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tertainment Bureau Crazy PD is back RAW novel - Chapter 91
91화 – 그러니까 왜요?
연말 특집 3부는 촬영이 어느 정도 진행됐다.
강남희 할머니와 누렁이가 함께 속초 여행 가는 내용이었다.
여행지를 속초로 한 이유는 할머니의 신혼여행지가 설악산이었기 때문이다.
하여튼 그곳에서 할머니는 누렁이와 꽤 정이 들었다.
누렁이도 더는 할머니의 손길을 피하지 않았다.
누렁이가 마음의 문을 조금 연 거 같았다.
이대로 명작 동화처럼 ‘그리고 둘은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답니다!’라고 끝내도 됐지만···.
멍멍산 팀은 좀 더 특별한 뭔가가 필요했다.
그렇다고 전처럼 역할극 여행을 하겠다는 건 아니다.
그저 누렁이와 할머니가 지금보다 더 행복한 결말을 그려보고 싶었다.
그리고 그때 레나 포스터가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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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멍이와 산다!’ 회의실.
레나 포스터는 윤하얀에게 3부 촬영이 어디까지 진행됐는지 들었다.
차분하게 경청하는 레나.
윤하얀은 그녀가 어떤 식으로 방송에 출연하게 되는지도 설명했다.
“레나씨는 ‘특별한 손님들’이라는 컨셉으로 출연하게 될 거예요.”
“재밌네요. 저 말고도 다른 손님 또 있나요?”
“주인 할머니의 지인 중에서 알아보고 있어요.”
윤하얀이 제일 먼저 떠올린 건 차 작가였다.
차은수는 강남희 할머니에게 김말순 요양사까지 소개해주고, 여러모로 신경을 써줬으니까.
이번에도 흔쾌히 수락할 줄 알았다.
하지만 아쉽게도 일이 있어서 출연할 수 없게 됐다.
‘차 작가님이 출연했다면 정말 대박이었을 텐데···.’
어쩔 수 없이 다른 사람을 찾고 있다.
이왕이면 전에 주인 할머니 댁에 살았던 사람들 위주로 말이다.
윤하얀은 배시시 웃으며 말했다.
“출연자를 못 찾으면 저라도 출연하려고요.”
“윤 작가님이요? 왜요?”
“예전에 주인 할머니 댁 옥탑방에 살았거든요. 그때 할머니랑 무척 친하게 지내서···.”
“아! 혹시 이번에 김 선생님 어머님을 방송에 출연시킨 것도···.”
“아하하, 이렇게 하면 혹시 할머니께 도움이 될까 싶어서···.”
“정말 훌륭한 생각이에요.”
“아뇨. 사실 걱정이 되기도 했어요. 방송으로 제 사심을 채우는 거 같기도 하고···.”
맞은편에 앉아서 촬영 일정을 검토하고 있던 동수가 나지막하게 말했다.
“윤 작가가 방송에 뭔 사심을 채워요. 효심 내지는 측은지심이면 모르겠네.”
“그렇게 말해줘서 고마워요.”
“웰컴, 웰컴.”
레나 포스터는 두 사람을 보며 눈을 반짝였다.
그러면서 비서가 조사해 온 윤하얀에 대한 정보를 떠올렸다.
‘윤하얀···. Q-TV라는 작은 케이블 채널에서만 활동하던 다큐 전문 작가. 별명은 비스트 마스터, 모글리···.’
소문엔 그녀가 동물과 대화를 할 수 있다고 하는데, 방송에서 보여준 모습을 보면 신빙성이 없는 말은 아니다.
‘소문을 떠나서 뛰어난 재능을 가진 작가라는 건 확실해. 강 PD와 돈독한 사이인 것 같으니···. 윤 작가한테 로비해서 우리 프로그램을 맡게 하면, 강 PD가 우리를 선택할 확률이 더 커질 거야.’
최근에 영입한 멜리사 베니 감독이 생각났다.
