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uid RAW novel - Chapter 404
0403 따라나와!(3)
“갈매기, 딱새, 칼새……. 와, 진짜 많네.”
동물원의 주인인 만큼, 나도 꽤 많은 생물에 대해서 알고 있는 편이었다. 덕분에, 여러 바위에 앉아 있는 새들의 모습을 보며 감탄을 금할 수가 없었다.
정말 온갖 새들이 자리하고 있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심지어, 우리 동물원의 조류관에도 없는 새들이 있을 정도였다.
그리고, 워낙 많은 새들이 있는 탓에, 보호색을 취하고 있는 새들도 볼 수 있었다.
새들에게 조금 더 가까운 곳까지 다가가려던 도중, 수풀 옆에 앉아 있던 새 한 마리를 보게 된 것이었다.
“비둘기……?”
그것도, 초록색의 비둘기를 볼 수 있었다. 녹색 계열의 여러 색을 갖고 있는 수풀 사이에 있어서 쉽게 발견하지 못했을 정도로, 녀석의 깃털은 녹색을 띠고 있었다.
“비둘기 처음 보는 거구룩?”
녹색의 비둘기를 보며 살짝 놀란 모습을 하는 내 모습에, 녹색의 비둘기가 무슨 문제라도 있냐는 것처럼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머리가 살짝 빙글 돌면서 갸웃거리는 것은 덤이었다.
“……비둘기를 처음 보는 건 아닌데, 너처럼 털이 녹색인 비둘기는 처음 보네.”
“그렇다면 얼마든지 봐도 된다구룩.”
마치 선심 쓰듯 말하는 녀석의 모습에 피식 웃으며, 녀석을 덥석 붙잡아 손에 올렸다.
덩치는 길거리나 공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비둘기와 큰 차이가 없지만, 털이 아주 선명한 녹색을 띠고 있었다. 바위에서도 숨을 수 있게 진화한 건지, 중간중간 바위 같은 회색빛도 있긴 했지만 대체로 녹색이었다.
“어! 녹색비둘기 아닙니까!”
그렇게 녹색의 비둘기를 구경하고 있으니, 어렵사리 나를 따라온 기염물이 놀란 모습을 보였다.
“아는 비둘긴가요?”
“나는 저 인간 모른다구룩.”
“얘는 기 과장님 모른다는데요?”
푸흐흐- 웃으며 말하니 기염물이 황당하다는 듯이 웃음을 흘렸다.
“하하……. 저도 그 녹색비둘기는 처음 봅니다만, 종은 알고 있습니다.”
“그래요?”
“예. 녹색비둘기라고 하는데, 외국에서는 흰배녹색비둘기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지역에 따라 텃새로 지내기도 하고, 철새로 지내기도 하는 종입니다. 독도에도 아주 가끔 출몰했던 기록이 있습니다. 독도에서는 단 네 번 밖에 관찰되지 않았던 걸로 기억합니다. 남방계 조류라, 독도보다는 제주도나 일본 쪽에서 더 자주 볼 수 있다는 내용도 본 것 같습니다.”
“오…….”
한 마디로 독도에서 보기 힘든 새를 발견했다는 소리였기에, 괜히 신기한 느낌이 들었다.
쉽게 볼 수 없는 동물들을 많이 사육하고 있긴 하지만, 지금처럼 희귀한 동물들을 직접 만나는 것은 내게도 신기한 일이었다. 어려운 것은 아니었지만 말이다.
아무튼, 희귀한 녀석이라는 말에, 나는 녀석을 바라보았다.
“나랑 같이 갈래? 살기 좋은 곳 있는데.”
“살기 좋은 곳이면 좋다구룩!”
매번 살기 좋은 곳을 찾아 돌아다니는 철새답게, 녀석은 살기 좋은 곳이라는 말에 생각도 하지 않고 수락했다.
“아, 앗……!”
