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REDOS RAW novel - Chapter 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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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크
어디 한 곳 치열하지 않은 데가 없었다.
괴물과 인간의 진짜 전쟁, 서로의 무기가 부딪히고 화약과 마법이 터지는 굉음, 비명과 고함, 그리고 피와 신체조각이 이리저리 날아다닌다. 매캐한 냄새의 화약연기가 안개처럼 자욱하게 퍼지고 마법과 스킬에 의해 휘몰아치는 바람이 그것을 걷어내기도 했다.
레야는 환영을 두셋으로 분리해 솜씨 좋게 전장을 살폈다. 정신없이 그 영상에 빠져들던 김유린은 무전이 오기도 전에 어디를 지원해야 할지 예측할 수 있었다.
방어선의 남쪽에서 초록색 눈동자 오크 두 마리가 나타났다. 제 부하들과 각종 엄폐물을 적절히 이용하며 접근해오는 모습이 꽤나 노련하다.
바쁘게 오가는 무전 이후 김인환의 조가 신속하게 이동을 시작했다. 그들이 도착할 때 쯤 초록색 눈동자의 오크 두 마리도 전선에 도착할 듯하다.
어떻게 싸울지 보고 싶다. 하지만 김유린이 맡아야 할 영역에서도 초록색 눈동자의 오크 두 마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나 갈게!”
– 방심하지 말고 싸워라. –
레야는 당부의 말과 함께 차에서 내렸다. 이후 무전이 오기도 전에 출발하는 김유린의 조를 잠시 지켜보던 그가 날개를 펼쳐 하늘로 날아올랐다.
그의 임무는 행여나 생길지 모르는 류한 길드원의 사망을 방지하는 것이다. 특히 간부진은 단 한 명도 죽어선 안 된다.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하늘 높이 떠오른 그의 눈앞으로 김유린에게 보여주던 것과 같은, 그러나 더 많은 수의 환영이 떠올랐다. 십여 개가 넘는 영상을 살피면서도 레야는 전혀 혼란스러워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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쾅!
“커헉!”
휘둘러진 문신 오크의 전투망치에 방패를 들어올렸던 기사 직업 군인 셋이 동시에 날아간다.
그야말로 괴물 같은 힘이다. 직접 그 충격을 느낀 군인 중 하나는 세상이 빙글빙글 도는 듯한 감각과 함께 허공을 날아 땅에 처박혔다.
상상했던 것을 아득하게 뛰어넘은 충격이었다. 충격을 흘려낼 만반의 준비를 했음에도 팔이 부러져버렸다. 고통을 참으며 급히 몸을 일으킨 그의 시야로 전열을 맡은 전우들이 아무렇게나 튕겨나가는 모습이 보였다.
주변에서 지원을 위해 쏘아진 탄환들은 문신 오크의 피부조차 뚫지 못했고, 타격을 줄 만한 마법은 재빠른 움직임으로 피해버렸다.
그렇게 문신 오크가 전열을 뚫어내버리자 구멍 난 그곳으로 괴물들이 비집고 들어오기 시작했다. 중기관총 사수가 급히 총구를 돌려 문신 오크를 조준하기 무섭게 그를 눈치챈 문신 오크가 주변의 부상자를 들어 자신의 앞으로 내세웠다.
아무리 문신 오크를 죽이는 것이 중요해도 살아있는 아군에게 발포할 수는 없다. 중기관총 사수가 멈칫거린 사이, 문신 오크는 근처의 엄폐물까지 이동해 들고 있던 부상자를 내던지고 급속도로 접근하기 시작했다.
중기관총은 방어선을 유지하는데 적지 않은 역할을 한다. 벌써부터 무력화되면 안 되는 무기였다. 게다가 지금 중기관총 사수가 당해버리면 저놈을 막을 수단이 없다. 그렇게 이곳이 완전히 뚫리면 도미노처럼 다른 방어선도 무너지기 시작할 것이다.
하지만 이미 초록색 눈동자를 번뜩이는 문신 오크는 자신을 위협하는 중기관총 진지 근처까지 무사히 접근한 상태였다. 게다가 또 다른 문신 오크가 근처에서 무기를 휘두르며 난동을 부린 탓에 놈을 저지할 전력이 분산됐다.
막을 수 없다. 모두가 그렇게 예상하며 중기관총 사수마저 자신의 자리를 포기하고 일어선 순간, 누군가 그 괴물의 앞을 단신으로 막아섰다.
