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uid RAW novel - Chapter 393
0392 사랑이 넘쳐나는 동물원(1)
치킨이가 삼색이를 선택하는 것을 확인한 시청자들은 대부분이 좋은 선택이라며 치킨이의 선택을 반겼다. 물론, 다른 고양이들을 응원하던 이들의 경우에는 아쉬움을 드러냈지만 말이다.
아무튼, 그렇게 삼색이를 선택한 치킨이는 곧바로 삼색이와 함께 지내기 시작했다. 커플이 된 것을 티를 내기라도 하겠다는 것처럼 같이 붙어 있는 것이었다.
물론, 하루 종일 붙어 있을 수는 없었다. 삼색이의 주인이 마침 동물원 근처에 사는 사람이다 보니, 매일 저녁으로 삼색이를 데리고 돌아가기 때문이다.
“삼색이 업써…….”
삼색이 주인이 퇴근하며 삼색이를 데려가고 나니, 치킨이는 시무룩하게 동물원 입구에 자리를 잡았다. 마치 삼색이가 돌아오는 것을 기다리겠다는 듯한 모습이었다.
그리고, 시무룩해하던 치킨이는 달이 기울고 해가 다시 떠오른 이후가 되면 다시금 똥꼬발랄한 모습을 보였다. 삼색이가 돌아오는 시간이었기 때문이다. 녀석은 주인의 품에 안겨서 들어오는 삼색이를 보고 흥분해서 달려나갔다.
기나긴 밤을 지나 다시금 재회한 두 녀석은 정말 사이좋게 동물원을 누볐다. 사람들 모두가 아는 고양이 커플이기 때문인지, 녀석들은 사람들에게 예쁨을 받으며 시간을 보내는 것이었다.
다만 주말에는 주중에 행복과 기다림이 공존하는 시간을 보내는 것과 달리, 삼색이네 집에서 약 48시간 동안 아주 찰싹 붙어서 지내고 있었다. 그렇다 보니, 치킨이는 주말을 꽤나 기다리는 편이었다. 마치 직장인처럼 주말이 되기만을 학수고대하는 고양이라는 소리였다.
아무튼, 짝이 없음에 외로워하던 치킨이에게 짝을 찾아준 이후, 다른 동물들에게도 시선을 돌렸다. 우리 동물원에는 아직 짝이 없는 동물들이 제법 있는 편이었으니 말이다.
그리고, 그런 동물들 중에서 첫 타자는 바로 뿌우뿌우였다. 솔직히, 이 녀석은 동족이 없기 때문에 관심종자가 된 것인가 싶었기 때문이다. 동족이 있었더라면 인간에게 관심을 끌겠다고 온갖 기행을 벌이지는 않았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흠……. 뿌우뿌우 짝은 또 어떻게 찾는담?”
다만 한 가지 문제가 있다면, 뿌우뿌우는 치킨이처럼 소개팅을 해주기가 무척 힘들다는 것이었다. 우리나라는 일단 코끼리의 개인 사육이 거의 불가능할 정도로 힘들었으니 말이다.
도대체 어떻게 뿌우뿌우의 짝을 찾아야 하나- 생각하는 것은 꽤나 길어졌다. 태국 같은 곳에서 코끼리를 수입해야 하나 싶기도 하다가 관련 절차를 생각하면 절로 고개가 내저어졌다. 그나마 가능성이 있는 것은 다른 동물원에서 코끼리를 기증받거나 구매하는 식으로 해야 하는데, 그것도 마냥 쉬운 일이 아니었다. 아무 코끼리나 데려온다고 뿌우뿌우가 좋아할지도 의문이거니와, 코끼리는 동물원에서 나름대로 인기 동물에 속하기 때문에 거래하기도 쉽지가 않았다.
“압빠! 애니멀 팜 시작해!”
그렇게 여러 고민을 하고 있으니, 소은이가 거실에서 크게 소리쳤다. 소은이가 무척 좋아하는 TV 프로그램 중 하나이자, 내가 출연한 회차도 있으면서, 어마어마하게 오랫동안 장수하고 있는 ‘애니멀 팜’의 방영이 시작됐기 때문이다.
고민은 언제든지 할 수 있는 것이었기에, 나는 소은이가 기다리고 있는 거실로 향했다.
거실에 도착하니 이미 시작한 애니멀 팜의 소리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아주 익숙한 성우의 내레이션이 거실을 채웠다.
“자, 오늘은 어디를 갈 것이냐! 바로바로! 서울의 한 동물원! 그곳에는 문제가 많은 코끼리들이 있다고 하는데, 과연 어떤 문제를 가지고 있을까?”
