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ating the World Tree RAW novel - Chapter 246
숲 속에서 살아남기 (4)
5일째 저녁.
밤의 싸늘함이 허리를 파고드는 고요한 숲에서, 희미한 적적함에 옛 생각을 돌이키며 그리워한다.
가끔 꾸는 꿈이 있다.
과거에 간 이후 매번 꾸는 꿈이다. 내용은 어두운데, 내가 애매한 태도를 취할 때마다 이런 악몽을 꾼다.
“시언.”
무의식 속에서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시원.”
나를 깨우기라도 하듯 산수유가 연달아 내 이름을 불렀다.
‘얘는 끝까지 내 이름을 틀리네.’
꿈 속에서 손을 움직여 본다.
-말캉.
감싸 쥐자 부드럽다. 익숙한 감촉이다.
아래에서 통통 튕겨보면 마치 파도치듯 살이 흔들린다.
그 중심을 살짝 잡아당기면 자그마한 신음이 입에서 튀어나왔다.
“…하읏.”
어디서도 느끼지 못할 감촉이다. 절대 꿈이 아니다.
우악스럽게 쥐어도 끌어모으지 못하는, 만지고 있으면 손아귀가 자연스레 빨려 들어간다. 나는 슬며시 눈꺼풀을 들어 올렸다.
산수유가 내 손을 자신의 가슴 쪽에 가져다 대고 있었다.
“…아파?”
잠결에 그리 말하자 그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만져 줘….”
평생 다시 볼 일이 없을 것 같은 거대한 가슴. 이걸 보면 현실감이 느껴질 수밖에 없다.
만질수록 중독성 있는 마약. 산수유의 가슴에 매료된다.
나는 잠이 깨지도 않은 채 주물거렸다.
“읏!”
-핏!
순간 튀어나온 한 줄기 액체.
모유가 내 얼굴을 흠뻑 적시며 입안에 들어왔다. 깜짝 놀라 일어나니 달달한 모유 맛이 느껴졌다.
왜 이렇게 달지?
쉐이크 전문점에서 마시는 밀크쉐이크를 먹는 맛. 눈을 뜨자 내 얼굴을 빤히 바라보는 산수유가 내게 중얼거렸다.
“……시언이가, 먹었어.”
자신의 모유를 먹은 것이 상당히 충격적인 모양이다.
눈앞에서 개사료를 뺏어간 것만 같은 강아지의 얼굴. 산수유는 떨떠름한 목소리로 내게 말했다.
“괜찮아?”
딱히 몸에 나쁜 것 같지는 않다.
실험의 부작용이라지만 이상 반응은 느껴지지 않았다.
“설마…. 먹고 싶어?”
여전히 놀란 얼굴로 그리 말하는 산수유.
갑작스런 그녀의 물음에, 그리고 약간 깨긴 했지만 잠결에 나는 그만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
잠시나마 그 맛에서 황홀함을 느꼈다.
목인의 젖을 처음 먹어서 그런 걸까. 아니면 순전히 음란마귀 때문일지도 몰랐다.
우리 둘만이 있는 텐트 안에서, 산수유는 어둠 속에서 내 얼굴을 잡았다.
그리곤 훤히 드러낸 두 가슴을 슬쩍 내밀어오자, 내 시야에 두 가슴이 가득 찼다.
“먹고 싶으면…. 빨리해. 아파.”
이것만큼은 자신도 조금 부끄러움을 느끼는지 시선을 피하며 재촉하는 산수유.
아니, 감정을 느끼지 못하니 본능적으로 꺼려지는 것일지도 모른다.
나는 멍을 때렸다.
그럼에도 코끝을 뒤흔드는 달콤한 향에, 젤리를 향해 다가가는 장수풍뎅이처럼. 나는 천천히 앞으로 고개를 내밀었다.
내가 자는 새에 안고 자기라도 했나.
4인용 텐트임에도 서로 붙어 있어, 고개를 숙이기만 했는데 젖에 얼굴이 파묻혔다.
살살 이빨로 젖꼭지를 깨문다.
“?”
-움찔.
이에 갑자기 몸을 살짝 떠는 산수유.
이번에는 그 끝을 혀로 살짝 핥았다.