‘그녀라면 윤 작가와 합이 잘 맞을 거 같아.’
멜리사 베니 감독은 미국에서 유명한 다큐멘터리 감독이다.
레나는 월드 데이지 컴퍼니의 자회사인 MGO(다큐& 다큐 영화 전문 제작사)와 경쟁하기 위해서 멜리사와 계약을 했고, 대형 프로젝트를 준비 중이다.
‘그 프로젝트를 미끼로 윤 작가를 끌어들이면···.’
레나는 자신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가는 걸 숨기기 위해 헛기침을 했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폰을 꺼내 비서(에디)에게 문자를 보냈다.
└레나: 윤하얀을 잡을 거야. 계약서 준비해.
└에디: 조건은 어떻게 할까요?
└레나: 윤하얀의 현재 계약 수준의 3배. 그리고 멜리사 베니 감독이 준비 중인 ‘잃어버린 세계’ 프로젝트에 메인 작가 중 한 명으로 참여할 수 있다는 것도 넣고.
└에디: 알겠습니다.
레나는 폰을 주머니에 넣고 생각했다.
‘강 PD는 3부 촬영이 끝나기 전까지 계약에 대해 언급하지 말아 달라고 했지만···. 윤 작가한테 접근하지 말란 소리는 안 했으니까.’
그녀는 윤하얀과 동수 몰래 미소 지었다.
그때···.
레나 포스터 옆에 둥둥 떠 있던 요정 가온이 그녀의 머리를 톡톡 치며 동수에게 말했다.
[당신 얘가 윤하얀 채가려고 한다.]‘그래?’
[지금보다 3배 좋은 계약 조건에 유명 다큐 감독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해준다는데? 이대로면 윤하얀 뺏길지도.]‘······.’
동수는 레나를 빤히 쳐다봤다.
그러자 그녀가 방긋 웃으며 물었다.
“강 PD님, 왜 그렇게 보세요?”
“저는 제 사람한테 개수작 부리는 거 싫어합니다.”
레나는 흠칫했다.
그녀의 동공에 지진이 일어났다.
‘뭐, 뭐지. 설마 내 생각을···.’
윤하얀은 분위기 파악을 못하고 깔깔 웃으며 물었다.
“강 CP님~! 그럼 누가 저한테 수작 부려도 싫겠네요?”
동수는 하얀 이를 드러내고 웃으며,
“당연히 싫죠. 우리 윤 작가한테 수작 부리는 XX는 전부 물어 뜯어버릴 겁니다!”
“뭐야! 뭐야! 부끄럽게 왜 이런데?”
윤하얀은 조금 부끄러웠지만, 싫진 않았다.
그러다가 그녀는 물었다.
“근데 갑자기 개수작 얘기는 왜 꺼내세요?”
“그냥···. 누가 윤 작가를 뺏어갈 거 같아서요.”
그 순간, 레나는 오소소 소름이 돋았다.
‘뭐, 뭐야? 정말 내 계획을 눈치챘다고? 방금 생각한 건데? 대체 어떻게? 설마, 내가 윤하얀을 유심히 보는 걸 눈치챘나?’
그때 윤하얀이 웃음을 터뜨렸다.
“호하핫! 진짜 미쳤나 봐! 뭐에요! 레나 씨도 있는데 창피하게!”
동수는 피식 웃더니,
“장난입니다. 장난.”
“그런 장난치지 마요! 레나씨~ 우리 강 CP님이 어린애 같은 면이 있다니까요! 너무 이상하게 생각하지 마요!”
레나는 어색하게 웃으며,
“아하하···. 네···. 저 잠깐 화장실 좀···.”
“네~ 다녀오세요!”
그녀는 회의실에서 나오자마자 비서 에디에게 문자를 보냈다.
└레나: 윤하얀 잡는 거 없던 일로 해!
= = = = = = =
동수는 레나가 나간 문을 보며 콧방귀를 꼈다.