그리고, 그런 내 모습을 본 기염물이 옆에서 놀란 듯한 모습을 보였다. 희귀한 새를 냅다 데려가겠다고 하니 놀란 것 같았다.
“왜 그렇게 놀라세요? 딱히 문제는 없잖아요?”
“아……. 그, 그건 그렇죠.”
문화재청 소속의 사람이다 보니 나에 대해서 어느 정도는 알고 있었다. 내가 기르는 동물들 중에서는 천연기념물도 적지 않았으니 말이다.
내 초능력 덕분에, 나는 동물에 한해서라면 그 어떤 동물도 키울 수 있는 상태였다. 동물원이라는 사육에 필요한 제반시설이 있기도 하거니와, 내 초능력의 특수성 때문이다. 종의 보존을 필요로 하는 동물일수록 오히려 키우기 쉬운 편에 속했다.
설령 천연기념물이라 할지라도 문화재청에 사육하겠다는 문서만 보내주면 끝나는 상황이었다. 그러니 내가 녹색비둘기를 데려가는 것도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이었다.
나는 손에 올려놓고 있던 녹색비둘기를 어깨에 올린 뒤, 다시금 주변을 돌아다녔다.
그렇게 정말 온갖 새들이 가득한 곳을 돌아다니던 와중에, 주변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어어!”
그리고, 그 소리가 난 곳으로 시선을 돌린 나는 무척이나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곳에서 한 마리의 쥐가 깬 건지, 깨진 건지 모를 새알의 내용물을 먹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녀석은 순식간에 모습을 감추었다. 내가 낸 소리에 놀란 건지, 찍- 소리를 내며 황급히 사라진 것이었다.
도망을 잘 치는 사람에게 괜히 쥐 같다는 말을 쓰는 게 아닌 듯, 어디로 갔는지 알 수도 없을 정도로 사라졌다. 도망치는 실력 하나만큼은 우리 동물원의 라쿤들보다 더 뛰어난 것 같았다.
“쥐가 진짜 문제는 문제네요.”
애초에 깨져 있던 것이든 뭐든, 쥐가 새의 알을 먹고 있다는 것은 문제가 확실했다.
알을 품는 새가 없던 걸로 봐서는 애초에 깨져 있었을 확률이 높긴 하지만, 쥐는 생각보다 공격성이 높은 동물이었다. 만만하다 싶으면 공격하길 주저하지 않는 동물이니 문제가 될 확률이 아주 다분했다.
당장 지금 하늘을 날고 있는 새들만 봐도, 집쥐가 만만하게 여길 수 있는 새들이 아주 많았다.
“수환 님! 여기 보시면 굴이 있습니다!”
쥐에 대한 문제를 생각하고 있으니, 기염물이 굴을 찾아냈다. 가까이 다가가서 확인해 보니 자연적으로 있는 틈 같은 것이었는데, 그 내부로 동그랗게 굴이 만들어져 있었다. 그 내부를 슬쩍 확인하니 쥐의 것이라고 보니는 흔적들이 조금 있었다.
“여기, 여기도 있습니다! 아, 이 옆에도……!”
그리고, 굴을 한 번 확인하고 나니, 주변에 보이던 것들이 다 굴처럼 보이고 있었다. 하지만 그 굴 대부분에 쥐의 흔적이 남아 있는 상태였다. 정말 쥐들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모습이었다.
그나마 다행이라고 할 수 있는 부분도 있긴 했다. 몇몇 굴에는 바다제비가 얌전히 알을 품고 있다는 것이었다.
“까, 깜짝아!”
굴 내부를 유심히 들여다보던 도중, 알을 품고 있던 바다제비와 의도치 않게 눈을 마주치기도 했다.
놀란 듯이 날개를 퍼덕거리는 바다제비를 겨우 진정시키고서 기염물과 함께 선착장으로 돌아왔다. 오늘 찾아온 것은 사전 답사를 위한 것이었기에, 이제 슬슬 돌아가야 했다.
