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tertainment Bureau Crazy PD is back RAW novel - Chapter 18
18화 – 너희 딱 걸렸어!
도로를 달리는 낡은 구형 밴.
안에는 두 남녀가 타고 있다.
운전 중인 스포츠머리 남자는 정호식.
디딤돌 엔터의 걸그룹 큐티 걸즈의 매니저다.
뒷좌석에 앉은 금색의 긴 생머리 여자는 최미진.
큐티 걸즈의 리더이자 메인 보컬이다.
최미진은 잔뜩 긴장한 표정이었다.
‘예능 단독 데뷔···! 이건 기회야! 무조건 잡아야 해. 그런데···. 대체 왜 나를 캐스팅하겠다는 거지?’
정호식이 백미러를 통해 그녀를 힐끗 보더니,
“미진아, 너무 긴장되면 청심환이라도 사줄까?”
최미진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아냐. 물만 마셔도 체할 거 같아···.”
정호식은 걱정하지 말라는 듯
“너무 긴장하지 마. 아침에도 작가님이랑 통화했는데, 메인 PD님이 너를 꼭 캐스팅하고 싶어 했대.”
“그래서 더 긴장되는 거야!”
“왜?”
“내가 뭐 볼 게 있다고···. 차라리 리나면 모르겠지만···. 나는···.”
“네가 어때서?”
“······.”
최미진은 고개를 푹 숙였다.
‘내가 어떻긴, 나는···.’
모두 최미진을 3년 차 핵잠수함 무명 아이돌로 알고 있지만···. 사실 그녀는 7년 전에 데뷔했었다.
뛰어난 재능을 인정받고 무려 17살의 나이에 팀의 메인 댄서이자 서브 보컬로···!
하지만 데뷔하자마자 치명적인 스캔들에 휘말렸다.
『인기 배우 강인중, 시상식에서 사랑을 고백! 그가 언급한 ‘미진 씨’는 누구?!』
『강인중의 ‘미진 씨’는 신인 아이돌 최미진!』
『스무 살 차이의 연예인 커플 등장!?』
『강인중의 팬들, 최미진 SNS에 악플 세례!』
강인중은 황급히 본인이 언급한 미진 씨는 아이돌 최미진이 아니라고 해명했지만, 더러운 루머는 계속 퍼졌다.
이때 강인중이 갑자기 은퇴 선언을 했다.
그리고···.
『강인중이 은퇴한 이유는 최미진의 협박으로···!』
『강인중의 유명세를 이용해 뜨려는 아이돌 A···!』
『최미진 SNS, 구토 이모티콘으로 도배!』
모두가 17살 최미진을 욕했다.
『최미진, “저는 정말 아니라고요···.” 눈물의 호소 끝에 은퇴 선언···.』
결국 그녀는 도망쳤고, 치료를 받으며 지내다가···.
[미진 양, 피하기만 해서는 해결되는 건 없어요.]의사 선생님의 조언을 듣고, 마음의 상처를 치료하기 위해! 다시 꿈을 이루기 위해!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내디뎠다!
솔직히 처음엔 걱정도 많이 했다.
사람들이 알아보면 욕하지 않을까?
그러면 버틸 수 있을까···!?
하지만 그건 기우였다···!
‘3년째 무명 아이돌이라니!?’
팬들의 관심이 너무도 그리웠다.
‘무플이 제일 무섭다더니···.’
그녀의 나이는 어느덧 24살.
아이돌로 치면 중년이다!
내년부턴 아이돌로서 노후 준비도 해야 하는데···.
‘당장 오늘 저녁에 먹을 비빔면도 없어.’
어쨌거나 문제는 이게 아니다.
“나 카메라 울렁증 완전 심하잖아···.”
“괘, 괜찮을 거야. 이번에는···.”
대책 없는 말을 하는 매니저를 보며 최미진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신규 앨범을 홍보할 좋은 기회잖아! 빌어먹을 기획사! 술자리만 물어 오지 말고 도움 좀 되라고! 염병!’
팀원들한테도 서운했다.
막내 이유정은 게임만 주야장천···.
