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uid RAW novel - Chapter 383
0382 테마파크(1)
“풍년이 왔네 풍년이 왔네 금수강산으로 풍년이 왔네! 지화자 좋다아-!”
“무하마드……? 그건 또 어디서 들은 거예요?”
밭에 가득하게 자라난 알팔파를 자르던 도중, 무하마드가 갑자기 웬 민요를 불렀다. 그가 나고 자란 나라의 민요가 아니라, 한국의 민요였다.
나도 잘 아는 건 아니지만 어디서 한 번 정도는 스쳐 지나가듯 들어본 것 같은 민요였다.
“농사에 대해서 공부를 하다가 알게 된 거예요. 농부들이 일을 할 때 고됨을 잊고, 풍년을 기원하기 위해 이런 노래를 불렀다죠?”
“어……. 그, 그렇긴 할걸요……?”
솔직히 요즘 나오는 가수들의 노래도 잘 모르는데, 백 년은 더 됐을 민요를 알 리가 없었다.
대충 얼버무렸지만, 무하마드는 아무래도 좋다는 듯이 민요의 가사를 흥얼거렸다. 나도 모르는 가사들이 그의 입에서 내뱉어졌다.
나도 모르는 민요를 도대체 어떻게 배운 건지 신기할 따름이었다.
민요를 흥얼거리면서 낫으로 알팔파를 착착 베어내는데, 아주 힘이 넘치는 모습이었다. 정말 그 민요가 사람의 힘을 북돋아 주는 노래인가 싶을 정도였다. 나도 땀이 흐르는데, 얼마 전까지만 해도 환자였던 무하마드가 땀 한 방울 흘리지 않고 일을 하고 있었다.
이제 보니, 팔뚝에도 근육이 잔뜩 붙어 있었다. 호미질, 낫질, 삽질을 하며 팔근육을 한껏 사용하여 자연스럽게 근육이 발달하고 있는 것이었다. 운동 좀 하는 사업가 느낌이 아니라, 운동으로 다져진 농부 같은 느낌이었다.
“하하하하! 뽀니가 참 좋아하겠군!”
잘 자라난 알팔파를 보며 아주 흐뭇하게 웃는 걸 보면, 진짜 농부가 다 된 것 같기도 했다.
내가 간혹 귀찮음이나 다른 일로 밭에 오지 못할 때도 무하마드가 밭을 돌본다는 걸 생각하면 진짜 농부라고 불러도 손색은 없을 것 같았다. 심지어, 무하마드에 대해 잘 모르는 몇몇 관광객들은 내가 밭을 관리하기 위한 외노자를 고용했다고 착각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심지어 누가 진짜 신고라도 했던 건지, 불법 노동을 단속하러 공무원들이 찾아올 정도였다. 물론, 무하마드나 내게 문제가 될 것이 하나 없었기 때문에 문제가 된 것은 없었다. 찾아온 이들이 농자천하지대본을 외치며 농사를 하는 무하마드를 보고 당황한 것만 빼면.
아무튼, 그렇게 여러 사람들을 당황시키는 무하마드와 농사를 하고 있던 도중, 동물원에 관람객들을 조금 더 유치할 수 있는 방법이 문득 떠올랐다.
다름이 아니라, 무하마드와 뽀니 덕분이었다.
“힘내, 뽀니!”
수확한 알팔파를 한가득 실은 수레를 끌고 힘차게 나아가는 뽀니와, 그런 뽀니 뒤에서 수레를 조금씩 밀어주고 있는 무하마드의 모습 덕분이라고 할 수 있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이번 농사에 관한 전반적인 것들이 아이템처럼 느껴지기 시작한 것이었다.
황희와 정승을 통해 농사를 하고, 양들을 이용해 잡초를 제거하고, 뽀니를 통해 짐을 옮기는 모습을 보니 동물들과 관람객들이 조금 더 상호작용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었다.
지금 동물원에서 할 수 있는 체험의 종류는 많기는 했다. 동물들이 많은 만큼, 여러 체험들을 할 수 있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것을 카테고리로 나누면 그렇게 많지가 않았다.
먹이주기 체험, 미용 체험 같은 것이 대부분이었다. 뿌우뿌우의 서커스나, 콩콩이의 차력쇼 같은 것도 있긴 했는데, 그걸 체험으로 보기엔 애매했다. 그 외에는 맹수와 로프를 갖고 줄다리기를 하는 듯한 터그 놀이 체험 정도가 있었다. 아주 스페셜 한 것이라고 한다면 아쿠아리움인 신수의 어항에서 다이빙하여 대형 해양생물들과 헤엄치는 것이었다.
우리 동물원에 찾아온 이들은 대부분 먹이주기 체험과, 동물들을 만져 보는 것 정도를 하고 돌아가는 편이었다. 어느 동물원을 가도 쉽사리 하지 못할 것들이었기에 나름대로 관광 수요는 있었지만, 그게 언제까지 이어질 것이란 보장은 없었다.
