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tertainment Bureau Crazy PD is back RAW novel - Chapter 31
31화 – 걱정하지 마세요.
서울에서 부산은 굉장히 멀다.
차로 가고 있으니 도착 대략 점심쯤···.
최고의 PD 가이드 두 번째 프로그램 ‘푸른 하늘 기상청’에 따르면···.
【누구에겐 새하얀 보석 같지만, 나라를 지키는 분들께는 하늘에서 내리는 예쁜 쓰레기 Snow!!!】
【겨울 공주 엘리가 찾아왔어요! Let it Go! Let it Go! 대폭설은 이틀 동안 이어집니다!】
【집에서 군고구마에 김치 먹는 걸 추천!】
【나가면 개고생이에요! 멍! 멍!】
【기억하세요! 오후 5시 13분부터 내일까지 펑펑 눈이 내려요!】
‘내일까지 폭설···. 가온, 이거 정확한 거지?’
가온이 구구절절 사연을 늘어놨다.
대충 흘려들으며 머리를 벅벅 긁었다.
‘이렇게 되면 역할극을 촬영할 시간이 부족해.’
동수는 수첩을 꺼내 일정을 체크하기 시작했다.
‘부산에 도착하면 곧장 부산 대운 고등학교로 가서 ‘부산 친구’ 첫 번째 명장면을 촬영하고···. 곧장 해운대로 가야 해.’
식사 시간을 빼고···.
이동 시간도 빼면···.
“미친. 해운대 도착하면 눈이 내리고 있겠는데?”
이러면 안 된다.
왜냐면 오늘 안으로 최소 두 개의 역할극을 더 찍어야 하니까!
‘역할극 촬영지가···.’
[무협(응답하라 1대 천마) – 동백섬] [서유기(성냥팔이 손오공) – 국제 시장] [삼총사(여포 천마와 큐티 삼형제) – 태종대] [삼국지(천마와 큐티 총사대) – 광안리 해수욕장]이렇게 된다.
전부 야외다.
싹 다 바꿔야 한다.
‘대폭설이 진짜면···.’
“쉴 틈이 없겠네!”
그때 알감자를 먹으며 버스로 걸어가는 윤하얀이 보였다.
“윤 작가! 잠깐 저 좀 봐요!”
“네!”
윤하얀이 후다닥 뛰어왔다.
“왜요?”
“우리 일정 변경하죠!”
“···알감자 달라고요?”
“···동문서답하지 말고요.”
“와, 나비다! 나비야! 나비야! 이리 날아오너라!”
“겨울에 뭔 나비예요. 현실 회피하지 마요.”
윤하얀은 어깨를 추욱 늘어트리며,
“아···. 쑤뚜레스···! 일정을 어떻게 바꾸자고요?”
“부산으로 가면서 역할극 두 개를 찍죠.”
“두 개? PD님 낮술 했어요?”
“아뇨.”
민트 초코 우유를 마시긴 했지만, 정신은 멀쩡하다.
“아니, 그럼 굳이 왜···. 장소 섭외도 다 해놨잖아요! 그리고 휴게소에선 천마와 큐티 걸즈의 일상만 찍기로 했잖아요.”
그래서 박지혜 조연출, 성시혁 FD, 카메라 조감독(한예리)이 큐티 걸즈과 천마 뒤를 따라다니고 있다.
동수는 단호하게 말했다.
“일상 촬영은 이 휴게소가 마지막입니다.”
“···대본은 어쩌고요?”
“그냥 가죠. 부족하다 싶을 땐 윤 작가가 스케치북으로···.”
“······.”
“···부탁해요.”
“대체 왜요? 와이? 이렇게 날씨도 좋고! 분위기도 좋은데! 혹시 눈 온다는 예보 때문에 그래요? 와봤자 얼마나 오겠어요! 잠깐 내리다 말겠죠!”
동수는 힐끗 ‘푸른 하늘 기상청’ 알림창을 살폈다.
【잠깐 아니죠~! 내일까지 48시간 꽉! 꽉! 채워서 폭설 내리죠~!】
【창밖을 보라~! 흰 눈이 내린다~! 펑! 펑! 펑!】
소란스럽게 기상 예보를 하고 있었다.
이걸 말할 수는 없고···.
“대비하는 게 좋을 거 같아서요. 만약에 엄청난 폭설이라도 내리면···.”
“11월에 무슨 폭설이에요!”
“윤 작가.”
“······.”
“······.”
