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REDOS RAW novel - Chapter 2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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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
검증은 한 시간 정도 걸렸다. 천족 원로 피세티엘에게서 들었던 결과와 별 다를 것 없는 설명이 이어진 후, 그러나 독특하게도 예메스 바그알은 예언을 했다.
– 격렬한 싸움이 보입니다. 머지 않은 미래에 상당한 도움이 될 것입니다. –
내용은 좋았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았다. 그야말로 사기꾼 같은 예언이 아닌가.
싸움이야 아직 에레도스의 시험이 끝나지 않은 이상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는 일이고 도움이 될 것이라는 말은 복용시 강해지는 이상 너무나 당연하다.
어찌됐든 마계에서의 분석도 진화의 정수에서 별다른 이상을 찾아내진 못했다. 이것으로 세현이 현재 할 수 있는 모든 검증을 마친 셈이다.
– 살펴 가십시오. –
시종일관 나긋하고 친절했던 악마대공의 배웅을 받으며 세현은 지구로 돌아왔다.
그는 곧장 천공성 스탄헤이드로 향해 혜진과 아엘라를 불렀다. 이제 이 대단한 물건의 이름을 정해줄 때가 됐다.
혜진과 아엘라 모두 어차피 스탄헤이드에 거주하고 있었기에 셋은 금방 세현의 집무실에 모여들었다.
다른 이들까지 참여하여 함께 논의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각자의 일에 바쁜 마당에 누구는 부르고 누구는 부르지 않느니, 차라리 공평하게 아무도 부르지 않는 게 낫다.
“며칠 전에 말했던 거야.”
이미 둘에겐 용군주 리수의 개조를 기다리며 진화의 정수에 대해 알린 적 있다.
혜진과 아엘라는 세현이 내어놓은 변화한 아이템 설명을 살피면서 놀라움을 표했다. 하지만 해당 정수를 복용할지도 모를 당사자인 혜진은 약간이지만 찜찜함을 내보이기도 했다.
“종족이 변한다는 거지?”
“그렇지.”
“궁금한 게 있는데, 내가 만약에 이걸 먹고 결혼을 하면, 내 자식은 무슨 종족이야?”
“변한 종족이지. 완벽하게 바뀌는데 인간 아이가 태어날 리 없잖아.”
그 아이는 태생부터 강력할 것이다. 마치 용족처럼.
평범한 인간은 갖은 노력 끝에 50레벨을 달성해야만 진화할 수 있는 종족의 힘을 처음부터 갖고 태어나는 일종의 금수저인 셈이다.
세현은 누이에게 최대한 자세히 설명을 풀어냈다. 어떤 부분이 어떻게 변하고 그것이 왜 좋은지에 대해서, 동시에 자신이 어떤 검증을 거쳤는지까지. 끝으로 복용해서 해가 될 게 아무것도 없다는 개인적인 의견도 빼놓지 않았다.
“그러면, 이걸 누가 처음 먹지?”
“내가.”
세현이 당연하게 대답했다.
“우선 신체가 정확히 어떻게 변하는지 확인해야 돼. 그게 익히고 있는 무공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도. 약간의 수정이 필요할 수도 있으니까.”
다른 이에게 먹이고 변화를 관찰하는 방법도 있다. 하지만 물론 세현 본인이 직접 경험해보는 것보다 나을 수는 없다. 누이인 혜진을 포함한 세현의 모든 제자들이 평범한 인간의 육체를 바탕으로 무공을 익힌 만큼 반드시 필요한 일이었다.
그 자신의 강함만을 고려했을 때는 굳이 정수를 복용할 필요가 없었다.
그가 아무리 신이라도 육신을 가진 이상 종족적 강점이 추가된다면 분명 도움이 되기는 할 것이다. 하지만 애초에 다룰 수 있는 힘의 한계가 사라진 마당에, 육체의 강점이 몇 추가된들 그것이 실질적 강함으로 이어지진 않았다.
명색이 신이다.
도움이 되는 것은 분명하지만 없어도 아무 상관 없다.
“다음으로는, 내가 복용해서 재생산하는 게 빠르고 편해.”