조만간 쥐들을 해결할 방법을 찾아서, 해결하기 위한 준비도 마치고 돌아올 생각이었다.
“악! 먹을 거 놔두고 왔구룩!”
도중에 둥지에 모아두었던 먹이가 있다며 녹색비둘기가 돌아가려 했으나, 새로운 먹이를 준다는 것으로 붙잡을 수 있었다.
아무튼, 잠깐 소란이 있을 뻔했지만 빠르게 울릉도를 통과해 포항까지 이동했고, 저녁 늦은 시간 즈음에 집에 도착하게 되었다. 이동하며 보낸 시간이 제법 길었던 탓이었다.
현관을 열고 들어가니, 소은이의 것이 분명한 발소리가 들려왔다.
“압빠! 독도 어땠, 와! 초록색 비둘기다!”
내게 와다다다- 달려오면서 독도에 관한 질문을 하려던 소은이는 내 어깨에 앉아 있는 녹색비둘기를 보며 두 눈을 동그랗게 치켜떴다.
“아빠보다 비둘기가 더 좋은 거야?”
“아니! 압빠가 더 좋아! 히히.”
그런 소은이에게 아쉽다는 듯이 말하니 소은이가 해맑은 웃음을 지으며 내게 폭삭 안겨들었다. 내 몸을 나무처럼 타고 올라 볼에 뽀뽀까지 쪽쪽 해댔다.
물론, 그렇다고 비둘기에게서 관심을 끊은 것은 아니었다.
“안녕!”
“안녕하구룩?”
“와아! 신기해!”
나무에 매달리는 매미처럼 내게 매달린 소은이는 내 어깨에 있는 녹색비둘기를 무척이나 신기하다는 듯이 바라보았다.
잿빛의 비둘기나, 새하얀 비둘기는 자주 볼 수 있지만 온통 녹색을 띠는 비둘기는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얘는 녹색비둘기라고 하는 비둘기야. 온몸이 녹색이지? 그래서 녹색비둘기야.”
“오옹! 압빠, 얘 이름 있어?”
“없는데, 소은이가 지어줄래?”
“웅! 비둘기야, 내가 이름 지어줄게!”
“마음대로 하라구룩!”
비둘기의 허락까지 떨어지자, 소은이는 곧바로 이름을 짓기 위해서 입술을 앙 다물고 고민하기 시작했다.
“푸르미!”
“푸르미? 왜 그렇게 지은 거야?”
“할아버지가 초록색 보고 푸르다고 했어. 그래서 푸르미야.”
초록색도 푸르다고 표현하는 것 때문에 푸르미라는 이름을 떠올린 것 같았다.
그런데 소은이는 이내 고개를 휘휘 내저었다. 자기가 지어낸 그 이름이 마음에 안 드는 것 같았다.
“푸르미 안 할래.”
“그래? 그럼 뭐로 하고 싶어?”
푸르미라는 이름이 나쁘지 않은 것 같았는데 마음에 들지 않는 듯했다.
하지만 소은이는 제 마음에 안 들었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다시금 고민을 이어갔다. 다만 그 고민은 길지 않았다.
“녹둘기! 녹색비둘기를 줄여서 녹둘기야!”
“……그래.”
차라리 아까 푸르미가 더 낫지 않나 싶긴 하지만, 소은이가 좋아하니 그걸로 됐다 싶었다.
“마음에 드는 이름이구룩!”
당사자인 녹둘기도 마음에 들어 하는 것 같았으니 더더욱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나름대로 만족스러워하는 둘을 데리고 거실로 가니, 참외를 먹고 있는 누나와 은수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왔어? 고생했지?”
“아냐, 별로 고생이라고 할 것도 없었어. 그냥 이동하는 게 오래 걸려서 그렇지.”
“손 씻고 와서 앉아. 참외 좋아하잖아.”
“아뿌! 이거!”