윤하얀은 한숨을 푹 내쉬더니 알감자를 내려놓고 주섬주섬 수첩을 꺼냈다.
그러더니 진지한 눈빛으로 물었다.
“그래서 뭘 어떻게 할 건데요?”
“큐티 걸즈 멤버들한테 선물을 할 겁니다.”
황당한 대답에 윤하얀은 당황하며,
“선물이요?”
“네!”
동수는 씨익 웃었다.
= = = = = = =
연출팀과 큐티 걸즈가 탄 버스.
동수는 큐티 걸즈에게 네 개의 봉투를 내밀었다.
최미진은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PD님, 이게 뭐예요?”
“다음 휴게소에 맛있는 간식이 많거든요. 여러분께 선물을 하고 싶어서요.”
그때 막내 이유정이 “아하!” 하더니,
“이거 간식 복불복이구나!”
동수는 인자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복불복이 아닙니다. 정말 맛있는 간식 선물입니다.”
“정말이요? 와아!”
“간식 좋아Yo!”
“고맙습니다, PD님!”
훈훈한 대화가 오가고.
동수는 말했다.
“자, 고르세요!”
리더 최미진이 다시 나섰다.
오프닝 때와 달리 마음이 편했다.
그녀는 생글생글 웃으며,
‘치즈 가루 뿌린 회오리 감자가 먹고 싶은데···.’
칼로리 폭탄이지만, 아이돌인 그녀가 이럴 때 아니면 언제 회오리 감자를 먹겠는가!
최미진은 봉투를 하나 뽑았다.
“이걸로 할게요!”
이유정과 리나가 기대 어린 표정으로,
“언니야! 어서 열어봐!”
“미진! 빨리! 빨리!”
“알았어!”
미진은 봉투를 열었다.
제일 먼저 보인 건,
【간식 교환권: 회오리 감자】
“와! 회오리 감자다!”
“와아! 언니 최고!”
“감자! 감자! 와아!”
천마도 기뻐하며 짖었다.
-왕! 왕!
그 순간, 봉투 안에서 다른 종이가 보였다.
【서유기 ‘성냥팔이 손오공’ 역할극을 한 뒤, 회오리 감자 먹기.】
“어···?”
“엥···?”
“What···?”
-끼잉?
동수는 큐티 걸즈와 천마의 반응에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간식만 먹으면 재미없으니까요. 하하.”
큐티 걸즈는 동수의 말에 어색한 표정을 지으며,
“아, 네···.”
“······.”
“······?”
그러자 윤하얀이 동수에게 속삭였다.
“PD님, 컷. 컷.”
“컷!”
동수는 고개를 갸웃했다.
“윤 작가, 왜요?”
“마지막 리액션 다시 가는 게 어때요? 방금 PD님이 굉장히 얄밉게 말했는데, 반응이 너무 약한 거 같아서요.”
“음···.”
동수는 볼을 긁적였다.
사실 그가 했던 ‘간식만 먹으면 재미없으니까요.’라는 말은 편집 때 잘라낼 생각이었다.
간식 교환권과 함께 있는 임무 카드를 보고 놀라는 큐티 걸즈 모습으로도 충분했으니까.
하지만···.
‘뭐, 재밌는 장면은 많을수록 좋으니까.’
동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요. 마지막만 한 번 더 가도록 해요.”
“네! 그러면···.”
윤하얀은 최미진을 가리키며,
“미진 양은 PD님한테 배신당한 표정을 지어주세요. 예를 들면···. 피땀 흘려가며 사랑으로 키운 딸이 알고 봤더니 다른 남자의 핏줄이었고, 아내는 결혼할 때부터 외도 중이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은 중년 남자처럼···.”
최미진은 비록 중년 남자는 아니었지만, 자세한 설명에 어떤 식으로 반응해야 할지 명확하게 캐치했다.
“네, 알겠어요!”
“좋아요! 그리고 유정 양은 장난스럽게···. 음···. 그게···. 아! 혹시 부산 사투리 알아요?”
이유정은 장난스레 웃더니,
“사투리 몰라예!”
자연스러운 억양에 윤하얀이 눈을 동그랗게 뜨자, 최미진이 말했다.
“유정이 중학교 때까지 부산에서 살았어요.”
윤하얀은 밝은 얼굴을 하더니,
“잘됐네요! 그러면 PD님한테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세요!’라는 식으로 말하면 되는데요. 이걸 부산 사투리로 하면 음···. 뭐가 좋을까요?”
“니 미칬나?”
