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uid RAW novel - Chapter 405
0404 따라나와!(4)
“흠……. 소은아, 정말 소은이가 할 수 있어?”
“웅! 엔초가 물 위에서도 잘 달리니까, 할 수 있어!”
이미 엔초를 타고 수로를 몇 번이나 질주해 보았다며, 소은이는 주먹을 불끈 쥐어 보였다.
“수환아. 정말 소은이한테 시키려고? 위험하지 않을까?”
다만, 누나는 소은이가 엔초를 타고 바다 위를 뛰는 것이 무척 걱정되는 듯했다. 아무래도 빠지기라도 하면 파도나 해류 같은 것으로 인해서 무척이나 위험한 상황에 처할 수 있었으니 말이다.
“그건 아라를 데리고 있으면 되지 않을까?”
“아라? 독수리 아라 말하는 거지? 가끔 매달려서 다니는…….”
“그렇지. 아라가 엄청 힘이 좋으니까 소은이랑 엔초를 매달고 나는 것 정도는 할 수 있을 거야. 아무리 못해도 가까운 육지에 내려주는 정도는 확실히 가능해.”
진화의 섬에서 한창 수련을 할 때, 녀석은 초거대 멧돼지도 아주 손쉽게 붙잡고 하늘을 누빈 경험이 있었다. 엔초의 크기가 거대하고 무게가 제법 많이 나간다고는 하지만, 아라가 잠깐도 끌어올리지 못할 수준은 아니었다.
“아니면 그냥 내가 엔초를 타고 움직일까?”
“압빠는 안 돼!”
“응? 왜? 아빠는 엔초 타면 안 되는 거야?”
“그런 거 아냐! 압빠는 무겁잖아!”
“아……. 아빠가 무거우니까 엔초가 물 위에서 못 달리는 거야?”
“웅!”
소은이가 가볍기도 하고, 내가 무겁기도 하기 때문에 소은이의 몸무게는 내 절반 수준 정도였다. 그러니 내가 엔초를 탄다면 엔초가 물 위를 달리지 못할 가능성이 없지 않았다.
결국, 어쩔 수 없이 소은이가 엔초를 타고 독도 주위를 돌며, 아라가 만약의 사태를 대비하는 것으로 결정이 났다.
“그럼 서류가 도착하면 다 같이 독도로 가자. 엔초랑 아라도 데리고.”
“와아아!”
다 같이 독도로 가는 것이 완벽하게 확정된 것에, 모두가 기뻐했다. 특히, 소은이와 은수는 벌떡 일어나더니 서로 손을 잡고 방방 뛰고 있었다. 물론, 누나 역시 독도를 가는 것이 꽤나 기대되는 듯, 벌써부터 무슨 옷을 입고 갈지 고민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기대감 가득한 시간이 며칠 정도 지난 뒤, 우리는 울릉도에서 하루 숙박을 하고 있었다. 독도에서 시간을 넉넉히 보내기 위함이었다. 부산에서 포항, 포항에서 울릉도, 울릉도에서 독도까지. 그 긴 이동은 생각보다 시간을 많이 잡아먹었다.
“압빠. 나 잠이 안 와! 내일 독도 가는 거 엄청 기대돼!”
“그럼 안 되는데? 아침에 일찍 갈 거라서 지금 안 자면 우리 소은이가 못 일어나지 않을까? 못 일어나면 데리고 가지 않…….”
“코오오오오.”
소은이는 내 말이 끝나기 무섭게 숙소 침대에 드러누워 잠을 자는 척했다. 그리고,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던 은수 역시 눈을 질끈 감은 채로 잠을 자려 하고 있었다.
당연한 말이지만, 자는 척을 하던 아이들은 금세 진짜 잠에 빠져들었다. 순식간에 고른 숨소리를 내며 잠에 빠진 아이들에게 이불을 덮어주고, 나와 누나 역시 잠자리에 들었다. 물론, 엔초와 아라는 따로 마련된 장소에서 이미 잠에 빠진 상태였다.
그렇게 잠에 빠진 우리는 아침 일찍 울리는 알람 소리에 잠에서 깨어났다. 창밖으로는 해가 막 떠오르며 밝아지기 시작하는 하늘을 보며 독도로 향할 준비를 했다.
그렇게 기본적인 준비를 마치고 나니, 기염물이 우리가 묵고 있는 숙소로 찾아왔다. 미리 배편을 준비해 두고 우리를 안내해 주기 위함이었다.
“괜히 저희 때문에 아침부터 고생이시네요.”
“아닙니다. 이게 제가 할 일입니다. 다, 독도를 보존하기 위한 과정이잖습니까.”
