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uid RAW novel - Chapter 324
0323 관찰 예능(2)
집 밖으로 뛰쳐나온 나는 곧바로 택시를 불렀다. 아무래도 술을 마실 예정이다 보니, 차를 가지고 나가는 건 위험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아라를 타고 가는 것도, 술에 취해 하늘 높은 곳에서 막대를 놓을 위험이 있었기 때문에 선택할 수가 없었다.
음주운전에는 말이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그나마 엔초를 탄다는 선택지는 있었는데, 솔직히 엔초는 너무 화려하게 생겨서 타고 나가기가 부담이었다. 소은이는 오히려 좋아하는 눈치였지만.
어쨌거나, 내가 호출한 택시가 도착했고, 나는 제작진들에게 가려는 곳의 주소를 알려준 다음 출발했다.
차 안에도 한 명의 카메라 감독이 타고 있었기에 24시간 촬영한다는 것은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었다.
택시가 빠르게 움직이며 목적지를 향해 나아가는 도중, 휴대폰에 진동이 울렸다. 오늘 만나기로 한 친구 녀석의 전화였다.
“요, 수환쓰! 어디야?”
“지금 택시 타고 가는 중. 금방 도착할 거 같은데?”
“어게이! 야! 수환이 곧 온단다!”
“뭔데? 벌써 다 모였어?”
“아니아니, 다 안 모였어. 수환이 빼고 다 왔거든.”
“야이씨.”
나 빼고 다 왔다는 소리를 참 이상하게도 한다고 투덜거린 나는 킬킬 웃는 소리를 들으며 전화를 끊었다.
그러는 사이, 택시가 목적지 부근까지 빠르게 도착했다. 재빨리 계산을 하고 택시에서 내린 나는 가게 입구 앞에서 옹기종기 모여 있는 친구 놈들을 볼 수 있었다.
“요오!”
“이놈은 나이가 들어도 아직까지 요오, 이러고 있어?”
“요오의 매력을 모르는 네가 불쌍해!”
“야, 그거 유행 지났잖아. 요즘 애들 뭐 다른 거 쓰던데. 동물원에서 애들 말하는 거 보면 우리랑 진짜 세대 차이 많이 나더라.”
“……진짜?”
“어.”
내가 아재라니! 하고 절규하는 듯한 친구 녀석을 무시하고, 가게로 들어갔다.
친구들과 예전부터 자주 찾던 고깃집이었다. 수십 년째 운영을 이어가고 있을 정도로 맛이 좋은 가게였다.
“할매요!”
“내가 할매라고 하지 말라 했지!”
어찌나 자주 왔는지, 2대째 가게를 이어서 운영하고 있는 사장님과도 투닥투닥 장난을 칠 수 있을 정도였다. 우리보다 10살 정도 많을 뿐임에도 할매라고 서슴없이 부를 정도로 친하다고 할 수 있었다.
친구 놈 하나가 사장님한테 등짝을 맞는 것에 웃음을 터트린 우리는 구석진 곳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뭐 먹을래?”
“한우 투쁠 꽃등심! 이럴 때 부자 친구 덕 좀 보는 거지.”
“……하다못해 메뉴판에 있는 걸로 시켜라. 사줄 테니까.”
“할매! 여기 소 세트로 하나!”
“썩을 놈아! 키오스크는 국 끓여 먹을 거냐!”
“아니…… 뭔 고깃집에 키오스크야?”
“저번 주에 포스기 바꾸니까 사은품이라면서 주더라.”
요즘 사은품 수준이 다르네- 하면서 친구 녀석이 자리에서 일어나 키오스크를 두드리기 시작했다.
“이거랑, 이거랑, 이거랑, 이거랑, 이거랑, 이거랑, 이거랑……. 아, 이것도.”
“야 뭘 얼마나 시키는 건데?”
“먹고 죽자!”
내 지갑을 아주 털어버리겠다며 친구 놈이 마구 주문을 해댔다.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으며 카드를 던져 주었다.
순식간에 결제가 되며, 카드 결제 내역이 휴대폰으로 보여졌다.
“와, 냅다 백만 원을 결제하네.”
“백만 원 아님. 구십팔만 원임.”
“그게 그거지 임마.”
겨우 네 명이서 먹는데 98만 원을 결제한 친구를 바라보며 고개를 내저었다. 네 명이서 먹는 것치고는 엄청 많이 나온 금액이긴 했지만, 내 주머니 사정이 이 정도도 버티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아이고! 우리 고객님들!”
마진이 많이 남는 메뉴로만 주문을 했기 때문인지, 사장님이 아주 살갑게 다가왔다.