“…!?”
아무 말 없이 갑자기 그녀의 몸이 크게 요동쳤다. 모유가 꽉 차서 상당히 아픈 걸까.
있는 힘껏 젖꼭지를 빠는 순간.
-쮸왑.
“잠깐 마안…. 끄읏!?”
산수유가 다급히 내 고개를 떼어놓으려 했다.
내 머리채를 잡은 손에 힘이 들어간다.
-핏, 쥬르르륵.
그러나 모유가 터지는 순간, 산수유의 저항은 단숨에 꺼지고 말았다.
“시언…. 아앗….”
흔들어 놓은 콜라캔을 터뜨리는 것처럼. 입 안에 끊임없이 나오는 모유.
금세 볼 안쪽까지 빵빵해질 정도로 모유가 가득차서 한 입 가득 꿀꺽 삼켰다.
“아…아. 앙….”
-꿀꺽, 꿀꺽, 꿀꺽, 꿀걱.
입 안 가득 네 모금.
내 머리를 잡은 산수유의 손가락이 뻣뻣해졌다.
온 몸이 돌처럼 굳어서, 한참을 굳어 있다가.
“…아, 으아, 앙.”
돌연 몸을 비틀어재끼더니, 있는 힘껏 내 머리를 껴안았다.
가슴골에 숨이 막힐 정도로 얼굴이 가슴에 파묻혔다.
-몰캉.
안면에 감싸이는 말캉하고 부드러운 감촉. 다른 사람이 아닌 산수유의, 누구보다도 몽실몽실한 가슴.
단단함이 전혀 없어 말랑한 가슴이 빈틈 하나 없이 나를 삼켰다.
쾌감이 느껴진다.
자지가 빳빳하게 서는 감촉을 느끼며 나는 생각했다.
아, 이거.
슬슬 위험하다.
‘…잠깐.’
정신이 픽- 하고 나가버리는 기분.
‘여기서 멈춰야하는데.’
이 이상 가면 선을 넘어버리고 만다.
오랜 세월 가져온 음란마귀의 기질을 컨트롤하려면 여기서 멈춰야했다.
-꾸욱!
산수유가 허리를 비틀었다.
가슴을 끌어안은 채, 활처럼 등을 꺾자, 그녀의 배가 내쪽을 향해 다가와 배꼽을 맞추었다.
그 때문에 내 좆이 그녀의 아랫배를 꼬옥, 꼬옥 짓눌렀다.
“흐아… 아앙. 아….”
입이 멈추지 않는다. 산수유는 저도 모르게 새끼 손가락을 깨물었다.
도중부터 진심으로 내 몸이 말을 듣지 않는데.
이건 미약이라도 되는 건가.
그 순간 어둠 속에서 하나의 창이 나타났다.
—
▶산수유의 모유
[분류 : 소비]“산수유 남자한테 참 좋은데, 남자한테 정말 좋은데. 어떻게 표현할 방법이 없네.”
-자연산 비아그라 : 발정합니다. 이를 먹인 여성 역시 발정합니다.
-영양만점 : 희미하게 마력을 올려줍니다.
—
‘이런.’
갑자기 입에 튀었을 때부터 몸이 말을 안 듣더라.
“푸흡, 하아.”
나는 산수유의 가슴에서 고개를 들어 올렸다. 정신없이 마셔대서, 목청도 입안도, 심지어는 비강까지도 산수유의 모유 향과 맛으로 가득했다.
어둠 속에서도 잘 보이는 산수유의 얼굴.
사르르 녹아 있어, 흐릿한 눈으로 나를 바라본다.
자신의 이마에 손등을 대고, 반대 손 손가락을 깨물고. 가슴은 드러낸 채.
그럼에도 귀족의 품격은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산수유는 할딱이면서 슬며시 허리를 내 쪽으로 밀어왔다.
“시어언…. 시언….”
애타게 부르는 내 이름.
“나아. 나…. 이상해.”
돌겠다.
왜 나는 항상 여자들만 보면 정신을 못 차리냐.
-난 왜 여자만 만나면 개판이 되냐?
-왜냐면, 그것이 목령왕이니까.
-왕님, 본능에 몸을 맡기면 편해져요.
