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uid RAW novel - Chapter 312
0311 입양교육대(1)
광고 촬영을 모두 끝내고 나면 으레 하던 일이 있었다. 광고를 찍어서 벌어들인 돈으로, 소소한 기쁨을 누리는 것이었다.
다른 말로 하자면,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이었다.
고생해 준 동물들은 물론, 우리 가족 역시 맛있는 것을 먹는 날이라고도 할 수 있었다.
생고기를 먹는 동물들에겐 최고급의 신선한 생고기들이 제공되었고, 물고기를 먹는 녀석들은 고급 어종이나 신선한 물고기가 제공되는 식이었다. 초식 동물들의 경우에는 내가 공들여 키운 것들을 먹게 해주는 편이었고 말이다.
아무튼, 그렇게 동물들에게 맛있는 것을 제공해 준 다음은 우리 가족의 차례였다.
보통은 밖으로 나가서 외식을 하거나 했지만, 오늘은 외식이 아니라 배달음식을 시켜 먹기로 했다. 광고를 다 찍고 나니 비가 추적추적 내리기 시작해, 나가기 귀찮아졌기 때문이다.
“뭐 먹을까?”
“치킨! 피자! 족발! 보쌈! 돈까스! 삼겹살! 떡볶이! 짜장면! 감자탕! 햄버거!”
그리고, 무엇을 먹을 건지 물어보는 내 질문에, 소은이가 랩이라도 하는 것처럼 메뉴들을 쏟아냈다.
“딱 먹을 수 있는 만큼만 시켜야지?”
“웅, 그러면…….”
아무리 금전적 여유가 있고 음식이 맛있더라도 다 먹을 수 없을 정도로 시키는 것은 낭비였다. 물론, 식은 걸 데워 먹는다는 방법도 있지만 며칠 동안 계속 배달음식을 재탕해먹는 건 하고 싶지 않았다. 음식물 쓰레기는 버리기 귀찮기도 했다.
아무튼, 그렇게 잠시 고민하던 소은이가 내린 결정은 치킨과 피자, 족발보쌈 세트였다.
성인 둘에 아이 둘이 먹기엔 양이 조금 많긴 했지만, 우리 가족 모두 식사량이 어느 정도 많은 편에 속했기에 문제는 없었다.
“와앙! 마시따!”
그리고, 순식간에 배달된 음식들은 무척 맛이 좋았다. 어찌나 맛이 좋았는지, 소은이가 양손에 포크를 쥐고 치킨과 보쌈을 동시에 먹으려고 할 정도였다.
“소은아. 은수 포크를 가져가면 어떡해.”
문제는 그 두 개의 포크 중 하나가 은수 것이었다는 거지만.
“브으…….”
자신의 앞에 있던 포크가 사라진 것에 황망한 표정을 짓던 은수는 아쉬움 가득한 표정으로, 사라진 포크 대신 손가락을 이용해 치킨무 하나를 집어먹었다.
치킨 자체를 먹은 경험은 있지만, 치킨무는 처음이었기 때문에 나와 누나의 시선이 은수에게로 집중됐다. 다른 곳과 다르게 수제 건강식 치킨무니 뭐니 하면서 천 원이나 받는 거라 그냥 먹게 놔두는 중이었다.
어쨌거나, 새콤달콤 아삭한 치킨무를 맛본 은수는 포크 따위는 상관없다는 듯이 맨손으로 치킨무를 먹기 시작했다. 아삭아삭 소리가 나며 은수가 열심히 턱을 움직였다.
“으우음우!”
“은수 먹게 놔두고, 소은이는 이거 먹어.”
나는 은수가 치킨보다 치킨무를 좋아하리라 예상하고, 미리 치킨무를 추가 주문해 뒀다. 제 앞에 새로 자리한 치킨무를 본 소은이는 은수가 다 먹기 전에 치킨무를 먹으려던 것을 멈추고, 다시금 치킨과 보쌈의 콜라보를 즐겼다.
“은수야, 치킨무 말고 이거도 먹어 볼까?”
그리고, 소은이에게 포크를 약탈당해 손으로 치킨무만 먹는 은수의 모습에, 곁에 있던 누나가 보쌈으로 자그마한 쌈을 싸주었다. 배추와 보쌈을 은수의 입에 들어갈 정도로 작게 싸준 것이었다.
당연한 말이지만, 배추도 당근만큼 좋아하는 은수는 냅다 입을 벌려 그것을 받아먹었다. 우물우물, 작은 입술과 빵빵한 볼이 연신 움직이며 귀여움을 자아냈다.
“마쪄!”
