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uid RAW novel - Chapter 332
0331 취미입니다만?(2)
내 취미를 위한 준비는 아주 빠르게 진행되었다.
신수의 어항, 아쿠아리움의 건설을 맡았던 권설도에게 부탁하니 요술방망이를 휘두르는 도깨비처럼 뚝딱 건물을 지어낸 것이었다.
물론, 그것이 가능한 이유는 따로 있었다. 내가 원한 건물은 일종의 창고처럼, 직사각형의 넓고 높은 건물이었기 때문이다. 창문도 없고, 큼직한 출입구만 있을 정도로 간단한 형태였다.
“수환아, 여기에 도대체 뭘 할 생각이야?”
점심을 먹고, 건물이 완공되었다는 소리에 나는 누나와 함께 그곳을 찾았다. 그리고, 누나는 휑하니 아무것도 없는 건물을 보고 의아함을 드러냈다.
가로세로 30미터에 높이도 10미터에 달하는 내부에는 기둥도 없고, 창문도 없고, 가구도 없고, 말 그대로 그 어떤 것 하나 없이 콘크리트만 있는 곳이었으니 말이다.
게다가, 그걸 만들면서도 누나에게 어떤 것을 만들려고 하는 건지 알려주지 않았으니 더더욱 궁금해하는 것 같았다.
이제는 얘기해도 되잖아- 하듯이 나를 빤히 바라보는 누나의 모습에 피식 웃으며 입을 열었다.
“비바리움.”
“비바리움……? 그게 뭐야?”
“왜, 소은이 태어나기 직전에 유행했던 거 있잖아. 어항 같은 곳에다가 소형 생태계를 꾸미는 거.”
“아! 예전에 연예인들 중에 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유명해졌던 거!”
“그렇지.”
내 말에 기억이 떠올랐는지, 누나가 박수를 짝- 치며 반응했다.
“그럼 여기에 그 비바리움이란 걸 만들 거야? 그렇게 하기엔 너무 크지 않아?”
단순히 비바리움을 위한 공간이라고 하기엔 무척 커다란 공간이었기에, 누나가 의아함을 다시 드러냈다.
비바리움이라는 게 보통 어항이나 자그마한 전용 케이스에 만드는 편이었기에, 이렇게 가로세로만 30미터에 달하는 공간이 필요하냐는 것이었다. 더군다나 층고까지 십 미터에 달하는 수준이었으니, 이해하기 힘든 듯했다.
“당연히 평범한 비바리움을 만들 생각이 없으니까 그렇지.”
“……평범하지 않은 거면?”
“여길 전부! 하나의 비바리움으로 채울 거야. 그, 왜 예전에 미국에서 실험했던 바이오스피어 같은 느낌이랄까? 그거에 비하면 또 규모가 작지만.”
“그건 또 뭐야?”
“바이오스피어라고, 일종의 인공 생태계 구축 실험장이라고 할 수 있는 게 있어. 외부와 완전히 단절된 상태에서 생태계를 인간의 손으로 만들어내는 거지. 거대한 공간에 식물들을 깔아두고, 그 식물들이 만들어내는 산소를 이용하면서 작물도 재배하고 그러는 거야.”
가끔 알려주는 이러한 이야기를 꽤나 좋아하는 누나는 신기하다는 듯이 눈을 빛내며 내 이야기에 집중했다.
“식물이 만드는 산소로 동물들이 호흡하고, 그 과정에서 나온 이산화탄소를 식물들이 다시 산소로 만들고. 동물들도 사육해서 젖이나 육류를 얻기도 하면서 완벽한 자급자족을 할 수 있는 소규모 생태계를 만드는 실험이 있었어. 뭐…… 여러 이유로 실패하긴 했지만.”
“실패한 거야?”
“응. 톱니바퀴처럼 잘 맞물려서 돌아가야 할 생태계가 쉽게 만들어지겠어? 여기저기 삐그덕대다 결국엔 실패한 거지.”
누나가 흥미롭다는 듯이 오옹- 소리를 내며 고개를 끄덕였다. 다만, 그 이후 걱정된다는 듯이 나를 바라보았다.
“그럼 네가 만들려고 하는 것도 어려운 거 아니야?”
“난 그 수준까지 바라는 게 아니니까 괜찮아. 게다가, 만드는 것 말고도 계속 관리하는 것까지 포함해서 취미로 하려는 거니까. 화단이나 텃밭에서 뭐 키우는 게 재미있더라고.”
