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mperor of Demon Flames RAW novel - Chapter 106
마염의 황제 106화
이터는 직감했다. 아카디엘과 벌어질 싸움은 지금까지 벌어졌던 싸움과는 차원이 다르다는 것을.
“엘리스, 물러나 있어.”
“조심하세요… 이터 씨.”
순순히 물러나는 엘리스를 뒤로하고 이터는 자세를 잡았다. 아카디엘은 여전히 거만한 모습으로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뭐 해? 어서 들어와.”
“간다.”
콰아앙!
폭음과도 같은 울림과 함께 이터는 바닥을 박차고 달려나갔다. 번개처럼 쏘아져 나간 이터의 주먹이 아카디엘의 안면을 노리고 정통으로 쏘아져 나갔다!
“흥.”
퍼어억!
날아오는 이터의 주먹을 향해 아카디엘이 한 것이라곤 그저 손을 뻗은 것뿐이었다. 하지만 이터의 주먹은 아카디엘의 손바닥에 빨려 들어가듯이 박혀 더 이상 뻗어나가지 못했다.
“아니?”
이터의 얼굴에 짧은 당혹감이 스쳐지났다. 아카디엘은 차가운 조소를 흘렸다.
“별 거 아니군.”
퍼어억!
주먹이 막혔다는 것을 느끼기가 무섭게 이마에 둔탁한 충격이 느껴진다. 아카디엘이 자세를 바꿔 이터의 이마를 후려찬 것이다. 이터가 뒤로 튕겨나가자 아카디엘은 손을 뻗었다. 동시에 손에서 뻗어나간 충격파가 이터를 휘감았다. 그리고 이어지는 대폭발. 마을의 한쪽 귀퉁이가 완전히 날아가 버린다.
“크윽!”
충격파를 견디며 일어나는 이터, 하지만 그 순간, 어느새 다가온 아카디엘이 이터의 머리를 붙잡고 바닥에 처박아버린다.
이터는 폭발과 함께 바닥에 처박혀버렸다. 그리고 다음 순간, 이터는 폐허 속에서 하늘 위로 솟구쳐올랐다.
“하아. 하아.”
이터는 재빨리 아카디엘과의 거리를 벌리며 물러났다. 그런 그를 보며 아카디엘은 피식 웃음을 흘렸다.
“그런 실력으로 잘도 이데아로크를 쓰러뜨렸군, 그래.”
이터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무서운 속도로 튀어나가 아카디엘에게 권각을 퍼부었다. 아카디엘도 가볍게 손을 내밀며 이터와 마주 권을 섞었다.
아카디엘의 손이 날아드는 이터의 주먹을 옆으로 밀어낸다. 거칠게 치고 들어오는 발차기도 아카디엘은 아무렇지 않게 흘려냈다. 한 번에 수십 회의 공격이 날아들지만 아카디엘의 몸에 닿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아카디엘은 이터의 모든 움직임을 완전히 꿰뚫고 있었다. 치고 들어오는 이터의 공격을 피하며 아카디엘이 가볍게 이터의 얼굴을 쳤다.
퍼억!
“멀었어. 고작 이런 손놀림으로 뭘 하겠다는 거냐.”
“크…….”
휘청거리면서 물러나는 이터. 코가 시큰거리는 느낌과 함께 붉은 피가 흘렀다. 아카디엘은 그런 이터를 비웃었다.
“역시 아직 속성을 받지 못한 나이트라는 건가. 애송이로군.”
만만한 상대가 아니다. 잔기술로 상대해서는 본전도 찾지 못할 것 같았다.
‘그렇다면…….’
이터는 왼손을 뻗었다. 눈부신 빛과 함께 허공에서 마법진이 생겨났다. 그 안에서 거대한 대검이 뻗어 나왔다.
“소환. 기간틱 블레이드.”
“무구 소환?”
지금까지 여유만만하던 아카디엘의 표정이 이터가 허공에서 기간틱 블레이드를 소환하는 것을 보고 딱딱하게 굳어버렸다. 그답지 않게 경악하는 아카디엘 앞에서 이터는 기간틱 블레이드에 폭염을 둘렀다.
“지워라, 불. 부러져라, 천풍.”
새하얗게 빛나는 오러 블레이드와 이글거리는 폭염의 불꽃의 돌풍을 일으킨다. 이터의 최강 비술, 진폭마검.
그 기세를 마주한 아카디엘의 눈이 가늘어졌다.
‘아니야… 이건.’
“진폭마검!”
콰아아아!
