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uid RAW novel - Chapter 390
0389 소개팅(1)
동물원을 테마파크처럼 바꾼 뒤, 나는 하루를 꽤나 바쁘게 보내게 됐다. 아무래도 놀이 기구들이 이제 막 운행을 시작한 것들이기 때문에,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기구를 운행하는 것이 처음인 동물들이 신경 쓰이는 것이었다.
사람들이 좋아한다고 무리하고 있는 건 아닐까, 아니면 예기치 못한 문제점 같은 것들이 있지는 않을까. 여러 가지 걱정들이 계속 생겨났다. 그래서 주기적으로 확인을 하기 때문에 하루가 바빠졌다.
롤러코스터, 바이킹, 자이로드롭, 짚라인. 순서대로 돌면서 매일매일 상태를 확인하는 일과가 추가된 상태였다. 그것도 하루에 몇 번씩이나.
“마루야, 요즘 어때?”
“탈 거면 빨리 타요! 달려야 돼요! 빨리빨리!”
세상에서 제일 좋은 것이 롤러코스터가 된 마루 녀석은 탈 거면 빨리 타라며 재촉했다. 탑승객들이 모두 자리를 잡고, 안전장치까지 체결된 이후에야 뛸 수 있게 해둔 탓이었다.
녀석은 이제 내달릴 것을 기대하듯, 꼬리를 붕붕 흔들었다. 꼬리를 이용해서 추진력을 얻는 건가 싶을 정도로 빠르게 흔들렸다.
그 모습을 보니 조금 진정시킬 필요성이 느껴졌다. 이대로 달리게 했다간 오늘도 최고 속도를 갱신할 것 같았다.
“마루야. 뛰는 것도 좋은데, 적당히 해. 뛰면서 쉬기도 하고, 괜히 더 빨리 달리겠다고 무리하지 말고.”
“네!”
딱히 제대로 들은 것 같지는 않지만, 힘차게 대답하는 마루를 강하게 쓰다듬어 주었다.
그리고 출발할 준비가 마무리된 듯한 열차를 보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열차의 동력원이 되어주는 마루를 붙잡고 있으면 롤러코스터의 운행이 불가능하니 말이다.
“꼭 쉬면서 뛰어야 돼. 알았지? 밥도 먹고, 간식도 먹고.”
“걱정 마요!”
내 말을 잔소리로 느낀 건지, 마루가 호다닥 달려나갔다. 순식간에 빠른 속도로 치고 나가는 열차에, 탑승자들이 환호성에 가까운 비명을 내지르고 있었다.
그래도 내 말을 마냥 무시하진 않았는지, 평소보다는 아주 조금 느린 속도로 달리는 마루였다. 그래봐야 빠른 건 똑같았지만.
아무튼, 롤러코스터를 확인한 나는 바로 바이킹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하지만 바이킹이 있는 곳에는 뿌우뿌우가 없었다. 당연히 바이킹을 운행해 줄 뿌우뿌우가 없었기에, 탑승을 기다리는 이들도 없었다. 그저 직원만이 덩그러니 남아, 사부작사부작 일을 하고 있었다.
물론,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달리는 것에 진심인 마루와 다르게, 뿌우뿌우는 하는 것이 많았기 때문이다. 관심을 얻기 위해서 한 가지 행동만 하는 게 아니라, 여러 모습들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바이킹을 운행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예전부터 하던 차력쇼 같은 것도 여전히 진행하는 중이었다. 거대 타이어를 코에 끼워서 빙글빙글 돌린다던가, 폐차장에서 가져온 경차를 공처럼 데굴데굴 굴리기도 했다. 아니면 아이들을 위해 미끄럼틀이 되어주기도 하는 등, 여전히 여러 방법으로 관심을 모으고 있었다.
“뭐, 알아서 잘 하는 녀석이니까 걱정할 필요는 없겠지.”
관심을 끌어모은다고 종종 사고도 치긴 하지만, 그래도 뿌우뿌우는 높은 지능을 가지고 있었다.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알아서 잘 할 것이 분명했다. 관심을 끌다가도 피곤하면 쉬러 가는 녀석이었으니,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었다.
[편한 면바지 전 사이즈 구비] [속옷 전 사이즈 구비]물론, 녀석 때문에 바지와 속옷의 판매량이 증가하는 것은 걱정할 만한 일인 것 같긴 했지만. 바이킹의 출구 옆에 바지와 속옷을 파는 간이 매장과 탈의실이 있어야 한다니.
간이 매장에서 나오는 매출을 생각하며 고개를 내저은 나는 바로 자이로드롭이 있는 곳으로 움직였다.
그런데, 자이로드롭은 바이킹과 비슷하면서도 조금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탑승객이나 탑승을 대기하는 이들이 하나 없다는 것은 똑같았지만, 기구는 움직이고 있는 상태였다.
