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uid RAW novel - Chapter 93
0092 새단장
수영장을 만들기로 결정한 나는 곧바로 주변의 땅도 널찍하게 매입했다. 팔지 않으려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웃돈을 준다고 하니 팔지 않는 사람이 없었다.
덕분에 카페 부지는 거진 세 배 이상 늘어났고, 이제는 카페라기 보다 소형 동물원에 더 가까워진 수준이 되었다.
당연히 수영장을 만들면서, 확장한 카페 부지에 따라 주차장과 카페 담장도 증축했다.
그리고, 그렇게 증축을 하는 김에, 나는 카페를 반쯤 새단장 하듯이 많은 것을 바꾸었다.
가장 큰 변화는 지금까지 입장료를 받지 않고, 음료의 가격을 높게 책정하던 것에서 입장료를 받고 음료의 가격을 낮추는 형태로 바꾼 것이었다.
오천 원의 입장료를 받는 대신, 음료의 가격들을 전체적으로 사천 원씩 인하한 것이었다. 왜 오천 원 인하가 아니냐면 카페가 커진만큼 유지비용이 늘었기 때문이었다.
아무튼, 그렇게 금액 부분에 관한 정책을 수정한 나는, 입장료가 아깝지 않도록 시설들을 정비했다.
애초에 계획했던 수영장에 더해, 수영장에 부속처럼 딸린 유수풀을 만들었다. 거위들이 둥둥 떠다니는 모습도 연출하고, 동물들이 적당히 더위를 식힌다거나 하는 용도로 쓸 수 있도록 만든 것이었다.
“뺘하하항!”
다만, 소은이도 아주 잘 이용하게 됐지만 말이다.
커다랗고 동그란 튜브를 띄워두고, 그 위에 소은이가 올라탄 상태로 유수풀을 둥둥 떠다니는 것이었다. 그 뒤로는 청호가 첨벙첨벙 수영하며 따르고, 앞에서는 거위들과 페엥이 재롱을 부려댔고 말이다.
거위들이 욕조의 오리인형마냥 유수풀에 몸을 맡기며 흘러다니고 있었고, 페엥은 투명한 수영장 물 아래에서 빠르게 움직이고 있었다.
“물 따위가 뭐 그렇게 좋다고.”
그리고, 그런 수영장을 딱히 반기지 않는 고양이들을 위해서 준비한 것도 있었다.
넓어진 카페 부지에 맞게, 고양이들을 위한 대형 캣타워도 들여놓은 것이었다. 어릴적 초등학교마다 하나씩은 있었던 정글짐 같은 규모와 형태의 캣타워었다.
초대형 캣타워를 얻게 된 고양이 녀석들은 마치 서열을 알리듯, 최상단에 남캣이 있었고 최하단에는 치킨이가 있었다. 아니, 서열이 아니라 그냥 다리가 짧아서 못 올라가는 건가?
‘올라가려고 허우적거리는 거 보면 서열 때문은 아닌 거 같기도 하고…….’
캣타워 최하단에서 올라가기 위해서 용을 쓰고 있는 치킨이의 모습을 잠시 바라보던 나는 슬그머니 고개를 돌렸다.
그렇게 고개를 돌린 곳에는 우리집에서 가장 활력이 넘치는 개들이 미친듯이 뛰는 모습이 보이고 있었다.
“……저거 내구성은 괜찮겠지.”
고양이들을 위해 만들었지만 고양이들이 거들떠보지 않던 캣휠을 치우고, 그 자리에 개들을 위한 개 전용 트레드밀을 설치해둔 상태였다.
그리고, 그 트레드밀은 설치한지 며칠 되지 않았음에도 그 내구성이 걱정되는 상태였다.
평범한 트레드밀에서는 듣기 힘든, 위이이이잉- 하는 소리가 울려퍼지며 어마어마한 속도로 구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저기에다 칼 갖다대면 날이 갈리겠는데?’
