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mperor of Demon Flames RAW novel - Chapter 41
마염의 황제 041화
“이건!”
슈페른은 경악했다. 이터가 자신의 기술을 흉내내 극렬폭염장을 만들어낸 적은 있다. 하지만 이것은 그것과는 차원이 달랐다. 그야말로 압도적인 열기. 숨을 쉴 수 없을 정도다. 지켜보는 루시펠도 적잖이 놀란 얼굴이었다.
“이 열기는 설마?”
“그래, 생각하는 대로다. 이것이 바르엘 녀석의 진면목, 마나동력로다.”
“마나동력로?”
하네스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바르엘은 하나같이 최강이라 불리는 수십 종의 마물들의 유전자를 조작하고, 합성시켜 만들어낸 생체 병기다. 유전자 합성을 거치는 과정에서 우리는 예상하지 못한 성과를 얻을 수 있었지. 인공적인 마나 생성. 자연에 흩어져 있는 마나를 재구성하는 것이 아니라 세포의 변이를 통해 내부에서 인공적으로 만들어내는 것. 바르엘은 그게 가능했다.”
기존처럼 흩어진 마나를 모으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낸다. 물론 같은 양이라면 순수한 마나 쪽이 좀 더 강하겠지만 그걸 감안하더라도 방식의 효율 차이는 상상을 뛰어넘는다.
“바르엘은 인공적인 마나를 만들 수 있는 존재. 걸어다니는 마나동력로인 것이다.”
고오오오오!
터져나오는 열기는 수그러들 줄을 몰랐다. 극렬한빙장의 냉기는 한 점도 남아 있지 않았다. 넋이 나가 있는 슈페른을 향해 바르엘은 손을 내밀었다.
“저승 가는 선물로 구경시켜 주마. 제대로 된 기술이란 게 어떤 것인지.”
촤악 하는 소리와 함께 내민 손등 위로 피부를 가르고 날카로운 검날이 길게 뻗어나온다. 은빛으로 빛나는 검, 이터널 소드다.
붉은 열기의 마나가 은빛 검날에 모여 검기가 되었다. 피처럼 붉게 타오르는 블레이드. 폭발하듯이 쏟아져 나오는 마나의 블레이드를 보며 슈페른은 자신도 모르게 물러섰다.
“서, 설마 그건 오라 블레이드?”
“무슨 실례를. 평범한 오라 블레이드 따위가 아니야.”
바르엘이 씨익 웃었다.
“몸의 동력로에서 끊임 없이 뿜어져 나오는 내 마나는 무한. 그 무한의 마나로 만들어지는 오라 블레이드다. 평범한 오라 블레이드완 비교 사양. 굳이 이름을 붙인다면 인피니티 오라 블레이드(Infinity Aura Blade).”
“인피니티 오라 블레이드?”
“알았으면 이제 죽어라.”
장난치듯 웃는 바르엘의 모습에 슈페른은 입술을 깨물었다.
“까불지 마라, 나는……!”
촤악.
붉은 마나가 허공에 궤적을 그렸다. 그 궤적을 따라 피가 흩어진다. 그 뒤로 잘려나간 슈페른의 양팔이 하늘을 날았다. 슈페른은 눈을 부릅떴다.
‘베는 것은 보지도 못했는데…….’
그의 시선과 차가운 바르엘의 시선이 마주쳤다.
“죽어.”
퍼억.
바르엘의 검이 슈페른의 심장을 꿰뚫고 들어갔다. 슈페른은 입을 벌린 채로 천천히 무너져 내렸다.
“빌어… 먹… 을…….”
시체로 변해 바닥을 구르는 슈페른을 보며 루시펠은 짧게 감탄사를 내뱉었다.
“대단하네. 눈 깜짝할 새에 끝내버렸어. 이봐, 하네스. 쓸데없는 흑마법사들을 굴리는 것보다 저런 녀석들을 여럿 만들어서 써먹는 것이 더 효율적이지 않아? 저런 녀석들의 부대 하나만 있으면 세계 정복도 가능할 것 같은데.”
“모르는 소리 하지 마라. 저 정도로 완벽한 마나동력로를 만드는 건 쉬운 일이 아니야. 게다가 인공적으로 마나를 만들어내는 것은 육체에 엄청난 부담을 준다. 견뎌낼 수 있는 건 바르엘 정도뿐이었다. 하지만 이걸로도 충분해. 바르엘 하나만 있어도 이터는 쓰러뜨릴 수 있어.”