성공하면 관리하면서 취미를 즐기는 거고, 실패하더라도 실패한 원인을 분석하면서 성공할 때까지 반복하는 것도 취미의 영역에 넣을 수 있었다.
“그리고……. 내 입으로 말하긴 뭣하지만, 드루이드잖아.”
“아……. 하긴, 너라면 할 수 있을 것 같아. 열심히 해봐.”
누나는 꼭 성공하라며 주먹을 불끈 쥐어 보이고선 할 일이 많다며 떠났다.
잠시 혼자 남게 된 곳에서 주변을 둘러보다가, 곧바로 움직였다. 지금은 건물만 완공되었을 뿐, 내부를 꾸미는 것은 내 몫이었기에 준비할 것이 많이 남아 있었다.
각종 조명부터 시작해서, 공기를 깨끗하게 유지해 줄 장치나 내부를 채울 것들을 구해야 했으니 말이다.
그래도 미리 주문해둔 것이 무척 많았기에, 따로 창고에 보관되어 있는 것을 가져와 설치만 하면 되는 상태였다. 건물 자체에 고정되는 형태의 것들은 이미 건물을 지으면서 설치되어 있었으니 말이다.
아무튼, 그렇게 내부를 꾸미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한 내가 가장 먼저 찾은 곳은 시설관리팀이었다. 내부를 내가 꾸밀 계획이긴 해도, 전문가의 도움을 받지 않을 생각은 없었다.
“팀장님. 설계해온 거 있는데, 그거대로 좀 만들어 줘요.”
어차피 완성하고 나면 관람객들에게도 개방할 예정이니, 업무 외 업무를 시키는 건 아니었다.
“또, 또 일이……!”
우리 동물원에서 일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제일 많은 시설관리팀답게 새로운 일거리가 생겼다는 것에 기뻐하고 있었다. 바닥에 엎드려 기도까지 하는 사람이 있을 정도였다.
“자재는 제가 옮겨둘 테니까 걱정 마시고요.”
비바리움용 건물을 가득 채우기 위한 자재 중에는 어마어마한 무게를 자랑하는 것들도 많았다. 그렇다 보니, 우리 동물원에서 구비 중인 지게차로는 옮기지 못하는 것들도 있었다. 그렇기에, 그러한 자재들은 내가 따로 옮길 생각이었다.
당연히 내가 혼자 옮기는 것은 아니었다. 지게차도 못 드는 걸 내가 쉽게 들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콩콩아!”
그렇기에 선택한 것이 바로 콩콩이였다. 우리 동물원에서 근력 하나만 따지자면 최강이라 할 수 있는 녀석이었다. 지상 최강의 동물, 코끼리인 뿌우뿌우보다 근력 하나는 뛰어난 편일 정도였으니 말이다.
지금 옮겨야 할 자재들을 옮기는 데에는 콩콩이가 제격이었다. 날이 가면 갈수록 더 강해져, 이제는 중형 SUV 같은 것도 들 수 있었으니 말이다.
“콩콩아, 작업 좀 하자.”
“근손실.”
“아니, 뭔…….”
다만 녀석이 의외로 비협조적이었다. 다름이 아니라, 지금 녀석이 운동하는 시간이었기 때문이다. 운동할 시간에 운동이 아니라 작업을 하면 근손실이 난다는 것이었다. 아니, 근손실은 또 어디서 배운 거야.
거의 소은이만 한 원판 수십여 개가 주르륵- 달려 있는 특수 제작된 봉을 들고 움직이고 있었다.
“……도와주면 운동기구 두 개 더 사줄게.”
“흡!”
녀석이 혹할만한 제안을 했지만, 녀석은 잠깐 눈치만 보다가 다시금 운동을 시작했다. 근육이 아주 울끈불끈- 꿈틀대며 움직이는 모습이 여실히 드러나고 있었다.
“세 개.”
“흐으읍!”
한 개 더 추가했으나, 녀석은 여전히 근육을 자극하는 모습을 보였다.
“좋아, 다섯 개!”
쿠웅-!
내 말이 끝나기 무섭게, 녀석이 들고 있던 봉을 내팽개쳤다. 어마어마한 무게를 자랑하는 것이 바닥을 퉁- 치니, 내가 서있는 곳까지 그 진동이 울렸다.
그리고, 녀석은 당장이라도 작업을 할 준비가 됐다며, 내 앞에서 거대한 근육을 자랑하고 있었다.
“어휴. 무슨 헬창도 아니고……. 그래, 다섯 개 더 사줄게. 가자.”
