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uid RAW novel - Chapter 225
0224 자연구역
“자, 여기가 앞으로 너희들이 우리랑 같이 살게 될 곳이야.”
스트레스 받지 않도록, 승차감도 좋은 특수 제작된 이송차량에 사올라들을 태워 동물원으로 돌아온 내가 제일 먼저 한 것은 녀석들을 적응시키는 것이었다.
동물원에 도착하자마자 다른 동물들을 모두 불러 모아 녀석들과 인사하게 만든 것이었다.
소과의 동물이지만 사슴과 제법 닮았기 때문인지, 루돌프 녀석이 곧장 친근하게 다가갔다.
적어도 루돌프 녀석 덕분에라도 사올라들이 동물원에 잘 적응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여기, 좋은 것 같아요.”
사딸라 녀석이 루돌프와 가볍게 인사를 주고받더니, 주변을 보며 고개를 끄덕여댔다. 마음에 든다는 듯 경쾌한 발걸음으로 주변을 돌기 시작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런데, 그 순간이었다.
“으악! 안 돼! 넘어가지 마!”
나는 다급히 사딸라 녀석의 행동을 막아섰다. 녀석이 동물원의 테두리에 위치한 담벼락을 뛰어넘으려고 했기 때문이다.
폴짝 뛰어오르려던 녀석은 내 외침에 어정쩡한 자세 그대로 멈춰 섰다. 그리고 왜 그러냐는 듯이 나를 바라보았다.
“여기 동물원 주변으로 담장이 있는데, 그건 넘어가면 안 돼.”
“왜요? 저기 맛있어 보이는 거 있는데…….”
“저쪽으로는 내 땅이 아니거든.”
“으음…….”
내 말에 사딸라 녀석이 뭔지는 몰라도 일단 나가지 않겠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담장 너머로 시선을 떼지 못했다.
그 모습을 보며 나는 녀석들에게는 이곳이 많이 좁게 느껴지는 건가- 싶었다.
라오스의 넓디넓은 산맥에서 살아오던 녀석들이니, 동물원은 비좁게 느껴지기 충분하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지금까지는 다른 동물들이 동물원 밖으로는 크게 관심을 나타내지 않았기 때문에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이었다.
애초부터 동물원에 있던 녀석들이 대부분이었고, 야생에서 들여온 구박이나 미호 같은 녀석들도 동물원에 금세 적응을 했기 때문에 공간이 좁다는 소리를 하지 않았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최근 들어서는 맹수 같은 녀석들도 종종 우리를 탈출해서 놀기 때문에, 더더욱 공간이 비좁다고 불평하는 녀석들이 없었다. 동물원 길목에 떡하니 호돌이 녀석이 퍼질러 누워 있어도, 사람들이 흠칫거리긴 하지만 두려워하는 일은 없을 정도였다.
“그래도 동물원을 조금 넓히긴 해야겠네.”
그렇지만 동물원의 확장은 필수적으로 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덟 마리의 사올라가 동물원에 합류한 것도 이유였고, 추가로 다른 동물들 역시 동물원으로 합류하는 것이 예정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레서판다, 긴칼뿔오릭스, 그레비얼룩말. 이렇게 세 종류가 확정이 되어, 들어올 날만 기다리고 있는 중이었다.
그중에서 가장 좁은 영역 범위를 가지는 레서판다도 2.56Km² 정도의 영역을 가진 동물이라, 동물원의 범위를 한참 뛰어넘는 녀석이었다.
여러 이유로 동물원의 확장이 반드시 필요한 것임을 느낀 나는, 사올라들을 적당히 동물원에 풀어놓고서 휴대폰을 꺼내들었다.
“보자……. 통장에 얼마 있더라.”
휴대폰을 꺼내든 나는 곧바로 계좌를 확인했다. 일단 동물원을 확장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돈이었기 때문이다.
“확장하기엔 충분한 것 같네.”
계좌를 확인한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 정도 돈이라면 동물원 주변 산지를 넉넉하게 구매해서 확장할 수 있었다.
개발 허가부터 시작해서 모든 비용까지 다 고려해도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뮤튜브 수익, 동물원에서 나오는 수익, 여러 광고 수익 등등. 한 달에 들어오는 순수익만 십수억이었다. 더군다나 자산관리사가 붙어 조금씩이지만 꾸준히 불려주고 있었으니 여유롭게 진행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나는 곧바로 관련된 절차를 진행하려다가, 하루 정도는 쉰 다음 하기로 결정했다. 이제 막 라오스에서 귀국한 참이니 약간이지만 피로가 있었다.
더군다나 동물원 확장에는 지금 벌써 집에서 쿨쿨 곯아떨어진 누나도 도움을 주어야 했으니, 지금 당장 할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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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원 확장을 위해, 여러 직원들을 불러 모아 회의를 시작했다.