쾅!
가차없이 휘둘러진 커다란 검은빛 전투망치가 들어올린 방패와 부딪치며 폭음이 터졌다. 범상치 않은 전신갑옷을 입은 남자는 문신 오크의 괴력을 방어해낸 것으로도 모자라 반격까지 뻗어냈다.
푸른빛 스파크가 번쩍이고 검이 뻗어진다. 급하게 몸을 튼 문신 오크의 피부를 길게 찢어놓은 그것이 쉬지 않고 휘둘러지며 집요하게 괴물의 급소를 노렸다.
[시련을 견뎌낼 빛의 가호를!] [강철이 깃들어 생명을 피우고 벼락을 휘두르라!] [영겁을 거쳐 진리를 찾는 탐구의 광휘여!]후방에서 나타난 제복을 입은 류한 길드원들이 문신 오크와 일대일 싸움을 하는 남자, 김인환에게 각종 버프를 걸었다.
[네 악행의 대가를 치르라.] [어둠을 눈 돌려 직시하라!]또한 상대에게는 갖가지 디버프를 걸었다. 김인환이 강해진 만큼 약화되어버린 문신 오크가 발악적인 고함을 내질렀다.
[크하아아악-!]전장을 쩌렁쩌렁 울리는 포효와 함께 무형의 충격파가 뿜어진다. 날아드는 총탄을 튕겨낼 정도의 강력한 위력, 그러나 김인환은 오히려 앞으로 한 발 나서며 방패를 내질렀다.
뇌진대력공의 구결을 따라 휘도는 내력이 스킬 마력체술과 상승효과를 일으키며 그의 육체와 방어구를 강화한다. 불꽃을 튀기는 스파크와 함께 방패로 충격파를 박살내버린 그가 짧은 거리임에도 빠르게 가속하며 돌진했다.
방패를 내지른 자세에서 자연스레 연계된 숄더차지가 당황한 문신 오크에게 정통으로 들어갔다. 굉음과 함께 거구의 괴물이 허공을 훌훌 난다. 어찌나 멀리 날아가는지 다소 비현실적으로 느껴질 정도였다.
허나 막상 공격을 성공시킨 김인환은 인상을 찌푸렸다. 적중의 순간 상대가 몸을 띄워 저항 없이 날아가버렸기 때문이다. 예상대로, 땅에 처박혔던 문신 오크는 피를 한웅큼이나 토하면서도 벌떡 일어섰다.
크허어어엉!
그리고 제 부상에는 아랑곳없이 기세넘치는 포효를 내지르며 돌진해온다. 놈의 문신이 한순간 벌겋게 달아오르더니 순식간에 전신이 화염으로 뒤덮였다.
김인환은 당황하지 않았다. 이미 헤르난데스에게 들어 알고 있는 현상, 그는 물러서지 않고 달려드는 불덩이 괴물을 향해 스킬을 발동했다.
기사 직업은 공격보단 방어에 특화된 직업이다. 무리를 이끌고 다른 이들을 지킬 때 더 강해지는 패시브 스킬을 가졌다. 또한 그는 지금 갖가지 버프를 받아 평소보다 두 배 이상 강해진 상태였다.
앞세운 방패를 중심으로 일렁이는 황금빛의 반투명한 장벽이 펼쳐진다. 뒤이어 달려든 오크의 무기와 그 스킬의 장벽이 충돌하며 빛이 번쩍였다.
쩌어엉!
투박하지만 그만큼 단단해보였던 검은빛 전투망치가 유리처럼 박살나며 흩어진다. 뒤이어 한 걸음 내딛으며 재차 뻗어진 방패가 무기를 잃은 상대의 몸통을 무자비하게 후려쳤다.
폭발에 휩쓸린 것처럼 불덩이로 이뤄진 몸뚱이가 산산히 흩어졌다. 연계되어 휘둘러진 검이 형체를 잃어가는 목을 깔끔하게 베어냈다.
주술이 깨어지고 불길이 흩어진다. 채 마지막 불꽃을 피워내지 못한 문신 오크의 반쯤 타버린 몸뚱이가 바닥에 풀썩 쓰러졌다. 김인환은 그것을 쳐다보지도 않고 두 번째 문신 오크에게로 곧장 돌진했다.
옆에서부터 빠르게 다가오는 커다란 기운에 다른 이들을 마구잡으로 쳐 날려버리며 학살하던 놈이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제 용감함을 증명하듯 포효를 내지르며 마주 무기를 휘둘렀다.