사람은 자극에 익숙해지기 마련이었고, 우리 동물원이 주는 자극에도 익숙해질 것이 분명했다. 그러니 동물원을 꾸준히 유지하자면 지속적으로 변화를 주어야 했다. 새로운 동물들을 들이는 것도 꾸준히 하고는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했다.
매일 그런 생각을 종종 하고 있었는데, 이번에 농사를 하면서 그 부분에 관한 아이템이 하나 떠오른 것이었다.
바로, 동물들을 통한 액티비티 체험 같은 것 말이다.
관광지의 전동차처럼 말들이 끄는 마차를 운영한다던가, 짚라인처럼 허공에 줄을 늘어놓고 새들이 끌어주게 한다던가, 개 썰매처럼 개들이 끄는 롤러코스터 같은 것들을 만들 수도 있을 것 같았다.
“무하마드, 수확한 거 처리하는 것 좀 부탁할게요!”
“드루이드? 무슨 일이라도 생겼어요?”
“갑자기 좋은 생각이 떠올라서요. 조금 있다가 말해줄게요!”
알팔파를 수확하고 가는 무하마드를 뒤로하고, 곧바로 몇몇 직원들을 소집했다. 내가 생각한 것들을 실제 아이템으로 만들기 위한 회의를 할 생각이었다. 내가 생각하지 못한 아이템이 나올 수도 있었고, 아니면 예상외의 문제점 같은 것들을 발견할 수도 있을 것이었으니 필요한 절차였다.
각종 규제나 절차에 관해 숙지하고 있을 법무팀의 팀장을 비롯하여, 각 팀의 팀장들을 회의실로 불렀다. 다들 각자 하고 있는 일이 있었지만, 금세 하나둘씩 회의실로 모여들었다.
“수환아, 갑자기 웬 회의야?”
그리고, 우리 동물원에서 금전적인 부분을 총괄하고 있다고 해도 될 누나 역시 회의실로 찾아왔다.
“아이템이 하나 생각나서.”
“아이템?”
“응. 요즘 방문자 숫자가 조금 답보하는 상태잖아? 예전에는 꾸준히 우상향이었는데 조금 정체가 됐다고 해야 하나…….”
내 말에 누나를 비롯한 몇몇 팀장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실적 자체는 압도적인 흑자 상태라고 하지만, 방문자의 숫자가 답보 상태라는 것은 그리 좋은 것이 아니었다. 감소하지 않은 게 어디냐- 라고 할 수 있겠지만, 물가가 상승하는 것처럼 기업도 꾸준히 성장을 해야 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저는 우리 동물원을 더 이상 동물원이 아니게 만들 겁니다.”
“그으……. 사장님. 이미 동물원 수준은 벗어나지 않았습니까? 세상 어딜 가도 이런 동물원은 없습니다만…….”
“그렇죠. 아주 특별한 동물원이죠. 세상 어느 동물원에서 호랑이랑 생닭으로 터그 놀이를 할 수 있겠어요.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동물원이라는 틀에서 벗어나진 못하고 있죠. 저는 그런 동물원이란 틀에서 벗어날 겁니다.”
“그렇다면 어떤 방식입니까?”
“흠……. 굳이 이름을 붙이자면 동물 테마파크 정도가 될 것 같네요. 동물원보다는 놀이공원처럼 여러 가지를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바꿀 생각입니다.”
도대체 뭘 하려는 건지 이해하지 못한 듯한 이들에게, 내가 생각한 것들을 이야기했다. 마차 투어와 새들이 끌어주는 짚라인, 개 썰매 롤러코스터를 말이다.
“그게 가능……할 것 같은 게 충격이네.”
그게 가능하겠냐고 하려던 누나는 잠시 생각해 보니, 불가능할 것 같지 않다는 결론을 내린 것 같았다.
마차야 인간의 역사에서 오랜 기간 동안 함께한 것이었으니 가능한 일이었고, 새들이 끌어주는 짚라인도 문제가 없었다. 나를 아주 가볍게 들어 올리는 아라도 있는 마당에, 짚라인에 매달린 사람 하나 끌지 못할 리가 없었다. 더군다나, 힘과 속도를 겸비한 마루라면 롤러코스터를 빠르게 끄는 것도 불가능한 일이 아니었다.
당연히 다른 이들 역시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기 시작했다. 이 자리에는 우리 동물원의 동물들에 대해서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이들은 없었으니 말이다. 내가 말한 것들이 실제로 가능하다는 것 정도는 금세 눈치챌 수 있었다.
“사장님. 그런데 이번에도 동물 학대 논란이 나올 수 있을 것 같습니다만…….”
물론, 그렇다고 마냥 동의하는 것은 아니었다. 문제가 될 수 있는 부분들도 짚어주고 있었다. 이런 것을 위해 회의를 진행하는 것이었으니 말이다.
“그 부분은 저도 생각했었어요. 동물들을 이용한다고만 하면 일단 화부터 내는 분들이 있는 세상이니까요.”