“동물원의 확장을 하시겠다고요?”
“슬슬 새로운 동물들도 들여오는 김에, 추가로 다른 동물들도 들여오면서 확장할 생각이에요.”
내 말에 직원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사람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해야 하는 동물원인 만큼, 새로운 동물들을 들여오는 것은 필수였기 때문이다. 그렇게 동물들을 들여오기 위해서는 동물원의 확장 역시 필수였다.
“그럼 어떤 식으로 확장하실 겁니까? 따로 테마관을 만드실 생각이실까요?”
시설팀의 팀장이 동물원 확장의 방향에 대해 물었다. 확장이 된 이후, 그 부분 역시 시설팀에서 유지 보수를 해야 하기 때문이었다.
“테마관처럼 하긴 할 건데, 테마관을 따로 조성하지는 않을 거예요.”
“……예?”
시설팀장이 내 말을 이해하지 못한 듯 고개를 갸웃거리며 반문했다.
나는 그 모습에, 회의실에 있는 대형 모니터와 연결된 노트북을 조작해 한 화면을 보여주었다.
바로,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준 것이었다. 얼룩말들이 뛰노는 초원이 절반, 산악지대 같은 곳에서 곰이 느긋하게 널브러져 있는 모습이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사진이었다.
“어떻게 보면, 자연 상태를 거의 고스란히 보존해서 만든다고 보면 될 것 같네요. 사람들이 다닐 공간도 등산로처럼 조성해두고, 동물들이 마음대로 뛰놀 수 있도록 하는 거죠.”
“어……. 그럼 관람객들이 불만을 갖지 않을까요?”
시설팀장은 걱정된다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지금까지 ‘동물원’하면 생각날 만한 곳만 유지하고 보수해왔던 사람이었으니, 지금까지 경험해 보지 못한 것에 대한 두려움 같은 것이 있는 듯했다.
하지만 그런 시설팀장의 걱정은 내가 아니라 다른 직원들이 풀어주기 시작했다. 자유롭게 누구나 언제든지 발언해도 되는 분위기의 회의를 하다 보니, 일종의 토론회처럼 누구든 이야기를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시설팀장님. 그건 괜찮다고 봅니다. 자연 상태에서의 동물들을 하나씩 찾아서 보는 재미도 있을 거니까요. 게다가, 모든 동물들이 다 빠질 것도 아니겠습니까.”
“맞아요. 등산을 하다가 다람쥐라도 한 번 보게 되면 괜히 기분 좋아지고 그러잖아요.”
“음……. 그런데 오히려 사장님께서 말씀하신 방법이 유일한 방법 같습니다. 저희 동물원 주변으로 아주 약간은 개발이 가능한 토지지만, 그 이후로는 그린벨트에 묶여 있어 개발이 불가능합니다. 관광지 조성으로 부산시와 협조해서 어떻게 풀어낼 수는 있겠지만, 좋은 소리는 못 들을 겁니다.”
관리직에 위치한 이들이 저들끼리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그 이야기에는 나도 몰랐던 내용들이 포함되어 있었다.
“아, 그린벨트가 아직 안 풀렸던가요?”
“예. 푼다는 이야기는 있었는데, 등산로를 개발하는 건 시민들에게 불이익이라고 취소된 걸로 알고 있습니다.”
“저희도 문제가 될까요?”
“음……. 어느 정도 범위를 지정하실지 모르겠지만, 문제가 될 부분은 없다고 봅니다. 등산로를 포함하게 되더라도 우회로를 저희가 제작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으면 될 것 같고요.”
딱히 문제는 없어 보인다는 말에 나는 다행이라 생각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동물원 확장을 할 테니, 관련 준비 좀 부탁드려요.”
직원들에게 저마다 할 일을 맡긴 나는 곧장 주변 산지를 매입하기 시작했다.
부산시와 부산진구청의 협조를 받으니 구매 자체는 어렵지 않았다. 더군다나, 관광지 조성이라는 명목하에 약간의 혜택도 받으니 동물원 주변으로 담벼락을 세우는 등의 허가도 받아낼 수 있었다.
원래라면 5만 m²이 조금 안 되는 크기였지만, 이제는 그 다섯 배가 넘는 25만 m²에 가까운 넓이가 되었다.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진 상태라고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더군다나, 성지곡 수원지라는 이름이 붙은 저수지의 일부가 우리 동물원에 들어오게 되었다.
오래전에는 상수도의 역할도 했다는 곳이지만, 이제는 단순히 저수지에 지나지 않았기에 동물들을 풀어놓는 것도 불가능하지 않았다. 어차피 풀어놓는다고 도망갈 녀석들도 아니었으니, 풀어놓는다고 문제가 될 것은 없었다. 누가 포획하려고 해도 잡힐 녀석들도 아니었고.
