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uid RAW novel - Chapter 187
0186 동물들의 능력
방송을 하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던 나는 갑자기 들어온 후원 메시지에 놀란 모습을 보였다.
따로 사람들에게 대놓고 알려주지 않았는데, 그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떻게 된 것인지는 금세 알 수 있었다. 따로 비밀로 해야 할 것도 아니었으니, 퍼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사육사들과 경호원들 사이로 퍼져나가다가, 그 지인에게 퍼지고 또 그 지인에게 퍼지는 식으로 이야기가 흘러나간 것이 뻔했다.
[고릴라가 3대 3650 친다는 소리임?] [콩콩이면 고릴라지?] [3대 300 간신히 합니다. 질문받습니다.] [고릴라는 사람을 찢어?]어쨌거나, 콩콩이의 근황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니 채팅창이 그 이야기로 덮였다.
그것을 확인한 나는 순간 장난을 칠 수 있는 순간이라고 느꼈다.
“아뇨? 아닌데요?”
[아 뭐야;] [고릴라 우리 앞에서 오버아머 입어도 된다는 거임?] [그럼 그렇지. 우리 콩콩이는 헬창이 아니라 드러머라고요!] [같이 운동하는 친구가 그렇다고 했는데ㅠㅠ]가볍게 부정하니, 사람들이 아쉽다는 반응을 보였다.
보나 마나 3대 3650kg라는 소리를 했다면, 당장 가서 증명해달라고 요구하려 했던 것이 뻔했다.
나는 그 모습에 피식 웃으며 입을 열었다.
“요즘 운동 좀 가르쳐주니까, 3대 4천 정도 나와요. 콩콩이가 요즘 나오는 중형차로도 데드리프트 할 수 있어요.”
[?????] [?] [???????]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채팅창이 물음표, 흔히들 갈고리라고도 표현하는 글자로 가득 채워졌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방장 뭐해! 뛰어!] [증명하기 전까지 못 믿는다!] [중형차로 데드리프트 할 때까지 숨 참는다] [증명해!] [말로만 하면 못 믿지!]어서 고릴라가 3대 운동의 합으로 4,000kg을 들어 올리는 걸 보여달라며 사람들이 아우성이었다.
그 모습에 피식 웃은 나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불가능한 것도 아니었으니, 얼마든지 보여줄 수 있었다.
“콩콩아, 한 번 들어볼래?”
콩콩이를 데리고 체단실로 돌아온 나는 그대로 녀석에게 원판이 가득한 봉을 들게 만들었다.
제 가슴을 쿵쿵쿵- 두드린 콩콩이는 있는 힘껏 힘을 주며 봉을 들어 올렸다. 털이 수북한 몸인데도 근육이 꿈틀거리는 것이 보일 정도로 힘을 주는 것이었다.
[와 저걸 드네;] [혹성에 있는게 콩콩이였으면 탈출 불가 ㅋㅋ] [우리 헬서들은 콩콩이를 지지한다!] [혹시 콩콩이가 드럼 칠 때 쓰는 스틱이 철제 스틱인가요?]무겁고 큰 원판이 그득한 봉을 힘차게 들어 올리는 콩콩이의 모습에 사람들이 경악하고 있었다.
내가 돌보는 동물들의 능력에 사람들이 감탄하거나 경악하는 모습만큼 짜릿한 게 없었다. 비집고 나오려는 웃음을 참아내며, 콩콩이를 우리로 돌려보내기 위해 움직였다.
그런데 콩콩이와 함께 우리에 도착하는 것과 동시에, 전화가 울렸다.
“어, 누나.”
“수환아, 여기 카페인데. 빨리 좀 와줘.”
“카페? 일단 알았어.”
빨리 와달라는 누나의 말에, 나는 곧바로 콩콩이와 함께 동물원에 있는 카페로 향했다.
그런데, 카페로 가면 갈수록 사람들이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뭐지?”
[큰일 난 거 아님?] [몬가……. 몬가 온다……!] [빨리 가봐여!]채팅창에서도 재촉하는 것에, 나는 빠르게 달려나가 카페로 향했다.
그리고, 카페 앞에서 볼 수 있었다. 온갖 동물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모습과, 누나가 당황한 모습을 말이다.
“압빠다!”
아니, 소은이는 또 왜 동물들 사이에 끼여있어?
이해하기 힘든 상황에, 나는 황당함을 감추지 못하고 멍하니 있었다.
[소으니뮴이 부족한 동물들의 집단행동?]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와 근데 진짜 온갖 동물들이 다 모여 있네] [쟤들은 왜 우리에서 탈출해 있냐?]청호를 비롯한 개들, 남캣을 비롯한 고양이들, 유부를 비롯한 조류들, 그 외에도 비버, 카피바라, 곰, 호랑이, 캥거루, 코알라 등등. 정말 온갖 동물들이 카페 앞에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수환아, 얘들이 소은이를 잡고 안 놓아주는데……. 왜 그런지 좀 물어봐 줘.”
내가 온 것을 확인한 누나가 다가와, 한숨을 내쉬었다. 누나는 소은이를 꺼내려 하면 자기까지 붙잡으려 한다고, 골치 아프다고 덧붙였다.