솔직히 아이템에 대한 생각이 떠오르자마자 함께 떠오른 것이 동물 학대 논란이었다. 내가 동물 학대를 한다는 논란은 욕실 곰팡이처럼 없애도 없애도 계속 나왔다. 사라졌나 싶어 눈을 돌리면 또 슬금슬금 기어나오는 것이었다. 당연히 그에 대한 대비 역시 생각을 해둔 상태였다.
“우리 동물원의 동물들의 건강 상태는 다 기록되고 있죠?”
“예, 직원들 건강검진만큼 신경 쓰고 있습니다.”
“그럼 관련 자료를 한 번 보여주실래요? 우리 동물원의 동물들이 그런 고강도의 운동이 필요한 상태라는 걸 증명하면 되겠죠.”
내 말에 동물들의 건강 상태를 꾸준히 체크하는 수의사팀의 팀장이 분주히 움직였다. 구석에 있는 노트북을 가져와 관련된 자료를 빔프로젝터를 통해 보여주었다.
“일단, 마루의 건강 상태를 측정한 자료입니다. 보시면 마루의 하루 활동량을 기록한 것이 있습니다. 엄청난 속도로 달리는 것이 하루에 열 시간가량입니다. 이는 다른 골든리트리버들과 비교해도 몇 배는 되는 수준입니다. 체력적인 부분에서 엄청난 차이가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자료는 마루의 스트레스 추이를 기록해둔 것인데, 마루는 일정 이하의 움직임을 보인 날에는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습니다. 비가 오는 등의 이유로 빠르게 움직이지 못하게 되면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는 소리입니다.”
수의사 팀장은 마루를 시작으로 여러 동물들의 신체능력이나 건강 상태 등에 관한 자료들을 보여주었다. 그런 자료들에는 공통점이 하나 있었는데, 하나같이 고강도의 운동이 필요한 상태라는 것이었다. 좋은 품질의 맛 좋은 사료를 꾸준히 먹어온 동물들에게는 적잖은 운동이 필요하다는 소리였다. 그것도 사람들이 하나하나 챙길 수 없을 정도의 수준으로 말이다.
마차를 끌게 하고, 사람을 당기게 하고, 롤러코스터를 움직이게 할 정도의 움직임이 있어야 녀석들의 건강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소리나 마찬가지였다. 애초에, 마루는 사람이 산책을 시킬 수도 없는 상태까지 왔다고 할 수 있었다. 사람이 개를 산책시키는 게 아니라, 개가 사람을 질질 끌고 가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동물을 학대한다는 소리가 나오기 전에, 관련 자료를 배포하고 시작하는 걸로 하죠. 우리가 마냥 관람객 유치를 위해 무리한 것을 진행하는 게 아니라, 동물들의 건강을 위해서 오히려 필수불가결한 선택이었다고요. 솔직히, 이 정도로 움직이게 하지 않으면 살만 뒤룩뒤룩 찔 녀석들이 한둘이 아니긴 하잖아요?”
“그건 그렇습니다. 안 그래도 요즘 엔초가 살이 찌고 있는 상태입니다. 매일 아가씨 등하교 수준만 하다 보니…….”
“맞습니다. 얼마 전에 까마귀 한 마리가 날지 못하고 추락한 경우도 있었습니다. 먹기만 먹고, 움직이질 않으니 무게가 늘어난 거죠.”
내 말에 몇 명의 사육사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동물원 특성상 먹이를 워낙 많이 먹게 됐고, 그런 녀석들의 체중 조절을 위해서는 엄청난 수준의 활동량이 필요했다.
오히려 고강도의 움직임을 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 동물 학대라는 논리를 만들 수 있었기에, 우리는 곧바로 그 계획을 실행하기로 했다.
그렇게 문제가 될만한 부분을 도려내고 나니, 하나둘씩 아이디어도 나오고 있었다.
“사장님. 트레이너인 저는 회의에 잘못 낀 거 같긴 한데……. 한 마디 해도 될까요?”
“얼마든지요.”
심지어, 체력단련실에서 직원들에게 운동을 가르쳐 주는 트레이너 팀장마저 아이디어를 낼 정도였다.
“요즘 콩콩이가 무게를 더 늘렸으면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평범한 봉으로는 콩콩이가 원하는 수준의 무게를 감당할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말입니다만, 놀이 기구 같은 걸 만들어서 그걸 콩콩이가 돌리게 하는 건 어떻겠습니까? 사람들이 탑승한 장비의 무게를 이용해서 콩콩이가 운동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겁니다.”
“오……. 나쁘지 않은데요? 콩콩이가 자이로드롭 같은 걸 끌어올리게 하는 것도 꽤 좋겠네요.”
“그렇담 우리 뿌우뿌우도 빠질 수 없지! 뿌우뿌우도 자꾸 뭘 휘두르고 싶어 하던데, 바이킹 같은 걸 하나 만들어서 뿌우뿌우가 흔들게 하는 건 어떻겠습니까!”
“그것도 좋네요!”
콩콩이의 자이로드롭이나 뿌우뿌우의 바이킹 같은 아이디어까지 나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