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tertainment Bureau Crazy PD is back RAW novel - Chapter 136
136화 – 풋풋하네.
박지혜는 오랜만에 부모님과 식사를 하자 묘한 기분에 사로잡혔다.
그녀는 길고 넓은 대리석 식탁에 차려진 음식들을 천천히 살폈다.
‘전부 내가 좋아하는···.’
맛도 일품이다.
가사 도우미의 도움을 받았을 테지만···.
중간중간 어머니의 손맛도 느껴졌다.
‘내가 온다고 이렇게···.’
박지혜는 무척 복잡했다.
시선을 돌려 엄마 양소영을 쳐다봤다.
정말 오랜만에 보는 거지만, 관리를 얼마나 철저히 했으면 마지막으로 봤을 때보다 더 젊어진 거 같았다.
그런데···.
왠지 모르게 가슴이 아릿하고 눈이 시렸다.
“······.”
복받치는 감정을 억누르며 아버지(박성훈)를 쳐다봤다.
아버지는 상석에 앉은 할아버지(박철호) 눈치를 보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런 그를 보고 떠오른 감정은···.
서운함, 원망, 분노···.
“······.”
차라리 이런 감정이 편했다.
그때 박철호 회장이 호탕하게 소리쳤다.
“호오! 이거 맛이 정말 일품이군! 으하핫!”
그는 술잔을 들고 있었는데, 거기엔 영롱한 빛깔의 인삼주가 담겨 있었다.
동수가 가져온 인삼 담금주였다.
박철호는 동수를 보며 말했다.
“삼십 년 담금주라도 내용물이 별로면 이렇게 좋은 맛이 날 리가 없지! 인삼도 최고급인가 보군!”
“아버지 지인 중에 약재상을 하는 분이 있어서 제일 좋은 걸로 구했다고 들었습니다.”
부산 갈매기의 두 번째 우승에 대한 축하와 세 번째 우승을 위한 염원을 담아서 말이다.
박철호는 인삼주병을 끌어안으며,
“보약이 따로 없군! 이 귀한 걸 정말 주는 겐가?”
“물론입니다! 할아버님 마음에 드셔서 정말 다행입니다! 으하핫!”
박철호는 씨익 웃으며 생각했다.
‘김 회장(마이어 그룹 김정재 회장) 그놈을 불러서 자랑 좀 해야겠어. 매번 자기 마누라가 만든 담근 술이 최고라는 놈인데···. 이걸 보면 입을 꾹! 다물겠지? 흐흐.’
생각만 해도 신이 났다.
그때 동수가 전복 버터구이를 박철호의 앞접시에 놓으며 말했다.
“할아버님, 전복이랑 인삼주가 아주 찰떡궁합입니다. 한 번 드셔보십시오!”
“그래~? 어디!”
박철호는 동수의 말대로 인삼주를 마시고 전복을 먹었다.
그리고는 “캬아~!” 하고 감탄하며,
“좋네! 좋아! 자네 말대로 아주 일품이야! 인삼주가 더 맛있는 거 같아!”
“하하! 어머님 요리 솜씨가 좋으셔서 인삼주가 빛나네요. 어머님! 음식들이 정말 맛있습니다!”
양소영은 동수가 엄지 척을 하자, 손으로 입을 가리고 웃으며,
“어머나, 그래요? 호호. 아! 이것도 좀 먹어봐요. 버섯 불고기인데···.”
버섯 불고기는 가사 도우미 도움 없이 그녀가 직접 만든 요리다.
동수는 버섯 불고기를 잔뜩 집어 입으로 넣더니···.
“우와! 정말 맛있습니다! 제가 먹어 본 불고기 중에서 최고인 거 같습니다! 지혜가 누굴 닮아 요리를 잘하나 했더니, 어머님이군요! 으하핫!”
“어머, 호호호···.”
박지혜는 할아버지와 엄마를 홀리고 있는 동수를 보며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아버지와 협상을 하려다가 얼떨결에 이런 자리가 됐지만···.
노력하는 동수의 모습이 무척 보기 좋았다.
‘고마워요, 오빠.’
그렇게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물론 모두 좋았던 건 아니다.
박성훈은 심기가 몹시 불편했다.
그는 동수에게 반찬을 주며 주책맞게 웃는 아내를 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경거망동하지 말라고 그렇게 신신당부했는데···.’
사실 박성훈은 식사 중에 동수의 기를 팍! 꺾을 생각이었다.
언감생심.
다시는 지혜를 넘볼 생각을 못 하게···.
그런데 박철호 회장의 방문으로 엉망이 됐다.
‘쉬는 날에는 낚시만 하시더니 무슨 바람이 불어서···.’
그렇지만 싫은 내색을 할 순 없었다.
