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uid RAW novel - Chapter 349
0348 스포츠(6)
넓은 시야로 공이 날아오는 것부터 바라보고 있던 연예인 축구단의 골키퍼는 남캣이 공을 건드리는 것을 보자마자 몸을 내던졌다.
“흐압!”
소은이가 골을 넣을 수 있도록 다리를 접어줄 정도의 반응 신경을 가진 골키퍼가 몸을 사리지 않고 내던진 덕분에, 그는 골망을 뒤흔들 뻔한 공을 막아낼 수 있었다.
“칫.”
자신이 때린 공이 골인으로 연결되지 않았다는 것이 기분 나쁘다는 것처럼, 남캣 녀석이 거칠게 땅을 두드렸다. 그러나, 골키퍼가 공을 빠르게 먼 곳까지 차버리는 것에, 녀석은 다시금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 사이, 우리 진영까지 공이 오고 상대 공격수들이 공을 주고받으며 골대 근처까지 다가왔다.
“아앗!”
하지만 그 공은 순식간에 다가온 구박이에 의해서 빼앗기게 되었다. 어찌나 빠르게 가져간 건지, 공이 있을 거라고 판단하고 걷어차려던 선수가 헛발질을 하며 휘청거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걷어내진 공은 순식간에 다가온 마루에게 전해졌다. 조금 전의 상황으로 인해 캥거루들이 마크당하고 있었기 때문에 전해줄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미친! 뭐가 저렇게 빨라!”
단 몇 초 만에 벌써 하프라인을 넘어가고 있는 마루의 모습에, 공을 빼앗긴 연예인이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경로를 예측해서 미리 막고 있는 게 아니라면 공을 빼앗을 수 없을 정도의 속력이었으니, 허탈하다는 듯이 그 자리에 서서 바라보고만 있었다.
결국 순식간에 상대 골대 근처까지 다시금 이동한 공은 근처에 있던 청호가 톡- 쳐서 공을 허공으로 띄웠고, 이번에는 일기토가 그 공을 후려쳤다.
여러모로 빠름의 대명사인 일기토는 묵직한 한 방을 날리는 남캣과 다르게, 펀치를 일순간 두 번 날리며 공을 날려보냈다. 양쪽 앞발이 거의 동시에 공을 두드린 것이었다.
덕분에 공이 날아가는 궤적이 이상하게 휘어졌고, 공은 아슬아슬한 차이로 골키퍼의 손에 잡히지 않고 골망을 흔들게 되었다.
“와씨, 뭔 동물들이 이렇게 잘 해!”
경기가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았음에도 벌써 실점을 했다는 것에, 연예인들이 승부욕을 활활 불태웠다. 한 점 정도는 충분히 만회할 수 있다고 여기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그들은 조금 전의 상황에서 똑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주의하며 열심히 공을 몰았다. 동물들의 민첩한 움직임을 미리 예측해가며 공을 이리저리 움직이며 내달려, 순식간에 우리 골대 앞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다른 방해가 들어오기 전에 공을 넣겠다는 듯, 조금은 떨어진 곳에서 공을 강하게 걷어차는 모습을 보였다.
뻥- 소리가 나며 쏘아진 공은 빠르게 골대 구석을 향해 날아갔다. 아무래도 인간에 비하자면 덩치가 작은 동물들인 만큼, 높고 구석진 곳은 쉽사리 막아내지 못할 거라 생각한 것이었다.
하지만 어림도 없는 소리였다. 스프링처럼 몸을 겹겹이 휘감은 누렁이 녀석이 축구화로 감싸진 꼬리를 땅에 단단하게 지지하고서 몸을 순식간에 펼친 것이었다. 한껏 압축한 스프링이 튕겨지듯 날아간 녀석은 골대 구석을 노리는 공을 온몸으로 휘감았다.
“와, 그걸 막아?”
회심의 일격이 실패하고, 누렁이의 몸에 휘감긴 공이 다시금 움직이는 모습을 확인한 공격수가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었다. 다음엔 더 강하고, 막는 것이 더 힘든 공격을 하겠다 중얼거리면서 말이다.
그렇지만 아쉽게도 그런 공격수의 노력이 빛을 발하는 일은 없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동물들의 팀워크가 좋아졌고, 연계하여 공격하는 것이 더 부드러워졌기 때문이다.
“공이 두 개잖아!”
“아니야! 잘 봐! 하나는 천산갑이라고!”
“그럼 진짜 공은 어디 있는 거야!”
“……우리 골대에.”
심지어, 천산갑인 공돌이 녀석이 공인척 위장하며 선수들의 시선을 빼앗고, 그 사이 청호가 단독으로 공을 몰고 가서 골인에 성공하기도 했다.
