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REDOS RAW novel - Chapter 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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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문자
정현욱은 기다리지 않고 곧장 달려들었다. 동시에 뻗어지는 검은 이전보다 한층 더 더 빠르고 위력적이다. 눈 깜짝할 사이 서영환을 노리고 네다섯 줄기의 청색 선이 번개처럼 쇄도했다.
남궁세가가 자랑하는 창궁무애검법(蒼穹無涯劍法)의 초식이 줄줄이 쏟아진다. 생전 처음 보는 완성도 높은 최고급 검술에 서영환은 정신이 나갈 지경이었다.
세상에 존재하는 거의 대부분의 무술을 익히고 그것을 바탕으로 나름의 전투법까지 만들어냈던 그다. 자신의 천재성을 알았기에 스스로 만들어낸 격투술과 검술이 결코 부족하다 생각한 적 없었다.
오히려 에레도스 시스템으로 각성한 자의 신체능력을 제대로 반영해 만들어냈다는 점에서 기존의 것들보다 더 낫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초월적인 신체능력과 마력의 사용을 염두에두고 만들어진 무공이 이미 존재할 리 없으니까.
헌데 지금 눈앞에서 그의 숨통을 끊어버릴 듯 연신 날아드는 참격은 그의 상상을 가볍게 벗어났다.
단순한 베기나 찌르기가 아니다. 그 하나하나가 전부 감히 흘려내거나 막을 수 없는 고차원적인 것이었다. 간결하고 빠르고 강하나 상대의 반응에 따라 언제든지 치명타를 입힐 수 있는 변화를 품었다. 말도 안 될 정도로 대단하다.
그렇다고 섣불리 피하려 들었다간 저 기묘한 발걸음 속도에 금방 따라잡혀 두 번째 참격을 허용해버릴 것이다.
그야말로 깔끔하면서 완벽했다. 서영환의 눈에는 넋이 나갈 정도로 아름다웠다.
검을 막아낼 때마다 폭탄이 터지는 듯한 소리가 난다. 손아귀가 찢어져 피가 흐르고 팔이 부들부들 떨린다. 처음의 그가 자신을 명백히 봐주고 있었다는 것을 분명하게 깨달을 무렵, 그는 다시금 반대편 벽으로 몰렸다.
그 빠르고 강력한 공격을 피하지도 못하고 막아내기만 했으니 당연하다. 절대 제자리에서 막아내거나 경로를 바꿀 정도로 여유 있지 못했으니까.
게다가 지금 이 상황도 상대보다 좋은 아이템의 이점을 누린 덕이다. 만약 검이 전설급이 아니었다면 그는 여기까지 몰리기도 전에 무기가 박살나 패배했으리라.
콰가각!
머리를 노리고 떨어지던 정현욱의 검이 서영환의 검 바로 윗부분에서 벽을 파고들며 멈췄다. 만약 멈추지 않았다면 힘이 빠진 그의 방어를 뚫어내고 정수리를 갈라버렸을 결정타였다.
“어떻게 한 겁니까?”
승자인 정현욱이 무어라 말하기도 전에, 서영환이 먼저 물었다.
“뭘 말입니까?”
“그 검술 말입니다. 대체 어떻게……?”
단순히 몸을 움직이는 것 이상의 무언가가 있다.
물론 그것은 창궁무애검법을 사용하는데 필요한 남궁세가의 비전 내공술이다. 내력의 운용법을 모르는 검술은 반쪽짜리에 불과하다. 심지어 어떤 무공은 그 내력의 운용법에 따라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바뀌기도 한다.
“비밀입니다. 어쨌든 한 번 더 하실 겁니까?”
서영환은 자신의 떨리는 두 팔을 보고 고개를 저었다.
“무리입니다. 당신 정말로 강하군요. 솔직히 류한이 대단하다는 말은 들었어도 당신 같은 엄청난 사람이 있을 거라곤……”
그러다 무언가를 깨달은 것처럼 말을 멈춘다.
