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uid RAW novel - Chapter 389
0388 테마파크(7)
자이로드롭과 짚라인이 문제없이 깔끔하게 완공된 것을 확인한 나는, 곧바로 두 기구를 확인하기 위해 움직였다.
그리고, 그 첫 순서는 콩콩이를 위한 운동기구나 다름없는 자이로드롭이었다. 콩콩이가 운행하는 놀이 기구가 만들어진 이유부터 콩콩이가 만족할 수 있는 수준의 운동 기구가 필요했기 때문이었으니, 콩콩이를 위한 운동기구라고 해도 이상할 건 없었다.
아무튼, 그렇게 자이로드롭을 확인하러 오니, 범복화가 곧바로 자이로드롭에 대한 설명을 해주기 시작했다.
“자이로드롭은 다른 놀이공원에 있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아요. 아이들도 쉽게 탈 수 있도록 그 높이가 절반 수준 정도인 것과, 중심부의 동력실이라 이름 붙인 공간만 제외하면 말이죠.”
“동력실이요?”
높이는 그렇다 쳐도, 동력실이라는 말에 자이로드롭의 기둥 부분을 바라보았다. 신경을 쓰고 바라보니, 사람들이 탈 수 있는 탑승부에 가려져서 잘 보이지 않던 부분이 눈에 들어왔다.
그곳은 자이로드롭 기둥의 가장 하단부에 있었는데, 유리인지 아크릴인지 모를 것으로 내부가 훤히 보이는 곳이었다.
“저곳을 동력실이라 이름 붙인 이유는, 저곳에서 콩콩이가 운동을 하면 그 힘을 이용해서 자이로드롭이 움직이기 때문이에요. 일단 안쪽에서 설명을 드리는 게 이해하기 더 쉬울 테니, 안으로 가시죠.”
설명을 위해서라도 안으로 들어가자는 범복화의 말에, 곧바로 동력실이라 이름 붙인 곳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그곳의 내부 모습을 확인한 나는 묘하게 익숙한 느낌을 받았다. 동력실이라길래 뭔가 대단한 게 있을 것 같았는데, 실상은 체력단련실과 큰 차이가 없었다. 심지어, 체력단련실에서 가져온 듯한 물건들도 여럿 있었기 때문에 더더욱 체력단련실에 온 느낌이었다.
“이곳에서 콩콩이가 두 가지의 운동을 하게 될 거예요. 콩콩이 담당 사육사 분과 상담했는데, 콩콩이가 가장 좋아하는 운동을 알려주셨거든요.”
“콩콩이가 가장 좋아하는 거요? 그럼…… 바벨 컬이랑 프레스 다운인가?”
“오, 역시 신수 님이시네요! 맞아요, 바벨 컬과 프레스 다운이라는 운동이에요.”
내 말에 범복화가 대단하다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동물들을 전체적으로 관리하고, 하나하나 케어하는 사람이 바로 나였다. 오히려 녀석의 취향 같은 것을 모르는 게 이상한 일이었다.
콩콩이는 두터운 팔과 큼직한 손을 잘 활용하는 편이었다. 당연히 녀석이 가장 좋아하는 운동도 팔을 이용한 운동이 될 수밖에 없었다. 앉았다 일어서는 등의 동작이 필요한 스쿼트보다는 제자리에서 팔만 움직이는 벤치프레스나 데드리프트 같은 것을 선호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것보다 좋아하는 운동이 있었는데, 그게 바로 바벨 컬과 프레스 다운이었다. 한자리에 서서 팔만 움직이며 무게를 당기는 형태의 운동이었다. 바벨 컬은 서서 팔을 이용해서 바벨을 들어 올리는 운동이었고, 프레스 다운은 서서 바벨을 아래로 내리는 운동이었다.
크게 움직일 필요가 없고, 잘 발달된 팔을 이용하는 운동이다 보니 콩콩이가 매우 좋아하는 것이었다. 인간에게 맞춰진 벤치프레스나 몸을 살짝 굽혔다 들어야 하는 동작이 필요한 데드리프트보다 더 몸에 잘 맞는다는 것이 이유였다.
아무튼, 그렇게 콩콩이가 좋아하는 운동이 무엇인지 맞히고 나니, 구석에서 콩콩이가 스윽- 나타났다. 왜 여기서 나오는 건가 싶었지만, 콩콩이를 위한 운동 기구에 가까운 것이었기 때문에 미리 대기시켜 놓은 것 같았다.