나는 가장 앞에서 소은이를 지키려는 듯한 청호에게 다가갔다.
“청호야, 갑자기 왜 이러고 있어?”
“쥔님도 여쥔님이랑 같이 빨리 오시지 말임다.”
“아니, 왜 그러고 있냐고.”
“뭔가 큰일이 날 것 같아서 그렇슴다. 묘하게 불안하고, 좀……. 아무튼, 그렇슴다.”
“불안하다고?”
나는 불안해서 그런다는 청호의 말에 다른 동물들에게도 이러고 있는 이유를 물었다.
“무서운 거샤!”
“그래도 애기는 우리가 지켜야 하는 거샤!”
“마, 내가 말하긴 쪼메 쪽팔리는디…….”
“위험하오. 그대도 부인과 함께 이리 오시오.”
“기분이 안 좋아유.”
“………………………불안.”
청호를 제외한 동물들이 소은이 주변에 옹기종기 모여, 하나같이 위험하다거나 불안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심지어, 평소라면 다른 사람들에게 안겨 있을 나태 녀석마저도 이곳에 있을 정도였다.
게다가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동물들이 있는 콘크리트 바닥에서 뽀각뽀각 소리가 나더니, 두더지들이 쏟아져 나온 것이었다.
“너희들은 또 뭐야.”
“여기가 어디요…….”
“……니들이 뚫어놓고 모르면 어떡해.”
두더지들은 멋쩍은지 저들끼리 몸을 슥슥 부비다가, 자기들도 무언가 불안함을 느껴서 이곳으로 온 것이라고 했다.
“얘들이 지금 불안해서 이런다는데?”
“불안하다고? 왜 그렇지.”
누나는 동물들의 이상 반응의 이유를 알게 되었지만, 여전히 이해가 되지 않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동물들이 불안하다며 이상행동을 보였다고 알려주니, 채팅창 역시 불타올랐다.
특히, 동물들은 재난이나 재해가 오기 전에 미리 알아차리고 이상행동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며 당장 도망치라는 이야기도 있었다.
“하긴, 예전에 동물들이 지진예측을 하니 마니 한다면서 연구를 하기도 했었지.”
“나도 들은 거 같아. 근데, 그거 딱히 실효성이 없다고 중단되지 않았어?”
“글쎄.”
동물들이 재해 같은 것들을 예측한다는 것을 떠올린 우리는 괜히 찝찝해졌다.
“누나. 오늘은 여기서 점심 먹을까?”
“여기서? 어, 음……. 그래.”
누나 역시 찝찝하긴 했던 건지, 내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엄마아! 점심 모 머거?”
“샌드위치 먹을 거야.”
“샌디치! 나 마니조!”
샌드위치라는 말에, 동물들 사이에 파묻혀 있던 소은이가 손만 빼꼼- 내밀며 소리쳤다.
그 모습에 소은이는 역시 귀엽다는 반응이 채팅창에서 터져 나왔다. 조금 전까지 재난이니 재해니 하는 소리가 나오던 채팅창이 맞나 싶었다.
어쨌거나, 그렇게 점심을 야외에서 해결하기로 한 우리는 곧바로 점심을 준비해 먹기 시작했다.
의자까지 가져와 동물들 근처에서 샌드위치를 하나씩 먹기 시작한 것이었다. 누나와 내가 하나씩 먹고, 중간중간 동물들에게 파묻혀 있는 소은이에게도 하나씩 먹여주었다.
당연하게도 동물들의 먹이 역시 잊지 않고 주고 있었기에, 주변에서 우리를 바라보는 시선이 제법 많았다.
옹기종기 모여 있는 동물들, 그 사이에 파묻힌 소은이, 그리고 그 모습을 보며 느긋하게 데이트하듯 식사하는 우리 부부. 나름대로 구경거리라고도 할 수 있었다. 물론, 이미 익숙해진 우리에겐 별 느낌도 들지 않았지만 말이다.
“맛있다. 역시 누나가 해준 게 최고라니까.”
“아부 하긴.”
누나는 내 말에 부드럽게 웃어 보였지만, 볼이 슬그머니 붉어지는 것을 감추지는 못했다.
“엄마가 해준 거 마시쓰웁!”
동물들 사이에 파묻혀 있던 소은이도 벌떡 일어나 맛있다며 말을 하려 했지만, 튀어 올라 들러붙는 오기토의 행동 덕분에 동물들 사이로 더 깊숙하게 파묻혔다.
그 모습에 나와 누나는 물론, 주변에 있던 사람들도 푸하핫 웃음을 터트렸다.
그런데, 그 순간이었다.
우르르릉-!
발아래에서부터 강한 진동이 느껴지며, 세상 전체가 흔들리는 느낌이 들었다.
주변에 곧게 서있는 나무들이 파르르- 떨리며 나뭇잎들을 떨어트렸고, 가로등이 삐걱삐걱 소리를 내며 좌우로 흔들리고 있었다.
삐이이이잉-! 삐이이이이잉-!
