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ating the World Tree RAW novel - Chapter 69
소개팅 (3)
“으아악! 또 졌어!”
살짝 어둠이 감도는 비좁은 2인실. 게임에 진 별의 통곡이 울려 퍼진다.
이걸로 4연승.
“두고 봐 진짜.”
볼을 한껏 부풀린 별이 헤드셋을 벗어놓으며, 옆 자리에 있는 별칙주를 들이켰다.
앙증맞은 목젖이 몇 차례 일렁였다.
“푸하아!”
몰롱하게 반쯤 뜨인 눈. 술 몇 잔 마시더니 기분 좋다고 질 때마다 벌칙주를 마셔댔다.
별은 졸린 듯 두 눈을 비비면서도 승부욕에 불타 다시 마우스를 잡고 게임에 몰입했다.
거나하게 취하 마당에 에임이 제대로 조준 될 리가 있나.
게임에 패하고, 오리처럼 삐죽 입술을 내민 별이 다시 한번 벌칙주를 향해 손을 뻗었다.
“그만 마셔요.”
“왜엥. 내가 졌는데.”
여기서 더 마시는 건 아무래도 몸이 상할 것 같아 손목을 잡아 채니, 별이 애교 섞인 목소리로 앙탈을 부렸다.
“딱 한 잔만 마실게. 응?”
“저희 소개팅 중인 거 잊어버렸어요?”
“앗 마자 우리 소개팅 중이었지 응 그랬었지. 소개팅 중? 응 소개팅 중이었어. 헤헤 기쁘다.”
이거 상태 완전히 맛 간 거 같은데.
그냥 확 덮치는 게 맞나?
샛노란 머리카락을 살랑이며 리듬을 타는 별의 얼굴을 보자, 귀여움을 어필하려는 듯 내 어깨를 꼬집었다.
“우리 소개팅이지?”
“네 그렇죠?”
“잘 풀리면 사귀는 거고.”
“어 그렇죠.”
“그럼 나 데려가 주는 거야?”
헤프게 말해오자 순간 하반신에 힘이 들어갔다.
살짝 상기된 두 볼 아래로, 초승달같이 기쁨을 주체하지 못한 입꼬리가 몇 번이고 히죽거린다.
이렇게까지 좋아할 줄은 몰랐던 지라 죄책감마저 들었다.
“뭐라 해야 할까.”
별이 중얼거렸다.
“나 지금까지 너무 바빠서, 남자 한 명 못 만났어. 그래서 괜히 사적으로 남자만 보면 긴장하고 그래서…… 응 그래서…”
“네.”
“그래서 많이 미숙… 미숙이라고 해야 하나? 암튼 그런 것 같애. 세영이랑은 다르지… 그래서 세영이가 부러워… 남자 앞에서도 말 잘하잖아.”
“그런데 저번에는 저한테 말 잘했잖아요?”
“그거야 일 적으로 만났으니까 그렇지… 그때는 곧 죽어도 가면을 써야 하니까.”
마치 회고하듯이 아련한 눈빛으로 천장을 바라보는 별.
곧 무언가 우수가 차올랐는지 눈망울에 습기가 감돌았다.
“난 그냥 겜순이에 찐따인데… 어쩌다 능력이 좋아서 이 자리까지 오르고. 남자들은 다 날 어렵게 보는데 내가 어떻게 다가가.”
어떻게 보면 답답하지만 진솔한 이야기.
여과 없는 감정이 그대로 가슴에 와 닿았다.
“시헌아.”
“네.”
“너 세영이랑 뭐 있지.”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아니라면 아니라고, 포커페이스를 깔며 그렇게 말할 수도 있었지만 방금 별의 말로 그럴 생각이 물 씻듯 사라지고 말았다.
“맞나 보네. 헤헤.”
“언제부터 알았어요?”
“처음에는 의심 안 했는데. 술 마시면서 생각해보니까 이상해서… 뭐가 있었는지는 몰라도 누나 맘 아플라 그래.”
별은 자신의 감정을 숨기지 않고, 씁쓸하게 맥주잔의 입구를 검지로 문대었다.
“세영이… 너 하나 때문에 무릎까지 꿇었는데. 평범한 사이일 리는 없다고는 생각했어.”
이세영에게는 정말 몇 번이고 감사한다.
그녀가 없었다면, 아마 나는 진즉에 미쳐버리거나 죽었지 않았을까.
“야.”
별은 나를 봤다.
“너도 내가 별로야?”
나는 몸을 일으켜 가볍게 별을 끌어안았다.