“응? 코끼리?”
그런데 애니멀 팜에서 내가 고민하던 코끼리에 관한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도대체 무슨 내용일까 싶어, 소은이를 품에 안은 채로 애니멀 팜 내용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오늘 찾아온 동물원! 아주 평화로운 동물원이죠. 하지만 이곳에서는 아주 무섭고 슬픈 일이 벌어지고 있었습니다. 바로, 코끼리 무리에서 한 마리가 따돌림을 당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도대체 어떤 일이 있었던 걸까요.”
코끼리 한 마리가 무리에서 따돌림을 당하고 있다는 이야기였다. 그것도 조금 막장 드라마 같은 상황으로 말이다.
우두머리 암컷이 좋아하던 수컷이 하나 있는데, 그 수컷이 따돌림을 당하고 있는 암컷에게 관심을 보인 것이 문제라고 했다. 한 마디로 우두머리 암컷이 제 수컷을 홀린 여우 취급을 하면서 따돌림을 주도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코끼리들이 일부일처 하는 동물도 아닌데 이게 가능한 건가 싶었지만, 영상을 아무리 봐도 조작한 것 같지는 않았다.
아무튼, 지능이 높은 데다 어디 떠날 곳도 없는 현실 때문에 따돌림을 당하고 있는 코끼리가 어마어마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내용도 나왔다. 수컷을 합사하면 수컷이 치근덕대면서 우두머리의 질투를 유발하고, 수컷을 합사하지 않으면 무관심으로 따돌림을 당하고 있으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상태라고 했다.
그런 내용의 애니멀 팜을 시청한 나는 이것이 나름대로 방법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 아무래도 저런 상태라면 코끼리를 케어해야 하는 동물원 입장에서도 난처할 것이 분명하니 말이다.
‘마침 암컷 코끼리니까 데려와서 뿌우뿌우한테 돌보라고 하면 되지 않을까.’
나름대로의 방법을 찾은 것 같았기에, 나는 곧바로 뿌우뿌우에게로 달려갔다. 그것도, 조금 전에 나온 코끼리의 모습을 녹화해서 말이다.
“뿌우뿌우!”
곧장 뿌우뿌우에게 달려가, 조금 전에 녹화한 코끼리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덩치에 비해서 무척 자그마한 눈이 움직이며 코끼리의 모습이 담긴 영상을 바라보았다.
“오! 엄청난 아름다움!”
“……아름답다고?”
“정말 표현하기 힘들 정도로 아름다움이라니!”
뿌우뿌우 녀석은 이제 아주 내 휴대폰을 코로 감싸서 가져가더니, 오른쪽 눈앞에 놓고 코끼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무슨 코끼리계의 팜 파탈 같은 건지, 뿌우뿌우 녀석은 내 휴대폰을 가져가서 내놓을 생각을 하지 않았다. 겨우겨우 영상이 다 재생되고 멈춘 다음에야 내게 돌려주었다.
“뿌우뿌우. 너 얘 데리고 오면 잘 돌봐줄 수 있겠어?”
“오, 오오옷……! 다, 당연히 돌봐줄 수 있지!”
뿌우뿌우는 어마어마한 미녀에 눈이 돌아간 건지, 뿌이익 소리를 내며 코를 동그랗게 말았다. 사람들이 손가락으로 동그라미를 그리며 긍정을 표시하는 걸 보고 따라 하는 것이었다.
평소에는 동족에 대해서 조금도 관심이 없는 것 같더니, 이제는 아주 환장한 것 같은 모습이었다. 그 모습에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은 나는 팜므파탈 같은 그 코끼리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었다. 같은 코끼리들에게 따돌림을 당했다는 그 이야기를 말이다.
“아니, 어떻게! 어떻게 그런 잔혹무도한 짓을 할 수가 있는 거지! 이렇게 아름다운 동족에게 관심 한 번을 안 줄 수가 있는 거야!”
특히, 뿌우뿌우 녀석은 무관심이라는 방식으로 괴롭혔던 동족들을 대상으로 분노를 터트렸다. 뿌익, 뿌익, 소리를 내며 발을 구르는데 꽤나 위협적으로 보였다. 분노한 포인트가 무관심이라는 것에, 역시 관심에 죽고 관심에 사는 녀석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도 그 코끼리를 데려오기만 한다면 케어 하나는 잘 할 것 같은 모습이었기에, 나는 곧바로 직원들을 통해 해당 동물원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아유, 저희야 감사할 따름이죠! 안 그래도 딸기가 스트레스도 많이 받아 하고, 방송이 방영된 직후부터 사람들이 어떻게든 해결을 좀 해달라는 요구를 하고 있어서요.”
