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uid RAW novel - Chapter 351
0350 성향 차이(2)
“으, 어디 있더라?”
창고로 들어온 나는 살짝 쌓인 먼지에 얼굴을 찌푸리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조만간 청소라도 하던가 해야지.
괜히 물건을 움직여 먼지 구름을 피워낼 생각은 없었기에 눈으로 이리저리 둘러보며 창고 안쪽으로 더 들어가니, 내가 찾으려던 물건을 발견할 수 있었다.
약간의 먼지가 소복하게 내려앉아 있었기에, 그것을 붙잡고 재빨리 창고에서 튀어나왔다. 내가 나오자마자 뒤에서 먼지가 풀풀 날렸다.
“와아!”
그리고, 그렇게 창고에서 물건을 꺼내어 나오니, 거실 통창을 이용해 나를 바라보고 있던 아이들이 놀란 모습을 보였다. 특히, 소은이가 말이다.
통창을 스르륵 밀어내고 마당으로 나온 소은이는 내 근처에서, 내가 꺼낸 물건을 가리키며 놀란 모습을 보였다.
“내 자전거!”
“기억하고 있네? 예전에 소은이가 타던 세발자전거야.”
내가 창고에서 꺼낸 것은 바로, 소은이가 은수만 할 때 타던 세발자전거였다. 도난 사건 이후로 정이 떨어졌는지 관심을 보이지 않아 창고에 보관해둔 것이었는데, 그래도 용케 기억하고 있는 듯했다.
“소은아, 이거 은수 타라고 줘도 될까?”
“우움…….”
사주긴 내가 사줬지만, 그래도 소은이의 물건이었으니 소은이에게 물어보았다. 아무리 자식이고, 남매 사이라고 해도 물건을 부모 마음대로 주라고 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내 물음에 잠시 고민하던 소은이는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자전거를 바라보니, 아무리 봐도 자기가 탈 수 있을 것 같지 않다는 걸 인정한 것이었다.
무럭무럭 자라난 소은이는 어릴 때 타던 세발자전거에 어떻게든 몸을 욱여넣을 수는 있어도, 페달을 굴리는 것이 절대 불가능하다는 것을 인정했다.
“웅. 괜찮아! 근데, 나두 자전거 타고 싶어! 은수랑 같이!”
“은수랑 같이? 아, 그전에 은수가 자전거 타고 싶은지 물어보자.”
소은이의 손을 잡고 멀뚱멀뚱 눈만 깜빡이던 은수에게 자전거를 탈 생각이 있냐고 물어보았다. 먼지 때문에 깔끔함이 부족했지만, 자전거를 타고 싶긴 했는지 은수의 고개가 금세 끄덕여졌다.
“그럼 소은이가 탈 거는 새로 하나 사는 걸로 하고, 아빠가 이거 좀 씻을게.”
“와!”
세발자전거를 탈 때 느꼈던 즐거움이 떠올랐는지, 새 자전거를 얻게 된 소은이가 해맑은 미소를 지으며 두 팔을 들어 만세 했다.
그 모습에 피식 웃으며, 곧바로 한 직원을 부려 근처 자전거 가게로 향하게 했다. 물론, 동물원의 직원들을 부린다면 부당 업무로 문제가 될 수 있었기에, 일종의 비서직으로 있는 직원을 시킨 것이었다. 개인적인 일까지 시키는 악덕업주 소리 들을 생각은 절대 없었다.
이렇게 일을 시키면 특근비를 따로 넉넉히 챙겨 주기 때문에 오히려 시켜달라는 이들이 넘쳤지만 말이다.
아무튼, 동물원 근처에 있는 자전거 가게에서 소은이가 탈만한 자전거를 찾도록 시킨 다음, 먼지가 소복하게 쌓인 자전거를 깨끗하게 세척하기 시작했다.
마당에 있는 수돗가에 호스를 연결해 물을 ?? 뿌려대니 조금씩 깔끔한 모습을 되찾아갔다. 그러던 도중 우연히 발견한 건데, 안장의 위치를 조절할 수가 있었다. 세발자전거라 될 거라고 생각도 안 하고 있었는데, 자세히 보니 움직일 수 있게 되어 있었다.