오늘이 평일 오전이기 때문에 방문객이 그리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 동물원이 오픈런이 있을 정도라고는 하지만, 오픈 시간에 찾아오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동물들을 보기 위해서 오는 사람들이었다. 이 시간대에 동물원에 있는 사람들은 놀이 기구보다는 동물들과 교감을 나누는 것이 목적이었다. 그러니 지금 탑승객이 없는 것도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그리고, 자이로드롭이 탑승객 하나 없이 운행을 하고 있는 것도 크게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애초에 자이로드롭은 콩콩이의 운동을 위해 만들어진 기구였으니 말이다. 사람들에겐 놀이 기구가 될지는 몰라도, 콩콩이에겐 운동 기구였다.
자는 시간을 제외하면 대부분 운동하는데 시간을 보내는 콩콩이였기에, 콩콩이의 운동 기구인 자이로드롭이 탑승객 없이 운행하는 것이 이상한 일이 아니게 되는 것이었다.
“이쯤 되면 콩콩이가 괴랄한 건지, 내 초능력이 괴랄한 건지…….”
자이로드롭으로 운동을 한다 생각하니, 둘 중 하나는 괴랄한 거라고 생각이 들었다. 아니, 둘 다인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으니, 콩콩이가 바벨 컬을 하다가 프레스 다운으로 동작을 바꿔서 다시금 운동하기 시작했다. 저러다가 3세트 정도 하고 또 바벨 컬을 하겠지.
달리기에 진심인 마루, 관심에 진심인 뿌우뿌우, 운동에 진심인 콩콩이까지. 놀이 기구를 담당하는 녀석들은 다들 하나씩 무언가에 진심인 녀석들이었다.
그래도 그런 덕분에 놀이 기구들이 잘 운영되고 있다는 생각을 하며, 다시금 걸음을 옮겼다.
“파닥파닥파닥!”
혹시 문제가 될만한 게 있을까, 아니면 동물들에게 문제가 생기지는 않았을까- 하며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걷던 도중 괴상한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사람이 입으로 날갯짓을 하는 소리를 말이다.
도대체 누가 그런 소리를 내는가 싶었는데, 소리가 머리 위에서 들려오고 있었다. 고개를 들어 보니, 유치원생 즈음 되어 보이는 어린아이가 짚라인을 타고 날아가는 중이었다. 짚라인을 이끌어 주는 새들을 따라 하듯, 팔을 날개처럼 열심히 흔들면서 말이다. 그리고, 그 옆 라인에서는 아이의 엄마로 보이는 사람도 지나가고 있었다. 잠시 기다리니, 아이의 아빠로 추정되는 남자도 휙 하니 지나갔다.
“애들이라면 그럴 수 있지.”
소은이랑 은수도 처음 짚라인을 탈 때, 파닥파닥 하면서 무척 좋아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렇게 며칠 전의 추억을 떠올리고 있으니 또다시 짚라인을 타고 사람들이 휙휙 지나갔다.
짚라인이 다른 놀이 기구보다 탑승객이 많은 편이었는데, 그건 짚라인을 일종의 이동 수단으로도 쓰고 있었기 때문이다.
메인 이동 수단으로는 얼룩말 마차가 있긴 하지만, 얼룩말 마차는 사람이 뛰는 것과 비슷한 수준의 속도였다. 그렇다 보니 마차보다 빠르게 이동할 수 있고, 장애물 같은 것들도 무시하고 직진할 수 있는 짚라인이 이동 수단으로 인기였다. 느긋함과 새로운 체험으로 힐링하고자 하면 마차를 타고, 빠른 이동이 필요하면 짚라인을 타는 것이라고도 할 수 있었다.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기구라는 것에, 이참에 짚라인도 한 번 확인해 볼까- 생각이 들었다. 곧바로 가까운 쪽에 있는 짚라인 탑승장으로 올라갔다.
“이제 내 차례야!”
“그래. 네가 좀 해. 나 이제 배불러.”
그리고, 탑승장으로 올라가니 새들이 근무를 교대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사람들을 옮겨주고 특별 간식을 조금씩 받아먹어 배가 부르면서도 지친 녀석들과, 배가 고프면서도 아직 체력이 남아도는 녀석들이 자리를 교대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근무를 교대한 새들은 어서 맛있는 특별 간식을 먹을 기대를 하며 탑승객들을 반대편 탑승장으로 끌고 가기 시작했다. 사람들을 운송해 주고, 녀석들이 운송비 명목의 간식들을 조금씩 받는 것이었다. 애초에 짚라인 탑승권에 새들을 위한 특별 간식이 소량 포함되어 있었으니 말이다.
“……나는 게 일이라고, 퇴근하면 날지도 않을 생각이냐.”
