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uid RAW novel - Chapter 348
0347 스포츠(5)
“마루야, 거기서는 조금 더 빨리 달릴 게 아니라 속도가 조금 줄어도 방향을 틀었어야 해.”
“짜몽이도. 그 상황에서 공을 띄우게 되면 오히려 상대에게 찬스를 주게 되는 거야. 차라리 앞으로 몰고 가거나, 뒤에 있는 원숭이에게 돌리는 게 좋은 선택이었어.”
“청호는 다 좋은데, 남캣처럼 앞발로 공을 쳐내는 방법을 조금 연습해 보자.”
안박손 감독은 몇 번의 경기가 진행될 때마다 동물들에게 이런저런 것들을 알려주며, 녀석들의 단점을 보완해 주었다.
덕분에 시간이 흐를수록 동물들의 실력이 수직 상승하듯 좋아졌다. 안박손 감독의 말대로 실전보다 좋은 훈련은 없다는 것이 사실인 것 같았다.
그리고, 그런 경기 겸 훈련을 며칠 가량 더 진행하고 나니, 드디어 본 게임이라 할 수 있는 경기가 펼쳐지는 그날이 다가왔다.
경기를 펼치는 곳은 소규모 축구장이었다. 물론, 소규모라는 것은 축구를 관람할 수 있는 관중들을 수용할 수 있는 수준이 많지 않기 때문에 말하는 것이었다.
당연하지만 그 관중석이 비어 있는 것은 아니었다. 빈자리가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로 관중들이 들어차 있었는데, 그들 모두가 나와 연예인들의 팬이었다. 오늘 상대하는 이들이 바로 연예계에서 축구를 좀 한다고 하는 연예인들로 구성된 연예인 축구단이었기 때문이다.
“오빠아아악!”
연예인 축구단에 아이돌이 한 명 있었는데, 그 아이돌의 팬인 것 같은 누군가가 경기장에 쩌렁쩌렁 울리도록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그 모습에 피식 웃고 있으니, 공 피디가 슬쩍 다가왔다.
“수환 님! 준비는 다 되셨습니까?”
“저야 준비는 다 됐죠. 뭐, 동물들도 준비가 된 것 같긴 하고요.”
훈련을 하며 많이 친해졌는지, 구박이와 짜몽이가 서로 뒤엉켜 놀고 있었다. 다른 동물들도 적당히 몸을 풀고 있는 걸로 봐서는, 당장 경기를 시작해도 될 것 같았다.
“그럼 일단 오늘 경기를 할 상대 팀과 잠깐 인사라도 하시겠습니까?”
말의 내용만 들어보면 안 해도 상관 없다-하는 것 같았지만, 그 표정은 제발 좀 해줬으면 좋겠다- 라는 듯한 모습이었다.
그 모습에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 나는, 실제로 경기를 뛸 우리 선수라고도 할 수 있는 동물들을 이끌고 상대편의 선수 대기실로 향했다.
“와, 형은 나이가 몇인데 아직도 근육이 이렇게 가득해요? 완전 괴물이야.”
“건강이지, 건강. 이걸 유지하는 것도 건강의 비결이라고. 너도 이참에 내가 운동 좀 가르쳐 줄까?”
“야! 도망쳐!”
내부에서 왁자지껄하게 떠드는 소리가 대기실 밖으로 흘러나왔다.
그리고, 내 곁에 있던 공 피디가 먼저 선수 대기실로 호다닥 달려가서 내가 왔음을 알려주었다. 그런 그를 따라 선수 대기실로 들어가니, 제법 많은 인원들이 유니폼을 챙겨 입고 경기 시작을 기다리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안녕하세요.”
“오! 안녕하세요!”
살짝 열린 문을 열고 들어가 인사를 하니, 연예인들이 나를 반겨주었다.
“오랜만이네요. 저 기억하시나요? 예전에 촬영 때문에 동물원에서 뵈었는데요.”
“당연히 기억하죠.”
그리고 몇몇은 동물원에서 각종 TV프로그램을 촬영하며 만났었다며, 아는 척을 하기도 했다. 나도 잊은 것은 아니었기에, 그들과 가볍게 악수도 하며 인사를 나누었다.
“이쪽이 오늘 여러분들과 경기를 펼칠 선수들이에요.”
“와! 귀여워! 진짜 짜리몽땅하잖아!”
