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uid RAW novel - Chapter 257
0256 고향 친구(1)
아쿠아리움이 개장된 다음, 아쿠아리움은 성공적으로 하나의 관광상품이 되었다.
신수의 둥지를 찾아온 사람이라면 대다수가 아쿠아리움을 한 번 이상은 들리는 수준이었다.
3층 규모의 초 거대 수조에는 온갖 희귀한 생물들도 가득했다. 게다가 최대한 자연환경과 유사하게 꾸민 수조의 심층에서는 해양생물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여실히 볼 수 있었다.
대게들이 바닥에서 뭔가를 주워 먹는 듯한 모습을 본다거나, 손가락만 한 해마들이 뽈뽈 움직이며 물속에 떠다니는 무언가를 흡입하는 것도 볼 수 있는 것이었다. 심지어, 심해에서 살아간다는 우무문어가 자그마한 새우 같은 것들을 잡아먹는 모습도 볼 수 있을 정도였다.
그 외에도 온갖 희귀한 해양생물들을 볼 수 있었으니, 사람들이 찾지 않을 수가 없었다.
[신수의 어항! 수준급 아쿠아리움!] [국내 유일, 우무문어를 볼 수 있는 아쿠아리움.] [손을 빙글빙글 돌리면 따라서 몸을 돌리는 상괭이(동글이)를 볼 수 있는 곳!] [독을 가진 해양 생물들의 화려한 모습! 말 그대로 치명적인 매력!]당연히 사람들이 많이 찾는 만큼, 신수의 어항이란 이름을 붙인 아쿠아리움에 대한 리뷰가 속속 나오고 있었다.
하지만 마냥 칭찬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가장 큰 단점으로는, 매우 넓은 수조에 비해 많지 못한 해양생물의 수. 조금만 더 볼거리가 있다면 만점을 줄 의향 100%!] [전 세계에서 가장 이색적인 동물원인 신수의 둥지와 다르게, 큰 특이점이 있지 않은 어항. 다른 아쿠아리움에 비해 특색이 있는 것이 부족.]신수의 어항을 찾은 이들이 단점으로 꼽은 것은, 부족한 해양생물의 수와 특별하게 즐길거리가 없다는 것이었다.
희귀한 해양생물들이 여럿 있기는 하지만, 3층 규모의 초거대 수조 전체를 놓고 보자면 빈 공간이 무척 많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신수의 둥지와는 다르게 특별하게 즐길만한 것이 없다는 것도 사람들이 단점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신수의 둥지에 대한 느낌을 고스란히 기대하고 어항을 찾았기 때문인 것 같았다.
호랑이 우리로 들어가서 아무런 보호장구 하나 없이 먹이를 주는 체험을 할 수 있다던가, 어린이 한정이지만 코끼리의 코를 미끄럼틀처럼 타고 논다거나, 쫙 벌린 악어의 이빨을 양치해 주는 체험 같은 것들이 무척 많았다.
그런 것들을 생각하고 기대하며 찾아오다 보니, 어항이 조금 부족하게 느껴지는 것이었다.
전복이나 해삼, 불가사리 같은 것들을 만져보며 체험할 수 있는 구역이 있긴 하지만, 그것은 다른 아쿠아리움에서도 할 수 있었으니 말이다. 한 마디로 신수의 둥지처럼 차별화된, 이곳이 아니라면 경험해보지 못하는 것이 없는 것이었다.
“음……. 다이빙 투어라도 만들어 볼까.”
차별화된 관람 요소가 뭐 있을까 생각하니, 소은이처럼 메인 수조에서 수영을 하면서 둘러보는 코스라도 만들어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중에 상어도 몇 마리 데려와서, 상어들 사이에서 헤엄치는 경험을 선사해 주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았다. 호랑이들도 충분히 교육을 했으니, 상어들도 충분히 교육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한입충이라 안 되려나?’
갈라파고스에 갔을 때 진행했던 샤크 케이지가 떠올라 순간 멈칫했지만 말이다.
아무튼, 꼭 상어가 아니라도 여러 해양 생물들이 추가되면 정말 다이빙 투어를 만들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상괭이와 헤엄치는 코스, 바닥에서 대게들의 집게 힘을 체험해 보는 코스, 바다거북을 붙잡고 심층까지 내려가는 용궁 코스 등등. 몇몇 테마를 만들어 진행하는 것도 좋을 것 같았다.