하하- 웃으며 말하는 기염물의 모습에, 미안함을 덜어낼 수 있었다.
아무튼, 아침부터 우리를 안내하기 위해 찾아온 기염물의 안내를 받으며 독도로 향했다. 당연히 일행에 엔초와 아라가 포함되어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조금 자그마한 배에 올라 이동을 시작하니 처음에는 날씨가 제법 흐린 것이 걱정되었다. 저 멀리 구름이 그득한 모습을 보니, 멀쩡히 독도에 들어갈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드는 것이었다.
하지만 독도에 가까워질수록 하늘이 맑아졌고, 우리가 독도에 발을 내디딜 때 즈음에는 아주 화창한 하늘이 우리를 반기고 있었다.
“압빠, 압빠! 저게 독도야?”
“응. 저기 보이는 게 독도야. 왼쪽으로 보이는 게 서도, 오른쪽으로 보이는 게 동도야.”
“오오오옹!”
소은이는 독도가 보이고 있는 배의 창문에 얼굴을 갖다 대며 감탄사를 터트렸다.
그 모습을 보며 잠시 웃고 있으니, 배가 서도의 선착장에 접안했다. 배에서 내려도 된다는 방송이 울리는 것에, 우리는 곧바로 밖으로 향했다. 큰 덩치를 자랑하는 엔초가 구겨지듯 문을 통과해야 했지만, 어떻게든 나오긴 나왔다.
“독도다아아아!”
배에서 폴짝 뛰며 소리친 소은이는 선착장의 콘크리트 바닥을 빙글빙글 돌면서 내달렸다. 물론, 뒤이어 내린 은수도 똑같은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울릉도 동남쪽~!”
그리고, 열심히 뛰는 아이들은 독도에 관한 노래까지 부르기 시작했다.
“뱃길 따라 팔칠 케이~!”
그런데 아이들이 부르는 가사를 듣고 있으니 이질감이 느껴졌다. 물론, 그것은 내 곁에 있던 누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저 노래, 원래 이백 리 아니었어?”
“나도 그렇게 알고 있는데…….”
팔칠 케이니 뭐니 하는 건 솔직히 처음 듣는 소리였다. 도대체 그게 무슨 의미인지 궁금했다.
소은이를 불러 물어보려 했지만, 그보다도 빠르게 대답을 하는 사람이 있었다. 우리를 독도까지 안내해 준 기염물이었다.
“가사가 바뀌었습니다. ‘리’라는 단위보다는 킬로미터가 더 친숙하지 않습니까? 그래서 바뀌었습니다. 참고로, 지구온난화 등으로 바뀐 연평균 기온이나 강수량 같은 부분도 수정되었습니다. 시대의 흐름에 맞춰 가사도 바뀌었다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기염물의 설명에, 나와 누나는 신기함을 감추지 못했다. 시대의 흐름에 맞춰서 가사가 바뀌는 노래는 솔직히 처음이었으니 말이다.
아무튼, 나와 누나가 신기함을 느끼는 사이, 노래를 다 부른 소은이가 은수와 함께 우리 곁으로 돌아왔다.
“압빠, 쥐들은 언제 모아?”
“음……. 지금 바로 할래?”
“웅! 얼른 하고, 섬 구경할래!”
힘차게 고개를 끄덕이는 소은이의 모습에, 곧바로 작업에 착수하기로 했다. 소은이에게 구명조끼를 입히고 엔초에게 단단히 고정한 뒤, 아라가 엔초와 소은이를 매달고 날 수 있도록 막대를 연결했다.
엔초가 물 위를 조금 더 편하게 달릴 수 있도록, 물에 닿는 면적을 크게 늘려주는 시설팀의 특제 발굽 장식을 장착해 주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렇게 준비를 끝낸 소은이는 엔초의 위에서 목을 가다듬더니, 다리로 엔초의 옆구리를 톡 두드렸다. 그것을 신호로 엔초가 빠르게 내달리기 시작했다.
특제 발굽 장식이 선착장을 힘차게 때리며 따닥따닥 소리를 냈다. 빠르게 내달리며 속도를 올린 엔초는 그대로 선착장 끝에서 가볍게 뛰어올라 바다를 향해 움직였다.
평범한 말이라면 당장에 물에 빠졌을 것이었지만, 물에 닿는 면적을 늘려주는 특제 발굽 장식까지 달고 있는 엔초는 그렇지 않았다. 녀석은 발굽이 물에 빠지기 전에 다른 발을 내딛는 방식으로 물 위를 내달리기 시작했다.
“찍찍, 쥐들아 여기 모여라!”