내가 먼저 인사를 나눈 다음, 동물들을 들여와 인사를 했더니 상대 선수들이 여러 반응을 보였다. 누군가는 귀엽다며 짜몽이를 냅다 끌어안기도 했고, 또 누군가는 슬쩍 승부욕이 불타는 시선으로 청호를 바라보고 있기도 했다. 심지어, 파충류 애호가라고 스스로를 칭하는 누군가는 누렁이를 슬쩍 몸에 휘감은 채로 히죽히죽 웃고 있었다.
“……공격수가 상대 골키퍼를 좋아하면 어쩌자는 거야.”
파충류 애호가가 연예인 축구단의 공격수인 것 같았다. 지금 하는 모습을 보면 누렁이가 맞으면 어떡하지- 하고 공을 강하게 찰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물론, 한두 번 경험하면 쓸데없는 걱정임을 알 수 있겠지만 말이다.
아무튼, 가볍게 인사를 주고받는 모습까지 촬영하고 나니, 공 피디가 슬슬 경기를 시작할 시간이라며 안박손 감독과 함께 나타났다.
“동물들 컨디션은 괜찮나요?”
“언제나 그렇듯이 최고네요.”
우리 동물들에게 컨디션 난조가 찾아오긴 할까- 하는 의문이 잠깐 스쳤다. 순식간에 그럴 일은 없을 거라는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지금 중요한 것은 아니었기에, 나는 곧바로 동물들을 이끌고 우리 대기실로 돌아갔다. 이제 대기실에서부터 연예인 축구단과 함께 경기장으로 입장하고, 가볍게 악수한 이후에 경기가 시작될 것이었다.
“가르쳐 준 거 명심하고, 저 사람들은 축구 선수들에게 가르침도 받은 사람들이니 절대 방심하지도 마. 지금까지 상대한 사람들보다 조금 더 잘 할 거야.”
연예인 축구단이라고 하지만, 프로 선수들과 코치, 감독들에게 훈련을 받은 이들이었다. 비록 TV 프로그램을 찍으며 훈련을 받은 것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무시할 수 있는 수준은 절대 아니었다.
“우리만 믿으샤!”
“걱정 마십셔 쥔님.”
“다 박살 내주마.”
자신감으로 똘똘 뭉친 듯한 동물들의 모습에 피식 웃으며, 한 스태프를 따라 경기장을 향해 나아갔다.
통로에서 마주친 연예인 축구단 선수들이 동물들에게 손을 흔드는 모습을 보며, 그들과 함께 경기장으로 들어갔다. 넓은 잔디와 많은 관중들이 보였고, 곧이어 그들의 환호성이 들렸다.
와아악- 오빠- 하고 외치는 소리에, 근처에 있던 연예인들이 손을 휘휘 흔들어 주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당연한 말이지만, 그렇게 소리를 지르는 관중 가운데에는 나와 동물들의 팬들도 있었다. 내 이름이나 동물들의 이름을 외치고 있는 이들이 있는 것이었다.
동물들 중에서는 유일하다고 해야 할지, 팬 서비스에 진심인 원숭이 녀석이 연예인들처럼 두 팔을 휘휘 내젓고 있는 중이었다.
그렇게 원숭이의 팬 서비스를 끝으로, 우리는 간단한 준비를 하고서 경기가 시작되길 기다렸다.
하지만 경기가 시작되기 전에, 먼저 자그마한 이벤트가 하나 있었다. 바로, 소은이의 시축이 예정되어 있는 것이었다.
예쁘장하게 유니폼과, 얼마 전에 맞춤으로 제작했던 축구화를 신고 나타난 소은이가 축구장 잔디 중심에 자리를 잡았다. 그곳에서 공을 드리블해서, 골대에 슛을 날리면 경기가 시작되기로 한 상태였다.
“공주님! 공주님!”
그리고, 그런 시축을 담당하게 된 소은이가 나타나니, 사람들이 소은이를 무척 반겨주었다.
“……너 뭐 하냐?”
“공주님 응원한다끽!”
원숭이 녀석이 어디서 가져온 것인지 모를 응원봉을 양손에 쥐고 흔드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순간 아찔해진 정신을 부여잡고, 소은이가 심판으로 보이는 사람에게 무언가 이야기를 듣더니 공을 차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천천히 공을 차서 골대를 향해 움직인 소은이는 골대 앞에서 팔을 벌리고 있는 상대편 골키퍼를 마주했다. 그리고, 잠시 고민하던 소은이가 공을 냅다 뻥- 걷어찼다.
어린이치고는 제법 강한 킥에, 힘이 실린 공이 빠르게 골대를 향해 날아갔다.