“콩콩아! 운동하자!”
그리고, 콩콩이와 함께 나타난, 콩콩이 담당 사육사가 콩콩이에게 운동을 하자며 외쳤다.
나와 소은이 외의 인간들과는 대화가 통하지 않는 콩콩이지만, 그래도 몇몇 단어 정도는 그 뜻을 파악하고 있었다. 특히, ‘운동’이라는 단어 자체는 제대로 인지하고 있었다. 말을 할 때의 분위기를 인지하는 게 아니라, 단어 자체를 듣고 의미를 파악하는 상황이었다.
그 정도로 운동에 진심인 콩콩이는 그대로 동력실의 중앙으로 다가가더니, 천장에서 슬쩍 내려오는 바벨을 움켜쥐었다. 프레스 다운을 할 것처럼 자세를 잡고 있는 것이었다.
콩콩이가 바벨을 쥐며 운동할 준비를 하고 있으니, 자이로드롭을 만들어낸 범복화가 다가와 자세한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저 바벨을 이용해서 프레스 다운을 하게 되면, 바벨을 당길 때의 힘을 통해서 자이로드롭이 상승하게 돼요. 깔깔이라고 부르는 라챗 렌치 아시나요? 그것처럼 당기면 기어가 돌지만, 바벨은 다시 원위치로 돌아가게 구조를 만들어 놓았죠. 당길 때마다 기구가 상승하지만, 놓는다고 기구가 하강하지는 않는 거죠.”
“그럼 당길 때마다 힘이 꽤 많이 들겠네요?”
“그런 편이죠. 그래도, 일종의 변속기 같은 장치를 달아둬서, 콩콩이가 딱 원하는 수준의 운동을 조절해서 할 수 있게 해둔 상태에요. 그래서 무게를 가볍게 하면 상승 속도가 느려지고, 무게를 무겁게 하면 상승 속도가 빨라지는 거죠.”
“오…….”
콩콩이가 원하는 대로 무게를 증가시킬 수도 있다는 말이 무척 반가우면서도 아쉬웠다. 콩콩이를 위해 구매한 원판이 수백을 넘어 수천 킬로그램에 달했기 때문이다. 이제 더 이상 원판을 사지 않아도 된다는 것에 반가우면서도, 남아돌게 될 원판이 아까웠다.
“그런데 아까 할 수 있는 운동이 두 가지라고 하지 않았어요?”
“맞아요. 바벨 컬과 프레스 다운이죠. 프레스 다운을 위한 바벨이 있는 곳 바로 아래쪽 바닥을 한 번 보시겠어요?”
“바닥에……. 아, 바벨이 하나 더 있네요?”
“네! 천장이나 바닥에 있는 두 바벨 중 하나를 선택해서 운동을 하기만 하면 자이로드롭이 상승하는 거죠. 한 번 직접 보시겠어요?”
콩콩이가 준비를 마치고, 어느덧 프레스 다운을 시작하려는 것을 발견한 범복화가 동력실 바깥을 가리켰다. 정확히는 동력실 바깥에 위치해 있는 자이로드롭의 탑승부였다.
그리고, 내가 그 자이로드롭의 탑승부를 바라보기 시작하니, 콩콩이 역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끄허어어엉!”
콩콩이가 기합을 내지르듯 괴성을 내지르며 바벨을 잡아당겼다. 그러자, 외부에 있던 자이로드롭이 천천히 상승하기 시작했다. 콩콩이가 한 번씩 움직일 때마다 자이로드롭이 상승했고, 기합이 이어질수록 상승하던 탑승부는 어느덧 자이로드롭 기둥의 꼭대기 부근까지 치솟아 있었다.
“저렇게 끝까지 올라가게 된 상태에서 추가적으로 힘이 가해지면 그대로 낙하하는 시스템이에요.”
범복화의 말대로, 꼭대기까지 올라갔다 싶은 탑승부가 콩콩이의 움직임과 동시에 낙하했다. 터엉- 하고 무언가 고정하던 것이 풀린 것처럼 빠르게 낙하한 것은 지상에 가까워졌을 때 급격히 속도를 줄여, 부드럽게 지상으로 내려왔다.
“이것도 안전장치는 있죠? 만약에 절반쯤 올라가다가 콩콩이에게 문제라도 생겨서 가동을 못 하게 되면 내려야 하잖아요.”
“당연히 준비해 두었죠. 저쪽에 있는 빨간색 버튼을 누르면 부드럽게 하강하도록 만들었어요.”