“할매 왜 그래? 평소처럼 하지.”
“이 썩을……고객님. 테이블 세팅 먼저 해드리겠습니다.”
물론, 그 살가움은 자본주의에서 나오는 살가움이었다. 나는 피식 웃으며, 빠르게 세팅된 숯불 위로 고기를 올렸다.
비싼 가격에 걸맞게, 고기의 품질이 무척 좋아 보였다. 윤기가 흐르고 지방과 살코기의 비율이 환상적이었다.
“자자자, 일단 고기 구워지는 사이에 한 잔!”
“쏘맥이네?”
“우리는 쏘맥에 너무 길들여졌어……. 나 이제 쏘맥 말곤 맛이 없더라.”
잘 익어가는 고기를 보며, 술잔을 기울였다.
“맞다, 수환이 너 요즘에 신 취급받는다며? 개웃기네 진짜. 내 친구가 마! 으이?! 신이야!”
“어휴. 이런 것도 친구라고.”
고기를 입안 가득 쑤셔 넣고 나를 놀리는 친구의 모습에 고개를 내저었다.
물론, 녀석의 입을 다물게 만드는 방법은 아주 간단했다.
“네 흑역사를 방송에 나오도록 다 까발려 봐?”
“죄송합니다.”
아주 오랜 시간 동안 친구로 지낸 만큼, 녀석의 비밀스러운 흑역사도 잘 알고 있었다. 지금 내 주변에 있는 카메라들이 방송 촬영을 위해 있는 것임을 인지하고 있었기에,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친구들과 모처럼 고기에 술을 곁들이고 있으니 조금 쌓이기 시작했던 스트레스가 확 풀리는 느낌이었다.
가격은 가볍지 않지만, 어쨌든 가볍게 술 한 잔을 걸치며 저녁을 해결한 우리는 2차로 당구장을 찾았다. 3구, 4구, 포켓볼 가리지 않고 즐겁게 당구를 치며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우리는 당구장을 끝으로 헤어져야 했다. 다들 유부남이다 보니, 마냥 밖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기가 눈치 보였으니 말이다.
“야, 나 가야겠다. 애가 나 찾는다네.”
“나도 가야 할 거 같은데.”
“나도.”
“야, 너희도?”
나는 휴대폰에 가득 날아온 메시지를 보며 친구들과 작별하며 택시를 잡았다.
[아빠 언제와?] [엄마랑 피자 머거써!] [나 아빠랑 잘건데 아빠가 업서] [아빠! 나나나나 아이스크림 먹을래!]소은이가 보낸 메시지가 휴대폰에 가득했다. 논다고 미처 보지 못했던 건데, 이걸 보니 당장 집에 가고 싶어졌다.
“아이스크림 먹고 싶다고 했었지. 기사님, 여기 좀 세워주세요.”
나는 지나가다 보이는 아이스크림 가게 앞에서 택시를 멈추고, 아이스크림을 구매했다. 소은이가 좋아하는 맛으로만 가득 고른 채, 다시금 택시에 타고 빠르게 집으로 향했다.
그리고, 집으로 도착한 나는 내가 왔음을 알고서 호다닥 뛰어오고 있는 소은이를 볼 수 있었다.
“압빠아아아아!”
있는 힘껏 달려온 소은이는 내 앞, 1미터 부근에서 폴짝 뛰어오르더니 내 품으로 안겨들었다.
덕분에 묵직한 무게감을 맛봐야 했지만, 그래도 무리 없이 소은이를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내 소은이가 버둥거리며 내 품에서 빠져나갔다.
“압빠 술 냄새! 근데 고기 맛있는 거 먹었지!”
코를 붙잡으며 한 걸음 물러났던 소은이는 다시금 내게 다가와, 옷에 얼굴을 박고 코를 킁킁거렸다. 숯불에 구운 고기의 향이 옷에 배어 있는 탓이었다.
“나두 고기 먹고 싶어! 웅, 피자도 맛있지만!”
“그럼 내일 고기 먹을까?”
“와아!”
고기를 무척 좋아하는 소은이는 내 말에 만세를 하며 내 주변을 빙글빙글 돌았다.
그리고, 그러던 도중 내 손에 들려 있는 아이스크림 봉투를 발견했다. 유명 브랜드였기에 마크가 큼직하게 박혀 있었는데, 소은이는 그걸 보더니 정말 기쁘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압빠! 이거, 이거 아이스크림이지!”
“응, 소은이가 먹고 싶다고 해서 사 왔지. 가서 엄마랑 은수랑 같이 먹자.”
“와아!”