마장기까지 쓰러뜨릴 수 있는 이터에게 골렘으로 이루어진 대군을 보내봤자 병력 낭비다. 그러나 인피니티 오라 블레이드를 쓸 수 있는 바르엘이라면 가능하다.
‘만약에 놈이 이터에게 패배한다고 해도…….’
바르엘의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걸렸다.
피 묻은 손으로 슈페른의 시체 앞에 서 있던 바르엘이 고개를 돌렸다. 광기로 번들거리는 그의 눈이 하네스의 눈과 마주쳤다.
“그 강하다는 녀석은 어디에 있어?”
Chapter 2-6. 강적(强敵)
크아아아!
흉포한 괴성이 거리를 뒤흔든다. 황소의 뿔과 머리를 갖고 두꺼운 붉은 가죽으로 몸을 두른 마수, 미노타우로스. 마수가 한낮에 마을을 급습했다. 미노타우로스가 휘두르는 거대한 도끼가 마을의 건물을 깨부수며 굉음을 터뜨렸다.
“도, 도망쳐!”
“신이여, 맙소사!”
난데없는 마수의 습격에 마을 사람들을 혼비백산해 달아났다. 도끼를 든 미노타우로스는 더러운 침을 질질 흘리며 먹이를 쫓았다.
미노타우로스의 눈에 도망치는 사람들 가운데에 아직 갈피를 못 잡았는지 가만히 서 있는 인간 꼬마가 들어왔다. 미노타우로스는 군침을 흘렸다. 인간의 고기 중에서도 아직 여물지 않은 어린아이의 육질은 최상급. 그냥 지나칠 리가 없다. 그는 아이를 향해 도끼를 들었다.
“위험해, 꼬마야!”
미노타우로스가 아이를 공격하는 것을 보고 누군가 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감히 미노타우로스의 앞으로 뛰어들어 아이를 구할 강심장은 없었다.
사람들의 눈앞에서 일자로 하늘을 가르는 도끼.
그리고 소년은 떨어지는 도끼를 잡았다. 맨손으로.
“…….”
“…….”
순간 마을이 썰렁해졌다. 내리친 미노타우로스도, 소리치던 마을 사람들도 눈을 동그랗게 떴다.
“마, 막았다? 저 마수의 도끼를?”
한 손으로 도끼를 잡은 붉은 머리의 소년. 그가 미노타우로스를 올려다보며 입맛을 다셨다.
“너 맛있게 생겼다.”
크르?
퍼억!
말뜻을 깨닫기도 전에 도끼를 잡고 뛰어오른 소년의 발차기가 머리에 작렬했다. 미노타우로스는 그 한 방에 절명했다.
입을 쩍 벌리고 경악하는 사람들 앞에서 소년은 거대한 철검을 꺼내 미노타우로스를 꼬치로 만들었다.
“지워라, 불.”
지글지글.
노릇노릇하게 익어가는 미노타우로스 꼬치. 구수한 냄새가 거리에 진동한다.
소년은 입을 크게 벌려 앙! 하고 베어물었다.
우걱우걱. 쩝쩝.
사람들은 기가 막힌다는 표정으로 소년을 바라보았다. 저 무지막지한 미노타우로스로 꼬치구이를 해먹다니. 일부는 손으로 눈을 비비는 사람들도 있다.
‘대체 뭐야?’
주위의 시선을 느꼈는지 소년은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는 베어먹던 꼬치구이를 슥 내밀었다.
“먹을래?”
“아, 아뇨! 저는 괜찮습니다.”
손사래 치는 마을 사람을 보며 소년은 고개를 갸웃했다.
“그래? 이상하군. 맛있는데.”
“이상한 건 네 취향이야. 그런 걸 누가 먹겠어. 그리고 그런 걸 마을 한가운데에서 구워먹는 건 무슨 악취미야?”
소년의 곁에서 새끈한 검은 드레스 차림의 여인이 핀잔을 주었다. 뒤로 감아올린 흑발의 여인. 부채로 얼굴을 가린 그녀는 알센데린의 마녀, 로자리아. 미노타우로스를 꼬치구이로 만든 것은 바로 이터였던 것이다.
손수건으로 코를 틀어막은 그레이센이 눈살을 찌푸렸다.
“천박하군. 이런 괴물을 간도 맞추지 않고, 임페리얼 갈릭 레서스 소스도 없이 먹다니.”
론이 식은땀을 흘렸다.
“간 맞고 소스가 있어도 이런 괴물 요리는 사양일 것 같은데요.”
그러나 일행 모두가 싫어하는 것은 아니었다. 초롱초롱 눈을 빛내고 있는 이도 있었다. 주인공은 엘리스. 그녀는 황홀한 눈으로 미노타우로스 꼬치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 이터 씨가 손수 만든 요리.”