물론, 그렇다고 우리 동물들이 마냥 상대를 압도하는 것은 아니었다. 공을 잡기 위해 누렁이가 뛰어오르는 순간, 도중에 한 공격수의 머리가 들이밀어지며 공의 궤적을 바꾸는 식의 행동 덕분에 누렁이가 공을 막아내지 못한 경우도 있었기 때문이다.
덕분에 승부는 어느 한쪽으로 기울어지지 않았다. 우리가 한 골 넣으면 상대가 어떻게든 설욕하는 식으로 공이 왔다 갔다 하고 있는 것이었다.
슬쩍 근처에서 해설하는 이들의 소리를 들어 보니, 누가 이길지 정말 모르겠다며 남은 시간 동안 체력을 더 유지하는 쪽이 승리할 것이라는 식으로 이야기가 나오고 있었다.
그 소리에 나는 씩- 미소를 지어 보였다.
연예인들이 아무리 강행군에 가까운 일정을 소화하며 체력이 좋을 수밖에 없다고 하지만, 이쪽은 동물…… 아니, 영물들이었다. 인간보다도 더 월등한 신체능력을 가진 녀석들이라는 것이었다.
게다가 평범한 동물들이라 해도 체력적으로는 인간을 압도할 텐데, 지금 그들이 상대하고 있는 동물들은 내 초능력의 영향을 듬뿍 받으며 살아온 녀석들이었다. 특히, 마루 같은 경우에는 풀타임 내내 미친 듯이 뛰어다닐 수 있을 정도의 체력을 가지고 있었다.
체력으로 승패가 나뉘게 된다는 것은 곧 우리의 승리가 확정되어 있다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허억, 허억. 뒤지겠네 진짜……!”
해설 위원들이 말한 것처럼, 시간이 흐를수록 우리 동물들이 상대팀을 압도하기 시작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인간들의 체력은 떨어지는 반면, 동물들은 아직까지 체력이 꽤나 남아 있었으니 말이다.
연예인 선수들은 팔다리가 흐느적거리는 것처럼 움직이고 있을 때, 동물들은 여전히 쌩쌩하게 뛰어다니고 있었다. 당연히, 그러한 차이는 곧 점수에도 변화를 가져왔다.
공격에 실패했던 남캣이 무려 두 골이나 더 넣고, 마루 역시 한 번에 불과하지만 득점을 할 수 있었다.
체력 차이로 골인까지 허용하게 되니, 연예인 축구단의 사기도 조금씩 떨어졌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대로 포기할 생각은 없던 건지, 그들은 방어적인 움직임을 취하면서도 간간이 위협적인 공격을 감행했다.
그러나 역시 한 번 저하된 체력은 경기 도중에 회복할 수 없었기에, 그들과 동물의 점수 차이가 좁혀지는 일은 없었다.
후반으로 갈수록 방어적으로 몸을 사리며 움직인 덕에 추가적인 실점을 하지는 않았다고 하지만, 최종적으로 5:3라는 스코어로 우리 동물들이 승리를 쟁취할 수 있었다.
경기 시간이 모두 종료되고, 5:3의 스코어로 우리가 승리했다는 것이 전광판을 통해 알려졌다.
우리의 승리가 전광판을 통해 확정 지어지는 순간, 곁에서 구경하던 소은이가 폴짝폴짝 뛰었다.
“압빠! 우리가 이겼어!”
“그럼 소은이가 가서 칭찬해 주고 와.”
“와아아앙!”
소은이는 승리의 기쁨을 동물들과 나누기 위해 달려나갔고, 내 곁에 있던 안박손 감독은 허공에 주먹질을 하며 기쁨을 표현하고 있었다. 자기가 직접 훈련시킨 동물들이 연예인 축구단을 상대로 승리를 취했으니 무척 기쁜 것 같았다.
그리고, 동물들이 소은이와 승리의 기쁨을 나누고 있는 순간 공 피디가 내게로 다가왔다. 경기가 끝났으니 관중들에게 가볍게 인사를 해주고서 인터뷰를 하자는 것이었다.
그의 요구대로 간단한 인사를 한 다음,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겼는데 기분이 어떠냐, 이길 줄 알았냐, 앞으로도 동물들에게 축구를 시킬 생각이 있냐- 같이 조금 형식적인 질문이 대부분인 인터뷰가 진행됐다.
물론, 내 답변은 대부분 동물들이나 안박손 감독이 열심히 고생해 준 덕분이라며 겸양 떠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솔직히, 내가 한 것이라곤 곁에서 통역해 준 것이 대부분이었으니 말이다.