그리고, 곧장 휴대폰에서 재난 안내 문자 특유의 사이렌 소리가 울려 퍼졌다. 주변에 사람들이 워낙 많다 보니 멈추지 않고 사이렌이 울리고 있었다.
“지, 지진이야!”
“다들 가로등 아래나 건물 밑은 피해요!”
“으아아아앙!”
땅 전체를. 주변 일대를 뒤흔드는 지진이 발생한 것이었다.
나는 다급히 곁에 있던 누나를 붙잡고, 소은이의 위치를 확인했다. 동물들도 갑작스러운 지진의 발생에 당황한 모습이었지만, 소은이를 꼬옥 보호하는 듯한 모습에 안도할 수 있었다.
하지만 안도하는 나와 달리, 주변에 있던 사람들은 여전히 패닉에 빠져 있는 모습이 보였다.
그래도 불행 중 다행이랄까? 경호원들처럼 각종 돌발 상황에 익숙한 이들이 곳곳에 포진하고 있었기에, 많은 사람들이 대피할 수 있었다.
건물 내부에 있던 사람들이 빠져나오고, 머리 위에 무언가가 떨어질만한 곳에 있던 이들이 공터로 몰려들었다.
다행스럽게도 마치 세상을 뒤집을 것 같던, 그 강렬한 진동은 오래가지 않았다.
진동은 차츰차츰 사라지더니, 더 이상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약해졌다. 묘하게 땅이 흔들리는 듯한 착각이 조금 들긴 했지만, 나무를 보면 바람에 살랑살랑 이파리만이 흔들릴 뿐이었다.
“끄, 끝난 건가?”
갑작스러운 지진 발생에 사람들이 두려움에 질린 모습으로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사람들이 꼼짝 않고 지진이 또다시 발생하진 않을까- 하며 조마조마하게 기다렸다.
하지만 5분, 10분이 지나도 다시금 땅이 울리는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더 이상의 지진은 없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나, 괜찮아?”
“으, 응……. 소은이는?”
“저기.”
동물들에게 파묻혀 있으면서 땅이 흔들리는 줄도 몰랐던 건지, 소은이는 해맑게 웃다가 사람들이 안절부절못하는 것을 보며 어리둥절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누나는 그 모습을 보며 안도했다.
그리고, 누나가 안도하는 것처럼, 사람들도 자신들에게 딱히 피해가 없는 것을 확인하고서 안도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그들은 이내 하나둘씩 집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관광을 왔다고 하지만, 이렇게 지진을 겪게 되니 집이 걱정되는 이들이 무척 많았기 때문이다.
“오늘은 일찍 폐장하고, 직원들도 다 돌려보내자. 다들 가족도 걱정될 거고, 집도 걱정될 거야.”
나는 곧바로 결정을 내렸다. 어차피 지진까지 일어난 상황에서 동물원에 남아 있으려는 사람들은 많지 않을 것이 뻔했다.
관람객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모두 돌려보낸 뒤, 나는 동물원에 피해가 있는지 확인해 보았다. 누나가 소은이와 함께 동물들 사이에 파묻혀 있으니, 지금 걱정될 것은 동물원 밖에 없었다.
“딱히 문제는 없어서 다행이네. 지하굴도 설도가 만들어서 그런가, 금 간 곳도 하나 없고…….”
동물원에 피해가 없음을 확인한 나는, 직원들도 다 돌려보내고서 인터넷을 확인하기 시작했다.
[부산 앞바다에서 규모 4.3의 지진 발생. 해일 발생 가능성은 무척 낮아.] [인명 피해 전무. 피해 신고된 것은 대부분 금전적 피해뿐.]인터넷을 확인해 봐도, 딱히 이번 지진으로 인해 문제가 생겼다는 내용은 찾을 수가 없었다.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며 휴대폰을 주머니에 넣으려던 그 순간 한 기사가 눈에 들어왔다.
[지진 발생을 예측한 동물들? 신수의 둥지에서 동물들이 보인 이상행동.]“어?”
우리 동물원의 이름이 나오는 것을 보며, 기사를 확인했다.
기사의 내용은 동물들이 이상행동을 보였던 것과, 그 직후 지진이 일어났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더군다나 지진이 일어나던 그 순간까지 내가 방송을 하고 있었기에, 자료화면이라고 내 방송의 캡처화면이 나와 있었다.
그 기사를 보며 왠지 모를 불안감이 느껴졌다. 그리고, 그 불안감이 현실이 되는 것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당장 그날 밤. 우리 동물원에 각종 협조를 요청한다는 내용의 메일이 쏟아진 것이었다.
[안녕하십니까. A대학교 지질학과의 ……] [B대학 지질학과 지도교수……] [이번 지진을 동물들이 예측했다는 것으로 드루이드의 ……]대부분 동물들이 지진을 예측하는 것에 대한 연구를 하고 싶다는 내용의 메일이었다.
어차피 동물들에게 물어봐도 위화감 같은 불안함과 두려움 같은 것들을 느낀 것이 전부였기에, 나는 그 내용을 전해주는 것으로 끝마쳤다.
하지만 그러한 내용만으로도 동물들이 지진을 예측했다고 생각하는 수많은 학자들이 관련 연구에 뛰어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