잘 익은 보쌈과 신선한 배추의 콜라보에, 은수가 행복한 표정을 지으며 자기 볼을 감쌌다. 귀여운 그 모습에 피식 웃고 있으니, 은수가 손을 겹쳤다.
“주세요!”
“은수 보쌈 더 먹을래?”
“더어!”
어서 달라는 것처럼 손을 쭉 내뻗는 은수의 모습에 누나가 흐뭇하게 웃으며 쌈을 제조하기 시작했다. 은수의 입에 맞게 보쌈 고기도 자르고, 배추도 잘라 아주 작게 만들고 있었다.
“히히?! 치킨족발보쌈 피자샌드위치!”
그리고, 소은이는 치킨과 족발, 보쌈의 살코기를 피자 사이에 넣고 한 입에 맛보고 있었다.
이걸 음식으로 장난치는 거라고 봐야 하나, 아니면 창의적으로 먹는 거라고 봐야 하나. 고민이었다.
하지만 순식간에 자신이 만들어낸 것을 흡입하는 소은이의 모습에 따로 말을 하지는 않았다.
“배부르다. 누난?”
“나도. 엄청 배불러.”
나름대로 즐거운 식사 시간을 이어간 우리는 부른 배를 잡고 소파에 기대앉았다.
“더는 못 머거…….”
그리고, 소은이는 올챙이배처럼 뽈록 튀어나온 배를 통통 두드리며 거실 바닥에 널브러졌다.
“먹고 바로 누우면 어떻게 된다고 했지?”
“음무어어어어.”
소화라도 하고 누우라고, 먹고 바로 누우면 소가 된다는 소리를 몇 번 했었는데 이젠 효과가 없었다. 오히려 머리에 뿔이 난 것처럼 손가락을 치켜세우더니 소의 울음소리를 흉내 내고 있었다.
“신소은.”
“힉!”
물론, 그런 행동은 누나의 심기를 건드릴 뿐이었다. 눈썹이 꿈틀거리는 모습을 슬쩍 확인한 소은이가 호다닥 일어나 소파에 얌전히 앉았다.
그 모습에 피식 웃으며, 하루를 즐겁게 마무리할 수 있었다.
이렇게 기분 좋게 하루를 마무리할 수 있었기에, 나는 다음 날에 몰려오는 여러 업무들을 즐겁게 해치울 수 있었다.
게다가, 적잖은 돈이 입금된 상태이기도 했으니 일하는 것이 즐겁지 않을 수가 없었다.
물론, 들어온 만큼 많은 돈이 다시 빠져나갈 것이 분명했지만 말이다.
“뿌우뿌우 이 자식. 또 부숴 먹었어?”
“와, 얼음궁전 유지비 장난 아니네.”
“판다 이 자식들, 또 대나무 편식하고 있어? 이번엔 담양 쪽 대나무로 사 와야 하나……. 아니, 그냥 키우는 게 낫지 않을까? 일단 대나무 군락지 조성도 해봐야겠네.”
동물원은 생각보다 돈을 많이 빨아먹는, 돈 먹는 하마나 마찬가지였다. 유지하는데 어마어마한 비용이 들어가고 있었다.
단순히 동물들을 동물원에 데려오기 위한 비용부터 시작해서 각종 건물 등에 들어가는 유지비 같은 것들이 무척 많았다.
물론, 관람객들에게서 나오는 수익으로 대부분 충당되긴 하는 것이었지만, 예기치 못하게 동물들이 만들어내는 사건사고 때문에 추가로 돈이 들어가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압빠!”
그런데, 그렇게 열심히 일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소은이가 사무실 문을 벌컥- 열고 들어왔다.
품에는 웬 강아지 한 마리를 안고서 말이다. 심지어, 동물원에서 단 한 번도 보지 못했던 녀석이었다.
“소은아? 걔는 누구야?”
“잘 키워달랬어!”
“……누가?”
“상자가!”
“……?”
솔직히, 초능력이 있었음에도 소은이가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내 소은이가 말하려는 것이 무엇인지 금세 알 수 있었다.
소은이가 데려온 강아지는 누군가가 기르길 포기한, 한 마디로 유기된 강아지였다. 정체 모를 누군가가 강아지를 상자에 담아 버리고, 거기에 잘 키워 달라는 문구를 적어놓은 것이었다.
“후…….”
키우지 못할 것 같으면 애초에 키우질 말았어야지- 하고 속으로 생각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나는 하던 일을 대충 접어 두고, 소은이에게 다가갔다. 정확히는 소은이의 품에 안겨 있는 강아지였다.
강아지를 자세히 확인해 보니 보더콜리와 비글의 믹스 같았는데, 그렇기에 유기된 것처럼 보였다. 왕성한 체력을 가진 두 녀석의 유전자를 받은 강아지였기 때문이다.