“······.”
버스에 정적이 흐르자 최미진이 엄한 목소리로,
“이유정! 장난치지 말고!”
“언니야, 내 장난치는 거 아이다.”
“이유정!”
“······.”
이유정은 샐쭉한 얼굴로 아랫입술을 비쭉 내밀었다.
그러자 동수가 호탕하게 웃으며,
“유정 양, 그것도 재밌는 멘트긴 한데요. 조금 무난하고 귀여운 걸로 가죠. 우리 유정 양 이미지는 귀염뽀짝이잖아요!”
이유정은 표정을 풀었다.
그녀는 잠시 고민하더니,
“참말인교? 는 어때요?”
“이야, 좋네! 좋아! 윤 작가는 어때요?”
윤하얀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참말인교로 가요. PD님 말씀처럼 귀염뽀짝! 알았죠?”
“네에~!”
마지막으로 리나.
“그리고 리나 양은 음···. 서유기 알아요?”
“잘 몰라Yo···.”
“서유기는요. 손오공이 나오는 거예요.”
“손오공···? 드래곤X···?”
“맞아요! 그 손오공이요!”
“OH···. 저 드래X볼 좋아해Yo!”
리나 킴은 MMA(종합 격투기)뿐만 아니고, 액션 영화나 만화도 좋아한다.
윤하얀은 웃으면서,
“리나 양은 서유기라고 적힌 임무 카드를 보고, ‘손오공 내가 할래YO! 카카X트!!!’ 라고 말하세요!”
동수는 눈가를 움찔하며,
“윤 작가, 그거 너무 과한 거 아니에요?”
“리나 양은 사차원 이미지라 괜찮아요!”
“음···.”
리나는 강 PD와 하얀 작가를 번갈아 보더니,
“저 잘할 게Yo!”
의지를 불태웠다.
동수는 그녀를 보며 웃더니,
“좋습니다. 그럼 다시 한번 가죠!”
그러자 한동우 FD가 슬레이트를 들고 카메라 앞에 섰다.
“버스 씬···. 컷···. 테이크 두 번째···.”
그리고···.
“간식 교환권이라고 생각했는데···. 정말···. 너무해요···. 어떻게 저한테···. 흑흑···.”
“미진 양···.”
“···조금 과했나요?”
“네, 조금···. 다시 가죠.”
순조롭게 버스 촬영이 마무리됐다.
얼마 후, ‘멍멍산’ 팀은 두 번째 휴게소에 도착했다.
그리고 윤하얀이 쓴 ‘성냥팔이 손오공’ 대본대로 역할극을 펼쳤다.
※※※※※※※
【성냥팔이 손오공】
※등장인물
손오공 : 리나 킴
삼장법사: 천마
사오정 : 최미진
저팔계 : 이유정
※줄거리
성냥을 팔아 생계를 유지하던 원숭이 요괴 손오공.
춥고 추운 겨울. 성냥은 팔리지 않고, 손오공은 추위에 떨다가 성냥불을 켜며 눈물을 흘렸어요.
그때 지나가던 삼장법사가 손오공에게 말했어요.
“원숭이 요괴야. 나랑 같이 갈래? 천축국은 성냥이 잘 팔릴 거야.”
성냥팔이 손오공은 고민 끝에 영업장소를 옮기기로 했어요.
손오공은 여행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전당포 저팔계 아저씨한테 마법 성냥을 팔아 돈을 마련하고···.
소꿉친구 사오정과 작별 인사를 나눈 뒤, 삼장법사와 천축국으로 여행을 떠났답니다!
※※※※※※※
길지 않은 내용이라 큐티 걸즈는 대사를 금방 외웠다.
그때 이유정이 손을 들고 질문했다.
“PD님, 이거 그냥 성냥팔이 소녀라고 하는 게 낫지 않아요? 왜 굳이 서유기를···.”
동수는 씨익 웃으며,
“재밌잖아요.”
익숙한 이야기들이 버무려져서 탄생한 이야기.
발명이 아닌, 발견의 재미.
동수는 ‘성냥팔이 손오공’이 재밌었다.
그리고 촬영이 시작됐다.
촬영 감독은 천마(치와와)를 촬영할 게 걱정스러웠지만, 아무 문제 없었다.
왜냐면 비스트 마스터 윤하얀이 있으니까!
“천마! 멈춰!”
“천마! 앞으로 가!”
“천마! 천천히!”
“천마, 천마군림보!”
“천마, 달려!”
