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uid RAW novel - Chapter 200
0199 부자의 초능력
은수가 돌잡이 물건으로 쟁반을 잡아 맛보는 일이 있긴 했지만, 어떻게든 돌잔치는 성공적으로 끝마칠 수 있었다.
“은수야, 지지.”
“에베브붑부으.”
“어허, 그거 먹는 거 아냐.”
다만, 여전히 쟁반을 잡고 맛보고 있다는 것이 문제였다.
어찌나 꽉 움켜쥐고 맛을 보고 있는지, 이대로 쟁반을 뺏는다면 은수가 다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소은이도 그러더니, 우리 애들 돌잡이에 뭐 있나?”
일기토와 이기토를 붙잡고 놓지 않던 소은이의 돌잡이가 문득 떠올랐다.
어째, 초능력이 돌잡이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건지 의심이 들었다.
“짜잔, 우리 은수가 좋아하는 까까 먹자.”
내가 돌잡이와 초능력의 연관관계에 대한 생각을 하고 있는 동안, 누나는 은수가 좋아하는 자그마한 과자 하나를 내밀었다.
“우움.”
은수는 그제야 열성적으로 맛을 보던 쟁반을 내려놓고, 본인이 좋아하는 과자를 맛보기 시작했다.
“이게 그렇게 맛있었니……?”
침범벅이 되어 있는 쟁반을 바라본 나는 작게 한숨을 내쉬고서, 은수의 손이 닿지 않는 곳으로 쟁반을 치웠다.
그리고, 곧바로 휴대폰을 꺼내들어 국제 초능력 연구소 한국지부의 지부장인 지 부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무래도 은수가 쟁반을 선택한 게 나무라서 그런 것 같단 말이야.’
플라스틱이나 가죽, 금속 제품이 쟁반에 있던 것들이었다. 유일하게 나무로 만들어진 것이 그 모든 것들을 올려두고 있던 쟁반이었다.
은수가 쟁반을 선택하고 맛까지 본 이유가 나무여서 그렇다는 생각을 지우지 못했기에 지부장에게 전화를 거는 것이었다.
“예, 국초연 한국지부 지부장, 지 부장입니다.”
“안녕하세요. 저 신수환입니다.”
“앗, 수환님! 오랜만입니다! 그간 잘 지내셨나요?”
지부장은 오랜만에 연락했음에도 반갑다는 듯한 반응을 보여주었다.
“저야 잘 지냈죠. 지부장님은요? 저번에 제 초능력에 대한 분석을 한 공로로 승진 기회가 있을 거라는 소리를 들었던 것 같은데, 아직인가요?”
“아, 그게…….”
조금 시무룩한 지부장의 말에, 내가 이야기를 잘못 꺼냈나 싶었다.
하지만 그것이 아니었다.
“승진을 하게 되면 아시아 지역 본부장으로 가게 되는데, 성본 변경이 불가능해서 말입니다. 한국에 본씨가 없더라고요. 그래서 그냥 지부장으로 눌러앉기로 했습니다.”
“아 예…….”
나는 순간 말이 턱- 막혔다. 이 인간도 좀 제정신은 아닌 것 같았다. 겨우 이름을 직위에 맞추겠다고 승진을 포기하는 인간이라니.
“그런데 어쩐 일이십니까? 초능력에 변화라도 있었나요?”
그렇지만 곧이어 들려오는 지부장의 물음에 정신을 차리고 대답했다.
“저 말고, 제 아들 때문에 연락드렸습니다.”
“아드님이요? 초능력 개화를 한 겁니까?”
“그런 것 같은데, 정확히 어떤 초능력인지 분간이 안 돼서 말이죠. 지부장님의 도움을 좀 받았으면 하는데, 괜찮을까요?”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지부장은 내 말에 당장이라도 달려오겠다며 소리쳤다.
나는 그런 지부장을 진정시키고, 조만간 보는 것으로 약속을 잡았다.
그리고, 그는 약속을 잡은 그날 아침 일찍 동물원으로 찾아왔다. 피곤에 찌든 듯한 부하직원들은 덤이었다.
“일찍 오셨네요.”
“하하하, 요즘 아침잠이 없어서 말이죠.”
당신은 아침잠이 없어도, 직원들은 많은 거 같은데.
좀비 사태가 발발했나 싶을 정도로, 눈을 꿈뻑이며 그어어- 소리를 내고 있는 직원들을 보며 고개를 내저었다.
“오시라고 한 입장에서 죄송하지만, 잠깐만 기다려주시겠어요? 저희 아들이 지금 자고 있을 시간이라서요.”
“괜찮습니다. 저희가 일찍 온 건데요.”
“대신 쉴만한 공간은 제공해 드릴게요.”
우리 동물원 직원들도 출근하지 않은 시각이었기에, 나는 직원들의 휴게실을 내어주었다.