그가 만든 영약들, 임시로 용심단(龍心團)이라 이름붙인 그것들을 이참에 진화의 정수를 재생산하는데 사용할 생각이었다. 그 영약들이 가진 마력량이라면 세현 본인의 마력을 희생할 필요 없이 충분히 정수를 재생산할 수 있다.
용심단이 아깝지는 않았다. 평범한 인간에 맞춰 제작단 영약들이기 때문인데, 종족이 변한 후에는 새롭게 맞춰 더 나은 영단을 제작할 수 있었다. 마침 핵심 재료도 남았으니, 아페다가 아쉬운 티를 좀 내더라도 그냥 가져오면 된다.
“이름을 뭐로 할까?”
최소한의 설명을 마친 후 세현은 본격적인 논의에 들어섰다.
몇 가지 생각해둔 이름이 있었다. 혜진도 떠오르는 몇 가지 이름을 댔고, 아엘라는 좋은 생각이 없다면서 한 발 물러섰다.
– 이곳의 언어로 이름짓는 게 좋을 듯한데요. 종족이 변하는 마당에 이질감이라도 최소화해야죠. –
“맞는 말이야.”
사실 아엘라에겐 그리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그저 마냥 빼놓기에는 배우자에 대한 예의가 아닌 듯해 불렀을 뿐이다.
나왔던 이름들 중 몇 가지는 금방 제외되었다.
당장은 물론이고 훗날까지 고려하여 신중하게 지어야 한다. 보다 뛰어난 종족이라는 건 자칫하면 자신들이 세상의 주인공이고 다른 평범한 인간들은 아랫것에 불과하다는 선민사상을 낳기 딱 좋은 재료다.
절대로 이 새로운 종족과 기존의 인간들이 대립하는 구도가 나와서는 안 되었다. 그렇다면 종족명에 그 강함이나 위엄을 나타내기 보단, 의무와 명예를 대변하는 쪽이 올바르다.
새로운 종족은 자신들에 대한 자부심과 함께 책임감을 느끼고, 다른 평범한 인간들은 이들을 존경하며 명예를 더해주지만 두려워하거나 질시해선 안 된다.
어려운 일이었다.
이름만으로 이런 것이 가능하리라곤 생각지 않는다. 그러나 분명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치리라는 것은 분명했다.
“수호성인(守護聖人).”
그때, 혜진이 그런 말을 꺼냈다.
“수호성인?”
“네가 신인 이상 앞으로 이 세상은 주류 종교가 수호교가 될 거잖아?”
“그렇지.”
기존의 종교들도 전통과 문화라는 형식을 통해 각 나라의 공식적 혹은 비공식적 부분에서 지대한 영향을 끼쳐왔다. 더 이상 입 아프게 말할 필요도 없을 정도로, 종교와 인류는 떼어놓을 수 없는 관계다.
하물며 그가 실제 신으로서 존재하는 수호교는 어떻게 되겠는가? 앞으로의 미래에 수호교의 영향력이 뿌리부터 스며드는 것은 필연이다.
“수호교와 연관성도 있고, 뜻을 풀이하면 지키고 보호하는 성스러운 인간이란 뜻이니 우리 의도에 부합하기도 하고.”
“……나쁘지 않은데.”
세현 자신이 생각했던 것보다 나았다.
“다만 그거, 가톨릭에서 쓰던 단어 아닌가?”
“음, 아마도? 근데 어차피 파트로누스라는 단어를 한국식으로 바꾼 거 아냐? 가톨릭 본고장에서 사용하던 고유명사도 아닌데 무슨 상관이야. 저작권 따지는 것도 아니고 뜻만 통하면 그만이지. 그리고 수호교랑 더 잘 어울리잖아?”
맞는 말이다.
수호성인(守護聖人)이라.
곱씹을수록 마음에 들었다.
위압적이거나 두려움을 일으키지 않고 의무와 명예가 공존하는 느낌.
이 느낌이 변질되지 않도록 잘 관리할 수 있다면 더 없이 이상적이리라.
“마음에 드는데. 아엘라는 어때?”
– 저도 좋아요. –
“그럼 그걸로 하지.”
동시에, 그들 사이 테이블에 올려졌던 진화의 정수의 이름이 변했다.
