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uid RAW novel - Chapter 350
0349 성향 차이(1)
“다녀올게.”
“어, 잘 놀다 와.”
“응……. 고마워.”
아이들과 나를 두고 친구들과 놀러 가는 게 마음에 걸렸는지, 누나가 미안함이 가득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신경 쓰지 마. 나도 애들 누나한테 맡기고 여기저기 싸돌아다녔는데.”
손을 휘휘 내저으며 말하니 안심이 됐는지, 누나가 한결 편해진 얼굴로 집을 나섰다.
“대신 올 때 선물은 사 오고!”
“알았어!”
선물을 사 오라는 내 외침에, 누나가 풋- 웃음을 터트리며 문을 닫고 나갔다.
“흠, 이제 뭘 할까나.”
모처럼 누나 없이 맞이하는 주말 아침이었기에, 나는 뭘 해야 좋을까- 생각하며 안방으로 향했다. 아직 두 아이들이 쿨쿨 자고 있을 것이 뻔했기에, 조용히 들어가서 휴대폰만 가지고 나올 생각이었다.
그리고, 안방으로 들어가니 자그마한 숨소리를 내쉬며 꿀잠을 자고 있는 두 아이의 모습이 보였다.
“푸흐, 흐흐흐.”
잠을 자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니 괜히 웃음이 흘러나왔다. 두 아이의 자는 모습이 아주 180도 다르다고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은수는 무척 얌전한 모습으로 자고 있었다. 비록, 내 아들임을 증명하듯 한쪽 팔을 머리맡으로 올린 채 잠을 자고 있긴 했지만, 그걸 제외한다면 정말 얌전히 잠을 자고 있었다. 별다른 잠버릇 없이, 주기적으로 일정한 숨소리만을 내쉬고 있는 것이었다.
하지만 소은이는 그런 은수와 비교하는 것이 무의미할 정도로 많은 부분이 달랐다.
“후움.”
“후야아.”
잠꼬대를 하듯 정체 모를 소리를 내뱉는 것은 기본이었고, 수시로 자는 자세가 바뀌고 있었다.
내가 누나를 배웅한다고 나갈 때만 하더라도 소은이는 내 시그니처 수면 포즈라고 할 수 있는, 한쪽 팔을 들고 한쪽 발바닥을 반대편 종아리에 대는 자세로 자고 있는 중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어디로 달려나가기라도 하는 건지, 비상구 마크처럼 뛰는 듯한 자세로 침대에 누워 있었다.
“퓨우.”
비상구 마크처럼 누워 있던 소은이는 얕게 숨을 몰아 내쉬더니, 다시금 자세를 바꿨다. 창문에서 들어오는 햇빛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건지 얼굴을 가리면서 엎어진 것이었다.
“눈을 뜨고 있든 감고 있든 아주 반대야, 반대.”
친남매 맞아? 하는 소리가 나올 정도로, 두 아이의 성향은 많이 차이 났다. 잠자는 모습부터, 식사나 흥밋거리 등등. 정말 온갖 부분에서 극명한 차이를 보이는 것이 두 아이였다.
물론, 그렇다고 공통점 같은 게 없는 것은 아니었다. 둘 다 나와 누나의 자식들인 만큼, 공통점도 상당히 많았다. 차이점에 비해 그렇게 부각되지 않아서 문제였지.
아무튼, 그렇게 자는 모습의 차이점을 본다고 고개를 좌우로 휙휙 돌려가며 두 아이를 바라보고 있으니, 얌전히 잠을 자던 은수가 움찔- 움직이기 시작했다.
“웅……. 아뿌?”
움찔거리며 정신을 차린 은수는 몽롱한 눈빛으로 주변을 두리번거리다, 나를 발견하고서 팔을 뻗었다. 안아달라고 하는 것이었기에, 곧바로 안아주니 내 품에서 꼼지락댔다.
잠시 그렇게 꼼지락대며 정신을 차린 은수는 말똥말똥해진 눈빛으로 주변을 다시 두리번거렸다. 엄마를 찾는 것이 분명한 그 모습에 볼을 톡- 건드렸다.
“어제 말했지? 엄마가 오늘 친구들이랑 놀러 간다고.”
“우우. 인사, 모태써…….”
은수는 엄마를 배웅하지 못한 것이 아쉽다는 듯이 시무룩한 모습을 보였다.
“엄마도 은수랑 인사하고 싶었는데 못해서 아쉽다더라. 그래서 엄마가 은수한테 대신 뽀뽀해 주래.”
토실토실한 볼에 쪽- 소리를 내며 뽀뽀해 주니 시무룩하던 은수가 다시금 꺄르륵 미소를 지었다.
“흐우웅.”