바오와의 일이 있던 직후 그들에게 상담했던 적이 있다.
아무 이유 없이 걷는 게 심심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을 때, 그 연놈들은 내게 당연하다는 듯이 말했다.
-목령왕이 된 이상 운명이에요. 아무리 거부해봤자. 그렇게 흘러갈 걸요.
음란마귀 기질에 발정.
정신을 차려보니 나도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산수유는 한쪽 눈을 질끈 감고 있었다. 그녀의 허벅지가 살살 떨린다.
젖어있을까.
상반신은 이미 내 침과 모유로 범벅이다.
서서히 다가오는 산수유의 손, 무표정 속에 숨어있는 울상의 얼굴이 보인다.
생전 처음 느껴보는 쾌락에 저항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나는 이를 꽉 깨물었다.
이상하게 산수유 상대로는 그 선을 넘어선 안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 순수함이 있다. 절대 더럽힐 수 없는 새하얀 이불 같은 느낌이다.
산수유의 가녀린 손이 내 등을 포옥 끌어안았다.
이것 봐라.
자신이 할 수 있는 최대의 쾌락 표시가, 포옹밖에 없는 것이다.
그 앞으로는 뭘 할지도 모르고 내 귓가에서 아련한 숨소리만을 뱉고 있다.
“하으… 으하아.”
조용히 내뱉어오는 한 마디.
“…무서워.”
물에 젖은 강아지처럼 파르르 떨리는 몸. 측은하다.
시발 이런 애를 어떻게 안아.
목령왕 개새끼.
두 손을 모아 마법을 발동한다.
아무런 긴장 없이 누워 있던 산수유의 눈이 크게 뜨였다.
고양이같은 동물에게나 사용할 법한 초급 수면 마법. 그러나 상태가 워낙 메롱이었기에 통할 수밖에 없다.
눈꺼풀이 점차 감기는 산수유.
눈이 전부 감길 때까지 조차, 그녀의 눈은 내 눈을 애틋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코오… 코오.”
이윽고 작게 코골이 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다급히 일어났다.
산수유의 상의를 내려주겠다는 생각도 없이 텐트에서 도망치듯 빠져나왔다.
“하아, 하아… 하아.”
【 ‘순결의 세계수’가 당신의 인내심에 진심으로 감탄합니다. 】
이 개새끼.
호수 옆 바위에서 겨우 몸을 기대고, 나는 저녁 하늘을 바라보았다.
-고자.
-아 진짜, 거기서, 아.
어디선가 들려오는 두 사람의 원성. 하도 그런 말을 많이 듣다보니 머리에 박혀버렸다.
이 이야기는 걔들한테 해주면 안되겠다.
아니 그런데, 산수유만은 더럽히면 안 되는 이미지가 있다.
얘는 지금 사랑도 모를 녀석이다.
괜히 관계를 맺었다가 일으킬 후폭풍도 상당하다.
“아.”
몇 분 뒤 현자타임이 찾아온 나는, 호수면에 비친 달을 보며 생각했다.
오늘은 밤샘이겠구나.
* * * * * * * * *
5일째 밤.
-터벅, 터벅.
무거운 발걸음 소리가 숲 속에 울려 퍼진다.
아무런 상처도, 흠집도 없는 옷.
새하얀 복장보다 더. 투명하리만치 흰 피부의 남자가 바닥을 내려다 보며 걷고 있었다.
‘지루하다.’
팽팽한 싸움 도중임에도 그런 생각이 든다.
전혀 위기감을 느낄 수 없다.
상대는, 그 뛰어나다고 소문 난 국목을 상대로 하고 있음에도.
-쾅!
그 남자의 옆에서 즉시 울려 퍼지는 굉음.
날아온 화살과 함께, 용의 모습을 한 정령이 그를 덮친다.
-쿠드드득!
거대한 정령이 그의 손짓에 단숨에 어그러진다.
반투명한 형태의 무지개색 비늘이 산산조각으로 바닥에 흩어졌다.
남자의 손에 잡혀 켁켁, 숨을 뱉는 정령.
손아귀에 힘을 주자 정령이 입자가 되어 사라진다.
‘모란인가.’