걱정할 것 하나 없다며, 범복화가 시범을 보였다. 콩콩이가 다시금 운동을 하기 시작함에 따라 상승한 자이로드롭이 절반 즈음 도착했을 때, 방금 말한 빨간색 버튼을 누른 것이었다.
그러자, 조금 전에 낙하했던 것과 다르게, 탑승부가 아주 부드러운 움직임으로 지상까지 내려왔다.
“제가 놀이 기구 전문가로 살아온 것이 십수 년이 훌쩍 넘었네요. 그렇지만, 그 기간 동안 제 손을 탄 기구들에서 안전사고가 난 것은 정말 단 한 번도 없죠. 그러니, 안전에 관한 부분은 전혀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걱정할 필요가 전혀 없다는 범복화의 말은 꽤나 신뢰감이 들었다. 롤러코스터와 바이킹을 멀쩡히 만들어낸 것을 직접 보았기 때문인 것 같았다.
심지어, 자신이 만들어낸 기구를 가장 먼저 타보면서 안전에 관한 부분을 체크하니 믿음이 가지 않을 수가 없었다.
“하하하하하! 길이가 짧아서 그렇지, 그래도 자유낙하하는 듯한 느낌을 잠깐이지만 느낄 수는 있네요! 꽤 재미가 있어요!”
그는 스스로 자이로드롭에 올라타서 한 번 체험을 하더니, 무척 만족스럽다는 듯이 웃음을 터트렸다. 길이가 짧다는 단점이 있기는 해도, 꽤나 재미있다는 평을 남겼다.
자이로드롭을 타고 무척 즐거워하는 범복화의 모습에 약간의 호기심이 생긴 나도 콩콩이가 운행하는 자이로드롭에 몸을 실었다. 그리고, 기둥 꼭대기까지 올라갔다 지상으로 되돌아온 나는, 이것이 생각보다 괜찮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극한의 익스트림을 원하는 이들은 뿌우뿌우의 바이킹을 타게 하고, 적당한 수준의 즐거움과 짜릿함을 느끼고자 하는 이들은 콩콩이의 자이로드롭을 타게 하면 딱 좋을 것 같았다.
그렇게 자이로드롭에 대한 확인을 마친 뒤, 우리는 곧바로 짚라인으로 향했다. 자이로드롭과 거의 동시에 완공이 된 것이었기에, 두 개의 기구를 모두 확인한 다음에 정식으로 운영할 생각이었다.
다만 짚라인은 크게 볼 게 없었다. 구조가 정말 단순하기 짝이 없었기 때문이다. 두 개의 건물을 세우고, 그 건물 사이로 튼튼한 와이어만 설치하면 되는 것이었으니 말이다.
물론, 약간 특이한 부분도 있었다. 원래 와이어의 고저 차이를 이용해서 자동으로 움직이는 것이 짚라인인데, 나는 그 고저 차이를 없앴기 때문이다. 짚라인에 하네스를 걸고 뛰어봐야, 잠깐 움직이는 것이 전부일 정도로 수평에 가까웠다.
“기다렸소이다. 일을 하고 맛있는 먹이를 먹으려 하는 부하들을 모두 불러들였소.”
당연한 말이지만 아무런 생각 없이 수평으로 만든 것은 아니었다. 이 짚라인은 특별하게, 새들이 끄는 것을 목표로 만든 것이었다. 그렇기에 와이어에 고저 차이가 필요하지 않았다.
아무튼, 나는 미리 기다리고 있는 유부와, 녀석의 부하들을 바라보았다. 수십여 마리의 까마귀와 까치들이 짚라인 타워의 난간 부분에 줄지어 앉아 있었다.
“내가 말했던 것도 다 알려줬어?”
“그렇소이다. 인간들이 줄이 매달리면, 그 인간을 끌고 반대편으로 가면 된다는 간단한 것 아니오?”
“그래. 간단하긴 하지.”
“맞습니다! 큰형님! 저희만 믿으십셔!”
“큰형님! 저희가 언제 큰형님이 시키신 일을 실패한 적이 있습니까!”
유부와 녀석의 부하들은 아주 자신만만한 모습을 보였다. 실제로도 딱히 어려운 일은 아니었기에, 나는 곧바로 녀석들이 이끌어줄 짚라인을 체험해 보기로 했다.
“사장님. 안전장구 착용 도와드리겠습니다.”