[수호성인 진화의 정수(전설적)]더 이상 철저할 수 없는 검증을 거친, 류한을 몇 단계는 더 위로 도약시켜줄 그것을 바라보며 세현은 머릿속으로 일정을 조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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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요새 공략이 시작된지 어언 한 달 째였다.
요새의 방어막은 끊임없이 재생했지만 다시 생성되기 무섭게 깨져나갔다. 성벽은 멀쩡한 곳을 찾는 게 어려웠고 인형 같은 적 병사들은 이제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수가 줄었다.
가장 주의할 대상들인 파란색 등급 거인들은, 이제 추정 스물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 허나 최후까지 살아남은 놈들인 만큼 과연 만만치 않아 섣불리 진입하진 못하는 중이었다.
승기는 이미 넘어왔다.
괜히 서두르다가 희생을 늘리는 것은 총지휘관인 서영환의 책임이 될 것인 바, 그런 차원을 떠나서라도 인명을 중시한다면 굳이 무의미한 희생을 일으킬 수는 없었다.
그렇게 어떻게 보면 신중하고 어떻게 보면 지지부진하던 전선에 갑작스런 소요가 일어났다.
여태껏 토벌대의 핵심을 담당하던 류한의 중요 인사들에게 모조리 귀환령이 떨어진 것이다. 일반적이라면 절대 자리를 비울 수 없는 총지휘관인 서영환도 예외가 아니었다.
“허나 저희들이 여길 비운다면……”
– 기습을 걱정할 필요 없을 정도로 군을 뒤로 물려. 하드샤로 감시하면 설령 놈들이 요새를 버리고 탈출하더라도 추적은 가능할 테니. –
맞는 말이긴 하다. 물론 그 경우 일이 복잡해지므로 서영환으로선 최대한 피하고 싶었지만, 국왕이 이리 갑작스럽게 허튼 일로 부를 리 없으니 도리가 없었다.
결국, 서영환을 포함한 모든 주요인사들이 모두 류한으로 복귀를 시작했다.
하드샤를 옮길 수 없어 차량을 이용했는데, 도착하기까지 약 일주일이 걸렸다.
유럽에서 한반도까지, 제대로 길도 개척되지 않았는데 고작 일주일이 걸렸다면 그야말로 엄청난 속도였다. 그야 류한의 수송차량은 공중에 떠서 이동하는 만큼 지형의 영향을 거의 안 받았고 도중 만나는 괴물들 정도는 한 손으로 쓸어버릴 전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렇게 서영환, 정현욱, 서승태, 권태수, 김유린, 신소진, 문하랑 일곱 명이 용인의 본성으로 귀환했다.
같은 시각, 다른 곳에서 각자의 중임을 맡던 이들역시 세현의 부름을 받고 모두 같은 곳으로 모여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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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5층에 자리한 회의실에 류한의 주요 인사들이 모두 모였다.
수는 열이 조금 넘는 정도였으나 그 직위를 고려했을 때 결코 쉽게 모일 수 없는 이들이었다.
국왕 한세현과 총리 한혜진.
대전 성의 영주이자 사령관 직의 김인환.
사령관 직의 김유린과 권태수와 신소진.
감찰단장 박수진과 정보부장 이바노프.
수호교의 대주교 문하랑.
구 일본지역 해오름의 대공 서영환.
평양성의 영주 이승원.
구 델비아 길드장이자 강원도 성의 영주 윤하늘.
구 바다 길드장이자 부산 성의 영주 박상영.
마지막으로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곤 총리의 호위를 주임무로 삼는 정현욱.
정현욱을 제외하면 모두 영주이거나 한 부처의 장이거나 사령관이다.
레야와 같은 이종족이거나 50레벨이 안 된 이예슬 같은 인원은 자리에 오지 않았다. 이 중 레벨이 가장 낮은 이승원이 마의 벽이라는 50레벨을 돌파한 52레벨이었다.
동시에 이들은 류한이 왕국이 되기 전부터 함께했거나 지금에서는 도저히 빼놓을 수 없는 중임을 맡은, 한 명이라도 죽는다면 큰 손실이 아닐 수 없는 핵심들이었다. 충성심을 의심할 바 없는 것은 물론이다.
“오랜만에 보는 얼굴들도 있군.”