대다수 반려동물들이 유기되는 이유는 단순했다. ‘내가 생각한 반려동물은 이게 아닌데-‘하고 유기하는 것에 지나지 않았다.
어쨌거나, 그렇게 소은이의 품에 안겨, 나를 바라보며 꼬리를 붕붕 흔들어대는 강아지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었다.
“그래서, 얘도 키울 거야?”
“웅! 이름도 지어줬어!”
“벌써……? 뭐로 지었는데?”
“박스! 상자는 박스야!”
상자에 있던 녀석을 데려왔으니 박스라고 지은 것이 분명했다. 상자가 아니라 박스가 된 것은, 며칠 전에 방학숙제로 영어 동요를 외운 탓이 분명했다.
하지만 나는 그 부분을 가볍게 넘어갔다. 저 작명 센스가 어디서 나왔는지 이제는 인정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무튼, 박스를 안고 좋아하는 소은이의 모습에 피식 웃음을 지었다.
“대신, 소은이가 한동안 잘 돌봐야 한다? 동물원에 적응하게 가르치는 것도 소은이가 해야 해.”
“웅! 할 수 있어!”
자기만 믿으라며 가슴을 콩콩 두드리는 모습에 가볍게 웃은 나는, 박스를 데리고 수의사한테 가보라는 말을 하고 다시금 업무를 이어갔다.
그런데 업무를 하고 있으니, 계속 박스에 대한 생각이 나기 시작했다. 아니, 박스뿐만 아니라 유기 동물에 관한 것들이 생각나기 시작한 것이었다.
“아. 저번에 따로 메일도 왔었지.”
생각이 꼬리를 물고 이어지던 와중, 나는 유기 동물에 관한 메일 역시 받았다는 것이 떠올랐다.
길고양이를 비롯한, 부산의 길거리에 있는 동물들을 싹 쓸어왔었는데 그 이후로도 몇몇 동물들이 보인다는 내용이 담긴 메일이었다.
당시에는 미처 찾지 못하고 누락된 개체였나 싶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그 녀석들도 유기된 개체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그 생각으로 인해 일도 제대로 손에 잡히지 않았던 나는, 잠시 동안 고민을 하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그대로 회의실로 향한 다음, 몇몇 사람들을 호출했다.
홍보팀 팀장, 법무팀 팀장을 비롯해서 몇몇 사람들을 불러낸 것이었다.
내 호출에 빠르게 회의실로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부른 이들이 모두 도착한 것을 확인한 나는, 곧바로 그들을 부른 이유를 설명해 주기 시작했다.
“뭐랄까, 일종의 자선사업 같은 걸 해보려고 하거든요?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쪽에 가깝다고도 할 수 있는 자선사업이랄까……?”
“예? 어떤 겁니까?”
“유기된 동물들을 입양하는 이들에 한해서, 각종 용품 지원과 교육 지원을 해줄 생각이에요.”
동물 유기를 완벽히 차단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유기된 동물들의 입양 정도는 장려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우리 동물원에 잠시 체류하며 사람들을 간택해서 나간 동물들의 경우에는 99%가량이 아주 잘 적응해서 살아가고 있었으니 말이다. 1%의 경우에는 건강상의 이유같이 정말 피치 못할 사정으로 되돌아온 경우였다. 단 한 마리도 유기된 경우가 없었다.
그렇기에, 유기 동물 보호소와 연계해서 비슷한 과정을 거친다면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었다.
더군다나, 나를 귀찮게 한 이들에게도 한 방 먹일 수 있는 일이었으니, 더더욱 괜찮게 여겨졌다.
바로, 전문적으로 고양이를 분양하는 업체에게 한 방 먹이는 것이었다.
내가 길고양이들을 사람들에게 연결시켜주니 고양이를 분양하는 업체의 수익이 뚝- 떨어졌었고, 캣맘들이 주도하던 논란을 뒤에서 부추겼다는 의혹이 있는 상태였다.
비록 뒤늦게 밝혀진 데다 물증까지 없어, 어떻게 처리를 못 하고 있었는데 이걸 기회로 한 방 먹일 수 있을 것 같았다. 물론, 그게 본심인 것은 절대 아니었다.
“괜찮겠네요. 비용도 기부로 처리할 수도 있으니까요.”
“법적인 부분은 따로 저희가 확인해 보겠습니다.”
“확실히, 유기 동물의 입양을 장려하는 것이니 사장님 이미지에도 좋겠네요!”
내가 불러낸 이들은 내가 꺼낸 이야기에 고개를 끄덕이며, 내가 생각한 것을 하나의 계획으로 만들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