누나 앞에서 괜히 포즈를 잡으니 누나가 웃으면서도 꽤나 좋아하는 모습이 보일 정도였다.
팔에 힘을 주면 살짝이지만 드러나는 근육을 누나가 수시로 만지고 있었다.
솔직히, 누나가 이런 걸 좋아하리라곤 생각하지 못했지만, 어찌 되었든 누나가 좋아하니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그렇기에, 나 역시 운동에 조금씩 흥미를 갖고 꾸준히 하기 시작했다.
각종 운동을 하며 뱃살을 쏙 빼고도 한 달이 지났을 때 직원이 한 가지 제안을 꺼냈다.
“사장님. 사장님도 이제 한 번 3대 측정해 보실 생각 없으십니까?”
“3대 측정이요?”
준비운동 겸해서 가벼운 무게의 바벨을 들어 올리며 벤치프레스를 하던 내게 3대 운동의 무게 측정을 제안한 것이었다.
헬스를 전문적으로 하는 이들은 그 무게에 목숨을 건다고도 하는데,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그 정도는 아니었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일정 무게 이상 들 수 있으면 생활에 문제가 되는 부분은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와이프를 가볍게 들어 올릴 정도면 충분하지.’
흔히들 공주님 안기 자세라고 말하는 포즈로 아내를 안아들 수 있으면 충분하다고 여겼다. 솔직히, 그 이상 무거운 걸 들어 올릴 일이 오래 살아도 많지 않을 것 같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흥미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나는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한 번 측정해 보기로 했다.
“오……. 사장님. 이제 저 필요 없으시겠는데요?”
그리고, 그 측정 결과를 확인한 트레이너 출신 직원이 허탈하다는 듯한 반응을 보였다.
다름이 아니라, 내가 운동 좀 한다- 하는 사람들의 무게인 3대 500을 달성했기 때문이다. 정확히는 490kg 정도였지만, 조금 여유롭게 한 걸 감안하면 500kg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할 수 있었다.
“역시 사장님 초능력 덕분일까요?”
“그렇겠죠. 일반인이 제 몸무게에서 500을 들려면 엄청 오랫동안 힘써야 한다면서요?”
“보통 4년에서 5년 정도 걸리죠.”
남들이 4년에서 5년은 걸린다는 걸 운동을 시작한 지 2달 만에 끝내버렸다. 다 내 초능력이 인간에게도 어느 정도 영향을 주기 때문이었다.
나는 왠지 모르게 시무룩한 듯한 직원의 모습에 가볍게 웃으며 다시금 운동을 이어갔다.
그런데, 그러던 도중 무언가가 내 머릿속에 떠올랐다.
“저희 체단실에 원판이 총 몇 킬로그램 있죠?”
“여기에요? 어……. 전체 다 하면 그래도 이천오백 정도는 될 겁니다. 경호원분들이 초능력자다 보니 초 고중량까지 반복하시는 분들이니까요.”
직원은 3대 1000은 가볍게 넘기는 경호원들이 부럽다며 고개를 내저었다.
하지만 내게는 그런 직원의 투덜거림이 닿지 못했다. 머릿속에 들어 있는 단 하나의 생각 때문이었다.
“사장님? 어, 어디 가세요!”
직원이 당황할 정도로 자리를 박차고 나선 나는 그대로 목적지를 향해 내달렸다.
“콩콩아!”
내가 향한 곳은 바로, 우리 동물원의 유명한 드러머이자 사람으로 심벌즈를 쳐대는 고릴라 콩콩이가 있는 곳이었다.
나는 갑자기 찾아온 나를 보며 의아함을 드러내는 콩콩이를 데리고 체력단련실로 향했다.
“사장님?”
여전히 당황한 채로 있던 직원은 내 뒤를 따라 들어오는 콩콩이를 보며 더더욱 당황했다.
“콩콩이가 3대 측정하면 얼마나 나올지 궁금하지 않아요?”
“……구, 궁금합니다.”
당황하던 직원이었으나, 이내 내 물음에 호기심이 가득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나와 직원은 곧바로 콩콩이에게 봉을 쥐여주었다.
사람의 손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고 두꺼운 손에 봉이 쥐어지니, 장난감이 쥐어진 듯한 모습이었다.
“콩콩아, 내가 시키는 대로 한 번 따라 해봐.”
“사장님 고릴라 관절을 생각하면 그 자세보다는 이런 식으로 하는 게 좋아 보입니다.”
나는 직원과 합심해, 콩콩이에게 스쿼트와 벤치프레스, 데드리프트를 가르쳤다.