그리고, 그 와중에도 소은이는 몸을 이리저리 돌리며 잠을 자고 있었다. 깰 시간이 되면 혼자서도 일어나는 은수와 달리, 소은이는 특별한 일이 예정되어 있는 게 아니라면 웬만해선 깨우기 전까지 쿨쿨 자는 편이었다.
이 정도로 움직이는 거면 자는 게 아니라 자는 척을 하는 것 같은데, 실제로 보면 아주 깊은 꿀잠을 자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런 숙면도 이제 슬슬 끝을 낼 때가 됐다. 두 아이의 다른 부분을 생각하다 보니 순식간에 시간이 지나, 슬슬 아침을 먹어야 할 시간이 되었기 때문이다.
“은수가 누나 깨울까?”
“눈나!”
소은이를 깨우라고 은수를 침대에 내려주니, 은수가 소은이를 깨우기 시작했다. 물론, 깊은 꿀잠을 자는 소은이를 깨우기란 쉽지 않았다. 톡 건드리면 깨는 은수와 달리, 소은이는 강하게 흔들어야 일어날 정도였다.
“이이잉!”
자기가 불렀음에도 일어나지 않는 소은이의 모습에 심통이 난 듯한 은수는 볼을 부풀리며, 그대로 소은이의 위로 올라갔다. 마치 소은이가 자고 있는 내 위로 올라온 듯한 모습 같았다.
“무……거…….”
몸 위로 올라온 은수 때문에 묵직한 무게감을 느끼는 건지, 쿨쿨 자던 소은이가 정신을 차리기 시작했다. 아무리 어린아이라고 해도, 그 무게가 솜털 같지는 않았으니 말이다.
소은이는 역지사지라고 해야 할지, 내가 소은이에게 깔려 있을 때의 감각을 느끼며 천천히 눈을 떴다.
“은수야아……. 눈나 주거…….”
배 위에 올라온 은수를 발견한 소은이는 힘겹게 말을 하며 고개를 픽- 꺾었다. 그 모습에 은수가 화들짝 놀라서 호다닥 내려오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히히, 뻥이지롱!”
“이이! 뻥 나빠!”
자신이 속았음을 깨달은 은수는 볼을 빵빵하게 부풀렸다. 그 모습에 히히히 웃음을 터트린 소은이가 자리에서 폴짝 일어나 내 품으로 점프했다.
날아오듯……. 아니, 말 그대로 내 품으로 날아오는 소은이를 안아주니, 소은이가 해맑게 웃었다.
“압빠! 좋은 아침!”
“그래그래. 소은이도 잘 잤어?”
“웅, 완전 잘 잤어!”
피로라고는 하나도 보이지 않는 얼굴로 해맑게 고개를 끄덕이는 소은이를 내려주니, 곧바로 욕실로 쪼르르 달려갔다. 발판을 밟고 올라간 소은이는 세면대 앞에 있는 거울을 확인했다. 눈곱을 떼고, 부스스한 머리를 대충 정리하고 다시금 뛰어나왔다.
“압빠! 밥!”
“웅웅. 아뿌, 밥.”
그리고, 소은이가 욕실에서 나오니 두 아이가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아침을 요구했다. 엄마가 놀러 간다고 했던 사실을 기억하고 있기 때문인지, 엄마가 어디 갔냐고 묻지도 않았다.
“엄마가 가기 전에, 아침 차려두고 갔거든? 그거 먹자.”
“와! 엄마가 해준 밥!”
쿵쿵쿵쿵- 계단을 사정없이 내리찍으며 뛰어내려가는 소은이의 발소리를 들으며 곧바로 은수를 데리고 1층 주방으로 향했다.
주방의 식탁에는 벌써 소은이가 자리를 잡고 앉아 있었다. 숟가락까지 꼬옥 움켜쥔 채 내게 강렬한 시선을 보내는 중이었다.
그 모습에 피식 웃으며 은수도 자리에 앉히고, 누나가 미리 만들어둔 아침을 식탁 위로 옮겼다.
“와! 샌드위치다!”
누나가 아침에 만들어두고 간 것은 샌드위치였다. 정확히는 샌드위치를 취향껏 조립해서 먹으라고, 재료들을 만들어 놓은 것이었다.
물론, 그렇다고 재료들을 대충 만든 것은 아니었다. 다진 고기를 이용해서 작게 패티 같은 것도 만들었고, 신선한 양상추나 양파, 토마토 같은 것들도 있었으니 말이다. 식빵이 아니라 햄버거 번이 있었다면 햄버거라고 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슬라이스 치즈도 있고, 여러 소스도 있었으니 말이다.
“소은이는 혼자서 만들 수 있지?”
“웅웅!”
소은이는 내가 말하기도 전에 식빵을 손바닥에 올리고 속 재료를 쌓고 있었다.
“고기, 고기, 고기!”