“혹시, 당신이 한세현입니까? 정체를 숨긴 건가요? 저를 테스트하기 위해서?”
“뭐라고요?”
그 뜬금없는 추측에 정현욱이 헛웃음을 흘렸다.
“과연, 그렇다면 설명이 되는군요. 이 정도로 강력하니 그런 소문들이 만들어질 법도……”
“서영환 씨, 미안하지만 전 정현욱이라고 이미 소개했습니다.”
믿지 못하겠다는 서영환의 표정을 본 그가 피식 웃었다. 그리고 허리춤의 아공간 주머니에서 치료용 물약을 꺼내들어 그에게 건넸다.
“쓰십시오. 우리 길드 연금술사들이 만든 물약입니다.”
“이건…?”
쉽게 보기 힘든 상급의 치유약이 떡 하니 나오니 조금 황당할 정도였다.
보통 사람들은 이것을 여분의 목숨이라 생각하고 거금을 들여 간신히 하나 정도 소지하고 다닌다. 그만큼 효과는 확실하나 비싼 물건이다. 그런 것을 고작 대련하면서 생긴 부상에 쓰라고 건네주다니.
서영환은 거절하지 않았다. 다른 것을 생각하기엔 정현욱과 다시 한 번 붙어보고 싶은 마음이 앞섰다. 그는 조심해서 손아귀의 찢어진 상처와 팔에 포션을 펴바르고 한두 모금을 마셨다.
즉시 상태가 좋아지는 것을 느끼며 그가 자세를 가다듬고 자리를 옮겼다. 정현욱 역시 빙그레 웃으며 마주 자리를 옮긴다.
다시 대련을 시작하기 직전, 서영환이 물었다.
“류한 길드장님이 당신보다 강합니까?”
“당연한 소릴.”
“얼마나 강합니까?”
“비교가 무색할 정도로. 그분이 전력을 다하면 칼질 한 번 막아내지 못합니다.”
그 충격적인 대답에 잠시 놀랐던 서영환은 이내 불신어린 기색을 띄웠다. 정현욱은 굳이 더 부연설명을 하지 않고 그저 웃었다.
“시작합시다.”
그리고 검을 치켜올리며 자세를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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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대일 길드에서 사신단이 출발했다.
길은 이미 부산까지 개척된 상태, 덕분에 하루만에 바다 길드에 도착한 그들은 자신들의 목적과 구성, 혹시 모를 위험한 물건을 대비한 수색을 받은 후 게이트를 통과할 수 있었다.
대일의 사신단은 자신들의 길드에 상당한 자부심을 갖고 있는 모양이다. 그들이 게이트를 넘어오기 전, 미리 온 무전에 의하면 꽤나 건방진 태도를 유지하고 있었다 한다.
허나 류한의 본성 1층 홀에서 만나본 그들은 약간 위축된 듯한 모습이었다. 이유를 짐작하는 건 어렵지 않다. 아마도 드넓고 휘황찬란한 성의 모습을 보고 질린 것이리라.
이곳 길드성의 모습은 어느 시점을 기준으로 확 달라졌다. 가히 대격변이라 불러도 이상치 않을 격렬한 변화였다.
확실히 처음 보는 이라면 단번에 기를 죽일 정도의 수준이긴 했다.
“무슨 일로 왔지?”
계단을 내려오는 세현과 마주한 그들이 정중하게 인사를 했다. 하나의 단체를 이끄는 수장에게 보이는 예다.
허나 선두에 선 사내는 고개를 숙이면서도 끝까지 세현과 눈을 마주했다. 작은 키에 단단하게 단련된 몸, 각진 생김새가 인상적인 남자 카즈나오다.
시노부의 자리를 밀어내고 특수단장이 되었으며, 이번에는 사절단의 임무를 맡았다. 모두 이바노프가 제공한 정보에 있는 내용들이다.
“큐겐 카즈나오라고 합니다. 대일 길드를 대표해서 샬란 종족과의 교류에 대해 협상하러 왔습니다.”
