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uid RAW novel - Chapter 221
0220 유니콘을 찾아서(3)
“일기토, 너 임마. 냅다 달려가서 패버리면 어떡해.”
두 마리 토끼에게 다가간 나는 일기토 녀석을 가볍게 붙잡으며 훈계했다.
“애기의 관심을 다른 토끼에게 빼앗길 수는 없는 거샤! 심지어 토끼즈도 아닌 토끼에게는 절대로 못 뺏긴다는 거샤!”
물론, 소용은 없었다.
나는 훈계를 해봐야 또 그럴 것이 뻔해 보이는 일기토를 보며 고개를 내저었다.
일기토를 다시 바닥에 내려놓은 나는 소은이에게 가라며 엉덩이를 톡, 두드렸다.
내가 일기토의 엉덩이를 두드린 게 아니라 로켓 발사 버튼을 누른 건지 헷갈릴 정도로, 일기토 녀석이 빠르게 튀어나갔다. 폴짝폴짝 몇 번 뛰더니 뽀니 위에 있는 소은이의 품에 안착해 있었다.
그 모습을 잠시 바라보다, 여전히 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야생 토끼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안녕?”
“안녕 못하다는 거쟈. 패배했쟈.”
“어……. 그, 그래.”
시무룩하게 몸에 힘을 빼며 바닥에 밀착하는 녀석의 모습에 잠시 당황했다.
하지만 이내 정신을 차리며 녀석에게 사진을 보여주었다. 당연히, 사올라의 모습이 찍힌 사진이었다.
“이 동물을 본 적이 있을까?”
“음? 으으으음?”
사진을 내밀며 물어보니, 야생 토끼 녀석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사진을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었다.
잠시 동안 사진을 바라보며 고민하던 야생 토끼였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역시 시원찮았다.
“모르겠다는 거쟈!”
고민을 해도 모르겠다는 듯한 야생 토끼의 모습에 잠깐 아쉬움을 느꼈다.
하지만 이내 아쉬움을 털어내고, 가방에서 일기토에게 주려고 챙겨두었던 배춧잎 한 장을 꺼냈다.
“악! 그거 내꺼샤!”
“시끄러워, 임마. 그러게 누가 싸우래?”
배춧잎이 야생 토끼에게 가는 것을 본 일기토가 폴짝 뛰었지만 소은이 품에서 도망칠 수는 없었다.
나는 정보를 제공해 주지는 못했어도, 수고했다는 것과 일기토에게 맞은 것을 보상해 주는 느낌으로 배춧잎을 먹여주었다.
“마, 맛있다는 거쟈!”
배춧잎을 살짝 먹어본 야생 토끼가 순식간에 배춧잎을 해치웠다.
흔적 하나 없이 배춧잎을 먹어치운 야생 토끼의 모습에, 녀석을 가볍게 쓰다듬어주고서 보내주었다.
소은이에게 다가가지 못한 것이 아쉬운 듯하지만, 소은이의 품에서 강렬한 눈빛을 보내는 일기토의 시선을 이기지 못하고 시야에서 사라졌다.
“잘가아아아!”
소은이는 사라지는 토끼의 모습에 손을 붕붕 흔들어댔다.
“압빠! 빨리 빨리!”
그리고, 토끼가 시야에서 사라지니 소은이가 재촉하기 시작했다. 다름이 아니라, 벌써부터 여러 동물들을 만나게 되었으니 어서 움직여서 더 많은 동물들을 만나보겠다는 것이었다.
그 모습에 피식 웃으며 누나의 곁으로 다가가니, 소은이가 다시금 움직였다. 이전보다는 조금 더 빨라진 속도였지만, 우리 중에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사람은 없었다.
이전보다 조금 더 빠른 속도로 움직이다 보니, 우리는 금세 산맥의 깊숙한 곳까지 들어오게 되었다.
마을이 있던 곳이나 다른 곳보다 조금 더 고산 지대가 되어갔고, 식물들이 조금씩 달라지고 있었다.
“빠밥밥!”
주변 식물들이 달라지니, 이번에는 은수가 우리의 걸음을 멈추게 만들었다.
새롭게 보는 식물들이 그렇게 신기했던 건지, 은수가 지나가는 식물들을 한 번씩 다 보고 나서야 다시 움직일 수 있었다. 그것도, 근처에 있던 이파리가 달린 나뭇가지 하나를 쥐여주고 나서야 가능했다.
나뭇가지 하나를 손에 쥐게 된 은수는 어딜 가든 알아서 하라는 듯, 나뭇가지를 쥐고서 구부려보기도 하고 이리저리 돌려 보기도 하며 혼자만의 세계로 빠져들었다.
