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uid RAW novel - Chapter 333
0332 취미입니다만?(3)
“정말 이제 안 도와드려도 되는 겁니까?”
“네. 이제부턴 제가 하면 되니까요. 가서 쉬세요.”
기초 공사가 끝난 이후로는 나 혼자 모든 것을 꾸밀 생각이었기에, 열심히 고생해 준 시설관리팀을 쉬도록 해주었다.
“워후!”
환호성을 내지르며 우르르 몰려 나가는 시설관리팀을 보며 잠시 웃다가, 근처에 쌓아둔 것들로 향했다.
기초 공사는 모두 끝냈으니, 이제는 내가 원하는 대로 꾸밀 차례였다.
하지만 바로 시작하지는 않았다. 다름이 아니라, 내부를 꾸미는 것은 방송을 켜둔 상태로 할 예정이었기 때문이다.
방송을 해달라는 요청이 워낙 많았기에, 모처럼 컨텐츠가 나왔으니 진행할 생각이었다. SNS 담당자 배수북이 방송 좀 해달라는 요청이 수백만 개가 쌓였다며 애원하고 있을 정도였다.
[신수의 생태계 조성 방송]자연 그대로의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원래 방송 제목은 조금 스케일을 크게 해야 한다고 배웠다. 딱히 쓸모는 없었지만,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엔 부족함이 없었다.
덕분이라고 해야 할지, 순식간에 수천 명의 사람들이 몰려왔다.
“오늘도 찾아온 여러분 반갑습니다.”
[방송 좀 많이 하라고!] [신수는 방송을 안 해ㅠㅠ] [돈 많이 벌었다고 우리 버리는 거야?] [앞으로 후원 많이 할게 ㅠㅠ 방송 많이 해줘ㅠㅠ]그리고, 방송을 찾아 들어온 이들이 채팅과 후원으로 떼를 쓰기 시작했다. 방송을 많이 해달라고 말이다.
“아니, 여러분. 저는 전업 방송인이 아니에요.”
[아니었어? 그럼 뭐야?] [그럼 이참에 전업 방송인 해줘.] [해줘.] [드루이드/논란/정체성부정] [구독자 1억의 누군가 : 저는 전업 방송인이 아닙니다.]“저는 이미 직업이 있거든요? 동물원인 신수의 둥지와 아쿠아리움인 신수의 어항의 오너라고요. 저도 할 게 많아요.”
투덜거리는 시청자들에게 내 직업이 전문 방송인이 아님을 어필했다.
물론, 소용은 없었다.
[정보정 님이 10만 원 후원!] [“정보. 이전에도 방송은 잘만 했다.”] [마쟈; 예전에도 방송 잘만 해짜나] [TV 방송 몇 번 나오드만 인터넷 방송은 재미 없드나!] [정보2. 신수 채널의 라이브 알림 순위는 전체 채널 중 10위권 안에 들어간다.] [ㄹㅇ 이 정도면 전업 방송인 해도 되잖아!]시청자들의 반응에 나는 해탈한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요, 알았어. 앞으로 자주 할게요.”
포기했다는 듯이 손을 들며 이야기하니, 채팅창과 후원으로 좋다는 이들이 많이 나왔다.
그 모습에 고개를 내젓다가, 거치대를 가져와 카메라를 세팅했다. 오늘은 비바리움을 꾸미는 과정을 방송할 생각이었으니, 비바리움의 모든 부분이 잘 보이게 할 생각이었다.
[오? 뭐임? 바위산? 근데 왜 건물 안에 이씀?] [글고 보니 방제가 생태계 조성이네?] [그래서 오컨무?] [나 여기 알 거 같은데? 요 며칠 둥지에 건물 하나 올리고 있었잖아. 엄청 빠르게 올리던데. 거기 아님?]내부 전경을 보여주니, 이곳이 어떤 곳인지 금세 파악하는 이들이 있었다.
“아는 분들도 계시네요. 여긴 둥지에 새로 만든 건물로, 제가 이곳에서 취미 생활을 할 거예요.”
[모냐 님이 5만 원 후원!] [“취미? 무슨 취미죠?”]취미생활을 할 거라고 말하니, 시청자들이 호기심을 나타냈다.
나는 딱히 감출 생각이 없었기에 곧바로 비바리움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여기에 비바리움을 만들 거예요.”
[비바리움? 내가 아는 비바리움은 그런 게 아닌데?] [언제부터 비바리움이 건물 규모로 하는 게 됐냐.] [나 비바리움 취미로 만드는데 박탈감 오진다…] [선생님. 취미의 의미를 잘못 알고 계신 거 같습니다.] [업자입니다 님이 10만 원 후원!] [“비바리움관련 매장 운영 중인데요. 저희 창고 다 털어도 저기 반도 못 채워요. 취미 수준 아닙니다!”]“……제 취미입니다만?”
