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uid RAW novel - Chapter 391
0390 소개팅(2)
“흠……. 일단 치킨이 짝부터 찾은 다음에, 다른 녀석들도 짝을 찾아주는 걸로 해야겠네.”
지금 짝 없이 홀로 있는 동물들이 제법 있었다. 그러다 보니, 그 동물들에게 짝을 찾아주는 것을 한 번에 할 수가 없었다. 몇 번에 걸쳐서 나눠야 겨우 가능한 일이었다.
그렇기에 치킨이의 짝을 찾는 걸 가장 먼저 하려 했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 됐다.
우리 동물원에 있는 고양이들은 자기들끼리 알아서 짝을 찾았기 때문이다. 오직 치킨이만이 외로운 상황이었다. 먼치킨 고양이가 치킨이 혼자뿐이라서 그런 것 같기도 했다.
“압빠! 나나나나!”
“응? 소은이 뭐?”
그런데 치킨이의 짝을 어떻게 찾아야 하나 고민하고 있으니, 소은이가 호다닥 다가와 손을 번쩍 들었다.
“얼마 전에 본 거 있어! 남자랑 여자랑 막 모여서, 서로 마음에 드는 사람 찾는 거였어! 남자 1호는 여자 2호가 좋다고 했어!”
“어……. 우리 소은이가 그걸 언제 봤을까?”
아니, 소은이가 태어나기 한참 전에 끝난 프로그램을 어떻게 아는 건가 싶었다.
“뮤튜브!”
역시 모든 것이 있다는 뮤튜브다웠다.
어때어때- 하고 자기 의견에 대한 피드백을 달라는 소은이의 찹쌀떡 같은 볼을 슥슥 문질렀다.
“소은이 아이디어는 좋지만, 치킨이한테는 안 돼.”
“왜에?”
“혹시라도 우리 치킨이가 암컷 고양이한테 선택을 못 받으면 어떡해? 치킨이가 더 슬퍼하지 않을까?”
솔직히 동물원에 있는 고양이들에게 퇴짜를 맞은 전적이 있었으니, 다른 고양이들이라고 선택을 받을 수 있다는 희망찬 생각은 할 수가 없었다.
“웅, 그렇네.”
소은이는 치킨이의 짝을 빨리 찾아주지 못해서 아쉽다는 듯이 입술을 삐죽였다.
그런데, 소은이가 말한 것을 잠시 생각해 보니, 조금만 변형시키면 가능할 수도 있겠다 싶었다. 요점은 치킨이가 선택받지 못하는 상황만 피하면 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수컷은 치킨이 혼자만 등장하면 된다는 소리였다.
“소은아, 비슷하게 할 수 있겠는데? 아빠가 우리 치킨이 여자친구 빨리 찾아줄게.”
“와아! 치킨아아아아!”
내 말에 소은이가 만세를 하더니 호다닥 달려나가고 있었다. 아마 치킨이에게 그 소식을 전하러 가려는 것 같았다. 울적해하는 치킨이를 보고 매일 걱정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아무튼, 나는 소은이가 바라는 대로 치킨이가 빨리 기운을 되찾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내 머릿속에 잠깐 떠오른 아이디어를 어엿한 계획으로 탈바꿈하기 시작했다. 물론, 직원들의 도움을 받아서 말이다.
○ ◑ ● ◐ ○ ◑ ● ◐ ○
“치킨아. 네 매력을 한 번 보여주자.”
“매려억? 조아, 내 매려글 보여주게써!”
자신의 여자친구를 찾을 방법이라고 하니, 치킨이는 매우 의욕적이었다.
녀석은 내가 카메라를 들이밀면서 매력을 보이라고 하니, 짧은 다리를 휘적휘적 흔들면서 이리저리 뛰어다녔다. 직원이 흔들어주는 장난감 낚싯대를 잡기 위해 퍼덕거리기도 하고, 바닥을 데굴데굴 구르면서 귀여운 모습도 보여주었다. 그리고 그루밍을 하면서 제 외모를 한 번 가꾸는 모습까지 보여주고 있었다.
“히히, 치킨이 귀여워!”
“나 기엽찌!”
소은이가 치킨이를 보며 귀여워하고, 치킨이는 자랑스러워하는 모습을 보며 어색하게 웃음을 수밖에 없었다. 솔직히 치킨이는 소은이가 태어나기도 전에 우리와 함께 했으니 말이다. 자기보다 나이가 많은 동물을 마냥 귀여워하는 모습이나, 아기 때부터 함께 해온 소은이에게 예쁨 받는 걸 즐기는 모습이나 무어라 말하기 힘들었다.
아무튼, 그렇게 치킨이의 애교……가 아니라 매력이 담긴 영상을 촬영한 뒤, 곧바로 편집을 했다. 당연히 우리 편집팀에서.
그렇다고 내가 놀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치킨이의 매력 영상 말미에 덧붙이기 위한 추가 영상도 찍은 것이었다.
“수환아, 도대체 뭘 하려는 거야?”