저항 없이 안기는 자그마한 몸집. 그녀는 말없이 턱을 내 어깨 위로 올려놓았다.
“이렇게 예쁜데 별로겠습니까.”
“……”
“그냥 지금 제 상황이 어쩔 수가 없어서 그랬어요. 미안해요.”
“사과 하지마 인마. 오늘 재밌었어. 응… 더 있으면 나 정말 착각할 거 같으니까 얌전히 나가줄래?”
사과할 일이 하나 더 생길 예정이었다.
“윽!”
나는 무게를 담아 별을 눌렀고, 자연스럽게 의자에서 미끄러진 별이 받가에서 나에게 깔리는 자세가 되었다.
맥없이 탁 풀린 별빛의 눈동자가 파르르 떨려온다.
“야 진짜… 누나 화낸다? 나 울고 싶다니까.”
입을 겹친다.
“흣…!”
말랑한 입술의 감촉. 별의 숨이 턱 하고 막히는 게 느껴진다. 입술 만을 가별게 탐하다가, 아랫입술을 혀로 핥자 그녀의 어깨가 가볍게 떨렸다.
“시헌…”
내 이름을 부르기 위해 입을 벌리는 그때 혀를 깊숙이 집어넣었다.
“…!!?…!?!”
첫키스를 빼앗는 달콤한 혀의 감촉. 습기가 가득하고 따스한 그 안을 혀로 헤집는다.
제 혀를 움직일 생각조자 하지 못하고 그대로 자신을 탐하는 혀를 받아들인 별이 반항하듯 두 허벅지로 내 다리를 비볐다.
숨조차 쉬지 못하게.
그대로 꽉 끌어안는다.
공중에 뜬 별의 눈동자가 순간 위로 올라가더니, 내 등에 손톱을 세우며 짧은 신음을 흘려 왔다.
“하읏…”
츄릅.
열린 입 사이로 새어 나오는 침 늘어지는 소리.
음란한 신음에 깜짝 놀란 별이 쾌락에 공포에 몸을 떨며 몸을 뒤로 물러섰다.
그러나 쾌락에 젖은 그 몸에 힘이 들어갈 리 있나. 나는 그 손으로 탐실한 젖가슴을 어루만졌다.
-퐁.
무언가 떨어지는 소리.
궁금증에 고개를 들어 올리니, 별의 머리에서 무언가가 떨어져 있었다.
기다란 열매. 카람볼라라고도 불리지만, 스타후르츠라는 이름이 더 익숙한 그것.
“설마 갔어요?”
“……”
별은 새빨개진 얼굴을 두 손으로 가리고 있었다.
“너, 너, 너, 이거 양다리야…”
재빨리 화제를 전환해오는 별. 그 모습에 장해서 나는 농담 섞인 말로 받아주었다.
“꼭 양다리일까요.”
“……!”
별이 경악에 찬 얼굴로 눈을 동그랗게 떴다.
아무래도 굳게 믿는 것 같아서 그 입을 틀어 막았다.
“…헤욱”
이번에는 오히려 애타게 혀를 뻗어오는 별.
놀이를 위해 마련된 방 안에 남녀의 땀으로 가득 차는 건 한순간이었다.
“나 가슴… 그렇게 안 큰데.”
“충분해요.”
원피스를 아래서부터, 목까지 들어 올리자 손에 딱 들어올 정도의 살덩이가 그곳에 있었다.
이번에는 밑의 속옷을 옆으로 비키자, 흥건한 애액이 묻어나왔다.
“엄청 젖었네요.”
“이제 넣는 거야?…아플 거 같은데.”
솟아오른 내 하반신을 보며 별이 입을 손으로 막았다.
나는 바짓춤을 내려 양물을 꺼내었고, 그에 별의 눈이 태어나서 세상을 처음 본 갓난아이처럼 커졌다.
“크, 크다아.”
“처음 봐요?”
“아, 아니? 엄청 많이 봤는데? 폰헙이랑 히토미에서 항상 태그 빅 페니스만 골라 봤는데?”
“상스러운 말 하지 말고.”
아, 방금 심장 쿵쾅거렸다.
“이럴 때는 그냥 알았다고 해요.”
“……알았어. 그런데 팬티 안 벗기고 하는 거야?”
“벗기는 게 좋아요?”
“아니 그냥 나 껍질째 먹나 싶어서.”
피식.
“왜 이렇게 귀여워요?”
“아, 안 귀여워.”