아이스크림이 담긴 봉투를 건네받은 소은이가 집을 향해 호다닥 뛰어갔다.
나도 그런 소은이를 따라 집으로 들어갔고, 벌써부터 먹을 준비를 끝낸 소은이를 가장 먼저 볼 수 있었다.
“잘 놀고 왔어?”
“어. 갑자기 나가서 미안.”
“아냐, 가끔 그렇게 놀아야 스트레스도 풀리고 좋잖아. 다음에 나도 놀러 가면 되지.”
누나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 있으니, 소은이가 나와 누나에게 다가왔다. 빨리 먹어야 하는데, 우리가 이야기를 한다고 자리를 잡고 앉지 않았기 때문이다.
“압빠, 엄마! 이거!”
분홍빛의 자그마한 숟가락을 내민 소은이는 어서 아이스크림을 먹자며 발을 동동 굴렀다.
그 귀여운 모습에 웃은 나와 누나는 자리를 잡고 앉아 아이스크림을 먹었다. 물론, 은수에게도 조금씩 먹여 주는 것을 잊지 않았다.
“끄으으응!”
“꺄우아!”
차갑고 달달한 아이스크림을 먹은 은수는 몸을 부르르- 떨면서 두 눈을 동그랗게 치켜떴다. 소은이는 그 옆에서 한 번에 많은 양을 먹고 머리를 감싸고 있었고 말이다.
귀엽기 그지없는 그 모습을 보며 잠시 동안 디저트 타임을 즐기고 난 다음, 잠잘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압빠, 빨리 씻어!”
“왜?”
“술 냄새나!”
옆에서 잘 건데 술 냄새나는 건 싫다며, 소은이가 빡빡 씻고 오라며 나를 욕실로 밀어 넣었다.
어차피 자기 전에 샤워하고 잘 생각이었기에, 나는 소은이가 씻으라며 챙겨주는 수건을 챙겨들고 재빨리 씻고 나왔다. 소은이가 술 냄새난다는 이야기를 하지 못하게, 향이 좀 있는 편인 바디워시를 사용해 씻고 나왔다.
벌써 잘 준비를 끝마친 누나와 아이들이 침대에 누워 있었다.
“압빠 자리!”
내가 누울 자리라며 빈자리를 팡팡 두드리는 소은이 옆에 누우니, 빠르게 잠이 몰려왔다.
그렇게 몰려오는 잠에 저항하지 않고 잠에 빠져든 나는 아주 푹- 잠을 잘 수 있었다. 새벽까지만.
“끄, 으…….”
무언가가 몸을 짓누르는 듯한 감각과, 묘하게 으슬으슬한 느낌이 들었다. 마치 가위에 눌리는 듯한 느낌이 드는 것이었다.
덕분에 앓는 듯한 소리를 내다가, 겨우겨우 눈을 슬쩍 뜰 수 있었다.
그리고, 가위에 눌린 듯한 그 느낌을 받은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쿠우우우…….”
소은이가 오랜만에 내 몸 위에 완전히 올라탄 채로 잠에 빠져 있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그러면서 자기가 더웠던 건지 이불까지 차고 있었으니 으슬으슬한 느낌까지 들 수밖에 없는 것이었다.
“어우…….”
힘겹게 소은이를 침대에 내려놓은 다음, 주변을 확인했다.
“애들은 잘 자네.”
전용 침대에서 꿀잠을 자는 듯한 은수의 모습도 보였고, 어느새 이불을 돌돌 말고 있는 소은이의 모습도 보였다.
하지만 누나가 자고 있었을 자리는 텅 비어 있었다. 물론, 누나가 아침 이른 시간에 일어나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기에, 나는 아이들을 놔두고 거실로 내려갔다.
“으음.”
거실로 내려가니, 누나가 가볍게 아침 운동을 하는 모습이 보였다. 내게 해보라면 죽어도 못할 것 같은 요가 자세를 취하며 몸을 풀고 있는 것이었다.
“어? 수환아, 일찍 일어났네?”
“어……. 소은이가 짓눌러서 가위눌리는 줄 알았거든.”
“한동안 안 그러더니, 오늘 또 그랬어?”
부드럽게 웃으며 요가 자세를 취하는 누나의 모습에 대충 고개를 끄덕이고서, 소파에 앉았다.
멍하니 누나가 요가하는 것을 구경하고 있으니, 곁으로 청호가 지나가는 모습이 보였다.
“어, 청호야.”
곁을 지나가던 청호가 내 부름에 다가와, 꼬리를 붕붕 흔들었다. 언제나 듬직한 모습을 보이는 녀석이었지만, 녀석도 한 마리의 개였다. 우리 가족과의 교감을 무척 좋아하는 녀석이었다.
