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en though he's a genius idol, his passive is a sunfish RAW novel - Chapter 476
외전 64화
백야가 탄 사파리 차량은 ‘위험’ 팻말이 붙은 커다란 철문 앞에 멈춰 섰다.
공룡 영화에서나 보던 두꺼운 철문이 묵직한 기계음을 내며 열리자, 안쪽에서 호랑이 한 마리가 어슬렁거리며 다가왔다.
[백야 : 호, 호랑이…!] [사육사 : 네~ 마침 마중을 나와 있네요.]어흥!
호랑이가 반갑다며 차체를 툭, 건드리자 백야가 소스라치며 VJ의 품에 안겼다.
[백야 : 흐아악!] [사육사 : 괜찮아요. 반갑다는 인사예요.] [백야 : 왜, 왜 저렇게 커요? 너무 큰데…? 차만 해요.] [사육사 : 이 친구가 수컷이라 그래요. 수컷의 경우엔 160kg에서 230kg까지도 나가거든요.]툭-
[백야 : 끄앙!]호랑이는 계속해서 백야 쪽 철장을 꼬리로 건드렸다.
[사육사 : 배가 고픈가 봐요.] [백야 : 그, 그런데 왜 계속 이쪽에만…. (울먹)]겁에 질린 백야는 조금 전 판다 월드에 있을 때와는 표정이 확실히 달랐다.
[VJ : 햄스터를 알아 보나 봐요.] [사육사 : 하하하. 그럼 이제 먹이를 줘 볼까요? 창문 내려 드릴게요.] [백야 : 아니요?! 아니요! 제발 창문 내리지 마세, 끄아악!]백야가 고개를 세차게 저으며 창문을 잡아 보려 했으나 의미 없는 몸부림이었다.
[사육사 : 손 조심하시고~ 그렇게 소리 지르면 정말 공격할 수도 있어요~] [백야 : 히끅.]백야는 딸꾹질과 함께 숨을 꾹 참았다.
사육사는 뭐가 그렇게 즐거운지 미소 띤 얼굴로 생닭을 집은 집게를 앞발에 들려 주었다.
잔뜩 겁먹은 백야는 달달 떨리는 손으로 철장 가까이 고기를 내밀었다.
킁킁-
가까이 다가온 호랑이는 냄새를 맡으며 고기를 살폈다.
[백야 : 끄읍. 내, 내 손 말구 이거만 먹어….]또 한 번 숨을 참은 백야는 제가 건넨 닭 다리를 두 번 만에 삼키는 모습을 보고 입이 쩍 벌어졌다.
쿵-
그때 다른 호랑이가 차 위로 올라오며 차체가 흔들렸다.
[백야 : 끕.]깜짝 놀란 백야는 VJ의 옷을 움켜쥔 채 파르르 몸을 떨었다.
[백야 : 먹이가 된 기분이에요….] [사육사 : 괜찮아요. 기분이 좋아서 그러는 거거든요. 이제 이쪽으로 가면 하이에나 친구들이 나올 거예요.]에X랜드 측에선 사파리도 홍보할 겸 백야를 쉬게 해 줄 요령이었으나, 상대는 데이즈 내 최고 겁쟁이로 타깃을 잘못 골랐다.
[사육사 : 많이 힘드시면 그냥 제가 할까요?]백야는 기다렸다는 듯 사육사에게 냉큼 집게를 돌려주었다.
내 앞발은 소중하니까….
[퍼레이드 구역]사파리에서 탈출한 백야가 레서 판다 구역으로 달려가 지친 마음을 힐링하고 있을 때, 청은 퍼레이드 공연이 한창이었다.
인싸 중의 인싸만 모아 놨다는 공연 가이드 부서에 나타난 루시퍼는 등장과 함께 부서를 장악했다.
[청 : 여러분! 나를 믿어요?!] [캐스트들 : 믿습니다~!] [청 : Let’s go!]공연 캐스트들을 우르르 데리고 나온 청은 무리의 선두에 서 있었다.
퍼레이드 시작 10분 전.