커다란 자지를 그 입구에 조준한다. 여전히 물이 흘러내리는 별의 그곳은 내 것이 닿자마자 그것을 반기듯 구멍이 떨려왔다.
처음의 균열을 천천히 넓혀나간다.
처녀혈이 찔끔 흘러내린다.
허리에 힘을 주자, 별의 얼굴이 고통으로 일그러졌다.
“하읍, 으으윽”
제 입을 틀어막고 고통섞인 신음을 막는 별.
“아파요?”
내가 묻자 별이 달뜬 목소리로 말해왔다.
“키스해주면 나을 것 같아…”
입으로 그 신음을 틀어막고 뿌리 끝까지 자지를 틀어박았다.
그 힘에 밀려난 별의 허리와 골반이 공중 위로 떠올랐다.
“흐그으읍…!”
두 팔로 내 목을 옭아매고, 연신 혀를 내밀며 그 고통을 이겨내려는 별.
그 탓에 몸이 공중 위에 떠버렸다.
뻑뻑한 조임에 몇 번이나 질 내부가 경련한다.
“키스, 입 떼지 말아 줘.”
사랑을 갈구하듯이 내 몸을 꽉 끌어안은 별은 자꾸만 작은 혀로 내 입술을 빨아왔다.
찔꺽, 찔꺽.
천천히. 자지를 내뺏다가 다시 집어넣는다.
그 움직임에 맞춰 별의 허리가 꺾인다.
“흑, 흐읍… 으그긋.”
고통에 몸부림치기도 잠시. 고통 섞인 신음은 점차 교성으로 뒤바뀌어 가고.
-파앙!
“흐앙!”
여린 목소리로 신음을 내지르는 별의 눈동자가 색기로 가든 찬다.
철퍽! 철퍽!
“오옥. 흐앗… 흐으응… 흐아아아.”
“좋아요?”
“이, 이렇게 기분 조으줄 몰라혀… 아픈데. 아픈데 죠하.”
언젠가 세영에게 그런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이상하게 나와 몸을 섞으면 몸이 금세 달아오른다고. 치유의 세계수 역시 나와 파장이 맞는다는 그런 소리를 해왔었다.
땀방울이 뚝뚝 떨어지고, 별의 쇄골에 흘러내려 그녀의 땀과 아우러진다.
남녀의 액체가 천박하게 뒤섞이고. 아래쪽에서 물 치대는 소리가 들려왔다.
“누나 개변태네.”
“흐이익♡ 맞아 나 개변태야. 커다란 자지 엄청 좋아앗.”
질끈 눈을 감은 별의 눈꼬리에서 땀인지 눈물인지 모를 물방울이 흘러내렸다.
“응아. 더 안쪽… 하아앙♡”
쾌락에 젖어, 아우성친다.
그대로 여린 신체를 꽉 짓눌러 도망가지 못하도록 그녀를 쾌락에 요동치게 한다.
접합부가 짓눌려 물이 빠져나오고.
커다랗게 벌려진 그곳은 내 것에 맞춰진 형태로 변화한다.
“어디에 싸줄까요.”
“안에, 안에에엣”
지배?
일순 그 단어가 머리를 스치고 지나간다.
너무도 뜬금없이 떠올랐던지라 고개를 갸웃였으나, 이내 무시하고 자지를 최대한 안쪽까지 깊게 틀이 박았다.
“흐아아앗!”
즈퓨우우욱!
“안에… 씨 받았다. 시허니 정자… 헤헤.”
탈진한 채 바닥에 축 늘어진 별의 뒤로 마구잡이로 떨어진 열매들이 보였다.
【’식목도감’에 카람볼라가 추가됩니다.】
—
□카람볼라나무[도감번호:052] [학명:Averrhoa carambola] [다른 이름:스타후르츠 등]
-식물계 목인(木人) 괭이밥목 괭이밥과 아베로아속.
-자른 과일의 단면이 별 모양이라 하여 스타후르츠라는 이름이 붗여졌다. 세계 거의 모든 열대 지역에서 재배되는 이 나무는, 약 10m 정도의 높이에 달하며 뾰족한 녹색 잎이 특징이다.
-적성 : [마력 운용]
-개방 정보 : 57.53%
[도감 개방 특전, 미약한 스텟 상승과 마력 운용에 적성을 더해줍니다.]—
▶별의 스타후르츠(C-)
-섭취 시, 마력 성장에 큰 도움이 된다.
이것 또 귀한 음식이다.