다만, 나는 것이 일처럼 됐다고, 새들이 교대하면 잠깐이지만 날지 않으려고 해서 문제라면 문제였다. 교대를 마친 새들이 일렬로 주르륵 늘어서서, 난간을 타고 탑승장 아래로 내려가고 있었다. 날아서 가는 게 아니라 난간을 미끄럼틀 타듯 내려가는 것이었다. 도중에 뒤에서 내려오던 녀석들과 부딪혀서 떨어지면 그제야 날갯짓을 하고 있을 정도였다.
도대체 평범한 동물이 하나 없다는 생각을 하며 짚라인 탑승장에서 내려왔다.
“어,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됐네?”
그런데 탑승장에서 내려온 나는 어느덧 소은이가 집에 돌아올 시간이 되었음을 알 수 있었다. 학교를 마치고, 친구들과 잠깐 놀다가 간식도 하나 먹고 돌아올 시간이었다.
하지만 집에는 소은이가 없었다. 아니, 들어온 흔적은 있었다. 소은이가 메고 다니는 토끼 모양의 가방이 현관 근처에 덩그러니 놓여있었다.
그럼 집에 왔다가 도대체 어딜 간 걸까- 생각하며, 소은이를 경호해 주는 경호원에게 연락을 했다. 그리고, 지금 소은이가 조류관에서 놀고 있다는 소식을 전해 들을 수 있었다.
조류관에 있다는 소리를 듣고 잠시 있으니, 마침 조류관까지 향하는 마차 한 대가 다가왔다. 모처럼 이렇게 된 거, 소은이나 보러 가야겠다는 생각으로 마차에 올라탔다.
자그마한 크기라 두 마리의 얼룩말들이 힘차게 끌어주는 마차를 타고 있으니 금세 조류관에 도착했다. 폴짝 뛰듯 마차에서 내린 나는 곧바로 조류관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그곳에서 소은이를 발견할 수 있었다. 어째서인지는 몰라도 구석에 쪼그려 앉아 있는 소은이를 말이다.
“소은아, 여기서 왜 이러고 있어?”
“압빠!”
슬쩍 옆에 다가가 이야기를 거니, 소은이가 나를 발견하고 해맑은 미소를 지으며 안겨들었다. 그런 소은이를 안아주고 있다가, 다시 한번 질문을 건넸다.
“소은아, 여기서 뭐해?”
“치킨이랑 새 구경!”
“치킨이?”
소은이의 말에 고개를 돌리니, 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치킨이를 발견할 수 있었다. 그런데 치킨이가 평소와 달리 똥꼬발랄하게 활발한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축 늘어져 있는 게 지쳐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치킨아, 어디 아파?”
혹시 어디 아프기라도 한 건가 싶어서 물어보았으나, 녀석은 대답 대신 털이 그득한 꼬리만 살랑 흔들었다.
오히려 대답은 소은이가 해주었다.
“치킨이가 외롭다고 했어!”
“외로워?”
“웅! 남캣은 폭신이랑 있구, 쌍둥이도 여자친구 있잖아! 근데 치킨이만 없어!”
소은이의 말에 어떻게 된 일인지 알 수 있었다.
남캣과 폭신이는 서로가 짝이고, 쌍둥이 녀석도 길고양이 출신의 고양이 한 마리와 눈이 맞은 상태였다. 그래서 집에서 있는 시간보다 자연구역에서 간택의 숲이라고도 불리우는 장소에서 지내는 시간이 더 길었다.
하지만 치킨이는 아직까지 짝이 없는 상태였다. 매번 똥꼬발랄하게 노는 것을 더 좋아하는 녀석이었기에 그것을 딱히 이상하게 여기지 않았는데, 갑자기 외로움을 타는 것 같았다.
“그런데 치킨이는 왜 조류관에 있는 걸까?”
“여기 왔다가, 앵무새 커플 보고 부러워서 쓰러졌어!”
“아……. 그, 그래?”
외로움을 버티지 못한 치킨이가 결국 커플을 보고 쓰러졌다니.
조금 황당하긴 하지만, 지금 치킨이가 힘이 없는 이유가 되기에는 부족함이 없었다. 겉으로 보면 건강한데, 이상하게 축 늘어져 있더라.
힘 없이 늘어져 있는 치킨이의 모습을 잠시 바라보다가 결심했다. 치킨이를 비롯해서, 외로움을 느끼는 녀석들에게 짝을 지어주기로 말이다.
번식을 끝내면 짝이고 뭐고 없이 홀로 살아가는 동물들도 있긴 하지만, 치킨이처럼 짝을 찾고자 하는 녀석들이 있을 테니 그런 녀석들에게 짝을 지어주기로 했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동물들에게 소개팅을 시켜주겠다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