“샬란들과의 교류? 그것에 대해 무슨 협상을?”
세현은 마저 계단을 내려오며 모르는 척을 했다. 그리고 홀에 자리한 의자에 앉으며 이어지는 말을 들었다.
“우리 대일이 샬란들과 교류할 수 있도록 힘써 주십시오.”
“거래가 잘 안 되는 모양이군.”
“그들은 류한과 이미 거래중이라는 이유로 우리쪽과의 교류를 거절하고 있습니다.”
이후 그는 잠시간 세현을 노려보듯 쳐다봤다. 아무래도 류한에서 손을 썼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그건 사실이다. 세현은 다르바드의 두 지배자 중 하나인 파트릭과 지속적으로 통신하며 상황을 조율하고 있었으니까.
샬란 종족 장인들과 교류하며 마법과 연금술, 대장기술 등을 배우고 각종 무구를 제공받는 것은 현재 류한의 힘을 구성하는 축 중 하나, 대일 길드 같은 놈들이 나눠먹게 해줄 수는 없다.
하지만 또 모를 일이다.
그 이상의 대가를 제시한다면 못해줄 것도 없다.
“그렇게 해주면, 우리에겐 뭘 줄 거지?”
“일정 기간 상당한 룬과 식량 등의 필수품을 제공하겠습니다. 또한 혼슈인 남쪽을 나타낸 지도와 통행권을 보장하겠습니다. 일본에만 있는 광물과 약초, 괴물의 부산물을 거래할 용의도 있습니다.”
세현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저들이 주겠다는 것들의 가치와, 류한이 샬란들과의 교류를 독점함으로써 얻어낼 수 있는 이득에 대해서.
룬과 식량은 많으면 많을 수록 좋다.
룬은 변해버린 세상의 어디에서도 통하는 유일한 화폐, 얼마나 중요한지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다. 음식도 비슷하다. 안 그래도 길드성 내에 대량의 음식을 저장할 수 있는 식량창고 시설을 지은 상황, 그곳이라면 음식을 무한에 가까운 시간을 보관할 수 있으므로 많아서 나쁠 것 없었다.
혼슈 남쪽의 지도는 이미 이바노프라는 걸출한 정보원이 있어 별 필요가 없지만, 통행권을 보장한다는 것은 여러모로 나중에 써먹을 수 있을 것이니 영 쓸모없진 않다.
마지막으로 일본에만 있다는 광물과 약초, 괴물의 부산물들은 꽤 구미가 당긴다. 재료의 쓸모와 가치에 관계 없이 류한의 생산직들을 성장시킬 수 있는 재료나 다름없는 것들이니까.
“차라리 이렇게 하지.”
생각을 정리한 세현이 입을 열었다.
“우리가 샬란들과 교류해서 얻은 것의 일부를 그쪽과 거래하는 걸로. 그러면 사실상 너희가 샬란들과 직접 거래하는 것하고 차이가 없겠지.”
“그건 곤란합니다. 저희는 샬란들과 직접 교류하길 원합니다.”
“안타깝지만 우리라고 샬란들을 마음대로 조종할 수는 없어. 게다가 꼭 그들과 직접 거래해야 할 특별한 이유라도 있나?”
카즈나오는 쉽게 입을 열지 못했다.
물론 이유야 있다. 샬란들과 직접 거래하지 않고 류한을 통한다면 무슨 불이익을 당할지 알 수 없다는 거다.
가령, 광물을 하품만 내어주거나 특정 광물의 존재 자체를 감출 수도 있다. 기술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대일이 샬란들에 대한 제대로 된 정보를 얻을 수 없는 이상, 중간에 낀 류한은 얼마든지 장난질을 칠 수 있다.
허나 그런 점을 직접적으로 언급하긴 쉽지 않을 것이다. 아쉬운 처지인 그들로서는 섣불리 세현의 비위를 거스르고 싶지 않을 테니까.