폭탄이 터지듯 펑펑, 물보라를 자아내며 앞으로 나아가는 엔초에 올라타고 있는 소은이는 아주 크게 소리를 내질렀다. 섬 전체에 있는 쥐들을 다 끌어모으려는 듯, 아주 큰 목소리였다.
당연한 말이지만 그런 소은이의 외침이 만들어내는 결과는 결코 가볍지 않았다.
“찌익! 모, 모여!”
곳곳에 숨어 있던 쥐들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엔초가 만들어내는 소음에 흥미를 나타내다, 소은이의 외침을 듣고 홀려버린 덕이었다. 섬 곳곳에 있던 쥐들은 소은이를 아주 열심히 뒤쫓기 시작했다. 소은이가 섬을 도는 것에 맞춰서 쥐들도 섬을 한 바퀴 돌고 있는 것이었다.
그렇게 서도를 한 바퀴 빙- 둘러서 선착장의 반대편에서 소은이가 모습을 나타낼 즈음, 소은이를 따르고 있는 쥐들의 수는 수십 마리가 넘었다.
“힉!”
당연한 말이지만 수십 마리가 넘는 쥐 떼의 모습에, 누나가 흠칫 놀라며 내 뒤로 숨었다. 아무래도 쥐라는 동물 자체에 혐오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나도 그 모습이 딱히 반갑지는 않았으니 말이다.
게다가 서도로도 모자라, 동도와 그 주변에 있는 바위와 암초까지 싹 훑은 덕에 쥐들은 거의 백 마리에 달하는 수가 모이고 있었다.
섬과 섬의 사이에 바다가 있다는 장애가 있었으나, 쥐들은 아무런 망설임 없이 바다로 뛰어들었다. 독도에 나타난, 집쥐라고도 부르는 시궁쥐에게는 전혀 문제가 될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피리 부는 사나이에 나오는 내용에 따르면 쥐들이 강물에 빠져 죽었다는 내용이 있지만, 실제로 시궁쥐들은 수영을 무척 잘하는 동물이었다. 심지어는 숨을 참고 잠수까지 할 수 있었다.
덕분에 소은이가 서도의 선착장으로 다시 돌아왔을 때, 선착장에는 백 마리가 넘는 수의 쥐들이 옹기종기 모이게 되었다.
선착장에 다시 올라, 엔초에게서 내린 소은이는 그렇게 모인 백여 마리의 쥐들을 바라보았다. 대부분의 동물들을 좋아하는 소은이는 시궁쥐라고 해서 딱히 혐오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지는 않았다.
시궁쥐라는 쥐는 고양이가 그루밍을 하듯 스스로를 깨끗하게 관리하는 습성이 있는 데다, 독도 자체가 워낙 깨끗한 곳이다 보니 딱히 더럽지도 않았다. 그 덕에 소은이가 혐오감을 느끼지 않는 듯했다. 웬만한 동물들을 다 좋아하는 소은이라도, 더러운 동물들은 딱히 좋아하지 않았으니 말이다.
아무튼, 그렇게 쥐들을 바라본 소은이는 쥐들에게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갔다.
하지만 이내 코를 척- 틀어막았다. 쥐들이 깨끗하다고는 하나, 쥐의 대소변은 제법 냄새가 심했기 때문이다. 그런 냄새를 풍기는 녀석들이 몇 있었는데, 모여 있다 보니 냄새가 강하게 풍기고 있었다.
“냄새나!”
“어떤 놈이야! 어떤 놈이 냄새를 풍긴 거야!”
“이, 일단 다 씻어!”
그리고, 냄새가 난다는 소은이의 외침과 동시에, 백여 마리의 쥐들이 바다로 뛰어들었다.
3분 정도의 잠수까지 가능한 시궁쥐들은 바다에 뛰어들어, 그대로 자기들의 몸을 깔끔하게 씻기 시작했다. 그루밍하듯 앞발로 몸을 문지르기도 하고, 앞발이 닿지 않는 곳은 저들끼리 비벼대면서까지 씻고 있었다.
덕분에 다시금 선착장으로 녀석들이 올라왔을 때는 녀석들에게서 더 이상 악취가 풍기지 않고 있었다. 그저, 바닷물의 짠 냄새만이 풍길 뿐이었다.
“저러는 거 보면 평범한 동물들이랑 다를 게 없네……?”
스스로를 씻는 쥐들의 행동 덕분인지, 내 뒤에 숨어있던 누나가 쥐에 대한 혐오감을 꽤나 많이 지워냈다. 쥐에 대한 혐오감은 대부분이 징그러움이나 더러움 등이 원인이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내 고민은 이제부터 시작이었다. 나는 저 백여 마리의 쥐들을 어떻게 해야 좋을 것인지 결정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