양손대검과 황금빛 휘광에 감싸인 방패가 충돌하고, 보이지 않는 충격파가 사방으로 뻗어나가며 돌풍을 일으켰다. 충돌의 승자는 스킬까지 발동하며 전력으로 돌진해온 김인환이었다.
비틀거리면서도 재빨리 물러서 균형을 회복하는 문신 오크의 손에서 적지 않은 피가 후두둑 떨어졌다. 총탄마저 막아내는 질긴 피부가 갈갈이 찢어질 정도로 충격량이 컸다는 의미다.
그런 상대를 귀신처럼 따라붙는 김인환의 전신에서 재차 스파크가 번쩍였다. 뇌진대력공이 제대로 발동될 때의 모습이다.
쾅! 콰앙!
크워아어어억!
방패와 검, 그리고 대검이 충돌하며 불꽃이 튄다. 서로의 공방은 언뜻 비슷하게 보였다. 허나 문신 오크는 김인환과 격돌할 때마다 전신으로 짜릿하게 흐르는 전류 덕에 점점 균형을 잃어갔다.
그러다 어느 순간, 제멋대로 다리 근육이 수축하며 몸이 비틀거렸다. 그 기회를 놓치지 않은 김인환의 검이 오크의 팔을 길게 찢어놓고 방패가 대검을 강타했다.
커다란 대검이 허공을 훌훌 날아 뒤쪽으로 떨어진다. 그곳에 있던 운 나쁜 오크 한 마리가 머리를 얻어맞고 쓰러지는 모습이 언뜻 보였다.
무기까지 잃고 전신이 만신창이가 된 문신 오크는 제 몸에 새겨진 주술을 발동시키지도 못하고 목이 잘렸다. 뿜어지는 핏줄기와 함께 땅에 떨어져 구르는 머리통을 보던 김인환은 마침내 참았던 숨을 토해내며 눈을 깜빡였다.
길지 않은 전투였지만 전력을 다한 탓에 몸이 약간 뻐근하다. 꾸준하게 내력을 휘돌리는 그의 시선이 주변을 훑었다. 뚫렸던 전열을 비집고 들어섰던 오크들은 그와 함께 온 길드원들에 의해 빠르게 정리되고 있었다.
제대로 된 진형을 짜고 폭풍처럼 몰아치는 류한의 공세를 오크들은 견뎌내지 못했다. 간간이 노란색 등급의 오크가 발악하는 모습이 보였지만 오래 버티진 못했다. 주변의 군인들까지 최선을 다해 보조하는 마당에 버틸 수 있을 리 없다.
첫 방어는 훌륭하게 해냈다. 하지만 이제 시작일 뿐이다. 김인환은 검을 고쳐잡고 근처의 오크를 향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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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와아아아악!”
성난 문신 오크가 고함을 내지른다. 하지만 날아드는 푸른빛 섬광은 여전히 그칠 기미가 없었다.
정면으로 막아내자니 너무 강하고 엄폐물을 이용해도 순식간에 구멍이 뻥뻥 뚫려 공격에 노출된다. 그렇다고 속도가 느려 피하기 쉬운 것도 아니었다.
권태수는 어떻게든 자신에게 접근하려는 문신 오크를 피해 뒤로 물러서며 다시 사격을 가했다. 세이라크의 눈이 결합된 KS11 소총에서 수십 발의 마력 탄환들이 쉬지 않고 쏟아졌다.
높은 레벨과 세이라크의 눈 덕에 여타 사격수들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쏘아진 탄환들이 다급하게 몸을 피한 문신 오크의 몸을 스친다. 사격수의 날카로운 시야로 놈의 피부가 쩍쩍 벌어지며 피가 튀는 것이 여지없이 보였다.
워낙에 변칙적으로 움직이는 탓에 맞추기 쉽지 않다. 허나 그는 전혀 조급해하지 않았다. 아까부터 미묘하게 사격 방향을 조절하며 상대를 몰이하는 중이었으니까.
그리고 마침내 문신 오크가 피할 수 없는 장소에 도달했다. 빠르게 자세를 낮춘 그의 총에서 충격파와 함께 한줄기 섬광이 가공할 속도로 쏘아졌다.