공용으로 쓰는 간이침대 같은 것들을 내어줬더니, 지부장의 부하직원들이 꿀잠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물론,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었고, 남들은 쉽게 경험하지 못하는 새벽의 동물원을 즐기는 이들도 있었다. 오히려 비율로 따지고 보자면 이쪽이 조금 더 많다고 할 수 있었다.
“와, 사람 없는 거 처음 보네.”
“저번에 왔을 때 사람들이 엄청 많던데, 진짜 한적하네.”
“어머, 나 주는 거니? 고마워.”
“야야야, 비버 집 짓는다. 어제 또 박살 났었나 보네.”
연구소 소속 직원들은 이른 아침의, 관람객 하나 없는 동물원을 만끽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중에는 지부장 역시 포함되어 있었다. 다만, 그는 동물들이 초능력을 가지고 있는지 궁금하다며 이런저런 장비 같은 것들을 들고 돌아다니는 중이었다.
호기심이 생기게 만드는 행동을 하는 지부장을 잠시 동안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딱히 이렇다 할 결과가 생기는 것은 아니었다.
“뭐, 사실 기대는 안 했습니다. 동물들에게도 초능력이 있을 수 있다는 의견들은 있지만, 증명된 적은 없거든요. 초능력자 인구 수를 감안하면, 웬만한 동물원마다 초능력을 가진 동물들이 있어야 할 건데 발견된 경우도 없고 말이죠.”
장비가 인간을 기준으로 해서 그럴 수도 있고요- 하고 덧붙이는 지부장의 모습에 적당히 맞장구쳐주었다.
지이이잉-
그리고, 그때 전화가 울렸다.
“어, 누나. 은수 깼어? 응, 응. 알았어.”
은수가 깼다는 누나의 연락이었다.
“아드님이 깬 건가요?”
지부장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니, 지부장이 곧바로 자기 부하직원들을 호출했다.
꿀같은 휴식이 벌써 끝났기 때문인지, 직원들이 다시금 좀비처럼 변해서 걸어왔다.
하지만 지부장은 그런 모습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는 좀비들을 부리며 초능력 검증을 위한 장비들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나는 그 사이, 집으로 돌아가 은수를 데리러 집으로 향했다.
“아부! 무우!”
집 밖으로 나오니, 은수가 온몸을 파닥파닥 움직였다. 다름이 아니라, 은수는 집 밖으로 나왔을 때 꼭 해야 하는 것이 있었기 때문이다.
바로, 은수목을 보러 가는 것이었다.
은수목을 보지 않으면 삐지기 때문에, 나는 은수를 데리고 일단 은수목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무우!”
은수목에 도착한 은수는, 어서 내려달라며 몸을 파닥거렸다. 그런 요구를 따라 은수의 두 발이 바닥에 닿게 내려주었다.
소은이가 그러했듯, 소리와 불빛이 나는 아기용 뽁뽁이 신발을 신은 은수는 내 손을 지지대 삼아 붙잡으며 은수목을 향해 아장아장 걸었다.
삑삑, 삑삑, 열심히 걸어간 은수는 은수목에 착 달라붙었다. 잠시 그렇게 붙어 있던 은수는, 나를 바라보며 어딘가를 향해 손짓했다.
“은수 그네 탈 거야?”
“빠!”
어서 들어달라는 듯이 통통 뛰는 은수를 안아, 굵직한 가지에 묶어놓은 그네에 태워주었다.
가볍게 흔들흔들, 흔들어주니 은수가 즐거워하며 해맑은 웃음을 짓고 있었다.
하지만 계속 그네를 타고 있을 수는 없었기에, 은수의 입에 과자 하나를 물려주며 은수를 그네에서 내려주었다.
그네도 좋지만 과자도 그만큼 좋아하는 은수였기에, 은수는 내 품에 안기며 얌전히 과자를 먹었다.
“저번에 따님은 따로 연합회 측에서 검사하셨다고 하셨죠?”
“네. 그쪽에 아는 사람이 있었거든요.”
“그렇군요. 일단, 아드님도 따님이 하셨던 거랑 비슷한 과정으로 검증을 할 예정입니다.”
고개를 끄덕이니, 지부장과 그 부하직원들이 다가와 은수의 머리에 머리띠 같은 것들을 씌우고, 저주파 치료기 같은 패드를 부착했다.
“우응.”
“은수야, 이상해도 잠깐만 참아줘.”
참아달라는 의미의 뇌물로 과자 하나를 주니, 은수가 얌전해졌다.
우우우우웅-
은수가 얌전해진 틈을 타, 지부장이 곧바로 검사기를 가동했다.
전자기기들에서 자그마한 소음이 울리며 그와 연결된 모니터에 각종 그래프들이 그려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1분 정도 시간이 흐르니 그 소음들이 싹 사라지며 검사기의 작동이 중지되었다.