이터가 검을 내리치자 모여들었던 폭염과 오러가 난폭하게 몰아치며 뻗어나갔다. 그것은 순식간에 아카디엘을 삼키고 폭발해 버렸다. 피할 틈도 없었다. 일 년 전, 이데아로크와 싸울 때의 수준보다 또 한층 진일보된 위력과 스피드.
마을 한가운데에서 일어난 대폭발은 한참을 그 기세를 떨치며 사라져갔다. 그 열풍의 뒤에 선 엘리스의 얼굴이 밝아졌다.
“해냈다. 이터 씨가 이겼…….”
“흥. 난 또 깜짝 놀랐잖아. 사람 놀래키지 말라고.”
폭염의 구름 너머에서 들려오는 목소리. 그 목소리에 이터와 엘리스의 표정이 동시에 굳어졌다.
설마하는 그들의 시선의 끝에 걷히는 구름 사이에 서 있는 아카디엘의 모습이 보였다. 상처는커녕 먼지 하나 묻지 않았다.
“멀쩡해? 이터 씨의 진폭마검을 정통으로 맞고도.”
이터 역시 믿을 수 없다는 듯한 표정이었다. 그들의 놀라는 모습을 바라보며 아카디엘은 차가운 웃음을 내뱉었다.
“네가 사용하는 것은 나이트가 완전한 속성을 부여받기 전에 임시로 사용하게 되는 일종의 호신기와도 같은 물건… …. 진정한 나이트의 무구는 그런 것 따위가 아니야.”
우우우.
말이 끝남과 동시에 아카디엘의 왼손이 파랗게 물들었다. 그것을 앞으로 뻗자 허공에 푸른 마법진이 그려졌다.
그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서비스로 보여주마. 나 번개의 나이트, 아카디엘의 무구를…….”
치지지직!
허공에 만들어진 마법진은 번개의 마법진답게 강렬한 스파크를 뿌렸다. 그리고 그 안에서 무언가의 손잡이가 뻗어 나왔다. 아카디엘이 그것을 잡아서 뽑아내자 사방으로 폭사하는 스파크와 함께 그것의 정체가 밝혀졌다.
푸른 뇌전이 날에 맺혀 이글거린다. 스파크를 뿌리며 날을 빛내는 기묘하게 휘어진 창날. 아카디엘이 소환한 것은 창이었다.
“섬전무극창. 하늘의 뇌전을 담은 번개의 마창이다.”
치지직.
아카디엘의 말에 맞장구를 치기라도 하듯 블레이드에서 스파크가 튀었다. 아카디엘이 창을 겨누며 말했다.
“그리고 이것이 섬전무극창을 이용한 번개의 힘.”
섬전무극창이 푸르게 물들어간다. 블레이드 주변으로 튀어 오르던 스파크가 거대한 푸른 빛덩이로 변했다.
단순히 빛덩어리가 모여드는 것뿐인데 바닥에 미약한 진동이 일었다. 아카디엘의 전격을 마주한 이터는 불길함을 느꼈다.
“이건?”
아카디엘은 차가운 미소를 흘렸다. 그리고 동시에 그의 창이 푸른 전격과 함께 폭발하듯이 뻗어나갔다.
“뇌인마살!”
번개는 하늘에서 지상으로 떨어져 내린다. 하지만 지금 그 반대의 광경이 눈앞에서 펼쳐지고 있었다.
하늘을 향해 치솟아 오르는 번개의 기둥.
거대한 기둥이 대지를 태워버리며 이터를 향해 뻗어나갔다. 척 보기만 해도 결코 만만히 받아낼 수 없는 일격이라는 것이 느껴진다.
이터는 급히 무구를 소환했다.
“앱솔루트 프로텍터!”
콰아아앙!
거대한 뇌전이 이터가 있는 자리를 집어삼켜 버렸다. 초고열의 번개는 닿는 모든 것을 태워버렸다. 번개가 치솟은 바닥은 그것이 이전에 멀쩡한 땅이었다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엉망으로 박살나 버렸다.
간신히 번개의 반경에 들어가지 않은 엘리스는 아직도 열기가 가시지 않은 대지를 보며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이터 씨는?”
슈우우.
거센 열기가 걷혀간다.
그리고 그 자리에는 한쪽 무릎을 바닥에 꿇은 이터가 모습을 드러냈다. 산산이 박살난 앱솔루트 프로텍트를 뒤로한 이터는 온몸의 여기저기가 보기 흉하게 그을려 있었다.
“크윽!”
몸을 일으키던 이터가 비틀거렸다. 어떤 공격이라도 단 한 번은 막아주는 절대 방패, 앱솔루트 프로텍터가 효과가 없었다.