내 취미를 취미가 아니라니. 취미 좀 존중해 줄 수도 있는 거 아니냐고!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었다. 시청자들한텐 무슨 말을 해도 안 먹힐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아무튼, 지금부터 이곳을 비바리움으로 꾸밀 예정이에요. 그리고, 오늘의 제 도우미부터 소개해 드리죠.”
카메라 뒤쪽에서 멀뚱멀뚱 나를 바라보던 콩콩이에게 손짓해, 녀석을 불렀다.
쿵쿵- 내 곁으로 다가온 녀석은 익숙하게 카메라를 향해 시선을 주었다. 녀석도 나와 방송을 꽤 했기에, 카메라를 봐야 한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는 상태였다.
“오늘은 아무래도 첫 작업을 해야 하다 보니, 힘쓸 일이 많아서 콩콩이를 데려왔어요. 여기 있는 바위들을 다 콩콩이가 깔기도 했고요.”
바위를 하나 가리키니, 콩콩이 녀석이 아주 가볍게 바위를 들어 올렸다. 물론, 내 방송을 예전부터 본 사람들에겐 익숙한 풍경이었다. 자동차로도 운동을 하는 녀석이었으니, 바위를 드는 것 정도로는 놀라지 않는 것이었다.
아무튼, 그렇게 콩콩이의 소개를 마친 나는 곧바로 작업을 시작하기로 했다.
“콩콩아, 내가 저기 위쪽에 올라갈 거니까, 여기서 내가 말하는 것들 좀 던져서 줄 수 있지?”
콩콩이는 내 물음에 대답 대신 행동으로 보여주었다. 바로 옆에 있던 흙 포대 하나를 한 손으로 턱턱 던졌다 받는 모습을 보인 것이었다. 20kg 정도 되는 것이었는데, 아주 가볍다는 듯이 손으로 다루고 있었다.
“그래, 일단 내가 올라가면 여기 있는 나무를 좀 던져줘.”
포대를 들고 있는 콩콩이에게, 그 근처에 있는 나무를 가리켰다. 내 허리보다도 낮은 크기의 나무였는데, 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자그마한 수풀에 가까운 나무였다.
그런 나무를 지정해 주니, 콩콩이가 포대를 내려놓고 근처에 있는 나무를 들어 올렸다. 마치 창던지기를 하는 것처럼 자세도 잡았다.
가만히 있다간 이 녀석이 던지는 나무에 꿰뚫릴 판이라, 나는 녀석에게 던지는 방법을 가르쳤다.
“자, 이렇게 던져서 포물선을 그리도록 던지면 돼. 일직선으로 던지는 게 아니라. 그리고 던지는 높이를 조금 비슷하게 해서, 내가 받기 쉽게 던져 줘야 된다?”
내 말에 콩콩이가 나무를 들고 몇 번 던지는 시늉을 했다. 그렇게 움직이다 보니 어느 정도 감을 잡았는지, 녀석이 가슴을 활짝 펴며 드러밍을 했다.
녀석이 준비가 되었음을 알리는 것임을 눈치챈 나는 곧바로 등반을 시작했다.
비바리움을 평지로 만들 생각이 없었기에, 한쪽 코너에 높다란 언덕을 만들어두었기 때문이다. 평범한 비바리움의 경우에도 여러 테마를 가지고 만드는 것처럼, 나 역시 산을 테마로 하고 있었다. 약간의 평지와 오르막이 있으며 냇가가 흐르는 산을 말이다.
아무튼, 그렇게 5미터 정도 되는, 바위로 만들어낸 언덕을 올라가서 콩콩이에게 신호를 주었다.
“콩콩아! 던져!”
미리 대기하고 있던 녀석은 쥐고 있던 나무를 휘익- 내던졌다. 그 어떤 준비 동작도 없이 밀어내듯 내던진 것이었지만, 순식간에 하늘 높이 솟아오르며 나를 향해 빠르게 날아왔다.
하지만 중력 덕분이라고 해야 할지, 금세 그 속도가 줄어들었다. 솟아오르다가 중력으로 인해 속도가 떨어지고, 내 앞에서 순간적으로 그 속도가 0이 된 것이었다. 물론, 대각선으로 움직이고 있는 것이었으니 완전한 정지 상태에 들어간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무리 없이 받을 수 있었다.
“잘했어!”
혹시나- 싶어 피할 준비도 했지만, 그럴 필요도 없게 만들어 주는 콩콩이에게 따봉을 한 번 들었다.
그리고, 곧바로 바위틈에 나무를 끼워 넣었다. 바위 사이사이에 흙더미를 채워 놓기는 했지만, 바위가 덮일 정도는 아니었다. 식물들의 자리를 어느 정도 잡아둔 다음, 뿌리가 완전히 고정될 수 있게 흙을 채울 생각이었다.