소은이가 공을 찰 때부터 긴장하고 있던 골키퍼가 곧바로 몸을 내던졌다. 물론, 어린이의 공을 막아봐야 좋은 소리를 들을 가능성은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에 막을 생각은 전혀 없어 보였다. 최대한 포즈는 화려하게, 하지만 절대 막을 수는 없게- 라는 것처럼 몸을 내던진 것이었다.
다만, 문제가 하나 있었다면 포즈에 신경을 쓰다 보니, 소은이가 힘껏 걷어찬 공이 몸을 내던진 골키퍼의 다리에 닿을 수 있는 상황이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골키퍼는 반응 신경이 무척 좋았던 건지, 공이 제 다리에 닿을 것 같다고 느끼자마자 다리를 접어버렸다. 순식간에 다리가 접히며 공이 그 자리를 스쳐 지나갔다.
그리고, 그 덕분에 공은 그대로 골망에 부드럽게 감싸졌다. 다리를 접지 않았더라면 그 다리에 맞고 공이 튕겨 나왔을 뻔한 것이었다.
“와아아아아-!”
무척 다행스럽게도 공이 골대에 들어갔다는 것에 사람들이 환호성을 터트렸고, 자신이 찬 공이 골인했다는 것을 확인한 소은이가 폴짝폴짝 뛰며 내게로 달려왔다. 기쁘다는 것을 온몸으로 표현하며 달려오는 것이었다.
관중석에서 그 모습을 바라보던 이들이 무척 귀엽다며 다시금 환호성을 터트렸다.
“압빠! 나 골 넣었어어어!”
호다닥 달려와 내 품에 안겨든 소은이는 자신이 골을 넣은 게 무척 좋다는 듯이 방방 뛰었다. 그 모습을 보고 있으니 괜히 흐뭇함이 느껴졌다.
“나중에 저 양반, 우리 동물원 광고 같은 거 찍어야 하면 섭외해야겠는데.”
소은이가 이렇게 좋아할 수 있도록 해줬으니, 어떤 형태로든 보답을 좀 해줘야 할 것 같았다. 광고 모델이나 따로 내 뮤튜브 채널에서 밀어주거나 하는 식으로, 어떻게든 보답을 해주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그런 생각은 계속해서 이어질 수가 없었다. 시축이 끝나자마자 곧바로 경기가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동물들과 선수들이 악수를 하듯 가볍게 인사를 하더니 저마다의 자리에 가서 서고 있었다.
심판의 신호에 맞춰 경기가 시작되었고, 처음으로 공을 가져간 것은 우리 동물팀이었다.
녀석들은 공을 점유하자마자, 곧바로 공을 뒤로 빼냈다. 당연히 우리 앞마당에서 싸우려는 목적은 아니었다. 뒤로 데굴데굴 굴러가는 공과 다르게, 몇몇 동물들이 전방을 향해 냅다 달려가고 있었다.
청호, 마루, 남캣, 일기토. 총 네 마리의 동물들이 전방을 향해 내달렸고, 뒤로 굴러간 공은 원숭이의 발에 잡혔다. 발이 손처럼 생겨, 인간보다 조금 더 다양하게 발을 사용할 수 있는 원숭이 녀석은 공을 밟은 채 끽- 소리를 내며 웃었다.
잠시 웃음을 지어 보인 녀석은 그대로 공을 곁에 있던 캥거루에게로 훌쩍 띄워주었다.
콰아앙-!
그리고, 마치 폭탄이라도 터지는 듯한 소리와 함께 녀석이 띄운 공이 어마어마한 속도로 쏘아져나갔다.
“막아!”
“고양이! 고양이 막으라고!”
“잠깐, 뒤에 토끼!”
그렇게 쏘아진 공은 상대편에 혼란을 불러일으켰다. 우리 팀에서 공격을 담당하는 두 녀석의 덩치가 작은 편에 속했기 때문이다. 이리저리 막으려고 해도, 쏙쏙 지나가버리니 막을 수가 없었다. 더군다나, 일기토 녀석이 폴짝폴짝 뛰면서 선수들의 이목을 잡아끌고 있으니 더더욱 혼란스러워하고 있었다.
덕분이라고 해야 할지 빠르게 쏘아진 공은 혼란스러워하는 선수들 사이로 파고들었고, 폴짝 뛰어오른 남캣이 냥냥펀치를 한 방 날리는 것으로 공의 궤적을 틀며 힘을 더했다.
캥거루에 의해서 날려질 때보다 더 빠른 속도를 얻은 공은 순간적으로 방향이 휘어지며 골대를 향해 쏘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