그때 변 국장에게 톡이 왔다.
└변 사또: 지금 당장 본부장실로 가라.
└강동수: 본부장 누구요? 우리 회사 본부장이 한 둘입니까?
└변 사또: 제작 2본부 담윤지 본부장님.
└변 사또: 너···. 오늘 있었던 일 시말서 써와라.
└변 사또: 그리고 다시 한번 상사한테 무례하게 해서 질서를 어지럽히면 각오해라. 시말서 정도로 안 끝날 거다.
└강동수: ㅗ
└강동수: 아이고, 오타입니다. 죄송합니다.
└강동수: 그럼, 이따 뵙겠습니다.
동수는 폰에서 시선을 떼고 윤하얀에게 말했다.
“저 담 본부장한테 좀 다녀올게요.”
“그 사람 성격 장난 아닌 거 같던데···.”
“걱정하지 마십쇼. 잘리기밖에 더 하겠습니까?”
“그러지 마요. 이제 CP 되셨는데···.”
걱정스레 말하는 그녀를 빤히 보던 동수는,
“음, 제가 다른 데로 가도 윤 작가는 계속 ‘멍멍이와 산다!’를···.”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윤하얀이 빽! 소리쳤다.
“저 버리고 가면 시청률 0% 저주에 걸릴 거예요!”
“그거···. 끔찍한 저주네요.”
“그러니까 이상한 소리 하지 마요! 끝까지 함께해요!”
윤하얀을 보며 박채연 작가가 했던 말들이 떠올랐다.
‘저는 늘 강 PD님 편이에요. 이번 일만 잘 해결되면 우리 다음 프로그램은 꼭 대박 나요!’
‘그래요. 제가 제작비 빼돌렸어요. 하지만 어쩔 수 없었어요. 정말 급해서···. 바로 메꾸려고 했는데···.’
‘사실 이렇게 된 건 전부 강 PD님 때문이잖아요! 더러운 성질 죽이고 선배들한테 고개만 숙였어도···. 이렇게까진···.’
동수는 씁쓸한 표정으로 말했다.
“저랑 계속 함께하면 후회할지도 모릅니다.”
윤하얀은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후회 안 해요!”
그녀는 활짝 웃으며,
“제가 좋아하는 명언이 있어요.”
“명언이요?”
“한때 자신을 미소짓게 만들었던 것에 대해 절대 후회하지 마라!”
“······.”
“저는 PD님과 함께 일할 때 무척 즐거워요! 그러니까 쭉 함께 일하고 싶어요! 나중에 힘든 일이 생겨도 절대 후회하지 않을 거예요!”
동수는 피식 웃더니,
“개떡 같은 명언이네요. 사람이 어떻게 후회를 안 합니까?”
“개떡이라뇨! 너무해요!”
“하하, 장난입니다. 장난. 하여튼! 우리 윤 작가 마음은 잘 알았습니다! 그럼 나중에 가서 말 바꾸지 마십쇼! 저랑 끝까지 함께 일하는 겁니다! OK?”
“OK! 그래도···.”
“······?”
“···부탁이니까 본부장한테 막 나가지 마세요.”
“노력해보죠. 어쨌든 알겠다고 한 겁니까?”
“네!”
동수는 검지로 머리를 톡톡 건드리며,
“예전에 말했죠? 제 대가리에 로봇 하나 있다고요! 그래서 지금 한 말 녹음했습니다! 무르기 없어요!”
윤하얀은 동수가 장난을 친다고 생각하고 깔깔 웃으며,
“알겠어요!”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그럼, 본부장실에 다녀오겠습니다.”
“다녀오세요!”
동수는 그녀의 정보창을 확인했다.
컨디션 향상에 ‘녹차 마카롱’이 좋다고 적혀 있다.
“이따 간식으로 녹차 마카롱 먹을까요?”
“오오! 완전 좋아요! 스페이스 벅스 걸로 먹어요!”