나는 생각 없이 스타후르츠를 입안에 넣었다. 크게 한 입 깨물자 달달 하면서도 신 과즙이 풍부하게 입안을 감돌았다.
“그, 그걸 왜 먹어!?”
갑자기 깜짝 놀라 내 손을 잡는 별.
“싫어요?”
“……책임질 수 있어?”
“책임질 게 있나. 그냥 먹는 거지.”
“힝.”
한 개를 거뜬히 먹어치우고 과즙이 묻은 손가락을 핥았다.
다시 고개를 돌려 별을 보니. 그제야 그녀는 자신이 무슨 짓을 저질러 버린 건지 깨달은 듯 벌벌 떨고 있었다.
“……나, 나 세영이한테 뒤지지는 않겠지?”
“뒤지면 제가 뒤졌죠.”
“내가 나쁜년이지. 나이 많은 내가 잘 조절 했어야 하는데… 껌뻑 홀려버려서는.”
나는 슬쩍 별의 뒤로 가 포옥 안아주었다.
별의 볼이 발그레 물든다.
“왜… 덮친 거야?”
그제야 꺼내 놓는 물음.
“왜라뇨?”
“너 나 안 사랑하잖아.”
능청스레 대답하자 살짝 가시돋친 목소리로 말해왔다.
“그럼 뭐 누나는 저 사랑해서 안았나?”
“응.”
시원시원하게 답하네.
“저희 만난 지 얼마 안 됐어요. 사랑이라 말하긴 너무 우습죠. 그리고 요즘 원나잇이 그리 이상한 일도 아니고.”
“우리 그럼 원나잇이야?”
“예 뭐… 그쪽이 허락만 한다면?”
침묵.
“아.”
나는 말실수를 깨달았다.
방금 한 말은 사실상 허락하라는 의미와 다름이 없었으니까.
이렇게 보니까 나 존나 쓰레기구나.
그냥 대충 넘어가기엔 죄책감이 너무 심한 탓도 있었다.
“그으 대신 제가 할 수 있는 건 다 할게요. 만, 만약에 아이 생기면 책임질 거고.”
허둥지둥 뒷말을 붙이자. 별은 눈가를 닦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하…”
“누나?”
무언가 각오를 다진 표정이었다.
“야.”
“예?”
“내가 커뮤니티 쫌 해서 여기서 무슨 말을 해야 하는지 알거든?”
“가, 갑자기요?”
별은 손가락으로 앉아있는 내 이마를 꾹 짓눌렀다.
“원나잇?”
꾹꾹.
“그런 건 없어.”
내 이마를 짓누르는 별의 손가락이 점차 강해진다.
“무슨 일이 있어도!!!”
별의 눈물 방울이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절대!!!”
나는 깨달았다.
“오늘 일은 원래대로 안 돌아온다. 게이야!!!”
“!!!!!”
이 사람의 스위치가 켜졌다는 것을.
“그러니까 첩이라도 주면 안 될까? 현관 한 켠이라도 내어주라. 나 잘 살 자신 있어.”
금세 비굴해진 별이 내 품에 포옥 안겼다.
“일부다처가… 됩니까?”
별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제야 나는 지금까지 현대 배경이라 잊고 있던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이세계는 신분 사회였다.
*****
그날 밤.
폭주한 별을 달래기 위해 근처 술집에서 오버해 술을 마신 나는 축 처진 어깨로 기숙사에 들어왔다.
“삐이이잇!”
“우리 딸 호두과자 사왔서.”
쫄랑쫄랑 현관에 다가와 내 다리에 붙은 시바는 내 손에 쥔 호두과자를 보며 고개를 갸웃였다.
그 모습이 귀여워 번쩍 들어 안아 볼을 부볐다.
“맛있게 먹어. 우리 딸.”
“삑, 삐이이익!”
코를 찌르는 술 냄새에 거리를 벌린 시바.
괜히 시무룩해져서 침실로 향하니, 침대에 앉아있는 백도는 어딘가 피곤한 모양새였다.
“…애들 돌보기는 벅차구나.”
“……잠이나 잡시다.”
“그래.”
서로가 피곤했기에, 우리는 말 없이 침대에 누웠다.
한참 술 냄새에 삑삑대던 시바도 어느새 쓸쓸해졌는지 내 품 안에 들어와 잠에 들었다.
솔솔 드는 수면욕에 눈을 감기도 잠시.
그렇게 찾아온 다음 날.
【 서브 퀘스트 완료! 보상이 지급됩니다. 】
“?”
자고 일어나니 퀘스트가 마무리되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