둘째 리나 킴은 MMA를 보면서 격투 기술 연마···.
’앨범 홍보는 나만 하냐!?‘
물론,
‘리나가 삐뚤어진 건 이해되지만!’
리나를 생각하자 심란해졌다.
그녀는 정호식한테 조심스럽게 물었다.
“오빠, ‘멍멍이와 산다!’ PD도 공수철 PD처럼···.”
그러자 정호식이 단호하게 말했다.
“아냐! 내가 알아봤는데, ‘멍멍산’ 강동수 PD는 악마 같은 놈이긴 한데, 나쁜 사람은 아니래!”
“그럼 다행이고···.”
어라? 그런데···.
‘악마면 나쁜 놈이잖아···.’
그때 정호식이 재차 입을 열었다.
“쓸데없는 걱정하지 마! 아, 노래 틀어줄까?”
“응.”
잠시 후, 노래가 흘러나왔다.
혼란스럽던 마음이 진정되는 걸 느끼며 스마트폰으로 시선을 돌렸다.
게임이라도 할까 하다가···.
‘멍멍이와 산다!’ 기사를 찾아봤다.
『180° 바뀐 ‘멍멍이와 산다!’ 종영이 아닌 새로운 시작인가?!』
『주옥같은 멍멍이의 대사! 망고를 껴안는 강세나 모습에서 시청률 7.3%···!』
“······.”
커뮤니티 반응도 살폈다.
└방송천재: 멍멍산 재미쩌ㅎㅎ
└가을갈매기: 푸들 귀여워ㅎㅎ
└스타강림: 강세나랑 망고 케미 최공^^
└달피아썩은물: 다음 주까지 기다려야하다니···.
└웹쏘뉴비: 예고편 없는 거 실화냐? PD가 일을 안 하네.
└코인좌: 다음 주도 세나랑 망고 나오는 거 맞징? 예고편 왜 없는 고양 ㅠㅠ
최미진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괜히 봤어···.’
강세나를 대신해서 출연하는 게 너무 부담스러웠다.
‘모두 강세나를 원하는 거 같은데···.’
그때였다.
“미진아, 다 왔어!”
SBC 방송국에 도착했다.
그리고 정호식과 함께 SBC로 들어갔는데···.
하필 1층 로비에서···.
“하하! 이게 누구야? 정 실장이랑 미진이 아냐? 하하, 혹시 나한테 인사하러 온 거야?”
‘시X···!’
공수철과 마주쳤다.
정호식은 무척 당황하며 “어버버···.” 했다.
최미진은 그의 옆구리를 팔꿈치로 퍽! 쳤다.
“억!? 아, 안녕하세요. 공 PD님! 자, 잘 지내셨죠?”
“난 잘 지냈지. 정 실장, 저번에 보내준 홍삼즙 고마워!”
“아하하, 아뇨···. 공 PD님 건강이 제 기쁨입니다.”
최미진은 모자를 눌러쓰며 인상을 썼다.
‘박쥐 같은 매니저! 우리는 비빔면도 안 사주면서!’
공수철이 최미진을 보며 씨익 웃었다.
“미진이 염색했네? 이번 앨범 컨셉이야? 멋지네!”
“···감사합니다.”
“다음 주 복귀랬지?”
“네···.”
“그럼 그 전에 다시 약속 잡아야지!”
최미진은 생각했다.
‘시X···.’
성질 같아서는 꺼지라고 하고 싶은데···.
-꽈악
옷깃을 잡아끄는 정호식 때문에 참았다.
그러자 공수철이 재차 입을 열었다.
“지난번에 약속을 갑자기 취소해서 미안! 와하하! 내가 그때 갑자기 급한 회의가 생겼거든! 아, 그래! 미진아, 오늘 점심은 어때?”
“그게···.”
최미진은 공수철 몰래 정호식한테 눈치를 줬다.
‘인간아! 매니저면 뭐 좀 해봐라! 미팅 안 갈래? 예능 안 해? 쫌!’
정호식은 우물쭈물 입술만 달싹였다.
공수철은 미간을 찌푸리며,
“미진아, 설마 거절하려는 건···.”
그때였다.