운동기구 추가 구매를 통해 훌륭한 일꾼을 구한 나는, 곧바로 후문 가까이 있는 창고에서 자재들을 나르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옮기기 시작한 것은 뿌우뿌우만 한 크기의 바위들을 옮기는 것이었다. 내가 있는 힘껏 들어 보려고 해도 꼼짝 않던 것들이, 콩콩이가 가볍게 콧방귀 뀌듯 기합을 주는 것만으로 번쩍 들어 올려졌다.
“좋아, 그거 저쪽으로 들고 가자.”
나는 흙과 모래가 가득 들어 있는 포대를 가득 들고서 비바리움용 건물로 향했다. 내 뒤로 콩콩이가 바위의 무게로 인해 쿵쿵- 발소리를 내며 열심히 따라왔다.
그렇게 창고와 비바리움을 수십여 번 왔다 갔다 반복을 하고 있으니, 어느덧 비바리움 내부가 채워져갔다. 밋밋한 바위가 비바리움 내부를 채웠고, 그 앞으로는 수백 포대에 달하는 흙과 모래 같은 것들이 쌓여 있었다. 그 외에도 각종 설비들이나 그 부자재 같은 것들이 입구 주변에 널브러져 있었다.
그것을 바라보며 땀을 닦고 있으니, 시설관리팀에서 각종 공구들을 챙겨서 비바리움으로 다가왔다.
일종의 조감도에 가까운 설계도를 보여준 상황이었기에, 그들은 내가 원하는 대로 움직여 주변을 조성하기 시작했다.
“사장님. 이 바위는 이쪽이 아니라, 저쪽으로 옮기는 게 나을 것 같습니다. 물이 고이는 부분을 이쪽으로 만들고, 저쪽으로 돌아서 빠지는 게 경로가 더 잘 나오겠네요.”
“오…… 그게 더 낫겠네요. 콩콩아!”
시설관리팀의 의견을 수용하여, 콩콩이와 함께 열심히 깔았던 바위의 위치를 다시금 조정했다. 조금씩 조금씩 바위를 움직이고, 그 사이사이로 모래나 흙들을 깔고, 물이 엉뚱한 곳으로 빠져나가지 않도록 벽도 만들어냈다. 그렇게 열심히 움직이고 있으니 어느덧 시간이 꽤 흐르게 되었다.
은수는 물론이고 소은이도 집에 올 시간이 되었는데, 내가 워낙 집중을 하고 있다 보니 누나가 이미 데려온 상황이었다.
“압빠, 모 만드는 거야?”
“여기? 여기에, 소은이랑 은수가 둘 다 좋아하는 걸 만들 거야.”
“우리 둘 다?”
소은이가 내 말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솔직히 두 아이의 사이가 무척 좋다고는 하지만, 취향은 극명하게 갈렸기 때문이다.
동물과 관련된 것만 좋아하는 것에 가까운 소은이, 식물과 관련된 것만 좋아하는 것에 가까운 은수. 둘은 정말 취향이 달랐다. 밥을 먹을 때도, 놀 때도 취향이 극명하게 갈라졌다. 아이들이 착하다 보니, 서로가 서로에게 잘 맞춰주어서 별일이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게 뭐야? 알려줘! 나 궁금해!”
“알려조!”
내 말이 호기심을 크게 자극했는지, 아이들이 무엇을 만드는 것인지 알려달라며 보챘다. 하지만 나는 완성된 이후에, 아이들이 보여줄 반응이 기대되었기 때문에 다 만들고 나서 보여준다는 말밖에 하지 않았다. 비바리움에 대해서 눈높이에 맞게 설명해 줄 자신도 없었고 말이다.
“힝. 다 만들면 꼭 알려줘야대! 약속!”
“그래, 손가락 걸고 약속. 은수랑도 약속.”
“약쏘옥!”
한껏 보채는 아이들은 완성한 다음 보여주겠다는 약속을 하고서야 보채는 것을 그만두었다. 그래도 호기심을 접지는 못했기에, 내가 비바리움을 만드는 것을 주기적으로 찾아와 구경하고 가는 모습을 보였다.
나는 그런 아이들의 모습에 피식 웃으며, 비바리움의 기초 공사를 마무리했다. 바닥에는 어마어마한 양의 바위들이 깔려 있었고, 그 사이로는 냇가가 미니어처처럼 흐르고 있었다.
물론, 지금 만들어진 것은 말 그대로 기초 공사였기에, 만들어야 하는 것은 많이 남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