어마어마한 금액을 들여 만들다 보니, 어린이용이라도 나름대로 신경을 쓴 것이었다. 조금이라도 사용할 수 있는 기간을 더 길게 만들기 위해, 체형이 커지더라도 안장을 조절하게 해둔 것이었다. 비록 소은이가 금세 질려버린 탓에 창고행이 되어 의미가 없었지만 말이다.
“이거면 은수한테도 잘 맞겠는데?”
소은이의 체형에 딱 맞는 주문 제작품이었지만, 이거라면 은수도 딱 맞춰서 탈 수 있을 것이었다. 애초에 당시의 소은이와 체형이 그렇게 차이가 나는 것도 아니었지만.
아무튼, 그렇게 찌든 때에 가까운 먼지를 박박 씻어낸 다음, 강력한 바람을 뿜는 송풍기를 가져와 자전거를 말렸다. 순식간에 물기가 사라지고, 반짝반짝- 정도는 아니더라도 나름대로 깔끔해졌다.
마치 세차를 하고 난 다음의 묘한 성취감이 느껴지듯, 깔끔해진 자전거를 보니 무척 흡족했다. 슬쩍 차량용품을 가져와 광택을 살려보니, 더더욱 만족감을 느꼈다.
그리고, 자전거를 세척하는 동안 직원이 카탈로그를 보내주었기에, 소은이에게 갖고 싶은 자전거를 고르라 하고서 은수에게 다가갔다.
“은수야, 자전거 타볼까?”
“웅!”
소은이처럼 힘차게 고개를 끄덕인 은수의 모습에, 곧바로 은수를 안장에 앉혔다. 자전거 손잡이를 꼭 잡도록 하고, 자그마한 두 발을 페달 위에 얹도록 알려 주니, 곧잘 따라 했다.
“이걸 이렇게, 이렇게 굴리면 앞으로 나가는 거야.”
“우아!”
처음으로 자전거를 타게 된 은수는 꽤나 신기했던 건지 다리를 열심히 움직였다. 다만 직진 본능처럼 오직 앞으로만 나아갔기에, 금세 화단의 턱에 부딪혀 멈출 수밖에 없었다.
어떻게 해야 하냐는 듯이 나를 바라보는 은수의 모습에 가볍게 웃음을 터트리며, 자전거 손잡이를 돌려 방향을 바꾸는 것을 알려주었다.
자전거를 조작하는 방법을 깨우친 은수는 곧바로 자전거를 뒤로 움직였다. 바퀴에 페달이 고정되어 있는 것이었기에, 자전거임에도 후진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이후, 은수는 마당에서 열심히 자전거를 몰았다. 왼쪽 오른쪽 원을 그리며 돌기도 하는 등 자전거에 순식간에 적응했다.
소은이도 자전거에 순식간에 적응했는데, 은수도 순식간에 적응하는 걸 보니 역시 남매는 남매구나 싶었다.
“눈나 잡아 봐라아!”
그리고, 그런 감상을 내리고 있으니, 소은이가 자전거를 탄 은수와 술래잡기를 하고 있었다. 촐랑촐랑 뛰는 소은이와, 열심히 페달을 밟으며 자전거를 굴려 소은이를 쫓는 은수의 모습을 보니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그 모습을 보며 기다리고 있으니, 소은이의 것이 될 새로운 자전거가 집으로 도착했다.
“와아아아아!”
은수에게 잡힐랑 말랑 아슬아슬하게 뛰며 놀던 소은이가 자신의 새로운 자전거를 보고 환호했다.
옅은 분홍빛의 평범한 자전거였는데, 시티 바이크라고도 불리는 형태의 일반적인 자전거였다. 특히, 앞에 간단한 짐을 넣을 수 있는 바구니가 달려 있는 것이기도 했다.
물론, 세발자전거 이후로는 말이나 호랑이, 코끼리 같은 동물들만 탄 소은이를 위해 자전거의 양옆에는 보조바퀴가 달려 있었다.