숫돌마냥 칼갈이에 쓸 수도 있겠다 싶을 정도로 빠르게 도는 트레드밀의 모습에 고개를 내저은 나는 하늘을 바라보았다. 변해버린 카페에서 언제나와 똑같은 것은 하늘 뿐이었다.
“감히 공주님이 계신 곳에서 똥을 지리려고 해?! 너는 조류의 수치다!”
비록 수 많은 까치와 까마귀들이 지나가던 새들을 집단으로 린치하는 일이 왕왕 있었지만, 그건 예전부터 있는 일이었으니 신경쓰지 않기로 했다.
하지만 마냥 하늘을 보며 휴식을 취하고 있을 수가 없었다. 이렇게 변해버린 카페답게, 할 일도 많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물론, 대부분의 일들이 기존의 것에서 양만 늘어났다고 한다면, 새롭게 추가 된 것은 그리 많지 않았다. 새롭게 추가 된 일의 대표라고 한다면 페엥의 간식 판매를 위한 준비였다.
“형부! 이거 어떻게 해요?”
“어, 그거. 내가 할게. 놔둬.”
기본적으로, 페엥은 살아 있는 생선 같은 것들을 잡아먹는 것을 선호하는 녀석이었다. 그렇다보니, 녀석에게 줄 간식은 살아 있는 생선이어야 했다. 그리고, 그것을 팔기 위해서는 생선을 살려둘 수 있는 수조가 필요했고, 생선들을 그 수조에 집어넣어야 했다.
나는 영지가 카트에 담아 질질 끌고 온, 손가락보다 조금 큰 수준의 활어가 든 봉지를 들어올려 수조에 와르륵 부어넣었다.
손님들이 페엥의 간식을 사려고 한다면, 상주하고 있을 직원이 수조에서 직접 몇 마리를 건져 꺼내주기로 되어 있었다.
“형부.”
“응?”
“그 물고기랑도 말이 통해요?”
“이것들?”
나는 수조 안에서 휘리릭 움직이고 있는 손가락만한 물고기들을 가리켰다. 그러자 영지가 고개를 세차게 끄덕였다.
“그거 궁금해 하는 사람이 제법 있던데, 거기에 너도 포함될 줄은 몰랐네.”
“그치만, 궁금한 걸요?”
영지는 해맑은 표정으로 나를 빤히 바라보았다. 어서 대답해달라는 듯한 그 시선에 피식 웃은 나는 어깨를 가볍게 으쓱였다.
“나도 몰라.”
“……모른다고요? 형부 초능력이잖아요.”
“뭐랄까, 대화가 통하는 것 같은 느낌은 드는데……. 제대로 된 대화가 되는 건 아닌 느낌? 쟤들이 뭐라고 말하는 거 같긴 한데, 너무 작아서 안 들린다고 해야하나?”
크기에 따르는 건지, 아니면 심리적이라던가 하는 다른 이유가 있는 건지는 몰라도 대화가 통하지 않는 동물들이 제법 있었다.
지금 수조에 가득 차 있는 물고기들 역시 아무런 대화가 통하지 않는 녀석들이었다. 뭐라고 말을 하는 느낌이긴 한데, 너무나도 작은 소리라 들리지 않았다.
“에이.”
영지는 내 대답이 기대했던 대답이 아니었던 건지, 꽤나 아쉬워하며 자기의 일터이자 음료부의 영역인 주방으로 돌아갔다.
그 모습에 피식 웃으며, 자리 하나를 차지하고 앉았다. 반쯤 늘어지듯 앉아 있으니, 손님들이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며 구경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렇지 않아도 제법 넓던 카페가 더더욱 넓어지며 여러 구조물들이 생겨났기 때문에 동물들을 찾아 나서는 사람들이 생긴 것이었다.
다들 손에 커피같은 음료들을 하나씩 들고, 다른 한 손에는 동물들이 좋아하는 간식들을 든 손님들은 카페 곳곳을 기웃거리고 있었다.
