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uid RAW novel - Chapter 323
0322 관찰 예능(1)
“안녕하십니까! 이번 촬영의 총책임을 맡은 장대방 피디입니다! 이쪽은 오늘 신수 님을 따라다니며 촬영할 이들입니다.”
피디가 내게 꾸벅- 인사를 하더니, 뒤에 있는 이들도 똑같이 고개를 꾸벅- 숙였다.
나도 엉겁결에 고개를 숙이며 가볍게 인사를 나누었다.
“혹시, 주로 사용하시는 사무실과 자택 내부에 카메라를 설치해도 괜찮을까요?”
“집안 전체에 도배하듯이 깔아두는 거죠?”
“하하……. 방송으로 보면 그렇게 느껴지긴 하죠. 하지만 그래도 촬영되지 않는 사각지대는 무척 많습니다. 여러 이유로 촬영되면 안 되는 장소들도 있고요.”
가령 화장실 같은 경우 말이죠- 하면서 말하는 피디의 말에, 나는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사무실은 조금 있다가 안내해드릴 테니, 집부터 설치하죠.”
나는 곧장, 액션캠을 보따리장수처럼 가져온 이들을 이끌고 집으로 향했다.
그들은 1층과 2층으로 나뉘어 곳곳에 카메라를 설치하기 시작했다.
“신수 님. 여기도 화장실인가요?”
“아, 거기도 화장실이긴 한데, 설치하려면 해도 돼요.”
“예? 화장실인데도요?”
나는 말을 하는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그 이유가 곧 밝혀질 것이었기 때문이다.
쏴아아아-!
“어?”
안에서 물이 내려가는 소리가 들리는 것에, 피디가 의아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이내 문에서 훌쩍 물러났다.
다름이 아니라, 문의 아래쪽에서 무언가 툭- 튀어나왔기 때문이다. 정확히는 그의 발목을 툭 친 것이었다.
“길 막지 말라는 거샤!”
동물들의 출입을 위해 뚫어놓은 구멍의 커버가 그의 발목에 걸렸던 것이었다. 그가 자리를 피하고 나서야 커버가 열렸고, 그곳에서 사기토가 모습을 드러냈다. 뀨잇뀨잇, 불만을 토로하면서 말이다.
“아! 여기가 바로 그, 동물들 전용 화장실이군요!”
하지만 사기토가 자신을 향해 짜증을 낸 거라곤 생각도 못 하는 건지, 피디는 마냥 신기하게 여기고 있었다.
슬쩍 문을 열어, 내부의 모습을 구경할 정도였다. 사람들이 앉는 변기는 높다 보니, 동물들이 수월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재래식 변기와 비슷한 형태로 몇 개의 변기가 있었다. 버튼도 동물들이 쉽게 누를 수 있도록 큼지막한 크기였다.
“이곳까지 설치하지는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여기는 신수 님의 뮤튜브 채널로 인해서 어느 정도 알려진 편이잖습니까?”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동물들을 위주로 찍는 게 아니라, 내 위주로 촬영하는 것이었으니 동물들의 화장실까지 촬영할 필요가 없긴 했다.
그렇게 수십여 대의 카메라들이 집안 곳곳에 설치되고 나니, 피디가 나뿐만이 아니라 누나까지 찾았다.
“일단, 카메라에 찍히지 않는 사각지대부터 알려드리겠습니다. 따님께는 나중에 따로 설명해 주시겠습니까?”
“그러죠.”
노는 것이 삶의 낙이나 다름없는 소은이는 이미 놀러 나가고 없는 상태였다. 나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누나와 함께 카메라에 찍히지 않는 위치를 숙지했다.
옷을 갈아입는 등, 카메라에 찍히면 안 되는 상황이 오면 그 사각지대를 이용하면 되었다. 찍히지 않는 곳이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사각지대가 많았다.
“그럼 지금부터 약 24시간 동안 신수 님의 일과를 촬영하겠습니다. 저희는 그냥 있는 듯, 없는 듯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아니, 그냥 없다고 생각해 주세요.”
그래야 자연스러운 화면이 나온다며 피디가 자신을 없는 사람 취급해달라고 요구했다.
나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누나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누나는 자신도 촬영된다는 것이 조금 어색한 듯한 모습이었다. 애써 피디와 카메라 감독들에게 시선을 주지 않으려는 모습이 보였다.