자세를 이리저리 조정해가면서 30분가량 씨름하니 콩콩이가 해당 자세를 완벽하게 취할 수 있었다.
“후……. 자, 한 번 해볼까요?”
콩콩이에게 자세를 가르친 우리는, 곧바로 빈 봉에 원판을 그득하게 끼우기 시작했다.
고릴라가 인간보다 몇 배는 강력한데다 몸무게도 더 무거우니, 그것을 감안해서 끼우는 것이었다. 첫 시작은 약 500kg 수준이었는데, 이 정도 되니 나와 직원 둘이서는 들지도 못할 수준이었다.
“콩콩아, 이리 와서 이거 한 번 들어볼래? 아까 알려준 데드리프트 자세로.”
내 지시에, 콩콩이는 무어라 말하는 대신 행동을 먼저 보여주었다.
수많은 원판이 그득하게 끼워져 있는 빈 봉을 가볍게 그러쥔 콩콩이는 천천히 봉을 들어올리기 시작했다. 이윽고, 콩콩이는 500kg가량의 봉을 들어 올리고서 허리를 꼿꼿하게 세웠다.
“오, 오오-! 든다! 든다! 들었다아아!”
콩콩이가 봉을 들어 올리는 모습에, 곁에 있던 직원이 환호성을 터트렸다. 왜 그러나 싶어 바라보니, 현재 일반인의 데드리프트 세계 기록이 약 500kg이라는 소리가 나왔다.
단번에 콩콩이가 세계 기록에 근접한 무게를 들어 올렸다는 것에, 나도 괜히 들뜨기 시작했다.
더군다나 여전히 허리를 꼿꼿하게 세우고, 여유로움을 피력하는 콩콩이의 모습에 도전 욕구가 활활 불타올랐다.
“사장님. 인터넷 찾아보니까, 고릴라가 데드리프트를 800킬로그램 정도 할 수 있을 거라고 추정한다네요.”
“그래요? 그럼 바로 달죠.”
800kg까지 들어 올릴 수 있을 거라는 말에, 나와 직원은 둘이서 땀을 뻘뻘 흘리며 300kg가량의 원판을 더 끼웠다.
“콩콩아!”
“끙!”
조금 전 아무런 소리도 없이 500kg 가량을 들어 올렸던 콩콩이는 자그마하게 기합을 내며 봉을 들어 올렸다.
묵직한 무게가 양 끝에 걸리며 단단한 봉이 살짝 휘어졌다.
하지만 그 정도로 무거운 무게였음에도, 콩콩이는 기어코 봉을 들어 올렸다.
쿠웅-!
이번에는 들고 유지하는 것은 힘들었는지, 콩콩이가 봉을 툭 떨어트렸다. 800kg의 무게가 바닥을 치며 주변이 울렸다.
“콩콩아, 더 할 수 있겠어?”
봉을 떨어트리긴 했지만, 그래도 여전히 체력이 남아도는 듯한 콩콩이의 모습에 더 가능할지 물어보았다.
그리고, 콩콩이는 대답 대신 행동을 보여주었다.
토도도동-!
제 가슴을 쿵쿵 쳐대는 것이었다. 드러밍이라고도 하는 행위였는데, 그 행동에는 이깟 무게는 아무것도 아니다- 라는 듯한 의미가 느껴지고 있었다.
자신감 넘치는 콩콩이의 모습에, 나와 직원은 다시금 원판을 더 끼우기 시작했다.
820kg 840kg…… 한 번씩 늘어나던 무게는 어느덧 900kg을 넘어, 1000kg이라는 무게를 자랑하게 되었다.
“진짜 대단하네.”
나는 기어코 1000kg이라는, 톤이라는 단위로도 표기할 수 있는 무게를 들어 올리는 콩콩이를 보며 감탄했다.
“사장님. 1톤이면 거의 경차는 그냥 들어 올린다는 소리 아닙니까?”
“어……. 그렇네요?”
단순히 1톤을 들어 올린다는 것보다, 경차를 그냥 들어 올린다는 소리가 더 강하게 와닿았다.
그리고, 콩콩이의 능력이 어디까지 닿는지 확인한 결과, 나와 직원은 한동안 입을 다물지 못했다.
“데드 1050, 벤치 1340, 스쿼트 1260…….”
세 종목을 합쳐서 3,650kg이라는 어마어마한 무게를 자랑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정도면 오버아머 입고 다녀도 되겠네요.”
“……남들이 입은 걸 찢고 다녀도 뭐라고 할 사람 없겠는데요?”
철 지난 밈이 자동적으로 떠오를 정도로 경악스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