‘아니. 앱솔루트 프로텍터 때문에 이 정도로 끝난 건가.’
만약 앱솔루트 프로텍터가 없었다면 이 정도로 끝나지 않았을 거라는 것이 몸으로 느껴졌다. 아카디엘… 그는 이터가 생각하는 이상으로 강력한 남자였다.
입술을 깨무는 이터를 보며 아카디엘은 짧은 미소를 지었다.
“용케 버텼구나. 속성도 없는 것치곤 제법인데.”
그의 시선이 폐허의 너머에 있는 엘리스를 향했다.
“하지만 네 친구도 너처럼 버틸 수 있을까?”
섬전무극창의 블레이드가 번쩍인다. 그의 말이 뜻하는 의미를 깨달은 이터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머, 멈춰!”
“뇌인마살. 서비스로 풀전개다.”
번개의 창이 엘리스를 향해 뻗었다. 이터는 이를 악물고 엘리스를 향해 몸을 날렸다.
“빌어먹을!”
“꺄아아악!”
다시 한 번 솟구치는 번개의 기둥이 주위를 휩쓸어버렸다. 대지를 휘감는 뇌전이 이터의 외침과 엘리스의 비명을 삼켜버렸다.
마을엔 더 이상 마을로서의 모습이 남아 있지 않았다. 완전히 폐허가 된 자리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 폐허 속에 이터와 엘리스의 모습이 보이지 않자 아카디엘이 가볍게 눈살을 찌푸렸다.
“도망쳤나.”
살려서 끌고 가야해서 일부러 파워도 낮췄건만 아무래도 이 미숙한 나이트는 자신을 좀더 귀찮게 만들어야 직성이 풀릴 모양인가 보다.
아카디엘은 감흥 없는 눈으로 폐허가 된 주위를 바라보았다.
“너무 날뛰어버렸군. 나중에 돌아가면 한소리 듣겠는데. 뭐, 이건 녀석이 순순히 따라오지 않았기 때문에 생긴 일이니까. 나중에 녀석에게 떠넘겨버려야겠군.”
아카디엘은 고개를 돌렸다. 마을에서 멀리 떨어진 숲을 바라보며 그는 미소를 지었다.
“그럼 이제부터는 숨박꼭질인가?”
Chapter 4-7. 대격돌, 아카디엘
어딘지 알 수 없는 어둠만이 남은 공간. 이터는 끝이 보이지 않는 광활한 공간 한가운데에 서 있었다. 그의 앞에는 누군가가 자신을 마주하고 있었다. 붉은 눈을 뜨고 자신을 바라보는 소년. 그것은 바로 이터 자신, 내면의 이터였다.
오랜만에 마주한 그가 이터를 바라보며 말했다.
“내가 경고하지 않았던가? 꼭꼭 숨어 있으라고. 세계 여행이니 뭐니 할 때부터 이렇게 될 줄 알았지.”
“난…….”
이터가 무어라 말하려 했지만 내면의 이터는 고개를 저었다.
“아마 이데아로크가 죽었을 때부터 녀석들의 추격은 시작되었을 거야. 그동안 네가 큰 에너지를 쓸 일이 없었을 테니 찾아다니는 시간이 오래 걸렸겠지. 하지만… 이제는 늦었어. 녀석들은 이미 너를 발견했으니까. 이젠 나로서도 어떻게 할 수가 없어.”
내면의 이터가 등을 돌렸다. 그리고는 어둠 속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잠깐 기다려.”
이터의 외침에 내면의 이터의 걸음이 멈춘다. 이터는 자신에게 등을 보인 내면의 이터에게 소리쳐 물었다.
“말해 줘. 녀석들은 자신들이 나이트라고 했어. 그리고… 나도 녀석과 같은 나이트라고 말했다. 도대체 나이트라는 것은 뭐지? 아카디엘… 그 녀석의 정체는 대체 뭐야?”
잠시간의 침묵.
내면의 이터는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녀석의 말이 맞아.”
이터와 내면의 이터의 시선이 마주친다. 붉게 물든 내면의 이터의 눈이 일그러졌다.
“녀석은 내 형이야.”
“뭐라고?”
“한 가지 충고하지. 도망쳐라. 그래봤자 소용없겠지만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서 녀석들에게서 도망쳐. 절대로 녀석들과 정면에서 맞붙지 마라. 그러면 넌 지옥을 보게 될 테니까.”
그 말을 끝으로 내면의 이터는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어둠 속으로 걸어 나갔다.
이터가 그의 뒤를 쫓으며 소리쳤다.
“기다려. 아직 내 이야기는 끝나지 않았다. 기다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