“선배, 벌써 퇴원했어요?”
양손에 종이컵을 든 남자, 강동수가 나타났다.
= = = = = = =
동수는 ‘멍멍이와 산다!’ 새로운 게스트 최미진에게 집적대는 공수철을 발견했다.
‘감히 우리 S등급 출연진한테!?’
곧바로 꺼지라고 하고 싶었지만,
김민재 CP가 했던 말도 있고, 엘리베이터에 갇히게 해서 끔찍한···.
하여튼!
평화롭게 쫓아버리기로 했다.
“엘리베이터에 똥칠했다는 소리 들었을 땐, 깜짝 놀랐어요!”
공수철은 버럭 소리쳤다.
“누, 누가 똥칠을 해!?”
그는 최미진과 정호식을 살피며 인상을 썼다.
엘리베이터에서 똥을 싼 끔찍한 사건 이후, 몸도 낫지 않았는데 부랴부랴 출근했다.
소문을 잠재우기 위해서!
그런데···.
‘강동수, 이 악마 같은 XX가···!?’
동수는 껄껄 웃으며,
“똥칠이 아니고, 그냥 싼 거였나? 미안해요! 잘못 알았어요!”
“이 자식아! 입 다물어···!”
“에이, 선배! 웃어요! 바지에 똥 쌀 수도 있죠! 멍멍이들도 바닥에 똥 싸고 잘만 꼬리 흔들며 다니잖아요!”
“이 새X야! 좀 닥치라고···!”
“아! 노래 하나 추천해줄까요? 얼굴 찡그리지 말아요~! 모두가 힘들잖아요~! 똥을 쌀 수 있어요~ 너무 상심하지 말아요~!”
노랫소리가 워낙 커서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동수는 물 만난 제비처럼 더욱 목청을 높이기 시작했다.
“다 큰 어른이라도~! 바지에~! 똥을~! 바닥에~!”
공수철은 수치심과 분노에 부들부들 떨다가,
“이 새X야! 닥치라고!!!”
동수에게 달려들어 멱살을 잡았다.
최미진과 정호식은 물론 주변에 모여든 사람들은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동수가 노래를 멈추자, 공수철은 물었다.
“너, 나한테 무슨 억하심정이 있어!? 어디서 이딴 개짓거리를!?”
동수는 오른손에 들고 있던 종이컵에 든 커피 우유를 원샷했다.
그리고 종이컵을 바닥에 던지더니···.
공수철한테 멱살 잡힌 팔을 꺾어 버렸다!
“으악!? 놔! 놔!”
[데이터 해킹 시작. 21%···. 25%···. 28%···.]엄청나게 빠른 속도의 해킹!
그리고···.
[30%···. 오늘의 생각 기능 업데이트.]‘업데이트?’
[정보창을 확인해라.]동수는 팔을 놨다.
그러자 공수철이 노려보더니,
“건방진 자식···. 어디 두고 보자···!”
이를 갈며 몸을 휙 돌렸다.
동수는 코웃음을 치며 그의 정보창을 확인했다.
『공수철(해킹률 30%)』
『성별: 남/ 나이: 43/ 직업: PD』
『직업 2: 주린이』
『특기 1: 줄타기/ 특기 2: 카메라 촬영/ 특기 3 : 비방/ 특기 4: 아부』
『컨디션 : ↘ (컨디션 향상에 매실청이 특효!)』
『오늘의 생각: 【미확인】/【미확인】』
『추가 정보를 보려면 데이터를 습득하세요.』
‘오늘의 생각’은 해킹한 대상이 당일 했던 생각을 랜덤하게 읽게 해주는 기능이다.
원래는 1회였는데 .
‘두 번 읽을 수 있게 된 거구나?’
‘뭐, 나쁘진 않네.’
동수는 【미확인】을 하나 터치했다.
-띠링
알림창이 하나 나타났다.
『수철이가 한 오늘의 생각 ①』
【강세나한테 강동수 저 새끼 프로그램 제대로 개판 놓으라고 해야겠어! 안 그러면 MC 자리는···.】
“······.”
‘공수철, 강세나···. 이것들이 무슨 개수작을···.’