“호잇!”
따로 거치대를 세우지 않았음에도 혼자 자립하고 있는 자전거로 다가간 소은이는 냅다 자전거 위로 올라탔다. 자리를 잡고 자전거 핸들도 휙휙 틀어본 소은이는 그대로 페달을 밟기 시작했다.
가볍게 페달을 몇 번 돌린 소은이가 갑자기 히죽- 웃더니, 은수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은수야! 눈나랑 자전거 타러 가자!”
“조아.”
소은이의 외침에 은수는 고개를 끄덕였고, 이내 자전거를 타고 천천히 움직였다. 물론, 은수만 말이다.
“와하하하하하항!”
열린 문으로 소은이가 페달을 아주 힘껏 밟으며 쏘아지듯 나아가고 있었다. 어찌나 페달을 힘껏, 빠르게 밟고 있는 것인지 바퀴가 헛도는 모습까지 보이고 있었다.
“……눈나! 가, 가치가아!”
그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던 은수가 뒤늦게 자전거를 움직여, 소은이를 뒤따랐다.
하지만 열심히 바퀴를 굴리며 따라가는 모습을 보였지만 은수의 속도로는 소은이를 따라갈 수가 없었다.
그나마 소은이가 드리프트를 하듯이 바퀴를 휙휙 돌려대며 움직인 탓에 놓치지는 않는 모습을 보였다.
그런 아이들의 모습을 보니 여기서 또 차이가 있구나 싶었다.
소은이를 열심히 따라가는 은수의 모습은 무척이나 얌전하다고 할 수 있었다. 최소한의 움직임으로 딱 필요한 만큼만 움직인다는 느낌이 들었다. 심지어, 은수가 움직이는 것을 보니 ‘따르릉 따르릉-‘하는 동요가 들려오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에 반해, 소은이는 활발한 편이었다. 아니, 활발이라는 것으로는 표현할 수 없을 정도였다. 바퀴가 헛돌 정도로 페달을 밟으며, 보조바퀴가 달린 자전거로 드리프트를 하는 모습을 보면 자전거가 아니라 오토바이인가 싶을 정도였다.
은수가 부드러운 동요라고 한다면, 소은이는 절벽 굽이 길을 폭주하며 뒷바퀴가 절벽 끝을 타고 아슬아슬하게 드리프트를 하는 영화의 주제가가 들려오는 것 같았다. 아주 빠른 비트가 심장을 울리는 그런 노래 말이다.
“우와하하항!”
넘치는 체력을 증명하듯 아주 힘껏 드리프트 하며 내달리는 소은이의 모습에 고개를 내저으며, 열심히 페달을 굴리는 은수를 따라 천천히 걸었다.
“……근데 소은이는 세발자전거로 어떻게 드리프트까지 했던 거지?”
은수가 열심히 굴려도 내 걸음보다 빠르지 못한 세발자전거인데, 소은이가 그걸 타고 드리프트를 했던 과거의 기억이 문득 떠올랐다.
하지만 그런 생각도 잠시였다. 자기처럼 드리프트를 하지 못하는 은수의 모습을 발견한 소은이가 은수에게 다가와 이런저런 설명들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케이케. 그거를 이렇게 하고, 웅웅. 그래, 그거. 그리구우. 그거를 휙 하고 부아앙!”
도대체 뭘 설명하는 건지 모를 말이었으나, 은수는 알아듣기라도 하는 것처럼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그리고, 소은이의 정체 모를 수업을 받던 은수가 갑자기 강력한 움직임을 보였다. 따르릉- 하고 나아가는 것 같던 세발자전거가 휙 하고 회전한 것이었다. 아니, 정확히는 360도 턴을 한 것에 가까웠다.
“와아아! 은수가 해냈다!”
“해따!”
서로 손을 잡은 두 아이들은 자전거에서 내려, 은수의 첫 드리프트에 기뻐하며 방방 뛰어댔다.
