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uid RAW novel - Chapter 406
0405 따라나와!(5)
“우르르!”
소은이가 손짓 하나로 백여 마리의 쥐 떼를 다루는 모습을 구경하며, 저 쥐들을 어떻게 해야 좋을까 계속해서 고민했다.
쥐들의 번식력을 생각하면 동물원에 데려가는 것은 최악의 수였다. 짧은 생을 사는 만큼, 번식 주기도 무척 짧은데 태어난 새끼의 수는 무척 많았으니 말이다. 잘못하면 쥐가 동물원 전체를 뒤덮는 일이 발생할 수도 있는 일이었다.
그런데, 백여 마리의 쥐들을 바라보며 고민하던 도중에 꽤나 큰 소리가 울려 퍼졌다.
뿌아아아아아앙-!
저 멀리서 배 한 척이 다가오며 소리를 낸 것이었다. 천천히 선착장으로 다가온 배는 아주 느린 속도로 조심스럽게 접안을 시도했다.
그리고, 배가 접안을 시도하는 것에 맞춰, 몇몇 사람들이 호다닥 달려오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독도에 상주하고 있는 독도경비대의 대원들이었다.
“아, 물자가 들어오는 날이 오늘이었나 봅니다.”
그 모습에 의아해하고 있으니, 기염물이 어떻게 된 일인지 알려주었다. 독도에 상주하는 주민과 경비대를 위한 물자가 주기적으로 오는데, 그게 오늘이라는 것이었다.
“으아아아악!”
배가 접안하는 모습을 구경하고 있으니, 엄청난 경사를 자랑하는 계단을 내려오던 경비대원들의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혹시 계단에서 떨어지기라도 한 건가- 싶어서 황급히 시선을 돌리니, 소은이의 손짓을 따라 움직이는 쥐 떼를 보고 비명을 내지르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하긴, 백 마리가 넘는 쥐들이 일사불란하게 뛰고 있는 모습을 갑자기 보게 되면 비명을 내지르는 게 이상한 일은 아니지.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라 생각하며, 소은이가 쥐들을 데리고 노는 것을 잠시 멈추게 했다. 물자를 옮기는데 쥐들이 뛰어다니면 여러모로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높았다. 밟거나, 피한다고 실족할 위험도 있는 것이었다.
아무튼, 그렇게 쥐들을 얌전히 한구석에 몰아넣은 뒤, 경비대들을 진정시켰다. 그들도 오늘 쥐들을 싹 치울 거라는 이야기를 전해 받았기 때문에 금세 진정할 수 있었다. 오히려, 쥐들을 잡으러 뛰어다니지 않아도 된다고 좋아했다.
“얘들아! 짐부터 옮기자!”
경비대원들이 기뻐하는 사이 접안을 마친 배에서 경비대원과 비슷한 복장을 하고 있는 이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런 그들의 곁에는 어마어마한 양의 짐들이 있었다.
쌀 포대, 김치, 고기를 비롯한 각종 식료품부터 시작해서 온갖 생필품 등이 가득했다.
경비대들은 꼭 필요한 물건들이 가득 들어옴에 기뻐하며 재빨리 물건들을 옮기기 시작했다. 그 짐들을 갖고 엄청난 높이의 계단을 오르는 건가 싶었지만, 일종의 케이블카와 비슷한 것이 있었다. 그것을 통해 경비대가 있는 곳으로 손쉽게 옮길 수 있는 것 같았다.
그런데, 짐을 나르는 것을 구경하던 도중 문제가 발생했다.
“찍! 새로운 세상이다!”
바로, 수많은 짐들 사이에서 웬 쥐 한 마리가 톡- 튀어나오더니 호다닥 달려나가는 것이었다. 독도에 원래 없던 쥐가 외부에서 들어오게 된 것임을 두 눈으로 확실히 확인한 순간이었다.
“머, 멈춰!”