‘먹어보고 싶다. 먹어보고 싶어.’
이터가 물었다.
“먹을래? 아니면 엘리스도 싫은 거야?”
“그럴 리가요! 정말 맛있을 것 같은걸요! 잘 먹겠습니다.”
누가 선수라도 칠까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이터의 곁에 붙는 엘리스. 로자리아와 그레이센 들은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식은땀을 흘렸다.
“진심이냐?”
“토할 것 같아.”
“크르.”
그렇게 딴 데 정신 팔린 일행을 노리는 무리가 있었다. 근처에 숨어 있던 다른 미노타우로스 무리들이다. 선두로 나섰다가 허무하게 요리되어 사라진 동족의 모습에 그들은 분노하며 로자리아와 그레이센 들을 덮쳤다. 동족의 복수다!
크아아아!
촤악!
달려들던 미노타우로스들의 움직임이 일순 멈췄다. 그들의 가슴에 대각선의 실핏줄이 생겨났다. 그리고 상체가 그 선을 따라 비스듬히 밀려 떨어진다. 순식간에 무너져 내리는 미노타우로스들.
무너지는 그들의 뒤에 누군가가 모습을 드러내었다. 거대한 마창을 든 사내다.
“넋 놓고 있지 마라. 습격당한다.”
팔과 다리를 감싼 주황색 갈기와 뺨에 새긴 호랑이 발톱 문양. 흩날리는 주황 머리카락과 날카로운 눈매의 전사. 그는 바로 마창 펜릴의 주인, 소류였다.
창을 휘둘러 창에 묻은 피를 털어낸 그는 일행에게서 고개를 돌렸다.
“우리를 노리고 있는 눈은 많다. 조금쯤은 긴장해 둬. 무사히 살아남고 싶으면.”
로자리아는 눈살을 찌푸렸다. 잘난 척은. 구해 줘도 하나도 고맙지 않다.
‘왜 이런 녀석이랑 같이 다니지 않으면 안 되게 된 거야.’
그건 지금으로부터 2주일 전의 일이었다.
***
상처에서 회복된 소류는 이터에게 펜릴을 건넸다.
“승부는 네 승리였다. 약속은 약속이니까.”
로자리아는 속으로 환호성을 질렀다. 이걸로 이데아로크의 조각 두 개를 손에 넣게 되었다. 그러나 이터는 건네받은 창을 한참 동안 바라만 볼 뿐 아무런 말도, 행동도 없었다.
로자리아는 안달이 났다.
‘창을 받았으면 재빨리 챙겨올 것이지 가만히 서서 뭐 하는 거야?’
마침내 이터가 입을 열었다.
“알 제라드가 빼앗든 내가 빼앗든, 둘 중 하나가 빼앗으면 마을의 위험은 끝난다.”
자신이 말했던 방법이었다. 하지만…….
“다른 방법도 있다.”
“다른 방법?”
이터는 소류를 바라보며 말했다.
“알 제라드 그 자체를 파괴하면 된다.”
“뭐?”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이터?”
소류와 로자리아 들은 그 갑작스러운 말에 당황했다. 하지만 이터는 별거 아니라는 듯 말을 이었다.
“말한 대로다. 알 제라드가 있는 한, 이 싸움은 결판나지 않는다. 우리가 창을 가지고 간다 해도 또 다른 싸움이 일어난다. 그걸 막을 방법은 하나. 놈들을 완전히 궤멸시키는 방법밖에 없다.”
로자리아는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하하하. 어디까지나 소류보고 그렇게 하라는 이야기겠지? 우리는 상관없는 이야기지? 그렇지?”
“아니. 놈들을 쓰러뜨리는 건 우리가 한다.”
로자리아는 당황한 목소리로 이터를 말렸다.
“무, 무모한 짓이야. 녀석들이 어떤 놈들인지 잊었어? 녀석들의 부대는 그 정도가 아니야. 네가 강한 건 알지만 전력 차이가 너무 크다고. 그렇게 쉽게 쳐들어갈 곳이 아니란 말이야.”
“로자리아, 넌 이데아로크의 조각을 모두 모으는 것이 목적이었지?”
로자리아가 소류의 눈치를 살피며 답했다.
“그건 그렇지.”
“그렇다면 알 제라드의 존재 자체가 그 조각을 찾는 데 방해가 된다. 그리고 설령 그걸 감수한다고 해도 나머지 조각들을 알 제라드가 가지고 있는 이상, 결국 언젠가는 우리랑 부딪히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