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uid RAW novel - Chapter 92
0091 일상으로
지이이잉!
뉴스에 황당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으니, 곧이어 내 휴대폰이 진동을 울렸다.
슬그머니 확인을 해보니, 메신저 어플의 알림이 가득하게 쌓이기 시작하고 있었다. 대부분이 뉴스를 본 친구 녀석들의 메시지였다.
[영원한 반장놈 – 펭귄 때문에 갈라파고스 간 거 아님? 왜 거기서 관광지를 만들고 있냐.] [해줘무새 – 갈라파고스는 멀어! 부산에도 만들어줘!] [김국밥 – 거기도 국밥이 있냐?] [스피어드래곤 – ㅋㅋㅋㅋㅋㅋㅋ 내 친구가 뉴스에 나오는 걸 다 보네 ㅋㅋㅋㅋㅋㅋㅋ] [주니주니호주니 – 수환쓰. 갈라파고스 가기 힘드나? 너 간거 보니까 나도 ㅈㄴ 가고 싶은데.]친구들의 메시지가 순식간에 쌓이기 시작했다.
“후……. 이게 유명인의 삶인가.”
“뭐래. 중2병이 아직 안 나았니?”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혼잣말을 중얼거렸더니, 그걸 들은 누나가 황당하다는 듯이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그런 누나의 반응에 피식 웃으며, 누나의 곁에 앉아 누나를 끌어안았다.
내가 뭐 나쁜 이유로 뉴스에 나온 것도 아니었으니, 더 이상 신경쓰지 않기로 했기 때문이다. 티비에 처음 나오는 것도 아니었고.
처음 초능력을 개화했을 때도 뉴스에 나왔었고, 그 이후로도 여러 방송에 간간히 출연했었기 때문이다. 이색 카페라는 명목으로 중국이나 일본에서도 촬영을 하러 왔었으니, 티비에 나왔다는 걸로 호들갑을 떨 이유가 없었다.
“저런 건 됐고, 마침 소은이도 자니까 둘째나 만들어볼까?”
“말 돌리기야?”
“말이 아니라 다른 걸 돌릴 건데?”
“또 이상한 소리한다?”
내 말에 누나가 피식 웃으며 내 볼을 가볍게 감쌌다.
나는 재빨리 티비를 꺼버리고, 슬그머니 얼굴을 가까이 가져갔다.
아주 느릿하게, 1분이 10분 같은 느낌으로 다가가니 어느덧 입술이 맞닿기 직전이 되었다.
“뽑뽀?”
“꺅!”
“으악!”
하지만 느릿하게 다가가던 것과 달리, 우리는 눈 깜빡할 사이에 떨어졌다.
바로, 동생이 생기는 것을 어떻게든 막고 있는 소은이의 등장 때문이었다. 그것도, 청호의 등허리 위에 앉아서 녀석의 털을 꼬옥 붙잡고 있는 상태로 말이다.
“……소은이는 동생 생기긴 글렀다.”
“그러게…….”
나와 누나는 갑자기 등장한 소은이의 모습을 보며 작게 한숨을 내쉴 수밖에 없었다. 모처럼 분위기 좀 잡아보려는데 난입해서 방해했으니 마냥 좋을 수가 없었다.
게다가, 소은이가 갈라파고스에 있을 때도 몇 번이나 이런 일을 벌인 전적이 있었으니 더더욱 아쉬웠다.
그래도 우리를 찾아내서 좋다고 해맑게 웃는 소은이를 미워할 수는 없었다.
결국, 나와 누나는 소은이를 안아들고서, 둘만의 오붓한 시간이 아니라 가족의 화목한 시간을 보내야 했다.
“그나저나, 소은이는 어떻게 나온 거야? 문 닫고 나오지 않았어?”
“보나마나 청호 저 녀석이겠지.”
내 말에 청호가 슬그머니 시선을 피했다.
“소은이가 일어나서 우리가 없으니까 찾으려고 했고, 소은이한테 푹 빠진 저 녀석이 소은이를 태우고 우리한테 온 거지. 문은 그냥 손잡이만 툭 치면 열리잖아.”
우리집의 문은 살짝 열리도록 되어 있었다. 걸쇠가 걸리도록 잠그면 문제가 없지만, 손잡이를 톡 쳐서 걸쇠를 풀어버리면 살짝 열리게 되는 형태인 것이었다.