쥐가 다시금 섬으로 퍼지는 꼴을 보고 있을 수는 없었기에, 나는 곧바로 마법의 단어를 내뱉음으로 쥐를 멈춰세웠다. 열심히 달리던 모습 그대로 멈춘 녀석은 어느새 곁에 다가온 소은이에게 잡히게 되었다. 물론, 소은이가 직접 손으로 붙잡은 것은 아니었다.
“얘도 냄새나.”
약간의 악취를 느낀 소은이가 코를 틀어막은 것과 동시에, 다른 쥐들이 외부에서 침입한 쥐를 붙잡은 것이었다. 아니, 정확히는 녀석을 붙잡고 바다로 퐁당퐁당 뛰어들고 있었다. 악취가 나고 있으니 바닷물에 빨래를 하는 느낌이었다.
동족들에 의해서 바닷물에 빨래를 당한 쥐는 이전과 비교해서 무척이나 깨끗해진 상태로 다시금 선착장에 올라왔다.
소은이는 그런 녀석도 백여 마리의 쥐 떼에 포함시켰고, 덕분에 녀석은 독도의 자연에는 발 한 번 내딛지 못했다. 녀석이 밟은 거라곤 선착장의 콘크리트와, 짜디짠 바닷물이 전부였다.
“이렇게 하시면 안 된다고 몇 번이나 말을 했습니까! 검역하는 게 그렇게 어렵습니까!”
그리고, 독도에 침입한 쥐가 빨래를 당한 것처럼, 물자를 싣고 온 책임자와 배의 선장도 기염물에게 빨래를 당하고 있었다.
이러니까 독도에 쥐가 들어왔다, 검역하는 게 힘드냐, 몇 번이나 말하게 하냐, 독도의 자연이 망가지게 놔둘 생각이냐 등등. 온갖 질책을 늘어놓고 있었다. 당연히, 책임자와 선장은 그런 기염물의 말에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실제로 배에서 쥐가 톡 튀어나오는 걸 모두가 봤으니 말이다.
그런데 기염물에게 혼나고 있는 이들을 바라보던 도중, 문득 떠오르는 생각이 하나 있었다.
바로, 쥐를 이용해서 쥐를 막아내면 어떨까- 하는 것이었다. 쥐들을 어떻게 해야 할지 확정된 것이 없었는데, 차라리 독도에 그대로 놔두면서 개체 수만 조절하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당연히 식물들이나 조류들에게 피해를 입히지 않도록 단단히 교육을 하고서 말이다.
이이제이, 이독제독. 오랑캐로 오랑캐를 제어하고, 독으로 독을 제어한다는 말처럼 쥐로 쥐를 제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쥐 서(鼠)를 써서 이서제서랄까.
“와! 쥐탑 완성!”
“눈나 대단해!”
“후히히!”
계획을 세운 나는 곧바로 아이들에게로 다가갔다. 쥐들과 노는 것에 거부감이 없는 듯, 아이들은 쥐들과 재미나게 놀고 있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쥐들이 신기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중이었다.
백여 마리의 쥐들이 서로를 지탱하며 탑을 쌓거나, 소은이가 지정하는 대로 움직이며 그림이나 문양 같은 것을 만들고 있는 것이었다.
“아빠가 동물로 탑 쌓지 말랬지?”
“앗, 헤헤…….”
소은이는 내 말에 슬쩍 시선을 회피하며, 열심히 탑을 쌓은 쥐들에게 미안하다며 사과했다. 물론, 쥐들은 아무렇지 않다는 듯이 사과할 필요가 없다고 했지만.
아무튼, 그렇게 탑이 되었던 쥐들이 다시금 흩어졌을 때, 나는 쥐들을 이용해서 쥐를 퇴치하기 위한 작업에 들어갔다.
“너희들, 앞으로 편하게 살고 싶지 않아? 먹을 거 걱정하지 않고, 비 맞지 않는 집도 갖고 편하게. 내 말만 잘 듣는다고 하면 그렇게 해줄 수 있는데, 어떻게 할래?”