직원들은 곧바로 은수에게 붙여놓은 패드와 머리띠를 치워주었다.
볼에 있던 패드가 이상했던 건지, 볼을 문지르는 은수를 안아든 나는 곧장 지부장에게 다가갔다.
“어때요?”
“일단, 수치상으로 나오는 건 확실한 초능력자입니다. 최소 상급 정도로 보이네요. 역시, 전 세계에서 유일한 초능력을 보유한 남자의 아들이라고 해야 하나요?”
대단하다는 듯이 은수를 바라보는 것에, 나는 괜히 어깨가 으쓱여졌다.
“그리고, 이쪽을 보시면……. 자기 자신에게 영향을 미치기보다는, 외부로 초능력을 발산하는 형태임을 아실 수 있습니다.”
지부장은 모니터에 나온 이런저런 수치들을 기반으로 초능력에 대한 설명을 해주었다.
그리고, 그런 설명들을 종합하니, 은수가 어떤 초능력을 보유하고 있는 것인지 윤곽이 드러났다.
은수의 초능력은 식물들을 키우는 것에 최적화된 초능력이라는 것이었다.
아쉽게도 내 초능력처럼 전 세계에서 보고되지 않은 초능력은 아니라고 했다. 그래도 상급은 지금까지 단 한 번 밖에 보고되지 않은 수준이라고 하니, 크게 아쉽지는 않았다.
“우리 은수 대단하네?”
“꺄우부!”
뭔지는 몰라도 내가 웃으니 은수가 마주 웃어주었다.
그렇게 은수를 바라보며 웃고 있으니, 지부장이 슬쩍 다가와 머리띠를 내밀었다.
“수환님도 오랜만에 재검사 한 번 하시겠습니까?”
“재검사요?”
“초능력을 조금씩 능숙하게 사용하다 보면, 초능력이 조금 더 강해지는 경우가 간혹 있거든요.”
지부장의 말에 살짝 흥미가 생겼다. 나는 곧장 머리띠와 패드들을 몸이 붙였다.
장비가 우웅- 소리를 내며 잠시 가동되었고, 오래가지 않아 소음이 사라지며 결과가 나타났다.
그런데, 초능력이 외부에 영향을 미치는 정도를 수치화한 것이 이전과 다르게 나왔다.
“……이, 이건 제 예상을 조금 벗어나는 수준인데 말이죠.”
“저번에, 7000 정도 나오지 않았던가요?”
다름이 아니라, 이전에는 7000 가량의 수치가 나왔다면, 이번에는 9000을 상회하는 수치가 나오고 있는 것이었다.
한 마디로, 초능력이 더 많이 강력해졌다는 소리였다.
“저기, 수환님. 혹시 아~주 자세한 검사를 받아보실 생각은……?”
“……됐어요.”
왠지 응하면 안 될 것 같은 제안을 들이미는 지부장의 모습에 고개를 내저으며, 두둑한 수고비와 함께 그를 쫓아냈다.
가지 않으려는 지부장의 모습에, 그 부하직원들에게 무료입장권을 몇 장씩 뿌렸다. 그러자 지부장의 부하직원들이 오히려 지부장 퇴치에 앞장섰다.
나는 버둥거리면서 끌려가는 지부장에게 시선도 주지 않고서, 은수를 안고 집으로 돌아갔다.
“어떻게 됐어?”
유치원에 갈 준비를 하는, 양치를 하고 있는 소은이를 도와주던 누나가 호기심 가득한 모습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예상한 것처럼 식물 계열이라네. 그것도 상급.”
“와!”
“웅? 우웅!”
내 말에 누나가 소은이 양치를 돕던 것도 잊고 만세를 하며 기뻐했다. 양치를 하던 소은이는 무슨 이야기인지는 몰라도, 엄마가 좋아하니 따라 하듯 만세를 했다.
“우리 아들, 정말 대단하네!”
누나는 내게서 은수를 빼앗아가듯 안아들며 행복한 얼굴을 지어 보였다.
솔직히, 은수가 생길 때부터 우리 부부에게 걱정이 있었기 때문이다.
만약 은수에게 초능력이 없었더라면, 은수가 컸을 때 소은이에게 자격지심 같은 것들을 느낄 수 있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럴 일이 없다는 것에, 나와 누나는 걱정을 떨쳐내고 기뻐할 수 있었다.
“압빠, 나 치카치카…….”
물론, 그 기쁨은 내 옷가지를 쥐고 흔드는, 여전히 입에 동물 캐릭터가 그려진 칫솔을 물고 있는 소은이로 인해 오래갈 수가 없었다.
이대로 기뻐하고 있다간 소은이가 유치원에 지각할 수도 있었다.
“누나! 아침!”
“앗!”
누나 역시 마냥 기뻐하던 것을 멈추고, 아침을 준비하러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