“없으면 내가 말한대로 하지.”
“있습니다. 그들의 문화와 각종 기술에 대한 지식을 얻기 위해서입니다.”
“그런가? 하지만 이미 말했듯이, 우리도 샬란들을 마음대로 통제하거나 쉽게 뭔가를 부탁할 수 있는 처지가 아니라서 말이야. 다른 인간 집단과 거래해달라 부탁하는 건 상당히 무리한 일이거든.”
“무슨 뜻입니까?”
“시도하는 것만으로도 관계가 악화될 여지가 있다는 거지. 그러니 성공여부에 관계없이 일정 대가를 받았으면 하는데.”
말도 안 되는 요구였다. 카즈나오는 당연히 곤란하다는 말을 꺼냈다.
“이래도 싫다 저래도 싫다…… 어쩔 수 없이 협상은 결렬이군. 다른 용무가 있나?”
“왜 샬란들과의 거래를 독점하려 하십니까?”
“응?”
세현이 짧은 의문성 후 웃었다. 은근히 기세를 드러내는 카즈나오의 태도가 우스웠던 것이다.
이 상황에서 이런 식의 도발을 하다니,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지만 잘 됐다.
“우리가 독점한다고 생각하나? 네 태도를 보면 그게 상당히 불만스러운 듯한데.”
“물론입니다. 샬란들이 사는 장소인 다르바드를 먼저 발견한 건 우리 대일……”
“말은 똑바로 해야지. 합동 조사로 함께 찾아냈고, 권리를 양보한 건 너희들이야. 그런데 이제와서 왜 그걸 다시 언급하나?”
“그때의 책임자는 이리키 시노부라는 자로 지금은 평길드원에 불과합니다. 그의 의사가 대일의 뜻을 대표한다고 볼 수 없으니, 재협상을 원합니다.”
“싫다. 우리가 왜?”
“서로 관계가 틀어져서 좋을 것 없지 않습니까? 지금 같은 시기에 같은 사람끼리 밥그릇 싸움을 하려는 건 전형적인 근시안적 태도입니다. 숲을 보지 못하고 나무를 보는 셈이죠.”
“표현이 과하군. 불쾌해.”
세현의 말대로, 카즈나오의 도발적인 태도에 홀에 자리하던 류한 길드원들의 기세가 험악해졌다. 사신단으로 온 30여명의 대일 길드원들은 그런 적대적 분위기가 형성되는데도 꽤 의연한 태도였다.
단 한 명을 제외하면 말이다.
세현도 얼굴이 낯이 익은 자, 쇼후쿠테이 소조, 그는 세현과 눈이 마주치기 무섭게 필사적으로 눈을 깜빡거리며 무언가 뜻을 전하려고 했다.
잠시 멈칫한 세현의 한쪽 입꼬리가 미세하게 올라간다.
“쉽게 이야기가 끝날 것 같지 않군. 내일 다시 이야기하는 건 어떤가?”
세현이 한 발 물러섰다. 먼저 도발했던 카즈나오의 눈에 의외라는 기색이 스쳤다. 여기서 세현이 물러설 것이라고는 생각지 못했을 거다.
“……그렇게 하죠. 불쾌함을 느끼셨던 제 언사를 사과드립니다. 본의가 아닌 실수였습니다.”
“그럴 수도 있지. 안내자를 붙여줄 테니 내일까지 내 제안을 다시 생각해보도록 해. 나도 다른 더 좋은 방법이 있나 생각해보지.”
이것은 계획의 일부다.
세현은 그렇게 말하고 의자에서 일어나 다시 위층으로 향했다. 뒤에서 자신을 쳐다보는 카즈나오의 시선을 감지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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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이삼일 아주아주 개인적인 사정으로 부득이하게 쉬었습니다. 이제 진짜로!! 연재주기 정상화를 노리겠습니당.
부디 이번 편도 재밌게 읽으셨길 바라며, 추천 꾹 부탁드립니다. (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