그 모습에 절로 웃음이 나왔기에, 나는 신경 쓰지 말라는 의미로 누나의 볼을 콕- 찔렀다.
“오늘 뭐 사야 해서 백화점 간다고 하지 않았어?”
“아, 까먹고 있었어! 다녀올게.”
“조심히 다녀와.”
나는 누나와 가볍게 포옹을 하고서, 호다닥 뛰어가는 누나를 배웅했다.
그리고, 순식간에 혼자 남게 된 나는 최대한 평범한 일상을 담기 위해, 동물원을 거닐기 시작했다. 물론, 보여주기 위한 행동은 아니었다. 엄연히, 내가 매일같이 하는 일과였다.
“신수 님 안녕하세요!”
중간중간 관람객들과 반갑게 인사를 하기도 하며 동물원을 거닐었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동물원에는 온갖 사람들이 찾아오기에, 곤란해지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와아악! 신 님이셔! 안녕하세요, 신 님! 진짜 비 내리게 하실 수 있는 거 맞죠?”
“……신이요?”
“아니아니, 신수 님이요! 말이 잘못 나왔네요!”
말이 잘못 나온 게 아닌 것 같은데……. 나는 묘한 의구심이 들었지만, 아니라는데 추궁할 수도 없었기에 어깨를 으쓱이며 고개를 내저었다.
“에이……. 사람이 어떻게 비를 내리게 해요?”
“저번에 하셨잖아요?”
“우연이죠, 우연.”
한국에서까지 신 취급을 받고 싶은 생각은 없었기에, 나는 아주 격렬하게 부정했다.
하지만 좀처럼 믿는 눈치가 아니었다.
‘……아니, 믿기는 믿는 눈치인데. 다른 걸 믿어서 그렇지.’
정확히는 나를 믿는 듯한 눈치였다. 내가 비를 내리게 할 수 있다고 믿는 눈치인 것이었다.
뒤에서 나를 찍고 있는 카메라를 생각하며, 이 순간을 잘 모면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우연이에요. 보여드릴까요?”
“어떻게요?”
두 눈을 반짝반짝 빛내는 듯한 모습에, 두 손을 하늘 높이 치켜들며 큰 소리로 외쳤다.
“제발 비 좀 내려주세요!”
마치 비가 내리길 간절히 원하는 듯한 모습으로 하늘을 향해 소리친 것이었다.
‘제발 비 오지 마라. 제발 비 오지 마라. 제발 비 오지 마라. 제발 비 오지 마라.’
물론, 입으로 내뱉은 것과 반대되는 생각을 속으로 끊임없이 되뇌고 있었지만 말이다.
진짜 비라도 내렸다간 아주 큰일이 나는 것이었다. 그 장면이 고스란히 방송으로 나가게 될 것이었고, 나를 환웅이니 뭐니 하면서 신으로 여기는 이들이 더 많이 생길 것이 뻔했다.
정말 간절하게 비가 내리지 않길 바라며, 그와 상반되는 소리를 내뱉길 반복했다.
그리고, 그 덕분이라고 해야 할지, 하늘은 여전히 푸르르고 쨍한 햇볕이 내리쬐고 있었다. 비가 내릴 기미라고는 조금도 보이지 않았다.
“어……?”
내가 정말 비를 내리게 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건지, 내 앞에 있는 이가 어리둥절한 모습을 보였다.
다행이란 생각을 하며, 겉으로는 태연한 모습을 보였다.
“제가 아무리 초능력이 강하다고는 하지만, 비까지 내리게 할 수 있을 리가 없잖아요. 저도 평범한 사람인데요.”
“그런가요……?”
아주 태연한 내 모습에, 상대가 점점 고개를 끄덕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믿지 못하겠다는 듯한 반응을 보이다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하고 있었다. 어느덧 고개를 끄덕이며 ‘그래, 사람이 비를 내리게 한다니? 그게 이상한 거지.’하고 중얼거리고 있었다.
“아! 신수 님, 모처럼 이렇게 만났는데 싸인 하나만 해주세요!”
“얼마든지 해드려야 하는데……. 종이 있으신가요?”
“노트는 있어요!”
등에 메고 있던 가방에서 나오는 노트에 싸인을 해준 다음, 안도감을 느끼며 계속해서 동물원을 거닐었다.