피할 길 없이 날아드는 빠르고 위력적인 공격, 문신 오크는 다급히 제 무기를 엄폐물삼아 몸을 숨겼다. 커다란 대검의 옆면에 날아든 권태수의 공격이 그대로 직격하며 빛이 터진다.
콰과앙-!
방어에는 성공했으나 견디지 못한 무기에 금이 가며 산산이 깨져나갔다. 졸지에 빈손이 된 놈은 분노를 표출할 틈도 없이 서둘러 몸을 피해야만 했다. 금방이라도 자신을 찢어발길 듯 날아드는 공격을 피하려면 어쩔 수 없었다.
하지만 아무리 기민하게 움직여도 연속해서 날아드는 모든 탄환들을 피할 수는 없다. 처음 한두 발씩 공격을 허용하기 시작하자 그 후는 도저히 방법이 없었다.
결국, 최후를 예감한 문신 오크는 자신의 몸에 새겨진 주술을 발동했다. 엄폐물 뒤로 잠시 모습을 감췄던 놈이 재차 뛰어오를 때는 전신이 용암처럼 붉게 달아올라 불길을 피워올리고 있었다.
[크와아아아악!] 펑! 퍼퍼펑!날아드는 마법들과 권태수의 공격이 고함과 충돌하며 허공에서 폭발한다. 하지만 그 뒤를 이어 연쇄적으로 날아든 탄환들은 전신이 불타오르는 오크의 가슴팍과 머리통을 몇 차례나 관통했다.
그럼에도 놈은 죽지 않았다. 더 이상 생명체라 부를 수 없는 몸을 가지고서 자신을 죽음으로 내모는 권태수를 향해 전력으로 돌진해왔다.
“산개!”
주변의 길드원들에게 망설임 없이 명령한 그의 몸이 뒤쪽으로 빠르게 튀어오른다. 스킬을 사용해 허공에 떠오른 짧은 사이, 그의 손이 허리춤의 아공간 주머니로 향했다.
수백 수천 번을 연습한 동작이 펼쳐진다. 찰나지간 무기를 대물 저격총으로 바꿔든 그가 스코프에 눈을 대기 무섭게 방아쇠를 당겼다.
폭음과도 같은 총성을 내며 쏘아진 푸른빛 마력 탄환이 무시무시한 회전과 함께 한줄기 잔상을 남긴다. 그리고 여러번 가격당해 흐물흐물해진 머리통 중앙을 다시 한 번 관통했다.
여타 소총과는 격이 다른 파괴력을 가진 그것은 목표가 된 괴물의 머리통을 관통이 아닌 완전히 부숴버렸다. 사방으로 흩어지는 불길과 함께 오크의 몸에서 불길이 사그라들었다. 이후 거의 잿더미로 변해버린 시체가 풀썩 하는 맥없는 소리를 내며 쓰러졌다.
============================ 작품 후기 ============================
이번 주 연재가 뜸해서 죄송합니다. (__) 최근 수십 차례 병원을 들락거리느라 많이 바빴습니다.
제 문제는 아니고 아버지 문제입니다.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제 아버지가 작년 3월 파열성 뇌동맥류로 큰 수술을 하셨습니다. 이번에는 대장 쪽에 문제가 생기셨네요. CT를 찍어보니 수술을 해야겠다고 하더군요. 위험하거나 오래 걸리는 건 아닌데 1~2주 정도 입원을 해야 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대장 쪽 CT를 찍으면서 담낭(쓸개)도 같이 찍혔는데, 점막 벽이 두꺼워진 것 같으니 그쪽 전문의에게 상담을 받아보라더군요. 시키는대로 가보니 종양이랍니다. -_-;; 종양에 악성과 양성이 있는데, 악성종양은 암이고 양성종양은 암은 아니지만 놔두면 암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으니 어쨌든 수술을 해야 한다더군요.
안 그래도 건강이 안 좋으신데 올해 두 번이나 전신마취로 수술을 해도 정말 괜찮을지 걱정이 됩니다. 그것도 그거지만 수술을 준비하는 과정도 복잡하고 수술한 퇴원할 때까지 간병하는 문제도 있고, 이것저것 알아보고 처리하려니 글 쓰는 데 온전히 집중이 안 됐습니다.
그냥 공지만 올려야 하나 싶었는데, 그래도 어찌어찌 써서 이렇게 후기로 알려드게 되서 다행입니다. 이번 편도 부디 재밌게 읽으셨길 바라며 추천 꾹! 부탁드립니다. (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