“쁘아!”
그리고, 내 말이 맞다는 듯이 소은이가 내 가슴팍에 얼굴을 팍 묻으며 침을 한 방울 주륵- 흘렸다.
“아빠한테 침 흘리면 안 돼요.”
누나가 그 모습을 보고서 입가를 닦아주니, 소은이는 그것도 좋다는 듯이 방실방실 웃어댔다.
○ ◑ ● ◐ ○ ◑ ● ◐ ○
귀국한 다음 날 아침. 우리는 다시금 카페를 오픈할 준비를 했다.
거의 2주만에 하는 것이다보니, 동물들을 카페로 이동시키는 것이 묘하게 어색했다. 특히나, 뒤뚱거리는 펭귄인 페엥까지 챙겨야 했으니 더더욱 어색했다.
그래도 갈라파고스에 있을 때, 녀석을 한국으로 데리고 오기로 결정된 그 때 부터 이런저런 교육들을 해두었기에 문제가 되는 것은 없었다.
2주만에 움직이는 것으로 인한 어색함도 잠시, 동물들도 저마다의 자리를 찾아가기 시작했다.
나태는 자판기와 사람들이 많이 선호하는 테이블 사이에 자리를 잡고 드러누웠고, 마루와 짜몽이, 술빵이는 잔디밭으로 달려갔다.
고양이들은 카페 구석구석 퍼져나갔고, 거위들은 저들끼리 여기저기 싸돌아다니고 있었다. 한무는 햇빛이 가장 잘 드는 곳에서 일광욕을 하고 있었고 말이다.
그리고, 그 외의 동물들은 하나같이 소은이의 곁에 들러붙어서 떨어질 줄 몰랐다.
“어떻게 2주가 지났는데도 똑같은 건지.”
“2주 동안 카페를 열지 않았다 뿐이지, 여행가서도 똑같았잖아? 아니, 오히려 더 심했지.”
“그렇긴 하지.”
소은이가 좋다고 졸졸 따라다니는 동물들의 모습에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은 나는 곧바로 카페를 오픈했다.
2주만의 오픈인 것을 미리 공지해두었기에, 카페 밖에는 벌써부터 사람들이 몰려 있는 상태였다.
문을 열고 영업의 시작을 알리니,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 카페 내부로 들어왔다.
“오랜만이에요!”
“네, 어서오세요.”
“신수님! 나태 어디 있어요?”
“나태요? 저기 바닥에 없으면 누가 들고 갔을 걸요?”
“아아……. 좀 더 빨리 왔어야 하는 건데!”
“사장님, 남캣은 어디 있나요?”
“걔는 저도 모르겠네요. 츄르들고 한 번 불러보세요.”
“넵!”
오랜만에 몰려든 사람들은 나를 보며 인사를 하고, 곧바로 음료를 주문해서 들고 동물들을 찾아나섰다.
물론, 새로운 가족이 된 녀석을 찾는 사람들도 있었다.
“펭귄도 있어요?”
“페엥이는 아마 소은이 근처에 따라다니고 있을 거예요. 아, 참고로 걔 간식은 아직 준비가 안 되어 있으니 양해 부탁드릴게요.”
“간식 없는 건 좀 아쉽네요. 알겠어요!”
페엥을 찾던 사람들은 내가 미처 준비하지 못한 펭귄 간식에 아쉬움을 느끼며, 소은이 뒤를 졸졸 따라다니는 기차놀이의 일부가 되었다.
그렇게 아침부터 대기열을 만들며 기다리던 손님들을 받고 나니, 약간의 여유가 생겼다.
풍경을 보기 위해서, 단순히 수다를 떨기 위해서 찾아오는 카페가 아니다보니 내가 뭔가 할 것이 없었다. 동물들이 알아서 다 잘 해주고 있었으니 말이다.
“누나도 오랜만에 하니까 어색하지?”
“어우, 쉬다가 하니까 힘들어. 나 아까 메뉴 못 찾았잖아. 포스 구석에 있는 거 까먹고 한참 뒤지다가 겨우 찾았다니까?”
힘들다는 듯이 어깨를 통통 두드리며 말하는 누나의 모습에 피식 웃은 나는 어깨를 가볍게 주물러주었다.
그런데 잠깐 어깨를 주물러주니 좋다며 몸을 기대던 누나가 갑자기 일어나더니 나를 바라보았다.