햄버거 프랜차이즈를 가도 이렇게는 안 만들어 줄 것 같은 비주얼의 샌드위치가 소은이의 손에서 탄생하고 있었다. 식빵 위로 고기와 치즈가 번갈아서 세 번이나 올라가고 있는 것이었다.
그래도 고기만 먹으면 잔소리를 들을 것임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인지, 내 눈치를 보다가 고기 사이사이에 양상추와 양파를 하나씩 끼워 넣고 있었다. 그렇게 내 눈치를 계속 보던 소은이는 이내 토마토도 슬쩍 끼웠다.
고기가 좀 과하긴 하지만 나름대로 채소를 끼워 넣은 것을 보며 고개를 끄덕이니, 소은이가 해맑은 미소를 지으며 입을 풀었다. 생각보다 두꺼워진 샌드위치에, 과연 먹을 수나 있을까- 했는데, 의외로 소은이의 입 크기에 딱 맞았다.
“마시써!”
맛있다며 와구와구 샌드위치를 해치우기 시작하는 소은이의 모습을 잠시 바라보던 나는 정신을 차리고 빵을 하나 들었다. 은수에게는 내가 샌드위치를 직접 만들어 줘야 했다. 은수도 하려면 할 수는 있지만, 조금씩 흘리면서 만들 것이 뻔했으니 어쩔 수 없었다.
“은수는 뭐 넣어 줄까?”
“또마토! 마니!”
“토마토? 고기는?”
“우우웅……. 하나만.”
그리고, 여기서 소은이와 은수의 성향 차이가 또 두드러졌다. 고기 패티를 세 장이나 끼우는 소은이와 달리, 은수는 고기보단 채소 같은 것들을 선호하는 것이었다. 물론, 고기를 먹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소은이가 채소를 먹는 수준으로 고기를 먹어서 그렇지.
“으웅, 이거!”
심지어, 두툼한 패티보단 조금 얇은 패티를 선호하고 있었다. 두꺼운 것으로만 골라 끼운 소은이와 취향 차이가 도드라졌다. 소은이가 채소를 얇은 것 위주로 골라 넣은 것을 보면 정반대라고 해도 될 것 같았다.
양상추, 양파, 토마토, 양상추, 치즈, 고기, 토마토, 양상추. 소은이의 것과는 무척 많은 부분이 다른 샌드위치가 만들어졌다.
하지만 은수는 아삭아삭하면서도 육즙이 조금씩 느껴지는 그 샌드위치를 아주 맛있게 먹었다. 토마토 즙을 흘리면서도 열심히 얌얌 베어 무는 것이 무척 귀여웠다.
그래, 귀여우면 됐지. 영양소가 부족한 것도 아니고.
샌드위치를 해치우며 무척 좋아하는 두 아이의 모습에 고개를 끄덕였다. 한쪽을 조금 덜먹긴 하지만, 그래도 성장에 필요한 영양소는 충분히 챙기고 있었으니 걱정할 것은 없었다. 먹기 싫은 걸 먹게 해서 스트레스 받게 하는 것보다는 낫지 뭐.
가볍게 어깨를 으쓱인 나는 아이들이 남긴 재료를 이용해 샌드위치를 만들어 흡입했다. 누나가 만든 패티가 꽤나 맛이 좋았기에, 더더욱 즐거운 시간이었다.
그리고, 아침을 먹고 우리 셋은 사이좋게 양치를 시작했다. 아니, 정확히는 둘이었다. 소은이는 스스로 양치를 하고 있었고, 은수는 내가 양치를 해줘야 했으니 말이다.
아무튼 그렇게 양치까지 하고 개운하게 아침을 시작한 우리는 간단하게 TV부터 시청했다. 주말 아침에 두 아이 모두 좋아하는 애니메이션이 방영됐기 때문이다.
“와하하항!”
“와하하!”
애니메이션에 나오는 캐릭터를 따라 한다고 정신없는 두 아이를 보니, 그래도 친남매는 친남매구나 싶었다. 둘이서 사이좋게 엉덩이를 씰룩대며 웃는 걸 보면, 누가 봐도 쟤들은 친남매구나 할 것 같았다.
많은 부분에서 차이가 있긴 해도, 이렇게 예상외의 공통점들이 툭툭 튀어나오고 있었다.
잠시 그 모습을 구경하며 웃음 짓던 나는, TV에 나오는 화면을 보다가 어떤 것을 기억해 냈다.
“그게 창고에 있던가…….”
“웅? 압빠 뭐라고 했어?”
“아냐. 아빠 잠깐 창고에 갔다 올 테니까, 은수랑 TV 보고 있어.”
“웅.”
가볍게 고개를 끄덕인 소은이는 다시금 은수와 함께 엉덩이를 씰룩씰룩 흔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