자칫 잘못해서 박철호의 눈 밖에 나는 날에는 그의 앞날에 먹구름이 낄 수도 있었다.
‘그건 절대 안 돼.’
그래서 포커페이스를 하며 식사를 이어갔다.
다만, 신경 쓰이는 건···.
‘아버지가 식사만 하시고 가시면 좋겠는데···.’
협상 때도 계속 같이 있으면···.
그때 박철호가 말했다.
“성훈아, 너도 인삼주 한 잔 마실래?”
“아닙니다. 저는 괜찮습니다.”
“그래? 아! 그러고 보니 넌 와인 선물 받았지?”
동수가 박성훈을 위해 준비한 선물은 와인이었다.
박성훈은 어색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네···.”
“그래, 넌 그거 마시면 되겠네. 이건 전부 내 거다! 으하핫!”
“······.”
그렇게 식사가 끝날 때쯤. 초인종이 울렸다.
양소영이 일어나려는데, 박지혜가 먼저 움직였다.
“내가 갈게.”
인터폰 화면을 확인하자, 박찬영이 보였다.
곧바로 공동현관을 오픈하며 생각했다.
‘막내 삼촌도 왔고···. 할아버지까지 있으니. 아버지가 협상 때 함부로 못 할 거야.’
박지혜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그녀의 예상대로 협상을 매우 순조롭게 진행됐다.
박성훈이 뭔가 토를 달려고 하면, 박철호가 나서서 ‘그게 뭐 어떠냐?’는 식으로 테클을 걸어준 덕분이다.
그리고 계약서에 서명하고···.
“아빠, 여기 초인공지능 칩이에요.”
“······.”
박성훈은 똥 씹은 표정으로 딸에게 초인공지능 누리의 마이크로칩을 건네받았다.
그렇게 협상은 끝이 났다.
.
.
.
늦은 오후. 삼성동 MY PARK 대운 아파트 근처.
박지혜는 동수를 배웅하고 있었다.
그녀는 난처한 표정을 하며 말했다.
“제가 바래다준다니까요···.”
“하하, 괜찮아. 오랜만에 가족들이랑 만났는데 좀 더 시간 보내. 특히 어머님께서 너랑 많이 얘기하고 싶은 눈치이시더라.”
“······.”
박지혜도 엄마와 얘기를 하고 싶었지만···.
마음속에 남은 앙금이 있다.
그래도 오늘 엄마가 동수한테 살갑게 대하는 걸 보니 또···.
‘···얘기는 해보자.’
“네···. 알겠어요.”
동수는 부드럽게 웃으며,
“아버님하고도 잘 풀고.”
“···그건 아직 좀···.”
“하하, 급하게 생각하지 말고 천천히···. OK?”
“네.”
“이만 들어가 봐.”
“지하철역까지···.”
“아냐. 괜찮아.”
동수는 손에 들고 있던 쇼핑백을 들어보이며,
“어머님께 불고기 맛있게 잘 먹겠다고 말씀드려.”
“네, 그리고 아까 맛보니까 간이 조금 약한 것 같더라고요. 조리할 때 간장을 조금만 넣고···.”
“하하, 알겠어.”
동수가 손을 흔들며 가려는데, 박지혜가 그에게 다가와 손을 꼬옥 잡으며,
“오늘 정말 고생했어요. 노력해줘서 고마워요.”
“고생은 무슨. 나도 즐거웠어.”
“···어제부터 자꾸 이런 생각이 들어요.”
“무슨 생각?”
“이게 다 꿈은 아닐까···. 오빠가 저를 좋아한다며 고백하고···. 우리 부모님을 함께 만나고···.”
동수는 손을 뻗어 그녀의 볼을 조심스럽게 쓰다듬었다.
동수의 손은 몹시 차가웠지만···.
박지혜는 그의 손이 계속 볼을 쓰다듬어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때 동수가 말했다.
“꿈 아니야.”
“···네.”
“푹 쉬고, 내일 보자.”
“네···. 아! 윤 작가님한테는 뭐라고 하죠?”
“뭐라고 하긴. 사귄다고 말하지.”
“노, 놀라시지 않을까요?”
동수는 피식 웃으며,
“놀라진 않을 거 같고···. 나한테 ‘이렇게 될 거 뭘 그리 간을 봤대?’라고 할 거 같은데?”
“음···. 그럴까요···?”
“일단 윤 작가한테만 말하고···. 다른 사람들한테는 차차 알리도록 하자.”
“네!”
그는 그녀의 볼에서 손을 뗐다.
“그럼, 갈게!”
박지혜는 아쉬운 눈빛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네···! 조심히 가요!”
“응!”
동수는 천천히 지하철역을 향해 걸어갔다.
-뾰로롱!
요정 가온이 나타나더니 말했다.