그리고, 내가 치킨이의 짝을 찾으려 한다는 것을 알게 된 누나가 어떤 방법으로 찾으려는 것인지 물어보았다. 딱히 비밀스러운 것도 아니었기에, 곧바로 이야기를 해주었다.
“치킨이를 위한 소개팅을 해주려고.”
“소개팅? 어떻게?”
“치킨이의 매력을 담은 영상을 SNS로 공유해서, 치킨이를 마음에 들어 하는 고양이들을 모으려고.”
오직 치킨이를 위한 소개팅을 열어주려는 것이었다. 치킨이의 영상을 보고 치킨이가 마음에 든 고양이들을 모아서, 소개팅을 해주려는 것이었다.
“SNS? 그럼 누가 기르는 고양이라는 소리 아니야? 괜찮을까?”
“그래서 몇 가지 조건을 달려고. 동물원에 고양이를 낮 동안 맡길 수 있는 사람이나, 펫 호텔 식으로 평일에 맡길 수 있는 사람만 신청하게끔 할 거야. 주말에는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가는 거지. 치킨이도 그쪽에 종종 놀러 가도 되지 않겠어?”
남들이 키우는 고양이와 짝을 지어주게 되면 거처를 정해야 하는데, 솔직히 우리 동물원보다 사육 환경이 좋은 곳은 찾기가 힘들었다. 그러니 우리 동물원에서 낮 시간에 보호해 주거나, 주중에 보호해 주는 형식으로 할 생각이었다. 물론, 고양이를 얼마든지 보러 올 수 있도록 평생 무료입장권 같은 것도 주면서 나름대로의 보상을 할 생각이었다.
“그래, 미리 다 공지하고 하는 거면 괜찮겠지.”
“어. 그래서 아주 세세하게 공지해 놓으려고.”
만에 하나 트집을 잡는 이들이 있을 수도 있어서, 왜 이런 일을 하는 건지부터 시작해서 아주 세세한 부분까지 다 써놓을 생각이었다. 물론, 글을 읽지도 않고 트집 잡을 악성 빌런들을 위한 대본까지 다 준비를 해둔 다음에 할 예정이었다.
아무튼, 그렇게 치킨이의 짝을 찾기 위한 준비를 빠르게 마무리하고서 SNS에 게시글을 업로드했다.
[치킨이의 짝을 찾습니다! 공개모집!]치킨이의 짝을 찾는다는 말로 시작한 게시글에는 치킨이의 매력과, 간단한 주의사항 같은 것들이 담긴 영상이 포함되었다. 당연히, 누나와 말하며 나온 조건이나 주의사항 같은 것들 역시 포함되어 있었다.
고양이를 동물원에 맡길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하고, 당연한 말이지만 중성화는 되어 있으면 안 되고, 타인의 고양이로도 신청할 수 없다는 등의 조건이나 주의사항이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내용은 바로 고양이가 치킨이를 마음에 들어야 한다는 조건이었다.
그걸 어떻게 판별하냐는 말이 잠깐 나왔지만, 내 초능력이 있다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치킨이의 매력 영상 말미에, 치킨이가 마음에 들면 왼쪽으로 세 바퀴를 빙글빙글 돌아보라고 영상을 추가로 남겼기 때문이다.
신청을 하려는 사람은 그 영상을 본 고양이가 왼쪽으로 세 바퀴를 빙글빙글 도는 영상을 찍어서 신청할 때 첨부하라고 해놓았다. 그러면 내가 아니라 평범한 사람들도 고양이의 의견을 알 수 있었으니 가능한 일이었다. 야밤에 개들을 데리고 산책 나가게도 할 수 있는데, 이런 것 정도도 못 할 이유는 없었다.
아무튼, 그런 내용의 게시글을 SNS에 업로드하니, 꽤나 반응이 핫했다.
길고양이로도 모자라 타인의 고양이를 데려가려 한다는 둥의 헛소리도 나왔지만, 짝이 없어 외로운 치킨이를 위한 일이라는 것으로 무마할 수 있었다. 치킨이가 외로움에 사무쳐서 스트레스를 받도록 놔두라는 거냐는 물음에 대답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은 없었다.
물론, 그런 반응은 소수였다. 실제로 대부분의 반응은 자기가 기르는 고양이는 치킨이의 매력에 빠지지 않아서 아쉽다거나, 치킨이의 매력에 빠져서 영상을 계속 보게 해달라는 고양이가 있다는 등의 반응이었으니 말이다.
“일단, 영상들을 한 번 걸러주세요. 제대로 반응하지 않는 고양이에 대한 영상이나, 행동을 유도한 흔적이 보이는 영상을 걸러주면 돼요.”
단 하루 만에 수백을 넘어, 천 건이 넘는 신청이 몰렸기 때문에 직원들까지 동원해야 했다. 조건에 부합하는 고양이가 있는 영상만을 일차적으로 거르고 걸렀음에도 백 개의 영상이 남았다.