옛날부터 참 오래도 싸워왔다.
그때는 막상막하였는데. 이제는 아무렇지도 않다.
중화민국의 국목. 모란.
그리고 자신은 중국의 국목. 매화.
어릴 때의 관계를 청산할 때가 온 것 같다.
-으드드득!
그가 발을 내딛자 공간에 금이 간다.
손에 잡히는 대로, 나뭇가지를 꺾은 매화가 온 사방에 꽃잎을 흩뿌렸다.
점점 더 많이 퍼져나가는 꽃잎.
흰색의 파도. 거대한 마력의 행렬.
물러나려는 상대 국목의 위치를 확인하고, 그는 앞으로 발을 내딛었다.
-딸랑.
방울이 울리는 소리가 들렸다.
공간을 접어 움직인다.
순식간에 좁혀지는 거리. 암자홍의 머리카락이 그의 눈앞에서 살랑였다.
“……제길!”
경악한 여자의 얼굴 앞에 손을 뻗는 매화.
‘힘 조절도 일이야.’
무표정한 얼굴로 손에 쥔 나뭇가지를 휘두른다.
가지에 맞은 여자의 몸이 뒤로 날아갔다.
-콰앙!
나무 하나가 부수어지며 맥없이 쓰러지는 여자. 모란은 눈가를 비틀며 연신 기침을 했다.
[지잉!] [지이이잉-]백 기의 카메라가 그의 주변을 감돈다. 특종을 찍어대듯 모란과 매화 사이에 끼어들어 그들의 얼굴을 렌즈에 담았다.
그만큼 그가 주목을 받고 있다는 뜻이렷다.
탈락자를 가장 많이 발생시킨 숲지기 후보이자, 이례적인 재능이라 평가받는 국목.
흰 머리카락이 달빛을 받아 반짝인다.
그의 눈이 아래로 향했다.
어떻게 1분 이상 버티는 사람이 없는지.
쓰러진 모란을 보며 매화는 혀를 찼다.
‘그 사람은 그러지 않았는데.’
그때 보았던 복사꽃을 떠올린다. 어릴 적에 보았던 그 사람의 힘에 닿으려면 아직 멀었다.
더 강한 사람이 어디 없을까.
숲지기 선발전이라고는 해도 이렇게 수준이 낮을 줄은 몰랐다.
그 여자라도 한 번 노려볼까.
수준 낮은 녀석들 사이에서, 그나마 좀 쓸만하게 생긴 상대가 하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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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백의 화면을 바라보며, 남자가 입을 열었다.
“사실상, 이번 숲지기로 거의 확정된 게 아닌 것이?”
모니터링을 하는 선발전의 간부들. 그들은 흥미롭게 미소를 지었다.
이미 매화의 활약 때문에, 숲지기의 노래의 첫 테마는 ‘매화’로 확정이 난 상태.
작곡가는 매화를 주제로 첫 음절을 끊고 있었다.
“아흔 일곱입니다. 국목을 포함해서요.”
“그래도 아직 결과는 안 나온 것 아닙니까.”
“아뇨, 이번에는 났다고 봐도 무방하겠네요.”
단언하는 남자의 말에, 각자 입을 다무는 사람들.
그들의 눈에도 매화의 힘은 대단해 보였다.
신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저 정도의 힘 정도는 가지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
물론 예외적인 일들은 많았다.
아무런 관심을 얻지 못했던 대한민국의 구슬 생도라던가, 마법사 임에도 마로니에와 바오를 상대로 선전한 이시헌이라던가.
심지어 이시헌은 던전 안에 국목과 함께 들어가 탈락하지 않고 돌아왔었다.
실력으로 맞붙는 건 불가능에 가까우나 그녀에게서 도망칠 여력이 있다는 소리였다.
“아직, 첫 번째 시련에 불과합니다. 집중하세요. 한눈을 팔다가 생도들의 부상이 심해질 수도 있습니다.”
단정짓지 말라는 듯 중앙에서 말하는 이사벨라.
이에 다른 간부들도 말없이 모니터링에 집중했다.
그래. 아무리 뛰어난 자가 있어도 어디에서나 예외는 존재하기 마련이다.
이제 첫 번째 시련일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