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uid RAW novel - Chapter 186
0185 굿즈팔이 소녀
“목마른데 오랜만에 콜라나 마실까.”
가볍게 운동하던 나는 약간의 갈증을 느꼈다. 그 때문인지, 다이어트를 한다고 한동안 입에 대지 않던 콜라가 급격히 땡겼다.
이미 뱃살은 쏙 들어갔으니, 콜라 정도는 얼마든지 마실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곧바로 콜라를 마시기 위해 매점으로 향했다. 집에 있는 음료수라고는 과일음료가 대부분이라, 탄산을 마시기 위해서는 매점으로 가야 했다.
매점의 음료 코너에서 콜라 하나를 꺼내들고 계산대로 향했다.
“천……어? 사장님?”
상품과 포스기만 바라보던 직원이 나를 보고 놀란 모습을 보였다.
“장사는 잘 돼요?”
“어우, 손님이 너무 많아서 문제죠.”
내 물음에 직원이 피식 웃음을 지어 보였다. 나는 바쁘다는데, 괜히 방해하지 않기 위해 매점에서 나가려 했다.
“사장님! 잠시만요!”
그런데 그때 직원이 나를 불러 세웠다.
무슨 일인가 싶어 바라보니, 웬 영수증 하나를 가져왔다.
“사장님. 그……. 아가씨가 어제 외상을 했거든요……?”
“소은이가요?”
“네. 근데 가격이 좀…….”
직원이 가져온 영수증을 본 나는 화들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다름이 아니라, 소은이가 외상 했다고 하는 것이 15만 원에 달하는 금액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수증에 적힌 부분만 보자면 이해하지 못할 것도 없었다.
먹이용 당근 10세트, 1만 원. 개껌 5개 1만5천 원. 계란과자 5개 5천 원. 이온음료 5개 6천 원. 건초 5묶음 1만5천 원. 등등.
자기가 먹을 과자와 음료, 동물들에게 줄 간식 같은 것들을 싹 쓸어간 것이었다. 그러니 15만 원가량의 금액이 나오게 된 것이었다.
“근데 소은이가 어떻게 외상을 한 거죠?”
“글쎄요……. 아! 직원들이 사물함에 지갑을 놓고 오는 경우가 있어서 외상 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걸 보고 따라 한 게 아닐까요?”
직원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신원 확인이 안 되는 사람이면 몰라도, 여차하면 월급에서 공제할 수도 있는 직원들에게는 외상이 충분히 가능했기 때문이다.
마침 외상 하는 직원이 있을 때, 소은이가 그 모습을 보고 따라 하는 것은 충분히 가능했다.
“근데 왜 소은이한테 외상을 해준 거예요?”
“바구니 가득 담은 걸 힘겹게 가져와서 외상 해주세요! 하는 모습이 너무 귀여워서 저도 모르게 그만…….”
“어휴.”
헤헤- 웃으며 머리를 긁적이는 직원의 모습에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내저었다.
하지만 이해하지 못할 것도 아니었다. 인간을 포함한 동물들에게 사랑받는 소은이의 초능력이라면, 다른 곳도 아닌 우리 동물원의 매점에서 외상 하는 것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할 수 있었다.
나는 한숨과 함께 소은이가 외상 한 것을 채워 넣었다.
이후, 매점에서 나온 나는 곧장 소은이를 찾았다.
마침 소은이가 누나와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있어, 쉽게 찾을 수 있었다.
그리고, 소은이를 찾은 나는 곧바로 소은이를 타일렀다. 아직 어리다고는 하지만, 자기에게 있지도 않은 돈을 쓰는 건 큰 잘못이었으니 어쩔 수 없었다.
“소은이한테 돈이 없는데, 나중에 돈을 낼 거라고 하고 외상을 하면 안 되는 거야.”
“나중에 주면 안대?”
“나중에 어떻게 줄 거야? 소은이한테 돈이 없잖아.”
내 물음에 소은이가 우움- 하고 고민하는 모습을 보였으나, 딱히 대답이 돌아오지는 않았다. 돈을 번다는 행위 자체를 생각해 본 적이 없는 어린아이였기 때문이다.
“소은아, 돈을 번다는 건 쉬운 게 아니야.”
“……우리는 아니지 않아?”
“쉿! 쉿!”
모처럼 소은이에게 교육을 해주려는데 누나가 방해했다. 나는 누나의 입술에 검지를 갖다 대고서, 입을 다물게 했다.
동물들이랑 노는 것만 찍어도 직원들이 알아서 영상을 편집해 주고, 업로드해 주고, 수익이 창출되는 우리로서는 어렵다고 할 수가 없긴 했다. 하지만 지금 소은이에게 가르치려는 것은 그런 것이 아니었다.