그렇게 남은 백 개의 영상들을 다시 한번 거르고 걸러야 했다. 아무리 치킨이의 짝을 찾는 일이라지만, 치킨이에게 백 번의 소개팅을 시킬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보자……. 가까운 곳에 거주하는 사람한테는 가산점을 좀 주고…….”
백 개의 영상들을 확인하며 가산점이나 감점을 주면서 점수를 매겼다. 물론, 고양이가 예쁜 것에 따른 점수는 아니었다. 치킨이의 짝이 되기에 현실적인 애로사항이 있냐 없냐에 따른 것이었다.
열심히 점수를 매기면서 백 개의 영상들을 거르고 거르니 남은 것은 5개의 영상이었다. 그 말은 곧 다섯 마리의 고양이들과 치킨이가 데이트를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물론, 다섯 마리와 동시에 데이트를 즐기는 것은 아니었다. 우리 가족의 영향인지는 몰라도, 개나 고양이들도 일부일처를 고집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아니면 매일같이 구박을 들으면서도 마누라와 사이좋게 지내는 구박이 영향일 수도 있었다.
어쨌거나, 그렇게 다섯 마리의 암컷 고양이들과 치킨이의 일대일 데이트가 시작되었다.
그리고, 당연한 말이지만 그 데이트는 아주 공개적으로 진행되었다. 바로, 뮤튜브 라이브로 데이트 현장이 중계되고 있는 것이었다. 솔직히 이런 이벤트는 중계하지 않는 게 손해였다. 고양이의 데이트 예능이라니, 지금까지 전례가 없던 것이었다.
라이브에 자막이나 특수효과 같은 것을 넣을 전문 인력까지 섭외해서 제대로 방송을 하고 있었다.
그런 사실들을 공개한 채로 방송을 시작하니, 꽤나 많은 사람들이 몰려왔다. 안 그래도 시청자가 많이 들어오는 내 방송이었는데, 치킨이의 짝을 찾기 위한 데이트 방송이라는 컨텐츠 덕분에 더더욱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었다.
[우리 치킨이 여친 사귈 수 있나요?] [치킨이의 모쏠 공개 탈출기] [ㅋㅋㅋㅋ님들 지금 배팅사이트 열림 ㅋㅋㅋㅋㅋ 몇 번째 고양이랑 이어질지 맞추는 거임 ㅋㅋㅋㅋㅋㅋ] [나는 누가 이렇게 여친 찾아주지 않을려나ㅠㅠ] [설마 치킨이 다섯 마리한테 다 퇴짜 맞는 건 아니겠지? 실물로 보고 별로라고 할 수도 있잖아;;;] [치킨이랑 치킨이 닮은 새끼 중에 누가 더 귀여울까?]첫 데이트가 아직 시작되지 않았음에도, 방송 대기 상태임에도 사람들이 무척 많이 들어와 있었다. 그들은 채팅으로 온갖 이야기를 떠들고 있었다.
[삼색이채거 님이 5만 원 후원!] [“오늘 데이트하는 삼색이 엄마인데, 우리 삼색이 응원 많이 부탁드려요!”]심지어, 오늘 치킨이와 데이트가 약속된, 삼색이라는 이름을 가진 고양이의 묘주까지 등장했다. 덕분에 채팅창이 조금 더 활발해졌다.
잠시 기다리던 나는 두 고양이의 준비가 다 되었다는 소리에, 마이크를 들고 카메라 앞으로 이동했다.
“안녕하세요, 오늘 진행과 동물들의 말을 번역해 줄 신수입니다!”
오랜만에 내 입으로 신수라고 하려니 괜히 얼굴이 화끈거리는 것 같았다. 하지만 애써 부끄러움을 참으며, 계속해서 진행을 이어갔다.
간단하게 오늘 방송이 어떤 식으로 진행될 건지에 관한 이야기를 해주고 난 뒤, 본격적으로 컨텐츠를 시작했다.
“자, 오늘의 주인공 중 하나인 삼색이를 소개합니다!”
“짜란! 삼색이 왔어요!”
주인공 중 하나인 삼색이를 소개한다는 말과 동시에, 기다리고 있던 소은이가 삼색이를 품에 안고서 달려왔다. 소은이는 방송에 꽤나 익숙했기에, 조금도 긴장하지 않은 채로 삼색이를 카메라에 들이밀었다.
품에 안고 있으면서 한쪽 앞발을 슥 들어 올리게 하면서 안뇽! 하고 복화술 하듯이 말을 하고 있었다. 그 타이밍에 맞춰서 삼색이가 냐옹- 하고 울음소리를 내니, 정말 인사를 하는 느낌이었다.
소은이가 나오고, 소은이의 품에는 귀엽게 생긴 고양이가 있고, 그 고양이가 인사를 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니 채팅창이 다시 한번 난리가 났다. 소은이도 귀엽고 고양이도 귀엽다는 채팅이 눈으로 확인하기 버거울 정도였다. 간신히 한두 개 보이는 것들이 전부 귀엽다는 채팅인 것이었다.
동의할 수밖에 없는 채팅이었지만, 그 채팅에 동조하기보다는 다음 차례로 넘어가는 것이 우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