[굿바이 키스는 해야지.]‘뭔 헛소리야.’
[요즘은 유치원생들도 이렇게 작별 인사 안 한다.]‘······.’
그 말에 동수는 발끈하며 발걸음을 멈췄다.
그러더니 몸을 휙 돌렸다.
동수를 보고 있던 박지혜는 고개를 갸웃하며,
“오빠, 왜요?”
그는 그대로 걸어가 박지혜를 와락! 껴안았다.
“······!?”
박지혜의 얼굴이 빨갛게 물들었다.
동수는 그녀를 놔주며,
“···내일 보자. 안녕.”
“네···.”
그리고는 다시 지하철역으로 향했다.
그는 심장이 두근거려 미칠 지경이었다.
그때 가온이 날아와 그의 머리에 앉더니,
[풋풋하네. 유치원 수준은 되겠어.]‘···시끄러워···!’
집에 도착한 동수는 어머니한테 불고기를 내밀었다.
“이게 뭐야?”
“간장 조금 더 넣어서 조리하래.”
“식당에서 사 온 거야? 포장 용기가 고급스러운데···.”
“여자친구 어머님이 챙겨주신 거야.”
“아~ 여자친구 어머님~!”
“나 좀 쉴게. 피곤해서···. 깨우지 마.”
“응~.”
동수는 방으로 들어가서 문을 잠갔다.
그리고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불고기를 냉장고에 넣던 어머니는···.
“···자, 잠깐!? 여, 여자친구!?”
뒤늦게 화들짝 놀라며 동수의 방문을 두드렸다.
“얘! 여자친구라니? 누구? 혜숙이랑 만나는 거니? 아니면, 지난번에 그 매실차? 동수야! 마이썬~! 나와서 얘기 좀 해봐~!”
그러나 이미 동수는 귀마개를 하고 침대에 누운 뒤였다.
그는 박지혜한테 메시지를 보냈다.
└강동수: 집에 도착했어. 피곤해서 자려고.
└막내: 네! 오늘 고생 많았어요! 푹 쉬세요!
└강동수: 그래, 너도 쉬어.
└막내: 네! 좋은 꿈 꾸세요~!
└막내: ♡❤(ӦvӦ。)
동수는 피식 웃으며,
└강동수: 고마워. 내일 봐.
그런 뒤, 스마트폰을 내려놨다.
‘내일 출근까지 쭉 자야지.’
[잘자, 미친개.]‘오냐!’
동수는 그렇게 잠에 빠져들었다.
= = = = = = =
다음날, ‘멍멍이와 산다!’ 회의실.
윤하얀은 맞은편에 나란히 앉아 있는 동수와 박지혜를 보고 씨익 웃으며 말했다.
“강 CP님! 이렇게 될 거 뭘 그리 간을 봤대?”
박지혜는 움찔하며 동수를 쳐다봤다.
어제 동수가 예상한 그대로 말했기 때문이다.
그때 동수는 생각했다.
‘데이터의 힘이지.’
[데이터는 진리지!]그는 빙긋 웃으며 윤하얀에게 말했다.
“간을 본 게 아니고, 고민한 거지. 지혜가 나한테 워낙 과분해서···.”
“아하하, 그건 인정. 박 PD가 많이 아깝긴 해요!”
박지혜는 얼굴을 붉히며,
“두 분···. 놀리지 마세요.”
“하하, 진심이야. 진심!”
“맞아요! 박 PD!”
“······.”
박지혜는 귀까지 빨갛게 물들이며 고개를 떨궜다.
윤하얀은 히죽 웃더니,
“어쨌든 축하해요! 국수는 언제 먹어요?”
“유, 윤 작가님···. 국수는···.”
박지혜가 당황하다가 동수를 힐끔 쳐다봤다.
그러자 동수는 씨익 웃으며,
“제작사 자리 잡고 나서 날짜를 생각해봐야지.”
“오오! 강 CP님! 아주 좋은 자세!”
“오빠···.”
“하하, 윤 작가가 축가 불러줘. OK?”
“싫거든요! 큐티 걸즈한테 부탁하세요~!”
“하하하, 그럴까?”
세 사람은 화기애애하게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다.
그때 윤하얀이 박수를 짝! 치더니 말했다.
“자자, 그럼 드디어 고대하던 순간이 왔습니다! 오늘 ‘멍멍이와 산다! – 천마는 평범하게 살고 있다’ 시청률은 몇 퍼센트가 나올까요? 오만 원 내기입니다!”
동수는 가온에게 물었다.
‘몇 퍼센트냐?’
그러자 가온이 말했다.
[평균 시청률 10.8% 순간 최고 시청률 14.7%다. 순간 최고 시청률은 강정혜 작가가 등장했을 때다.]동수는 씨익 웃으며,
“평균 시청률 10.8%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