“맞다. 오늘 그, 공사 관련해서 사람들이 올 거라고 했지?”
“어. 열 시 좀 넘어서 온다고 했던 거 같은데?”
누나가 말한 공사 관련된 사람들은 수영장 건설을 위해 실측하려는 사람들을 말하는 것이었다.
단순하게 펭귄인 페엥을 위한 것도 있지만, 우리집의 털 많은 동물들의 목욕이나 더위를 식혀줄만한 공간이 필요하긴 했기 때문이었다. 수영장만큼 그 목적에 어울리는 것도 없었다.
페엥의 합류가 결정되었을 때, 지금 우리 카페를 건설한 업체 쪽에 연락을 해서 견적을 보기로 한 상황이었다.
“괜찮은 걸로 만들었으면 좋겠다.”
“괜찮은 걸로 해야지. 거의 공돈으로 하는 거잖아?”
나는 엄지와 검지, 중지를 슥슥 비비며 씩- 웃어보였다.
다름이 아니라, 갈라파고스 쪽에서 펭귄을 보냈으니 사후 관리도 어느정도는 신경써주겠다는 것처럼 수영장 제작 비용을 제공해주기로 했기 때문이다.
그것도 돈 몇 푼 지원하면서 생색내는 것이 아니라, 내 출장비까지 겸해서 약 삼십억 원에 달하는 돈을 제공한 상태였다.
그러니 괜찮은 수영장을 지어줬으면 하는 것이 아니라, 괜찮은 수영장을 고르면 되는 것이었다.
하지만, 우리는 마냥 수영장에 관한 이야기만 주고받을 수가 없었다.
“으악!”
한 손님이 멋도 모르고 마루가 내미는 줄을 받아들었다가 강제 운동을 시작하며 비명을 내질렀기 때문이다.
그래, 마냥 평화로우면 우리 카페가 아니지.
나는 마루에게 질질 끌리며 잔디밭을 돌기 시작한 손님을 구출하러 달려갔다.
그렇게 마루에게 붙잡힌 손님을 구출하고나니 또 다른 일이 터졌다. 슬슬 깡패가 되어가는 거위들이 우르르 몰려가 한 손님을 포위하고 간식을 뜯고 있는 것이었다.
머릿수를 믿고 까부는 거위들에게서 그 손님을 구출한 이후로도, 이런저런 일들이 터져나왔다.
유부를 팔에 얹어보겠다고 허수아비 마냥 팔을 벌렸다가 까치와 까마귀의 횃대가 된 손님을 구출하고, 과거의 기억은 잊은 듯이 한무의 간식을 훔치다가 깔린 라쿤들을 꺼내주는 등 여러 일들이 있던 것이다.
“흐……. 어째 전 보다 더 힘든 거 같다?”
불과 2주 전만 하더라도 이렇게 힘들지는 않았던 것 같은데.
전화받어어어어- 전화아아아- 받어어어어어-
그리고, 그렇게 혼잣말을 중얼거리고 있으니 전화가 걸려왔다.
그 전화는 미리 약속했던, 수영장에 대한 견적을 뽑기 위한 사람들의 연락이었다. 나는 곧장 그 사람들과 만나 수영장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일단 수온을 언제든지 일정하게 유지할 수 있어야 하고요. 물의 흐름을 좀 만들었으면 좋겠어요. 거기에 수질도 관리가 돼야 하는데, 동물들이 주로 쓸 거라 독한 약품은 쓰면 안 돼요.”
“……그러면 금액대가 좀 많이 높아지는데요?”
“괜찮아요.”
내 말에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도 최상급 초능력자의 지갑사정을 걱정하는 게 연예인 걱정만큼 쓸데 없는 것임을 상기한 것이었다.
덕분에 나는 내가 원하는대로의 조건들을 다 늘어놓을 수 있었고, 공사 역시 최대한 빨리 끝내주겠다는 약속도 받아낼 수 있었다. 물론, 그만큼의 돈을 지불해야 했지만 말이다.
“우리집에서 돈 제일 많이 잡아먹는 녀석이 유부에서 너로 바뀐 거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해?”
“아무 생각 없쪄!”
“……그래. 그럼 됐어.”
비록 수영장을 가장 유용하게 쓸 페엥이 아무런 생각도 없다는 것이 아쉬웠지만, 아무래도 좋았다.
여차하면 소은이 풀장으로 쓰지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