그렇게 동물원을 이리저리 누비며 많은 것들을 볼 수 있었다.
“압빠 안녕!”
“아뿌!”
“아저씨 안녕하세요.”
친구들과 함께 은수를 데리고 자연구역에서 놀아주고 있는 소은이도 볼 수 있었고.
“뿌이이익!”
기우제 행사 당시 마음대로 물을 뿌리고 다녔던 것을 아쉬워하던 뿌우뿌우가 하늘을 향해 분수처럼 물을 뿌리는 것도 볼 수 있었고.
“호랑아, 너희 쑥도 먹을 수 있니?”
호랑이에게 쑥을 먹이려고 하는 사람도 볼 수……. 아니, 그걸 왜 먹이려고 하는 거야!
다급히 쑥을 쥐고 있는 관람객을 향해 달려가, 쑥을 주려는 행동을 제지했다.
“아니, 호랑이한테 쑥을 왜 주시는 거예요?”
“환웅께서 기르는 호랑이니 쑥을 먹인다면 인간이 되지 않을까 해서요.”
순간 정신이 아찔해졌다. 그래도 어떻게든 정신줄을 붙잡고, 호랑이에게 쑥을 주려는 사람에게서 쑥을 압수했다.
“외부 식품 반입금지입니다. 이건 나가실 때 돌려드릴게요. 매표소에서 받아 가시면 됩니다.”
설마 외부 식품으로 압수당할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던 건지, 빼앗기는 쑥을 허망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쑥이나 마늘은 철저히 검사하라고 하든지 해야겠네.
재빨리 매표소에 쑥을 던져놓고 나온 나는 정신적으로 피로감을 느끼며 잠깐 집에서 쉬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집 담벼락을 기어오르고 있는 녀석을 발견할 수 있었다. 곰돌이 녀석이 또 꿀을 탐하기 위해 담벼락을 넘는 모습이었다.
‘침입자! 침입자! 척살!’
수백 마리의 벌들이 담을 넘는 곰돌이를 마구잡이로 찌르고 있었다. 세대교체가 빠른 꿀벌들이라서 그런 건지는 몰라도, 우리 집에서 세 들어 사는 꿀벌들은 벌침을 찌른다고 내장이 뽑혀 죽는 일이 없도록 진화한 상태였다.
“꾸엉! 아프구먼유!”
곰돌이 녀석은 커다란 덩치로 담벼락을 오르기 위해 열심히 담벼락을 긁어댔다. 이 녀석 때문에 우리 집 담벼락이 아주 위협적인 모습이 되어 있는 상태였다. 곰의 발톱 자국이 무수히 많았기에, 절로 위협을 느끼도록 만드는 것이었다.
그 모습에 고개를 내저은 나는 녀석에게 다가가, 그대로 토실토실한 녀석의 엉덩이를 강하게 후려쳤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가죽이 두터운 곰돌이에겐 아무런 느낌도 없을 것이 뻔했다.
차알싹-! 소리가 울리며 녀석이 담벼락에서 쿵- 떨어졌다. 도대체 누가 방해했냐는 듯이 시선을 돌리던 녀석은 나를 보더니 어색한 웃음을 지었다.
“버, 벌써 왔시유?”
“내가 담 올라타지 말라고 했지?”
“꾸어어어엉!”
녀석의 머리통을 붙잡고 흔드니, 녀석이 우는소리를 냈다.
그런데, 잠시 동안 녀석을 흔들던 나는 녀석의 주둥이에서 뭔가가 툭- 튀어나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씹다가 이빨 사이에 끼어 있던 것 같았는데, 그것을 본 나는 이마를 짚을 수밖에 없었다.
“어떤 인간이 곰한테 쑥을 먹인 거야. 아까 그 사람인가?”
진짜 개찰구 앞에 강아지들을 배치해서 쑥이나 마늘을 가진 사람들을 거르게 해야 하나 싶었다.
한숨과 함께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은 나는, 친구들에게 메시지를 돌렸다. 이렇게 골치 아픈 날에는 맛있는 안주와 맛있는 술이 필수였다.
물론, 아이들이 있기 때문에 누나가 돌아온 다음에야 나갈 수 있었다. 아이들 근처에서 함께 놀아주며 누나가 오기만을 기다렸다가, 누나와 바통을 터치하듯 튀어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