동수의 눈빛이 싸늘해졌다.
그러다가 예전에 김민재 CP한테 들었던 얘기가 떠올랐다.
‘설마···. 일단, 이따가 정확히 알아보기로 하고···.’
동수는 정호식과 최미진에게 다가갔다.
“안녕하세요.”
“아,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정호식은 공수철을 쫓아버린 동수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난감했다.
‘괜히 같이 있다가 공수철 눈 밖에 나면···.’
정호식은 안 되겠다 싶어서 최미진을 잡아끌며,
“하하, 저희는 미팅이 있어서 이만···.”
“오빠, 아파! 끌지 마!”
“조용히 좀 해! 하하, 그럼 고생하세요.”
최미진은 공수철을 쫓아버린 동수가 싫지 않았다.
그래서 정호식 몰래 꾸벅 인사를 하며,
‘고마워요!’
···라고 입을 뻐끔거렸다.
동수는 피식 웃으며 손을 흔들어줬다.
최미진도 그에게 히죽 웃어 보였다.
그러더니 정호식의 손을 탁! 쳐내며,
“아프댔잖아! 내 발로 갈 거라고! 공 PD 앞에선 쭈그리가 되더니···. 지금 와서 무슨···!”
“쭈, 쭈그리라니! 내, 내가 언제!?”
“흥!”
“야, 야! 같이 가! 어딘 줄은 알고 가냐?!”
“그걸 왜 몰라? 예능국이잖아!”
동수는 그들을 보다가 바닥에 떨어진 종이컵을 주으며 중얼거렸다.
“유쾌한 사람들이네.”
[유쾌한 사람들···. 데이터 기록···.]“뭐 이런 걸 기록하냐?”
[데이터베이스는 소중하니까.]“···너 말투가 조금 바뀌는 거 같다?”
[데이터베이스의 힘이다.]‘네이, 네이···.’
엘리베이터로 걸어가며 스마트폰을 꺼내서 김민재 CP한테 전화를 걸었다.
[오! 우리 3팀의 에이스!]하루 만에 대접이 너무 달라졌다.
하지만 동수는 전혀 어색해하지 않으며,
“푸하핫! 네! 에이스 강동수 PD입니다.”
기쁘게 현실을 받아들였다.
[그래, 그래 무슨 일이냐?]“김 CP님, 저번에 ‘멍멍이와 산다!’ 끝나면···. 파일럿 두 개하고···. 누가 들어간다고 했죠?”
[2팀 진 PD랬잖아. ‘그 노래? 그 가수!’랬나?]“아, 맞다. 명훈이가 입봉이랬죠.”
[근데 그건 왜 물어보냐?]“그냥요. 하여튼 감사합니다!”
통화를 끝내며 생각했다.
예능국 제작 2팀 진명훈 PD.
얼마 전까지 ‘생방송 인기 뮤직’의 조연출이었던···.
공수철의 수족이다.
‘아마도 강세나한테 우리 프로그램 개판 치는 조건으로 진 PD 프로그램 메인 MC 자리를 약속한 거 같은데···.’
동수는 씨익 웃었다.
“너희 딱 걸렸어!”
그때 박지혜한테 톡이 왔다.
└막내: 선배님, 큰일 났어요!
└강동수: 왜?
└막내: 회의실에 국장님이 오셨어요!
└강동수: 큰일이네···. 가시면 톡 줘.
└막내: 선배님을 찾으세요!
동수는 난처한 듯 볼을 긁적이더니,
└강동수: 알겠어. 곧 갈게.
└막내: 그런데요···.
└강동수: 또 왜?
└막내: 앨리스 엔터 황선우 팀장이랑 같이 왔어요!
‘그 재수 없는 놈이 왜···.’
동수는 잠시 고민하더니,
└강동수: 30분 안에 갈게!
└막내: 네!? 30분이요!? 지금 찾으시는데요!
└막내: 선배님!
└막내: ( ˃̣̣̥᷄⌓˂̣̣̥᷅ )
스마트폰 화면을 끄고 가온에게 물었다.
“유기농 오이 어디서 파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