“그러면 일단 동물들을 더 모아야겠네.”
체험 코스를 만들려고 해도, 더 많은 동물들을 들이는 것이 먼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렇게 아쿠아리움에 대한 생각을 하고 있으니 방 밖에서 누나의 외침이 들려왔다.
“밥 먹어!”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어?”
휴대폰을 슬쩍 확인하니 12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나는 곧바로 거실로 나갔다. 문을 열고 몇 걸음 걸으니, 밥 먹으라는 소리를 들었던 소은이가 뽀르르 뛰어가는 모습이 보였다.
“…….”
“…….”
그리고 주방에 도착한 소은이와 나는 사이좋게 입을 다물었다.
아니, 밥 먹으라며. 먹을 게 없는데?
“왔어? 금방 되니까, 잠깐만 기다려.”
“누나. 누나도 한 명의 엄마인 걸 알겠는데, 이러는 저의가 뭐야.”
“뭐가? 다 됐어.”
“이제 당근 썰면서 무슨…….”
나는 준비가 거의 다 된 게 아니라, 요리할 준비가 다 된 누나의 모습을 보며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으잉. 밥 없잖아.”
소은이도 텅 비어 있는 식탁을 보며 아쉬워했다.
초등학생 아이가 있는 엄마가 다 된 누나는, 엄마들이 보여주던 모습들을 간간이 하나씩 보여주고 있었다. 지금 텅 비어 있는 식탁에서 밥 먹자고 부르는 것처럼 말이다.
“어마, 어마!”
“응? 은수, 이거 먹고 싶어?”
“아-!”
그리고, 그런 건 아무래도 좋다는 듯이, 은수는 누나의 다리에 착 달라붙어서 입을 벌리고 있었다. 누나가 지금 당근을 썰고 있었는데, 그게 무척 먹고 싶었던 것 같다.
누나가 당근의 가장 부드러운 부분을 골라 자그마하게 썰어 주니, 은수가 행복한 표정으로 당근을 먹었다.
나는 어쩔 수 없이 소은이랑 거실 소파에 앉아 요리가 다 되길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은수가 중간중간 당근이나 오이 같은 것들을 하나씩 얻어먹는 걸 보면서 TV도 보다 보니, 어느새 점심 준비가 정말 끝이 났다. 이번에는 진짜 음식들이 식탁 위에 놓인 상황이었다.
“엄마가 해준 거 엄청 마시써!”
소은이는 그렇게 준비된 음식들을 순식간에 해치우며, 조금 볼록해진 배를 슥슥 문질렀다.
“얼마나 맛있었길래, 나중에도 먹으려고 입 주변에 다 묻혀놨어?”
소은이 입가를 슥- 닦아준 다음, 은수에게 음식을 한 숟갈씩 먹여주고 있는 누나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내일 서울에 좀 다녀올게.”
“서울? 원숭이 데리러……는 아니겠네. 동물원에 있으니까. 서울까지는 왜?”
“에콰도르 대사관에 좀 가려고.”
“에콰도르면, 우리가 갔던 갈라파고스 있는 나라 아니야? 대사관에는 왜?”
“동물들을 좀 받고 싶어서. 왜, 저번에 갈라파고스에서도 동물 보호 쪽으로 문의했잖아. 반려하긴 했지만. 그때 답장은 대사관으로 부탁한다고 했었으니까.”
아쿠아리움에 들어갈 동물들 중 일부를 갈라파고스에서 공수할 생각이었다.
아무래도 섬에 있는 동물 대부분이 멸종위기종인 갈라파고스였으니, 보호와 번식을 목적으로 몇 마리를 받을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북부흰코뿔소의 번식에 성공한 이후, 동물들을 보호와 보존해 달라며 요청한 국가들 중에는 에콰도르도 있었다. 당시에는 해양 생물들을 보호할 구역이 없었기에 반려했지만, 지금은 충분히 가능한 상황이었다.
“나두 갈래!”
“안 돼. 내일은 월요일이니까 소은이는 학교 가야지.”
“앗! 그럼 안 갈래!”