그리고, 해당 동물원에서는 그 코끼리를 우리 동물원으로 데려오고 싶다는 소리를 무척이나 반겼다. 사실 동물원 입장에서는 문제가 있는 동물은 아주 골칫덩이였기 때문이다. 어떻게 해결을 하면 스토리를 만들어서 좋은 요소가 되겠지만, 해결하지 못하면 골칫덩이 그 자체에 지나지 않았다.
멀쩡히 잘 있는 우두머리 암컷을 교체할 수도 없는 일이고, 문제가 되는 수컷을 격리하는 것은 애초에 소용이 없는 일이었다. 그렇다면 딸기를 내보내야 하는데, 딸기 혼자만 있을 수 있도록 사육장을 조성하는 것은 돈이 많이 드는 일이었다. 그러니, 우리 동물원으로 보내는 것을 무척이나 반기는 것이었다.
돈도 들이지 않고, 문제는 해결하면서, 코끼리를 위해서 우리 동물원으로 보냈다는 이미지까지 챙길 수 있는 일이었으니 말이다.
아무튼, 그렇게 딸기라는 코끼리가 우리 동물원으로 오게 되는 것이 확정되었고, 우리도 나름대로의 준비를 마쳤다.
“뿌, 뿌웃…….”
이후, 딸기라는 코끼리가 우리 동물원에 도착하는 날이 되니 뿌우뿌우 녀석이 무척이나 긴장한 듯한 모습을 보였다. 뿌우뿌우의 기준으로는 딸기라는 코끼리가 어마어마한 미녀였기 때문이다. 그러한 미녀를 마주한다고 하니 괜히 긴장이 되는 듯했다.
“짝 없는 다른 녀석들도 다 암컷 보고 긴장하는 건 아니겠지……?”
치킨이에 이어서 뿌우뿌우까지 암컷을 앞두고 긴장하는 모습을 보니 괜히 걱정이 됐다.
하지만 이윽고 도착한 이송 차량에, 그런 걱정은 오래갈 수가 없었다. 안 그래도 심란하던 상황에서 장거리 이동까지 하게 된 딸기가 무척이나 신경질적인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이송 차량 안에서 난동이라도 부리는 건지, 차량이 덜컹덜컹 흔들리고 있었다.
그대로 놔뒀다간 차가 박살 나거나 넘어가거나 둘 중 하나가 확실해 보였다. 그 두 상황 모두 반가운 것은 아니었기에, 곧바로 이송 차량으로 올라가서 딸기를 진정시켰다.
대화가 통하는 인간을 처음 만났다는 사실에 살짝 놀란 덕분이라고 해야 할지, 딸기를 진정시키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놀란 녀석을 달래주면서 아무 일도 없을 거라고, 앞으로는 힘들지 않을 거라고 이야기를 하니 금세 이해하는 모습을 보였다.
난동을 멈춘 딸기의 몸을 보호하던 것들을 풀어낸 뒤, 녀석을 데리고 차에서 내려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송 차량에서 딸기가 천천히 내려오기 시작하자,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던 뿌우뿌우가 짧게 한 마디를 내뱉었다.
“와……. 예쁘다…….”
첫눈에 반하기라도 한 건지, 뿌우뿌우 녀석이 입을 헤- 벌리고 넋을 놓아버렸다. 당연히 시선은 딸기에게 고정되어 있는 상태였다.
이후, 녀석은 사람들이 아니라 딸기에게서 관심을 끌기 위해서 온갖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그 좋아하던 차력쇼나 바이킹에도 별다른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듯한 모습으로, 매일같이 딸기 곁에서 알짱거리며 딸기를 유혹하고 있는 것이었다.
딸기는 그러한 뿌우뿌우의 행동을 조금 부담스럽게 여겼다. 전에 있던 동물원에서의 기억이 있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녀석도 점차 마음을 열기 시작했다. 자신을 질투할 동족도 없고, 뿌우뿌우가 진심으로 자신을 아껴주려 한다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다.
덕분에 두 녀석은 조금씩 가까워지기 시작했고, 며칠 정도의 시간이 흘렀을 때는 아주 서로 붙어 다니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동물원에서 하나둘씩 커플이 늘어나고 있었다.
그래서 그런 건지는 몰라도, 갑자기 우리 동물원에서 소개팅을 한다거나 하면 커플로 이어질 확률이 상승한다는 이상한 소문까지 돌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