촬영은 매우 순조로웠다.
예상외의 발견이라면···.
이유정이 연기를 무척 잘한다는 거다.
손오공이 여행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저팔계 아저씨를 찾는 장면에서···.
“불을 피우면 먹을 게 나오는 마법 성냥이라고?”
“Yes! 돈으로 바꿔줘YO!”
“···전당포는 하루 지나도 반달이자 받는다.”
“Yes!”
“원금 80,000원에 4부이자 1,600원 본인이 갖고 와야 돌려준다.”
“알겠어Yo!”
“다른 건 더 없어? 금이빨도 받아.”
“금이빨 없어Yo!”
“금이빨 빼고 모조리 씹어 먹어줄게.”
“헉! 왜Yo!?”
“장난이다.”
예사롭지 않은 연기력을 선보였다.
하여튼 첫 번째 역할극 촬영은 잘 마무리됐다.
그리고 큐티 걸즈 멤버들은 고대하던 회오리 감자를 맛있게 먹었다.
“미진 언니야, 치즈 시즈닝 맛있나?”
“응!”
“우리 바꿀래? 갈릭 별로···.”
“싫어!”
“유정아, Me랑 change?”
“리나 언니는 아무것도 안 뿌렸잖아. 싫어.”
동수는 수첩을 꺼내서 다음 목적지를 체크했다.
‘또, 휴게소는 별로야. 수목원···. 그래, 수목원이 좋겠어. 거기서···.’
[무협 역할극 ‘응답하라 1대 천마’]펜으로 밑줄을 쭉! 긋더니,
“이걸 하자. 곧장 수목원에 협조를···.”
그러자 가온이 말했다.
[어울림 수목원, 청정 수목원, 대운 대나무숲···]‘오늘 개장한 수목원이야?’
‘땡큐!’
[웰컴.]때마침 박지혜가 걸어가는 게 보였다.
“막내야!”
“네!”
“내가 말하는 수목원으로 전화해서 촬영 협조 좀 구해. 어울림 수목원, 청정 수목원, 대운 대나무 숲···.”
“다 적었어요.”
“당일 촬영이라 거절할 수도 있어. 그러면 나한테 말해! 알겠지?”
박지혜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걱정하지 마세요.”
잠시 후, 대운 대나무 숲 관계자가 촬영을 허락했고, 일행은 대운 대나무 숲으로 출발했다!
= = = = = = =
동수는 버스 안에서 첫 번째 역할극 촬영 영상을 확인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재밌게 찍혔어. 유정 양이 연기를 잘해줘서···.’
그때 박지혜가 동수 옆으로 오더니 비타민 음료수를 내밀었다.
“선배님, 여기요. 마시면서 보세요.”
“땡큐.”
“재밌게 잘 찍혔죠?”
“응. 너도 수고했어. 현장 통제하기 힘들었지?”
“제가 한 게 뭐 있다고요. FD들이 고생했죠.”
겸손한 말과 달리, 박지혜는 원활한 녹화를 위해 동분서주했다.
동수는 그걸 다 알고 있기에, 엄지 척을 하며 미소 지었다.
“우리 막내가 최고다.”
박지혜는 쑥스러운 얼굴을 했다.
“선배님도, 참···.”
“그리고 수목원 협조도 잘했어. 어떻게 한 번에 성공하냐?”
“수목원 직원들이 친절하더라고요.”
“그래?”
“네.”
어쨌든 잘된 일이다.
그때 박지혜가 물었다.
“이번에는 그걸로 하실 거죠?”
“응, 임무 뽑기를 계속하면 재미없잖아.”
“Future_K가 준 아이디어였죠?”
“맞아. 윤 작가가 Future_K를 서브 작가로 뽑아달라고 아주 난리야.”
“아하하. 저도 DM을 보내봤는데···. 답이 없네요.”
“뭐, 어쩔 수 없지.”
동수는 버스 뒤쪽에서 졸고 있는 큐티 걸즈를 쳐다봤다.
그리고 빙긋 웃으며 말했다.
“모두 ‘보물찾기’를 좋아하려나?”
-띠링
그때 갑자기 알림창이 나타났다.
【현재 시각 : 오전 10시 13분】
【대폭설 시작 시각 : 오후 5시 13분】
【남은 시간 : 07:00:00】
[서둘러라. 시간이 없다.]동수는 고개를 끄덕이며,
‘알겠어!’
잠시 후, ‘멍멍산’ 팀은 대운 대나무 숲에 도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