이후, 두 아이는 사이좋게 드리프트를 하며 동물원 곳곳을 누볐다.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사람들이 없는 곳으로만 찾아다녔기 때문에 관람객들이 피해를 보는 일은 없었다.
“으아아악! 바닥에 이 자국은 또 뭐야아아!”
비록 시설관리팀에서 까맣게 남아 있는 스키드 마크를 보며 오열하긴 했지만 말이다.
절규에 가까운 소리에 슬쩍 아이들을 데리고 자전거를 편히 탈 수 있는 곳으로 이동했다. 바닥에 스키드 마크가 남지 않으면서 드리프트의 재미를 더욱 배가시켜주는 흙바닥인 장소였다.
두 아이들은 그곳에서 무척이나 즐겁게 자전거를 타고 놀았다. 빙글빙글, 이리저리 회전하는 놀이공원의 놀이 기구처럼 움직이는 것이었다. 저러다가 서로 충돌하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아슬아슬하게 스쳐 지나가기도 하고, 내 주위를 몇 바퀴나 돌기도 했다.
그렇게 아주 열심히 놀며 넘치는 체력을 자랑하던 두 아이들이 움직임을 멈춘 것은 한참이 지나서였다. 그것도 자의로 멈춘 것은 아니었다.
“힝. 압빠! 바퀴 터졌어!”
어찌나 열심히 바퀴를 굴려댄 건지, 새로 사 온 자전거의 바퀴가 펑- 하고 터져나갔기 때문이다. 바퀴가 터졌으니 드리프트 하는 맛이 나지 않는다며 소은이가 시무룩하게 자전거에서 내려왔다.
결국 새로 사게 된 자전거는 만 하루가 채 지나지 않았음에도 새로운 바퀴를 달기 위해 자전거 가게로 돌아가는 처지에 놓였다.
더 놀지 못하는 아쉬워하는 아이들의 모습에 피식 웃으며, 아이들을 데리고 집으로 돌아왔다. 더 놀지 못하는 것이 아쉽다는 듯한 모습을 보였지만, 어느덧 저녁을 먹을 시간이었기에 다시금 활기찬 모습을 보였다. 자전거에 정신이 팔려, 점심을 대충 동물원 푸드코트에서 파는 것으로 때웠으니 저녁을 더더욱 기대하고 있는 것 같았다.
“저녁은 뭐 먹을까?”
“초밥! 나 초밥 먹고 싶어!”
“소은이는 초밥? 은수는?”
“나두.”
갑자기 초밥에 꽂힌 것 같은 두 아이의 요구에, 곧바로 휴대폰으로 초밥을 주문했다. 육고기에는 취향이 갈리는 아이들이었지만, 공통적으로 좋아하는 게 있다면 초밥이었다. 여러 맛을 가진 생선과 새콤달콤한 밥의 조화는 호불호가 갈리기 쉽지 않았다. 더군다나, 취향에 따라 채소 초밥이나 육고기 초밥도 있었으니 아이들이 좋아할 수밖에 없었다.
“마시써!”
“마시쩌!”
열심히 체력을 소모한 다음 먹는 식사는 맛이 없을 수가 없었다. 두 아이는 정말 행복하다는 얼굴로, 볼이 빵빵해질 정도로 초밥을 먹었다.
물론, 여기서도 약간의 차이가 있긴 했다.
소은이는 매운맛을 선호하지 않아서 간장만 찍어 먹는 것에 반해, 은수는 어린이도 먹을 수 있도록 기본적으로 제거되어 있는 고추냉이를 되려 첨가해서 먹고 있었다.
“쁘으으……!”
당연히 매워하긴 했지만, 그 맛 자체도 채소의 맛이라며 좋아하는 편이었다. 애초에 매운맛이라는 것 자체가 대부분 채소에서 나오는 것이었으니 말이다.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내 자식들이지만 정말 비슷하면서도 다르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하지만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싸우지 않고 사이가 좋은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은수야 이거 먹을래?”
“아아-!”
자기가 별로 좋아하지 않는, 소스에 버무려진 양배추를 선심쓰듯 은수의 입에 넣는 소은이를 보며 피식 웃음을 흘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