물론, 특혜 이야기가 나오기는 했지만 백양산의 등산로를 내가 정비해 주고, 입장료도 인상하지 않는다고 하니 크게 문제 삼는 사람들은 없었다.
비록 그 과정에서 돈이 제법 깨지긴 했지만, 여전히 통장이 여유로웠기에 다른 정비들도 마저 해결할 수 있었다.
그리고, 편입된 땅들을 감싸는 담벼락과 보안장치를 설치하고, 사람들이 쉽게 관람할 수 있도록 길까지 정비하고 나서야 그 공간들을 개방하기로 했다.
당연히 일반인들에게 개방하기 전에 우리 가족과 직원들이 한 번 확인하는 것을 잊지는 않았다.
“와! 동물원이 넓어져써!”
원래라면 막혀 있었을 벽들이 허물어지고, 그 뒤로 자연이 펼쳐지니 소은이가 무척 신기해했다. 막힌 곳이라 관심도 없던 곳에 새로운 길이 생겨 있었으니 신기하기 그지없는 것이었다.
특히, 그렇게 보이는 자연에서 사올라들이 뛰놀고, 곰돌이가 나무에 등을 긁어대고 있었으니 더더욱 신기해하고 있었다.
“압빠! 저기 곰돌이! 곰돌이가 나와이써!”
“응. 아빠가 풀어줬어. 곰돌이가 사람들을 위협하지는 않잖아. 맨날 우리에서 심심해하니까 풀어줬지.”
“와아아! 곰도라!”
소은이는 밖에서 곰돌이와 놀 수 있다는 것 때문인지, 곧장 곰돌이에게 호다닥 달려갔다.
그 모습에 잠시 웃음을 터트린 나는 누나와 은수를 비롯해, 다른 직원들을 이끌고 새롭게 조성한 자연구역을 탐방하기 시작했다.
잠시 그들을 이끌고 걷던 나는 어딘가를 확인하고서 우뚝 멈춰 섰다.
“여기서 동물 한 번 찾아보실래요?”
“여기서? 누구 있어?”
“응. 한 번 찾아봐.”
내 말에 누나가 호기심 가득한 표정으로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그리고, 그것은 직원들이라고 해서 다르지 않았다.
열심히 고개를 휙휙 돌리며 주변을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앗! 저기!”
그러던 도중, 한 직원이 소리치며 어딘가를 가리켰다.
“천산갑? 쟤가 여기 와 있었어?”
소은이가 가끔 공놀이하듯 데굴데굴 굴리던 천산갑 녀석이 나무 기둥 근처에서 널브러져 있었다. 굴을 파다가 지쳐서 쉬고 있는 듯한 모습이었다.
“지금 쟤 말고도 더 있어.”
“더? 아! 저기 있다. 화식조!”
누나 역시 근처를 배회하던 화식조 한 마리를 밝견할 수 있었다.
그리고, 자신도 한 마리 발견했다는 것 때문인지, 무척 즐겁다는 듯이 웃음을 짓고 있었다. 이제는 더 있냐고 묻지도 않고, 또 다른 동물을 찾기 위해 고개를 두리번거리고 있을 정도였다.
동물들을 하나씩 찾는 재미를 느꼈기 때문인지, 다들 연신 고개를 휘저으며 자연구역을 누비기 시작했다.
족제비 녀석들이 호다닥 달려가는 모습을 발견하기도 하고, 나무 위에서 쿨쿨 낮잠을 자던 유부를 찾았다. 당연하게도 그렇게 동물들을 발견할 때마다 모두가 즐거워하고 있었다.
게다가 자연구역의 중심 부근으로 도착했을 때는, 여섯 마리의 사올라들이 우르르 달려가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정말 자연 속에 들어온 듯한 느낌이 물씬 풍기는 모습에 모두가 감탄을 금치 못했다.
“어때, 사람들 반응 괜찮을 것 같지?”
“응! 동물들 하나하나 찾는 거, 은근히 재밌는데? 아! 저기 미호다!”
누나도 은수를 품에 꼬옥 안아들고 열심히 동물들을 찾기 위해 고개를 휙휙 돌리고 있었다. 어디선가 조금이라도 부스럭 소리가 나면 팩! 돌아가기 바빴다.
그렇게 자연구역의 사전 탐방을 마친 우리는 한 명도 빠짐없이, 일반인들에게 개방하기 부족함이 없다고 입을 모았다.
그리고, 실제로도 그다음 날 자연구역을 개방했을 때 호평이 가득했다. 많이 걷기 힘들다거나, 유모차의 진입이 힘들다는 것 때문에 불평이 조금 있긴 했지만 동물들을 찾는 재미가 있다는 평이 압도적으로 많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