“아이고-! 뭐든 시켜만 줍쇼! 헤헤!”
내 말에 쥐들이 소은이 근처에서, 내 곁으로 몰려들었다.
“앞으로 너희들이 할 일은 간단해. 저거 보이지? 저걸 배라고 하는데, 너희가 저길 수색하면 돼. 저곳에서 너희 같은 쥐들을 찾아내는 거야. 구석구석 뒤져서 쥐를 찾아내서, 섬의 다른 곳으로 퍼지지 않게 하는 거지. 최종적으로는 너희 무리에 합류시키고.”
상주하는 인원이 있는 만큼 배는 주기적으로 드나들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쥐가 들어올 수 없도록 관리를 한다고 해도, 완벽하게 막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러니, 쥐들을 최종 방어선으로 만들어서 쥐들이 독도에 피해를 주는 일을 막을 생각이었다.
쥐들이 새들을 비롯해서 독도의 생물들에게 피해를 준 것은 기본적으로 먹이활동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녀석들이 필요한 수준의 먹이를 충분히 제공해 준다면, 다른 생물들이 피해를 입을 일은 없었다.
쥐는 워낙 잡식성이라 뭐든지 다 먹어서 문제를 만드는 동물이었지, 일부러 엿 먹으라고 패악질을 부리는 동물은 아니었다.
“어때, 해볼래? 그럼 배를 곯을 일은 없을 거야.”
“당장! 당장 하겠습니다요!”
그리고, 먹이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는 소리에, 쥐들은 단 한 마리도 빠짐없이 긍정을 표했다. 심지어, 조금 전에 배에서 튀어나온 그 녀석도 말이다. 애초에 먹이를 찾아 배에 올랐다가 튀어나온 녀석이었으니까.
“그럼 지금 한 번 해볼까? 저 배에 가서, 쥐가 있는지 한 번 확인해 봐.”
“쥐가 있으면 어떻게 할깝쇼?”
“산 채로 잡아와.”
“알겠습니다요!”
내 말에 백여 마리의 쥐들이 배를 향해 우르르- 몰려갔다.
“으아아아아악!”
백여 마리의 쥐들이 달려가니, 배의 앞에 있던 세 사람이 비명을 내질렀다. 배의 선장과 상급자로 보이는 경비대원, 기염물까지. 세 사람이 화들짝 놀라 비명을 내지르며 서로 착 달라붙었다.
그런 세 사람을 피해 내달린 백여 마리의 쥐들은 순식간에 배 안으로 빨려 들어가듯 자취를 감추었다.
백여 마리의 쥐들이 사라지니 안도한 듯한 세 사람은 언제 붙었냐는 듯이 황급히 떨어졌다.
“어, 어떻게 된 겁니까!”
“으악! 내 배! 내 배가 쥐굴이 됐다니이이이이!”
“어우……. 공포 그 자체였다.”
그리고, 자기들끼리 껴안고 있었다는 사실을 잊기 위해서인지, 그들은 저마다의 반응을 보였다. 기염물은 갑작스러운 상황에 놀란 모습이었고, 쥐들에게 배를 빼앗긴 선장은 절규를 하고 있었다. 경비대원은 그저 안도하고 있을 뿐이었고 말이다.
나는 그런 이들 중, 내게 다가온 기염물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해 주기 시작했다. 쥐로 쥐를 잡는다는 그 이야기를 말이다.
“그게 정말 가능한 겁니까? 말씀하시는 것만 들으면 꽤나 효과적일 것 같긴 합니다만…….”
기염물은 내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이다, 과연 가능할 것인지 의문이라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그런 의문은 금세 사라질 수밖에 없었다.
“놔, 놔라! 날 왜 붙잡는 거냐!”
“시끄러워! 잠자코 따라오기나 해!”
다름이 아니라, 다섯 마리 쥐들에게 붙잡힌 한 마리의 쥐가 배에서 끌어내려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마치 범죄자가 연행되듯, 다른 쥐들에게 억지로 끌려오는 중이었다.