그렇게 다시 움직이며, 중간중간 은수가 나뭇가지를 먹지 못하게 말리고 있으니 소은이가 우뚝- 멈춰 섰다.
“소은아, 왜?”
잘 걷다가 멈추는 모습에 의아함을 담아 바라보니, 소은이가 뽀니의 위에서 폴짝 뛰어내렸다.
“배고파!”
“아, 벌써 시간이 그렇게 됐나.”
소은이가 멈춘 이유는 별게 아니었다. 꼬로록- 소리가 날 정도로 배가 고팠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니 은수가 나뭇가지를 입에 넣으려던 것이 배가 고프기 시작했다는 신호 같았다.
“여기서 밥 먹고 다시 출발할까?”
결국, 우리는 근처에 자리를 잡고 식사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자연재해로 인해 부서진 건지 여러 그루의 나무들이 부러져 있는 곳이 있었는데, 콩콩이가 그곳을 치워내며 공터로 만들어 가능한 것이었다.
어쨌거나, 그렇게 시작된 식사는 평범했다. 대단한 음식들을 들고 온 것이 아니라, 반 조리된 식품들을 먹는 것이었다. 경량이면서 전기도 많이 충전되는 배터리에 커피포트를 연결해서 물만 끓여 데워 먹는 수준이었다.
그래도 맛이 나쁘지는 않은 데다, 이곳까지 오는 길목에 있던 야생 과일 같은 것들도 하나씩 먹고 나니 우리 모두 만족할 수 있는 식사가 되었다.
그런데, 그렇게 먹을 것들을 다 먹고 자리를 정리하고 있을 때였다.
“우앗! 압빠! 저기!”
갑자기 소은이가 어딘가를 가리키며 소리를 쳤다. 그곳을 향해 빠르게 고개를 돌린 나는 화들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공터 테두리라고 할 수 있는 곳에서 자라고 있던 나무 위에 한 마리 동물이 있었기 때문이다. 제법 커다란 크기의 동물 한 마리가 이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온몸에 구름 같은 무늬가 있다고 구름표범이라고 불리는 동물이었다.
“안녕! 일루와!”
그리고, 구름표범을 발견한 소은이는 냅다 녀석을 호출했다. 손짓을 휙휙 하고 있으니, 구름표범이 나무에서 가볍게 내려왔다.
“이히히, 귀여워!”
나무에서 내려온 구름표범에게 도도도도- 달려간 소은이는 그대로 녀석을 붙잡아 마구 쓰다듬어댔다.
우리 동물원에는 따로 표범아과의 동물들이 없다 보니, 몸에 있는 무늬가 신기하다는 듯이 무늬 위주로 쓰다듬고 있는 것이었다.
“압빠! 얘 배고픈가 봐!”
녀석을 잠시 쓰다듬던 소은이는, 구름표범이 계속 음식이 있던 곳을 바라보는 모습에 녀석이 배가 고프다는 것을 눈치챘다.
“배고파?”
“응. 먹을 거 있으면 줘.”
구름표범에게 다가가 배고프냐고 물으니, 녀석은 당당하게 긍정을 표하는 걸로도 모자라 음식을 달라고 요구했다. 조금 싹수가 없고 당당한 건 고양이과의 특징인가 싶었다.
어이가 없긴 했지만, 주지 못할 것도 없었기에 육포 몇 조각을 내어주었다.
일반인들이야 야생 동물들에게 먹이를 주는 행동이 문제가 될 수 있었지만, 나는 아니었기에 거리낄 것이 없었다.
“이건 특별히 주는 거야. 네가 인간들한테 이렇게 찾아와서 먹을 걸 달라고 하면 오히려 크게 혼쭐나고 쫓겨 날 거야. 알았지?”
“응.”
인간들을 음식 자판기로 여기지 않도록 설명을 해주고, 육포를 조금 먹여주었다. 배가 부를 정도는 아니지만, 허기는 면할 정도로 말이다.
그러면서, 나는 다른 동물들에게 그러했던 것처럼 사올라의 사진을 보여주었다.
“여기, 이 동물 본 적 있어?”
“응. 예전에.”
“진짜? 정확히 어디서 봤어?”
“더 줘.”
구름표범 이 녀석은 거래를 할 줄 아는 놈이었나 보다. 내가 필요한 게 있다는 걸 알자마자, 육포를 내놓으라며 대답을 거부했다.
나는 골치 아픈 녀석이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지만, 그래도 육포를 조금 더 내어주었다.
“저기, 위쪽으로 조금 더 가면 볼 수 있어. 그런데, 걔들 요즘에는 보기 힘들어.”
“그래? 그래도 고맙다.”
나는 구름표범 녀석을 거칠게 쓰다듬어주고서, 곧장 이동할 준비를 시작했다.