“국왕님을 뵙습니다.”
한동안 그와 마주하지 못했던 이승원이나 윤하늘, 그리고 박상영 등이 세현과 눈을 마주하며 고개를 숙였다. 각자의 영지를 다스리는 것이 임무인 사람들이니 무어라 탓할 수는 없다. 그럴 생각도 없고.
오히려 바쁜 와중에도 세현의 당부를 잊지 않고 사냥에 소홀치 않았던 것을 칭찬해줘야 마땅했다.
그들은 영주로서 직접적인 위험에 직면할 일이 거의 없음에도 모두 50레벨을 넘었다.
“한 번씩 살펴봐라.”
세현은 더 끌지 않고 수호성인 진화의 정수를 꺼내들었다.
그것이 김인환을 시작으로 시계방향으로 돌아갔다.
빠르게 성능을 확인한 이들이 경악스러운 성능에 놀라 할 말을 잃는다. 아직 확인하지 못한 이들은 앞선 자들의 반응을 보며 대체 무엇이길래 추측하느라 바빴다.
“사부님, 이건…… 저희 중 한 명이 사용하는 건가요?”
모두가 놀라움에 잠겨 여전히 침묵하던 와중, 김유린이 물어왔다.
“너희 전부 사용할 거다. 나는 이미 사용했고.”
의문이 채 나오기 전 세현이 다시 한 번 무한의 주머니를 열었다.
거기에서 미리 꺼내놓은 것과 같은 수호성인 진화의 정수들이 열 이상 줄줄이 튀어나와 각자의 앞으로 날아갔다.
세현과 혜진을 제외하고 모두 얼떨떨한 반응을 보였다.
미리 알고 있었다면 환희를 느꼈을지도 모르겠는데, 그들은 아직 이 정수의 성능에 대한 놀라움마저 가라앉히지 못한 상태였다.
대체 이것들이 어디서 났단 말인가?
“얼마 전 메 헤브아 스툰과 얽혔던 일을 알고 있겠지. 내가 그곳의 용군주에게 부탁해서 만든 물건이다. 수호성인이란 이름은 나와 총리가 상의하여 결정했고. 행여나 있을 부작용에 대한 검증도 더 없이 철저하게 했다. 혹시나 싶어 묻겠는데, 복용하고 싶지 않은 사람 있나?”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다면 얼마든지 말하라고 덧붙였으나, 꽤 시간이 흘렀음에도 누구도 거절할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당연하다.
아무리 종족이 변한다는 것에 거리낌을 느끼는 사람일지라도 이미 설명을 보아버린 순간 선택지는 없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강력한 힘에 대한 욕망, 이 혼란한 시기를 살아가는 이들 중 그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자는 아무도 없다.
“차례로 복용해라. 내가 도와주마.”
그 말과 함께 세현은 다시 한 번 자신의 몸을 점검했다.
그는 이미 어제 수호성인이 된 상태였다. 그리고 이 변화가 어떤 무공을 익히고 있든 100% 긍정적이라는 것을 확인했다.
재생산은 예정대로 만들어놨던 용심단들을 통해 했다. 본능적으로 그 방법을 알게 되었기에 어렵진 않았다.
역시 가장 대단한 점은 마력심장이다. 지금도 심장을 감싸듯이 생성된 그 새로운 기관의 느낌이 선명했다.
현경에 발을 딛어야만 다룰 수 있는 중단전과 다를 바 없는, 세밀하게 따지자면 그보다 몇 가지 측면에서 훨씬 월등한 기관.
설령 공격을 받아 손상되어도 원래의 단전처럼 치명적이지도 않다. 얼마든지 재생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중단전이 멀쩡하다면 만에 하나 하단전이 깨진 상황에서도 전투를 지속할 수 있고 나중에 하단전을 복원할 수도 있다.
“일단 전부 복용한 후에 몇 가지 당부사항을 말해주마.”
그 후 세현은 바로 김인환을 지목했다.
“먼저 하지. 나머지는 밖에서 기다려. 오래 걸리진 않을 거다.”
다 합쳐서 두 시간 정도면 넉넉할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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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먹네요. ㅋㅋ
부디 재밌게 읽으셨길 바라며 추천 꾹! 부탁드립니다. (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