“킁킁, 이놈도 냄새가 나는 거 같은데?”
“그럼 일단 씻겨!”
그리고, 쥐를 끌고 나온 다섯 마리의 쥐들은 다시금 바다로 퐁당퐁당 빠져들었다. 녀석들은 배에서 막 끌어내린 쥐를 빡빡 씻겨내고서 다시금 선착장으로 올라왔다.
난데없이 끌려 나오고 씻겨진 녀석은 얼떨떨한 모습으로 내 앞까지 끌려왔다.
“헤헤, 말씀하신 대로 산 채로 잡아왔습니다요!”
“어……. 수고했어.”
“나, 나한테 뭘 하려는 거냐아악!”
“뭘 하려는 건 아니고. 너한테도 제안을 좀 해볼까 하는데.”
나는 붙잡혀 온 녀석에게도 다른 쥐들에게 한 것처럼 제안을 했다. 당연한 말이지만, 녀석은 풍족한 먹이를 약속했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고민조차 하지 않고 긍정을 표했다.
그렇게 새로운 일꾼을 구하게 된 나는 앞으로 새로운 쥐를 붙잡으면 똑같은 절차를 거치라는 말을 해주었다. 쥐들이 알아서 쥐를 붙잡고, 자신들의 동료로 만들게 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 방법에는 특히 도드라지는 단점이 하나 있었다.
“쥐들을 이용해서 쥐를 잡는다니, 좋은 방법이긴 합니다. 그런데, 이 쥐들이 계속해서 번식을 하게 된다면 어떻게 합니까?”
바로, 쥐들이 꾸준히 번식을 한다는 것이었다.
먹이야 얼마든지 구해줄 수 있긴 하지만, 그렇다고 독도 전체가 쥐로 가득해지도록 놔둘 수는 없는 일이었다.
“주기적으로 수의사들을 동원해서 중성화를 진행하고, 중성화를 하기 전에 태어난 새끼들의 경우에는 계속해서 배를 수색하는 임무를 맡기거나, 따로 분양을 하는 걸로 하죠. 시궁쥐는 제법 지능도 높고, 훈련이 가능한 동물이라 반려동물로 찾는 사람들이 있으니까요.”
중성화를 통해서 개체 수의 폭발적인 증가를 방지하면서, 수색을 할 일꾼들의 수를 꾸준히 유지하는 것이었다. 수가 많이 늘어난다면 쥐를 키우고자 하는 이들에게 분양을 하면 되는 일이었다.
“오호……. 꽤 괜찮은 것 같습니다.”
잠시 고민하던 기염물은 꽤 괜찮은 방법이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오히려, 그는 몇 가지 아이디어를 더 냈다.
쥐를 잡아먹는 새들에게서 보호할 수 있도록 단단한 재질의 옷을 입힌다거나, 쥐들을 관리하는 인원을 파견하는 등의 의견을 내는 것이었다.
완전히,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방법이 된 것이었다.
독도의 생물들은 더 이상 쥐로 인해서 피해를 보지 않고, 쥐들도 먹이 걱정을 하지 않게 되고, 독도경비대도 쥐로 인한 피해를 보지 않으며, 문화재청은 더 이상 쥐에 대한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됐고, 나도 괜한 논란에 휩쓸리는 일을 겪지 않아도 됐다. 정말 모두가 만족하는 방법이었다.
추가적으로 필요한 과정들이 더 있어서 독도에 몇 번 더 다시 찾아올 필요가 생기긴 했지만, 그래도 최선의 방법이라고 할 수 있었다.
“마음 편하게 관광이나 하자!”
최선의 방법으로,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상황이 만들어졌다는 것에 마음이 무척 편해졌다. 나는 독도 관광을 기다리고 있던 가족들과 함께 독도를 둘러보았다. 마음이 편해서 그런지는 몰라도, 관광하는 시간이 무척이나 즐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