고양이들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츄르를 들고 캣타워 주변을 돌아다녔고, 거위나 청호를 보기 위해 유수풀 주변에 자리를 잡은 사람들도 있었다.
물론, 지금 카페에서 가장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는 녀석은 페엥이었다. 뉴페이스라는 것도 이목을 집중시키는 요소였지만, 국내에서 유일하게 볼 수 있는 갈라파고스 펭귄이라는 것이 더 큰 요소였다.
“와, 엄청 작아!”
“진짜 펭귄 한 마리 보자고 부산까지 온 내가 레전드다. 근데 한 번 정도는 와볼만해.”
“물에서 거의 날아다니는데?”
“뗑컨……. 난 오늘부터 네 팬이다!”
“펭귄 귀여워! 근데 부리 안은 안 귀여워…….”
가장 많은 사람들이 수영장 주변을 둘러싸고서, 느긋하게 수영을 하고 있는 페엥을 구경하고 있었다.
내가 조금 전에 채워놓은 수조에서 구매해간 생선 같은 것들을 하나씩 던져주는 사람들도 있었고, 사람들은 그 생선을 받아먹는 페엥을 박수까지 쳐가며 구경했다.
“귀여워!”
“꺅! 공주님이랑 펭귄이라니!”
그리고, 그렇게 페엥을 구경하던 사람들은 유수풀을 둥둥 떠다니던 소은이가 수영장으로 흘러들어간 것에 발을 동동 구르며 귀엽다고 난리를 쳤다.
특히 페엥 녀석이 물속에서 빠르게 움직이더니, 소은이가 앉아 있는 튜브 위로 포로록 올라가는 모습을 보며 환호하고 있었다.
“꺅!”
“이 맛있는 걸 와 들고만 있노! 내놔라!”
하지만 마냥 평화롭지만도 않았다. 사람들이 펭귄에게 시선이 팔린 틈을 타서, 사람들 사이를 누비며 라쿤들이 페엥의 간식을 훔쳐 먹기 시작한 것이었다.
새롭게 생긴 카페 내부의 구조물들에 조금도 관심을 보이지 않는 것은 녀석들 뿐이었다. 녀석들의 관심사는 소은이와 먹을 것이 전부였다.
나는 많은 것이 바뀌었음에도 이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 같은 느낌을 받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너희들. 내가 간식 훔쳐먹지 말라고 했지?”
“튀, 튀라!”
“거기 안 서!”
정말, 변한 것은 카페의 형태 밖에 없었다.
○ ◑ ● ◐ ○ ◑ ● ◐ ○
카페를 새롭게 단장하고 나니, 손님들이 더 많이 찾아왔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펭귄을 볼 수 있는 카페라는 등의 이유로 손님들이 폭증한 것이었다. 덕분에 부산시에서 지정하는 관광지에 포함되는 일도 있었고, 외국인 손님들도 많이 늘어났다.
게다가 카페가 유명해지는 만큼 뮤튜브 채널의 구독자 역시 가파르게 상승했다.
거리나 시간의 제약으로 인해 유명한 카페임에도 찾지 못하는 사람들이 대리만족을 겸해서 뮤튜브를 찾다보니 구독자가 가파르게 상승한 것이었다.
카페에서 동물들이 보내는 일상을 업로드하고, 동물들에게 대본을 숙지시켜 찍는 펩드라마를 주기적으로 올리니 어느덧 천만이라는 수의 구독자가 모인 상황이었다.
당연히 천만이라는 수의 구독자를 모으게 된 나는 반짝반짝 빛이 나는 다이아 버튼을 뮤튜브에서 선물로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런 것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변화가 하나 있었다.
바로, 시간이 흐르며 성장한 소은이가 토끼즈중 한 마리를 품에 끌어안고 카페를 종횡무진 누빌 수 있게 된 것이었다. 청호나 다른 동물의 도움 하나 없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