“나중에 소은이가 돈 무서운 줄 모르고 펑펑 써대는 사람으로 키우고 싶은 게 아니면 그냥 호응해.”
와서는 안 될 미래를 속삭이듯 이야기해 주니 누나도 고개를 끄덕이며 협조하기 시작했다.
“소은아, 아빠 말대로 돈 버는 게 쉽지 않아. 그러니까, 나중에 갚으면 된다는 생각은 엄청 위험한 생각이야. 나중에 갚아야 할 때, 소은이한테 그 돈이 없으면 어떡하겠어?”
“우웅…….”
아무리 생각해도 방법이 없는지, 소은이는 고개만 계속 갸웃거렸다.
“소은아. 그럼 소은이가 직접 돈을 한 번 벌어볼까? 왜 돈을 버는 게 힘들다고 하는지 알 수 있을 거야.”
“해볼래!”
내 제안에, 소은이가 고개를 힘차게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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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은이가 돈을 벌어보기로 한 것에, 나는 여러 가지 준비를 했다.
시설팀에서 수레를 개조해서 노점상으로 쓸 수 있는 것을 만들었고, 뽀니가 그 수레를 끌 수 있도록 개조까지 한 것이었다.
그 외에도, 기념품 상점에서 팔고 있는 굿즈의 일부를 가져와 수레에 차곡차곡 채워두었다.
“소은이가 오늘 동물원에서 이걸 판매할 거야. 사람들이 이거 주세요, 하면 얼마인지 알려주고 팔면 되는 거야.”
“우오옹, 할 수 이써!”
수레 가득한 굿즈에, 소은이는 눈을 반짝이며 앙증맞은 주먹을 쥐어 보였다.
“그럼 연습한 번 해볼까? 이거 얼마예요?”
“만천 원이에요!”
인형 하나를 집어 들고 2만 원을 건네니, 소은이가 돈가방에서 9천 원을 거슬러주었다.
“그래, 이렇게 하면 돼. 할 수 있지?”
“웅웅웅!”
“그럼 한 번 해봐.”
힘차게 고개를 끄덕이는 소은이를 바라본 나는, 소은이가 장사를 시작하도록 보내주었다.
각종 굿즈가 담긴 수레를 뽀니가 천천히 끌고 나가기 시작하니, 소은이가 그 곁을 따라 걸어갔다. 그리고, 그 주변으로 몇몇 동물들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소은이와 돈가방을 지키는 듯한 청호와 홍보를 담당할 스피커……가 아니라 앵무새, 굿즈의 포장을 담당할 원숭이가 자리하고 있는 것이었다.
“판다! 굿즈! 사라! 굿즈! 현금만 된다! 굿즈!”
수레에 달아놓은 횃대에 올라탄 앵무새 한 마리가 홍보를 시작했다.
당연하지만, 그 소리에 사람들이 하나둘씩 수레로 다가갔다. 수레를 끌고 있는 뽀니와, 그 수레 곁에 있는 소은이를 비롯한 동물들의 모습을 확인한 사람들이 호기심을 갖고 다가오는 것이었다.
“굿즈 파라요! 사주세요!”
소은이는 제게 오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양손에 인형을 들고 흔들어댔다.
그 모습이 꽤나 귀여웠기 때문인지, 사람들이 하나둘씩 지갑을 꺼내들었다.
“카드……는 안 되네.”
카드를 사용하려던 일부 사람들이 아쉬움을 드러냈다. 다름이 아니라, 내가 수레에 큼지막하게 써놓은 안내문구 때문이었다.
[경제활동 관련 교육 중입니다. 카드를 사용하실 분들은 기념품 상점을 이용해 주세요!]일부 몇몇 사람들이 아쉬움을 드러내긴 했지만, 대다수의 손님들은 기꺼이 현금을 꺼내들며 소은이에게 다가갔다.
“공주님, 이거 얼마예요?”
“움, 그건 오처넌이에요!”
“여기.”
“고마씁니다!”
한 사람이 오리너구리 모양의 자그마한 인형 하나를 구매했다.
소은이는 그 사람에게서 오천 원 지폐 한 장을 받고, 고개를 꾸벅- 숙여 보였다.
“히히, 돈 벌어써!”
오천 원을 쥔 소은이는 해맑은 미소를 지으며, 허리춤에 있는 돈가방에 지폐를 챙겨 넣었다.
그 사이, 원숭이는 손님이 선택한 굿즈를 봉투에 담아 건네주었다.