이런저런 질문에 답변을 하는 인터뷰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갈까- 하고 고민하고 있으니 공 피디가 다시금 다가왔다.
“수환 님. 저희가 회식을 하려 하는데, 혹시 참여하실 생각이 있으십니까?”
“회식이요?”
“예. 정규 편성이 되기는 힘들겠지만, 그래도 촬영이 다 마무리되었으니 회식을 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서 말입니다. 연예인 축구단 분들도 참여하실 예정입니다만……. 아, 물론 필수적으로 참여해야 하는 건 아닙니다! 축구단 소속에서도 일정 때문에 먼저 가시는 분들도 계십니다. 그리고 동물들도 같이 갈 수 있는 곳이라, 동물들도 같이 갈 수 있습니다.”
회식이라는 말에, 처음에는 거절하려다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동물들도 같이 갈 수 있는 곳이라면, 열심히 훈련하고 승리까지 해낸 동물들에게 먹을 것으로 포상을 주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았다.
“압빠! 나는?”
회식은 곧 고기를 먹는다는 소리라고 생각하는 소은이는 회식이라는 말에 입맛을 다시며 나를 바라보았다. 고기를 먹을 거면 자기도 꼭 데려가라고 무언의 시위를 하는 것이었다.
그런 소은이의 모습에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소은이도 시축을 했으니 회식에 참여할 자격은 충분했다.
“그럼 우리 먼저 갈까?”
“좋아!”
고기! 하고 외치는 소은이와 동물들을 데리고 회식 장소로 이동했다. 나처럼 먼저 가 있으려는 이들이 제법 있었는지, 회식장소는 벌써부터 시끌벅적했다. 특히, 연예인 축구단이 있는 곳이 무척 시끌벅적했다. 스태프들 중에서 팬이라는 이들이 싸인이나 사진을 요청하기도 했기에 제법 사람들이 몰려 있었다.
동물들을 이끌고 그곳으로 다가가니, 경기를 뛴 연예인들이 우르르- 다가왔다.
“좋은 경기였습니다! 동물들이 참 대단하네요!”
“혹시, 원숭이에게 어떤 식으로 훈련을 시켰는지 알 수 있을까요? 제가 공을 올리는 방법이 조금 미숙해서…….”
“제가 솔직히 동물들에게 축구로 질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었는데, 장난이 아니네요.”
다가온 연예인들은 저마다의 감상평을 늘어놓듯, 내게 온갖 이야기들을 꺼냈다.
심지어, 내 주변으로 다가오지 못한 몇몇은 직접적으로 동물들에게 다가가, 좋은 경기였다며 이야기하고 있을 정도였다. 특히, 골키퍼로 활약했던 그 연예인은 누렁이에게 다가가 라이벌 의식을 불태우고 있었다.
“오늘 같은 경우에는 골키퍼의 역량에 따라 승패가 좌우된다. 오늘은 비록 내가 너에게 패배했을지 몰라도, 다음번에는 절대 패배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면서도 누렁이를 인정한다는 듯 주먹을 말아 내밀었고, 그 모습을 잠시 바라보던 누렁이가 축구화에 감싸져 있던 꼬리 끝을 동그랗게 말아 맞대었다.
“너와 나는 이제부터 라이벌이다!”
말도 통하지 않는 동물에게 라이벌 의식을 활활 불태우는 그 모습에, 나는 할 말을 잃었다.
하지만 그런 나와는 다르게, 연예인 축구단의 선수들은 그 모습을 보며 감동을 받은 것 같았다. 저마다 자신들이 상대해야 했던 포지션에 있는 동물들에게 다가가 라이벌 의식을 불태우고 있는 것이었다.
한 수비수는 다음번엔 꼭 달려오는 것을 막겠다며 마루에게 라이벌 의식을 불태우고 있었고, 다른 한 명은 순식간에 공을 가로채던 구박이에게 라이벌 의식을 불태웠다.
심지어, 한 수비수 포지션에 있던 이는 남캣에게 라이벌 의식을 불태우다 냥냥펀치에 얻어맞기도 했다.
‘……연예계 이대로 괜찮은 걸까?’
대부분이 제법 유명한 이들이었는데, 동물들에게 라이벌 의식을 불태우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괜히 걱정이 됐다.
하지만 내가 걱정한다고 바뀔 것은 없었기에,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으며 쌈을 싸려고 준비 중인 소은이를 위해 고기를 구웠다.
선수들이 라이벌 의식을 불태우면서 동물들에게 고기를 갖다 바치고 있었기에, 내가 할 것이 없었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