“콩콩이 하나 더!”
다시금 내 손바닥으로 빨려오는 것처럼 날아오는 나무를 잡아챈 다음, 주변에 나무들의 위치를 잡았다.
“음……. 여긴 이렇게 하면 되겠다.”
나무 몇 그루의 위치를 잡고서 한 번 확인을 해보았다. 밑에서도 보고, 옆에서도 보고, 따로 만들어둔 관람로로 올라가 보기도 하며 나무들을 확인했다.
아직 흙을 뿌리기 전이라 완벽하진 않더라도, 나름대로 만족스러웠다.
“콩콩아, 이번에는 그 옆에 있는 흙 포대! 그냥 여기에 몇 개만 던져 줘!”
이대로 확정 짓기로 결정하고서 콩콩이에게 흙 포대를 던져주길 요청했다. 이번에도 아주아주 가볍게 내던져진 흙 포대는 내 바로 앞에 퍼엉- 하고 떨어졌다.
바위에 안착하며 포장이 터졌지만, 어차피 터트려서 사용할 예정이었기에 신경 쓰지 않고 흙 포대에 담긴 흙을 흩뿌렸다. 그 사이에 몇 개의 흙 포대가 더 떨어졌고, 나무들의 뿌리를 아주 단단하게 고정할 수 있었다.
그렇게 잠시 동안 열심히 움직이며 나무들의 위치를 잡고 심기를 반복하니, 밋밋하던 것이 조금은 볼만한 모습이 되어갔다. 아직 여전히 많은 곳이 비어 있긴 했지만 말이다.
잠깐 쉬는 겸, 방송을 확인하니 채팅창이 한바탕 난리가 났었던 것 같았다.
[행보관이 탐내는 인재다.] [작업의 스페셜리스트 ㄷㄷ] [콩콩이 어시 개쩌는데? 나무랑 흙 포대를 수십 미터씩 던지네.] [진짜 콩콩이한테 도움받으면 저 넓은 곳도 금방 다 채우겠는데?]특히, 한자리에서 자재들을 휙휙 던져 주는 콩콩이에 대한 이야기가 무척 많았다. 평범한 사람들은 혼자서, 혹은 둘이서 낑낑거리며 옮기는 것들을 아주 가벼우면서도 정확히 던져댔으니 말이다.
“콩콩아, 사람들이 너 대단하다는데?”
“킁!”
사람들의 반응을 알려 주니, 콩콩이 녀석이 씩- 웃으며 가슴을 활짝 폈다. 그리고 근육을 자랑하듯 팔에 힘을 주어 부풀렸다.
녀석의 팔에 뱀이라도 들어간 듯, 근육이 꿈틀거렸다. 심지어, 그 근육 위에 있는 털들은 갈대밭이 바람에 흔들리는 것처럼 움직였다.
“……진짜 운동을 괜히 가르쳤나.”
안 그래도 고릴라의 팔은 두터운데, 콩콩이가 팔 근육을 펌핑하니 거의 배로 두꺼워졌다. 그 모습을 보고 있으니, 운동을 가르친 것이 과연 잘한 행동인지 의문이 들었다.
하지만 녀석이 강력한 힘을 가졌기에 덕을 본 것도 많았기에 고개를 내저었다. 일전에 사람들을 구한 것도 운동을 해서 힘을 키운 덕이었으니 잘못된 일은 아니었다.
머리에 떠오르는 잡생각을 휘휘 내저어 털어낸 나는 계속해서 비바리움을 꾸며나갔다.
여러 종의 나무나 풀들을 옮겨 심었고, 바위와 흙만이 자리하여 황폐하게도 보이던 곳에 조금씩 싱그러움이 자리하기 시작했다.
물론, 그것으로 그치지 않고 여러 식물들을 옮겨 심었지만, 워낙 넓은 곳인지라 하루 만에 다 끝낼 수가 없었다.
“압빠!”
“아뿌!”
더군다나 아이들이 저녁을 먹을 시간이라며 나를 데리러 오기까지 했기에, 나는 완성하지 못한 비바리움에 아쉬움을 느끼며 방송을 종료했다.
아무리 취미가 좋아도 가족과 저녁 먹는 것까지 포기할 생각은 없었다. 물론, 시청자들에게 내일도 방송을 하며 계속해서 비바리움을 만들어가기로 약속한 상태였다.
“압빠, 콩콩이도 우리 집에서 같이 밥 먹자!”
“그래. 콩콩이가 오늘 아빠 많이 도와줬으니까, 소은이가 아빠랑 같이 맛있는 거 챙겨주자.”
“좋아!”
해맑게 웃는 소은이와 은수를 동시에 품에 안고서 콩콩이와 함께 집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