그리고, 그런 모습을 본 사람들은 우르르- 몰려와 소은이에게서 굿즈를 사기 시작했다. 기념품 상점에 가면 똑같은 제품을 똑같은 가격에, 카드까지 사용해서 구매할 수 있지만 불편함을 감수해가며 소은이에게서 구매하고 있었다.
앵무새의 홍보, 원숭이의 포장, 마지막으로 소은이의 계산이 더해지니 이것도 특별한 경험이라며 몰려든 것이었다.
덕분에 수레 가득하게 쌓여 있던 굿즈들은 금세 하나둘씩 팔려나갔다.
굿즈가 하나 팔릴 때마다, 소은이의 허리춤에 있는 돈가방이 볼록해져 갔다.
“히히힝, 돈 마나!”
하나둘씩 팔리며 결국 수레에 들어차 있던 굿즈가 모두 판매되었을 때, 소은이는 무척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돈가방을 소중하게 끌어안고 있었다.
“압빠! 다 팔아써! 나 이제 돈 마나!”
굿즈를 완판해버린 소은이는 내게 쪼르르- 달려와 돈을 자랑하듯 보여주었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며, 소은이를 품에 안아들었다.
“잘했어. 소은아.”
“히히.”
“그런데, 소은이가 알아둬야 할 게 있어.”
“몬데?”
“소은이가 판매한 인형이랑 장난감들이 원래 소은이가 가지고 있는 게 아니라서, 그 돈을 소은이가 다 가질 수는 없어.”
내 말에 소은이가 두 눈을 크게 치켜떴다. 설마 자기가 번 돈이 자기 것이 아니라고 할 줄은 몰랐던 것이었다.
“아빠도 그 인형이랑 장난감들을 전부 사 와서 파는 거야. 그러니까, 소은이도 아빠가 사 온 것처럼 사서 팔아야 하는 거지.”
나도 그렇게 한다고 하니, 소은이는 아쉬움 가득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내게 돈뭉치를 내밀었다.
그런 소은이의 볼을 살며시 쓸어내리고서, 그 돈뭉치의 일부를 가져왔다.
“이제 이거는 내꺼야?”
“음……. 그랬으면 좋겠지만, 소은이도 기억하지?”
“모?”
“소은이가 매점에서 외상 했던 거.”
“웅. 외상 해써!”
“그건 소은이가 갚기로 한 거니까, 소은이가 갚아야지.”
나는 소은이에게 남은 돈 중에서 또 일부를 가져왔다. 그러고 나니, 소은이의 손에 쥐어진 것은 몇만 원 되지 않았다.
처음에 비해 무척 소박해진 금액에, 소은이는 시무룩한 모습을 보였다.
그런 소은이를 달래듯 등을 쓸어주며 이야기를 이어갔다.
“소은이가 어제처럼 돈이 없는데도 물건들을 사게 되면, 소은이가 열심히 일을 해서 돈을 벌어도 소은이가 그걸 가질 수 없게 될 거야. 앞으로는 돈을 쓸 때는 여러번 생각해보고 써야 해.”
나는 소은이에게서 가져온 돈을 다시금 소은이에게 돌려주었다.
어린아이에게 주기에는 많은 돈이긴 했지만, 소은이가 이 돈을 어떻게 쓸지 궁금했다.
“압빠, 이거!”
“응? 이걸 왜 다시 줘?”
“갚기로 한 거! 갚아야 해!”
자기가 한 말은 반드시 지키겠다는 듯, 소은이는 내가 돌려준 돈을 내게 돌려주었다.
기특하다는 생각 밖에 안 드는 소은이의 행동에, 소은이를 꽈악 끌어안았다.
“우리 딸 왜 이렇게 예쁘지?”
“히히.”
나는 해맑게 웃는 소은이를 끌어안고 버둥거리다가, 소은이에게 용돈을 내어주었다. 조금 전의 모습을 보면, 이 돈을 마구잡이로 쓸 것 같지 않다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내 예상대로, 소은이는 용돈을 고이 보관하며 아주 가끔 사용할 뿐이었다.
간식이 먹고 싶을 때 하나씩 사서 먹는다거나, 몇몇 동물들에게 포상의 개념으로 맛 좋은 특별한 간식을 줄 때나 사용하는 것이었다.
어린아이라 돈에 대해서 가르쳐도 의미가 있을까- 싶었지만, 생각보다 큰 효과를 볼 수 있었다.
나와 누나는 소은이가 저축한다며, 장난감이 들어 있던 상자에 용돈으로 준 돈을 예쁘게 접어 보관하는 것을 보며 무척 만족할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