짚라인 체험을 하려 하니, 짚라인을 담당할 직원이 순식간에 다가와 안전장구를 내밀었다. 평범한 하네스처럼 보이는 것이었지만, 하네스에 기다란 줄이 십여 가닥 정도 달려 있었다. 새들이 그 줄을 잡고 끌어주는 것이었다.
“몸에 힘을 빼고 가만히 계시면, 새들이 반대편까지 끌어줄 겁니다.”
간단한 주의사항을 알려주는 직원의 도움으로 안전장구를 착용했다. 낙하산의 하네스 같은 것이 몸을 압박하며 조금 불편함이 있었지만, 와이어에 하네스를 고정하고 힘을 빼니 꽤나 편안해졌다.
그리고, 내가 편안함을 느끼는 사이, 직원이 십여 개의 줄을 새들에게 내밀었다. 줄 끝에는 자그마한 막대가 있었는데, 새들이 그것을 발로 움켜쥐었다.
“출발하겠습니다. 훠이!”
출발할 것임을 알린 직원이 새들을 향해 미리 약속된 신호를 주었다. 그러자 난간에 앉아 있던 새들이 일제히 날아올랐고, 내 몸이 와이어를 따라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조금 느린 속도였지만, 새들이 날갯짓을 힘차게 할수록 속도가 더 붙기 시작했다. 고저 차이가 있는 짚라인이 가속하는 것처럼 속도가 붙는 것이었다.
그렇게 빠른 속도로 와이어를 따라 날아가고 있으니, 마치 내가 새가 된 것 같은 느낌도 들었다. 곁을 날고 있는 십여 마리의 새들의 날갯짓 소리가 펄럭펄럭 들려오니, 그 느낌이 더더욱 강해졌다. 한 마리의 새가 되어, 다른 새들과 함께 날아가고 있다는 느낌마저 드는 것이었다. 조금 과장되게 말하자면, 한 마리의 철새가 되어 철새떼에 속해 있는 것 같았다.
그러한 감상은 나 이외에도, 다른 이들도 느끼는 것이었다. 내 뒤를 따라 짚라인에 탑승한 범복화를 비롯한 다른 직원들 역시 비슷한 이야기를 했다.
하나같이 자신이 새가 된 듯한 느낌을 받았다는 소리에, 짚라인 역시 마차나 다른 놀이 기구처럼 사람들에게 호평을 끌어낼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섰다.
그리고, 자이로드롭과 짚라인까지 정식으로 운영이 시작된 이후, 기구들을 탑승한 이들은 하나같이 호평하길 주저하지 않았다. 콩콩이의 자이로드롭은 남녀노소 누구나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기구라며 사람들이 좋아했고, 짚라인은 새가 된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체험을 할 수 있다고 좋아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렇게 롤러코스터부터 짚라인까지 호평 일색의 놀이 기구들을 설계하고 제작한 범복화가 은근슬쩍 내게 한 가지 제안을 건넸다.
“범퍼카도 한 번 만들어서 운영해 보시는 건 어떨까요? 제가 제일 잘 만드는 놀이 기구가 범퍼카거든요. 코뿔소와 함께하는 범퍼카! 어떻게 생각하세요?”
코뿔소와 함께하는 범퍼카를 만들자는 제안이었다.
당연한 말이지만, 범복화의 제안은 거절할 수밖에 없었다. 무척이나 위험했기 때문이다.
“동물 학대 논란이 될 건 무시한다 쳐도, 누가 됐든 다칠 게 분명해요. 그게 범퍼카를 탄 인간이 될 확률이 무척 높을 거고요.”
동물 다큐 같은 곳에서 코뿔소가 매번 코끼리한테 당한다고 호구처럼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괜히 탱크 이름을 코뿔소라고 짓는 게 아니었다. 특히, 내 초능력의 영향을 받은 코뿔소들은 더더욱 강력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 녀석들과 범퍼카 대결을 한다면 다치는 게 인간이 될 확률은 100%에 가까울 것이 분명했다.
놀이 기구에 진심인 범복화라고 해도 사람이 다칠 가능성이 있는 기구까지 만들 생각은 없던 건지, 아쉬움을 느끼면서도 금세 포기했다.
하지만 아쉬워하는 범복화와 다르게, 동물원을 찾아 그가 만들어낸 놀이 기구들을 즐긴 이들은 모두 호평을 하며 만족하고 있었다.
덕분에 동물원을 찾는 이들이 다시금 늘어나기 시작했고, 나 역시 만족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