손 씻으러 가려던 나는 은수가 내미는 참외 한 조각을 받아먹고, 재빨리 손을 씻고 와서 자리를 잡고 앉았다.
소은이는 벌써부터 녹둘기에게 잘게 쪼갠 참외를 먹이고 있었고, 누나는 그 모습을 신기하다는 듯이 바라보고 있었다. 은수는 그냥 참외를 먹으면서 무척 기뻐하고 있었고 말이다.
“엄청 신기하게 생긴 비둘기네. 조금 전에 처음 보고, 웬 앵무새를 데리고 온 건가 싶었잖아.”
“색감이 좀 신기하긴 하지.”
누나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참외를 포크로 찍어 입으로 가져갔다.
“그래서, 독도는 어땠어?”
그리고, 독도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는 누나의 모습에, 곧바로 독도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기 시작했다. 누나는 물론이고 소은이와 은수의 시선이 내게로 날아와 꽂혔기 때문이다.
“이동하는 게 좀 고역이긴 한데, 도착해서 보니까 꽤 좋더라? 하늘도 푸르고, 섬도 깨끗하게 보이고. 새들이 엄청 많이 날아다니더라? 엄청 많은 종의 새들이 많이 날아다녔어. 사진도 찍었는데, 볼래?”
휴대폰으로 찍은 사진을 보여주니, 셋 다 신기하다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특히, 소은이는 동물원에도 없는 새들이 여럿 있었다는 소리에 두 눈을 반짝이며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우아! 아뿌, 나도 독도!”
당연한 말이지만 은수도 독도에 대한 흥미를 보이고 있었다. 내가 찍은 사진 중에는 여러 식물들이 자라나고 있는 모습도 찍혀 있었으니 말이다.
“압빠, 나도나도!”
“수환아, 독도에 또 간다고 했지?”
소은이와, 누나까지 은근슬쩍 독도에 대한 흥미를 드러내는 모습에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다 같이 가자.”
같이 갈 수 없는 것도 아니었으니, 다 같이 독도에 가기로 했다.
누나는 관광으로, 은수는 독도에 있는 식물들을 보기 위해. 소은이는 새들을 구경하면서 나를 도와줄 수도 있었으니 말이다.
나는 기염물에게 연락해서 소은이와 은수의 출석 인정을 위한 현장학습 관련 서류를 요청했다. 그렇게 한다면 학교를 가야 하는 날에도 움직일 수 있었다.
아무튼, 그렇게 기염물에게 요청을 한 뒤, 독도에 있는 쥐들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나- 고민하기 시작했다.
섬 전체에 넓게 퍼져 있는 쥐들을 모으는 것부터가 문제였다.
그런 고민을 하고 있으니, 소은이가 손을 번쩍 들어 올렸다.
“압빠! 내가 할 수 있어!”
“응? 소은아, 뭘?”
“쥐 모으기!”
“소은이가 어떻게 할 수 있어?”
“엔초 타고 독도 주변을 도는 거야! 그러면서 내가 쥐들한테 따라오라고 하면 돼!”
소은이의 말에 순간 고개를 갸웃거렸다. 엔초가 내달릴 수 있을 정도로 독도의 지형이 좋은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소은이가 말한 의미는 그것이 아니었다.
“엔초도 물 위에 달리는 거 할 수 있어!”
“……엔초가?”
“웅. 열심히 연습했어. 그리구, 시설팀 팀장 아저씨가 신기한 거도 만들어 줬어. 그거 발굽에 달면 뛸 수 있어!”
소은이는 그 증거라면서 동물원의 수로 위를 팡팡 뛰고 있는 엔초의 영상을 보여주었다. 엔초는 그 거대한 덩치에도 불구하고 아주 빠른 속도로 수로 위를 질주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니, 완전히 불가능하지는 않을 것 같았다.
소은이가 섬 주변으로 빠르게 돌면서 쥐들을 불러 모으면 쥐들을 한곳으로 모으는 것이 가능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