여기서 무언가를 먹었다는 흔적조차 남지 않도록 깔끔하게 정리를 하고서 이동했다.
구름표범 녀석이 가리킨 곳을 향해 조금씩 걷다 보니, 다른 동물들을 더 만날 수 있었다.
우리나라 명칭으로는 산미치광이라는 이름을 가진 포큐파인, 호저였다.
녀석 역시 사올라를 본 적 있는지 물으니, 본 적이 있다고 대답했다. 드디어 사올라의 영역에 접어들었다는 것이 확실해지는 것에 우리 일행이 반색했다.
그리고, 녀석은 보답의 의미로 소은이에게 한껏 귀여움을 받고서, 등에 무수히 많이 나 있는 가시 몇 개를 기념품으로 주고서 사라졌다.
“그건 뾰족해서 위험하니까, 엄마가 보관하고 있을 게.”
“히잉.”
다만, 뾰족하기 그지없는 가시의 위험성 때문에 빼앗기긴 했지만 말이다. 소은이는 마치 세뱃돈을 빼앗긴 어린이처럼 시무룩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렇게 조금은 시무룩해진 소은이가 다음으로 찾아낸 동물은 박쥐였다.
그 녀석 역시 사올라를 본 적이 있다고 했다. 각종 병균이 있을 수 있어, 접촉은 하지 못하게 했지만 그래도 새로운 동물을 만나니 소은이의 기분이 풀어진 듯한 모습을 보였다.
어쨌거나, 그렇게 다른 동물들에게서도 사올라에 대한 목격담을 들은 나는 사올라를 찾기 위해 최후의 수단을 꺼내기로 했다.
“유부야, 아라야 부탁한다. 할 수 있겠지?”
“맡겨만 주시오.”
“금방 찾아서 안내해 드릴게요.”
두 녀석은 내 부탁에 곧장 하늘로 날아올랐다. 조금 고산지대가 되며 나무들이 빽빽하게 자리하고 있지 않았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무척 자신감이 넘치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그 자신감에 걸맞게 두 녀석이 금세 결과를 가져왔다.
“찾았소이다! 지금 가는 방향으로 가다 보면 한 마리가 있을 것이오!”
“저도 찾았어요. 그 뒤쪽으로 새끼 두 마리가 있었어요.”
하늘 높은 곳에서 수색하던 두 녀석은 금세 사올라를 찾아냈다.
당연히 우리는 지금까지 보다 더 빠른 속도로 사올라가 있다는 곳을 향해 내달렸다.
하지만 그곳에는 사올라가 이미 떠나고 없는 상태였다. 두 녀석이 무전기를 가진 것도 아니고, 하늘에서 왔다 갔다 오가며 위치를 알려주어야 했기 때문에 오차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렇기에, 이번에는 다른 두 녀석을 투입하기로 했다. 바로 청호와 마루를 투입하기로 한 것이었다.
“찾을 수 있겠어?”
“예, 여기 흔적도 있으니 가능할 것 같슴다.”
두 녀석은 사올라의 것임이 분명해 보이는, 나뭇가지에 걸려 있는 자그마한 털 뭉치의 냄새를 맡아 사올라가 어디로 간 것인지 추적하기 시작했다.
킁킁대며 노즈 워킹을 하듯, 두 녀석이 움직이는 대로 따라가다 보니 멀리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조금씩 들려왔다.
두 녀석이 향하는 곳과,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것이 동일하다는 것에 희망을 가지며 조금 더 빠르게 움직였다.
그리고, 조금 더 움직이다 보니 약간 거리가 떨어진 곳에 웅크리고 있던 한 마리의 동물을 발견할 수 있었다.
사슴 같기도 하고, 자그마한 소 같기도 한 녀석인데 머리에는 두 개의 뿔이 곧고 뾰족하게 나 있었다. 사진과, 박제로 보았던 녀석과 무척이나 흡사하게 생긴 모습에 나는 그 녀석이 사올라임을 확신했다.
“사올라다!”
소은이 역시 그 녀석이 사올라라고 확신했는지, 냅다 소리쳤다.
다만, 경계심이 강하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그 외침에 사올라가 화들짝 놀라며 도망치려는 모습을 보였다.
도망치면 안 돼! 또 찾으러 다녀야 하잖아!
나는 이대로 녀석이 도망치도록 내버려 둘 수 없었다. 그렇기에, 최근 한동안은 잘 사용하지 않던 마법의 단어를 사용했다.
“멈춰!”
도망치려던 사올라는 마법의 단어 앞에 그대로 무력화되었다. 도망치려던 자세 그대로 굳은 듯, 녀석은 우리가 접근할 때까지 멈춰 있을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