그런 녀석의 머리를 슥슥- 쓰다듬어 주던 나는 조금 갈증이 느껴졌다.
“청호야, 미안한데 물 좀 갖다 줄래?”
“잠시만 기다려주십셔.”
청호는 내 부탁에 흔쾌히 움직였다. 이윽고 냉장고 문이 턱- 열렸다가 닫히는 소리가 들린 이후, 청호가 물병 하나를 물고 돌아왔다.
냉장고 손잡이에 동물들이 열 수 있도록 줄을 달아 놓았기 때문이다. 줄을 물고 당기면 열리고, 가볍게 미는 것으로 문을 닫을 수 있는 것이었다. 게다가, 자그마한 생수병이 바닥에 깔려 있었으니 그것을 가지고 오는 것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고마워.”
“아임다. 언제든지 시켜주십셔.”
물을 가져온 청호를 쓰다듬고서 물을 마시니, 갈증이 순식간에 해소됐다. 소은이한테 깔리며 가위 비슷한 상황을 겪었던 느낌마저 사라지는 듯했다.
그렇게 갈증을 해소하고 소파에 파묻히듯 앉아 있으니, 청호의 뾰족한 귀가 꿈틀꿈틀 움직였다.
“쥔님. 도련님께서 깨신 것 같슴다.”
“은수가 깼다고? 알았어.”
나는 청호의 말에 곧바로 침실로 향했다. 그곳에 올라가니, 괴상한 자세로 잠을 자고 있는 소은이의 모습이 먼저 보였다. 그 뒤로, 은수가 전용 침대의 난간을 붙잡고 일어서 있는 모습 역시 보였다.
“아뿌!”
“은수 일어났어?”
난간을 붙잡고 일어난 은수를 데리고 거실로 내려가니, 어느새 요가를 끝낸 누나가 아침을 준비하고 있었다.
“엄마가 아침 만드는 거 구경할까?”
“맘마!”
“은수 맘마 맛있게 해줄게.”
은수와 함께 누나가 아침을 하는 모습을 구경했다. 아침부터 거하게 먹는 스타일이 아니었기에, 누나는 간단하게 프렌치토스트 같은 것들을 만들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음식들의 냄새가 집안 곳곳으로 퍼져나갔고, 그 냄새에 이끌린 건지 소은이가 눈을 비비며 주방으로 다가왔다.
“누렁이…… 고마어.”
그것도, 거대한 크기를 자랑한다고 해도 될 정도로 자라난 누렁이를 타고서 말이다. 비틀비틀, 잠결에 쓰러지려 하면 누렁이의 꼬리가 소은이의 허리를 붙잡으며 쓰러지지 않게 하고 있었다.
잠결에도 고맙다고 누렁이를 쓰다듬어 주는 소은이의 모습에 웃고 있으니, 식탁에 아침이 올라왔다. 프렌치토스트, 계란, 햄, 우유 같은 것들이 놓인 것이었다.
“와! 아침밥!”
소은이는 그것을 확인하더니, 순식간에 잠에서 깨어나며 자신의 자리에 재빨리 앉았다.
“잘머게씀미다!”
이미 토스트를 한 입 베어 물며 잘 먹겠다는 외침을 시작으로, 우리의 아침이 시작되었다. 여느 아침과 별반 다르지 않은, 우리 가족의 일상 그 자체가 다시 시작된 것이었다.
그리고, 그런 우리 가족의, 정확히는 나의 일상이 담긴 영상은 빠르게 편집되어 방송되었다. 애초에 빠른 시일 내에 촬영하고, 최대한 빨리 방송을 하는 조건으로 촬영을 했기 때문이다.
인플루언서 탐구생활이라는 이름의 프로그램에 내 특집이 방영되고 나니, 사람들에게서 내가 원하는 반응이 나오기 시작했다.
내가 아주 특별한 사람이 아니라, 어디서든 쉽게 볼 수 있는 사람들 중 한 명이라는 소리가 나오는 것이었다.
초능력자인 만큼 지극하게 평범한 일상을 보내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평범한 사람들과 크게 차이 나는 것이 아님이 알려졌으니 말이다. 일을 하다 곤란한 상황에 처하기도 하고, 친구들과 만나 술을 한 잔하기도 하는 평범한 가장 중 한 명이라고 할 수 있었다.
덕분에, 나는 한국에서까지 나를 신으로 떠받드는 이들이 생기는 것을 막아낼 수 있었다. 비록, 기우제를 지낸다며 내 굿즈를 제사상에 올리는 일까지는 막지 못했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