“막내는 딸기 마카롱을 좋아했나요?”
“박 PD한테 톡 해볼게요!”
그때 레나가 들어왔다.
그러자 윤하얀이 그녀에게 물었다.
“레나씨, 간식으로 마카롱 어때요?”
레나는 활짝 웃더니,
“정말 좋아요. 후후.”
-띠링
『0% 진실입니다.』
동수는 작게 혀를 차며 회의실에서 나갔다.
= = = = = = =
담윤지는 미모가 정말 뛰어났고, 눈치도 빨라서 어른들의 사랑을 듬뿍 받았다.
무엇보다 담 회장의 사랑을 듬뿍 받았는데, 남자를 다루는 법도 일찍이 알아서 정략혼을 시키면 그룹에 큰 도움이 될 거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랬던 그녀는···.
지금은 집에서 눈칫밥 먹는 신세가 됐다.
누군가 왜 이렇게 된 거냐고 물으면,
그녀는 이렇게 말할 거다.
“칠 년 전에 말이야···.”
신성 그룹과 브루스 리 코퍼레이션의 공격으로 갈기갈기 찢겨나간 오씨 가문의 아들과 파혼하고···.
[윤지야, 재벌에게 결혼은 사업의 연장선이다. 네 의지보다 그룹의 이익이 중요해.]할아버지의 명령에 따라 매달리는 전(前) 약혼자를 매몰차게 쫓아버렸던 그때부터···.
“내가 조금 이상해졌어. 뭐가 이상해졌냐면 말이야···.”
이 남자, 저 남자 소개를 받아도 감흥도 없고
친구(김수아 부회장)가 신성 그룹 황태자(차은수)와 연애하는 걸 봐도 방해하고 싶지도 않고···.
그냥 왠지 모르게 가슴이 뻥 뚫린 거 같아서···.
술만 마시고 싶고···.
스포츠카 타고 막 질주하고 싶고···.
“그러다가 미친 짓을 했어···.”
술이 떡이 돼서 전(前) 약혼자를 찾아간 거다!
“또라이지···. 찾아가서 뭘 어쩌겠다고···.”
“······.”
“그런데 말이야···. 사실은···.”
전(前) 약혼자가 변함없이 그녀를 사랑하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 남자는 세상에서 둘도 없는 착한 남자였으니까.
“야, 나 존X 순수하지 않냐?”
“······.”
그런데 그는 오피스텔에서 다른 여자와 나왔다.
제법 그럴싸하게 생긴 여자였다.
둘은 팔짱을 끼고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태희 씨, 오늘은 부산 갈매기가 이길까요?’
‘물론이지! 올해는 기필코 가을 야구에 갈 거야!’
‘작년에도 그렇게 말했는데···.’
‘야, 오중혁! 너 부산 갈매기를 의심하는 거야!? 너···. 설마, 창원 티라노로 변심한 건 아니지?’
‘아니에요! 전 부산 갈매기가 좋아요! 매번 꼴찌를 해도 포기하지 않는···.’
‘후후! 그게 갈매기의 매력이지!’
그런 둘의 모습은 너무도 행복해 보였다.
그리고 그 순간 담윤지는 깨달았다.
“나는 그 남자를 미치도록 사랑했구나. 이게 질투라는 감정이구나.”
“······.”
“근데 매달리지 않았어. 난 대명 그룹 담윤지라고! 내가 누구한테 매달릴 사람이 아니거든.”
“······.”
“대신 창원 티라노에 투자를 시작했지. 갈매기 이기면 선수들한테 보너스도 준다고!”
동수는 한숨을 푹 내쉬면서 말했다.
“담 본부장님.”
“응? 왜?”
“본부장실로 불러놓고 저한테 왜 이런 얘기를 하는 겁니까?”
“나에 대해 알려주고 싶어서.”
“그러니까 왜요?”
담윤지는 매력적인 미소를 흘리더니,
“너 나랑 연애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