어리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선생님을 만나는 것도 좋고 친구들을 만나는 것도 좋아하는 소은이는 등교를 선택했다.
나는 그런 소은이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서, 점심의 뒷정리를 하며 누나와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이어갔다.
요즘 동물원 수익이나 뮤튜브 수익이 어떻고부터 시작해서, 소은이가 학교에서 어떻게 지내며, 은수가 어떻게 애교를 부렸는지에 관한 내용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리고, 저녁에도 비슷한 일과를 보낸 나는 다음 날 아침. 서울을 향해 이동했다.
“오오오! 신수님 덕분에 저희 1군에서도 우승이 코앞입니다! 으하하핫! 제 잘난 맛에 살던 1군 녀석들이 원숭이에게 지지 않으려고 어찌나 열심히 연습하는지, 실력이 정말 비약적으로 상승했지 뭡니까.”
도중에 어떻게 알고 찾아온 건지, 원숭이 녀석이 속한 게임단인 반지에서 찾아와 감사의 인사를 연발했다.
그런 반지의 감독과 잠시 어울려준 다음, 에콰도르 대사관을 향해 이동했다. 미리 약속한 시간이 다 되어갔기 때문이다.
“어서오십시오.”
에콰도르 대사관에 도착하니, 나를 미리 기다리고 있던 직원이 나와 나를 반겨주었다.
그를 따라 이동하니, 에콰도르에서 파견된 에콰도르의 대사가 부드러운 웃음을 지으며 나를 맞이했다. 나름 한국에 오래 있었는지, 꽤나 수준급으로 한국어를 잘하는 사람이었다.
“이번에 아쿠아리움을 개장하셨다고요. 저희도 소식을 들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원하시더라고요. 육지보다 더 다양한 종이 있는 해양 생물들을 위한 곳을요.”
“하하, 어쩔 수 없지 않겠습니까. 드루이드가 운영하는 그 동물원을 가본 사람이라면, 드루이드가 운영하는 아쿠아리움에 대한 호기심과 흥미가 생기지 않을 수 없지요.”
자기도 기대하던 사람들 중 한 명이라며, 조만간 휴가를 받으면 찾아올 예정이라고 했다.
“그런데, 드루이드께서 이렇게 직접 찾아오신 거라면, 제가 예상하는 그 목적이 맞는 것이겠지요?”
“네. 아무래도 해양생물들이 조금 부족하다는 느낌이 있거든요. 아무 동물들을 들이기보단, 멸종위기에 처한 동물들을 보호하는 게 더 좋지 않겠어요?”
“그렇지요. 멸종위기종의 보호는 필연적으로 많은 돈을 소모하게 되니 말입니다. 관광산업에 포함된다 하더라도 보호되고 보존되는 것이 더 좋으니 말입니다.”
갈라파고스의 동물이 많은 환경을 관광산업으로 이용하는 에콰도르 답다고 해야 할지, 대사는 당연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어떤 동물을 원하시는지요?”
“일단, 페엥……. 그러니까, 갈라파고스 펭귄과 바다사자들. 거기에 바다 이구아나를 원합니다.”
나는 가장 먼저 페엥의 친구들을 불러올 생각이었다. 매번 혼자 다니는 녀석이 조금 안쓰러웠기 때문이다. 다른 건 몰라도, 녀석에게도 짝을 만들어주고 싶었다. 동물원에 있는 동물들 중, 웬만한 녀석들은 다 짝이 있었기 때문이다. 자기들이 짝을 거부하는 몇몇 동물들이 있긴 했지만, 페엥의 경우에는 데려오기가 힘들었기 때문에 짝이 없는 상태였다.
어쨌거나, 그렇게 페엥의 짝과 친구가 될 펭귄들과, 바다사자, 바다이구아나들을 요구했다.
“그 정도는 어렵지 않겠군요. 펭귄들의 포획이 조금 어렵긴 하겠지만……. 바다사자나 바다이구아나는 갈라파고스 항구에 자리를 잡고 있으니까요.”
그리고, 에콰도르 대사는 내 요청을 거부하지 않았다. 애초에, 그 동물들의 보호와 보존을 요청한 것이 그들이었으니 거부하는 것 자체가 이상한 일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