청이 맡은 임무는 공연을 기다리는 관객들의 흥을 돋우며 긴 대기시간을 지루하지 않게 만드는 역할이었다.
신나는 음악과 함께 달려 나온 청은 적당한 곳에 멈춰 먼저 댄스를 개시했다.
단체 안무를 외우기엔 짧은 시간이었지만, 재능충답게 안무를 완벽하게 복사해 낸 그였다.
[청 : 안녕하세요! 청이에요!]반갑게 인사한 그는 길목에 앉아 있는 관객들을 향해 손뼉을 치며 호응을 유도했다.
얼마 안 가 그를 알아본 관객들의 박수와 환호성이 쏟아졌다.
셔플 댄스를 추며 주체할 수 없는 끼를 발산하던 그는 자신을 향해 아장아장 걸어오는 공주님을 발견했다.
[청 : Oh my gosh. Princess!]아기 공주님을 향해 우아하게 왕자님 인사를 한 뒤, 청은 그녀가 다치지 않게 번쩍 안아 들어 부모님께 배송해 드렸다.
그리곤 다시 제자리로 돌아와 화려한 춤사위를 이어 갔다.
무대 체질답게 환호성을 들으니 더욱 흥이 나는 듯 그의 동작에도 점점 소울이 담기기 시작했다.
[청 : 다 함께 춤춰요~ 신나게 Go! Go!]그 잠깐 사이에 가사도 외웠는지 청은 노래를 따라 부르며 팬 서비스를 남발했다.
때로는 요염하게, 때로는 박력 있게. 퍼레이드 사전 댄스를 씹어 먹은 그는 열렬한 환호 속에서 퇴장했다.
마음 같아선 공연 캐스트들과 남아 퍼레이드를 구경하고 싶었지만, 안전사고가 우려돼 남아 있을 수 없었다.
[청 : 나 너무 신나! 여기서 계속 알바 하고 싶어요!] [성실 : 하하하. 그게 무슨 소리세요…. 얼른 츄러스 드시러 가셔야죠. 백야 님이 기다리고 계신대요.] [청 : 햄스터 벌써 끝나쏘?!]셋 중 가장 걱정되는 멤버를 따라온 성실은 역시 청을 따라오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막내가 사고를 칠 것 같으면 무조건 햄스터를 언급하라던 남경의 꿀팁은 이럴 때 아주 유용하게 쓰였다.
[성실 : 유연 님도 끝나셨대요. 저희가 꼴찌예요. 지금쯤이면 유연 님께서 백야 님을 독차지하고 있을지도,] [청 : 얼른 가!]잠시 후, 청백연은 오프닝을 촬영했던 캐스팅 센터에 다시 모였다. 청이 기다리고 기다리던 알바비 정산 시간이었다.
교육관이 내미는 봉투를 양손으로 깍듯하게 받은 멤버들은 실눈으로 슬쩍 안을 확인해 보았다.
[백야 : 우와! 6만 원!]무대 한 번으로 통장에 꽂히는 금액에 비하면 작고 귀여웠지만, 이렇게 현금으로 받는 건 처음이라 감회가 새로웠다.
[청 : 햄스터 츄러스 먹을래? 내가 사 줄게!] [백야 : 아니야. 내가 사 줄게.] [청 : No! 내가 사 준다고 했자나.] [유연 : 야, 나는.] [청 : 흐음….]괜히 시큰둥한 표정을 지으며 탐탁지 않아 하던 그는 유연이 삐지기 직전, 개구지게 웃으며 당근을 외쳤다.
[청 : Okay. 우리 리더니까 사 줄게.] [유연 : 와……. 그게 그렇게 고민할 일이냐?] [청 : 장난이야! 바보야.]유연이 청에게 손을 뻗으며 그를 응징하려 했지만 청은 가볍게 피했다.
[유연 : 그럼 스태프분들 건 제가 살게요.] [백야 : 나도!] [유연 : 됐어. 너는 아껴 뒀다가 나중에 붕어빵이나 사 먹든가.] [백야 : 이거 없어도 붕어빵은 사 먹을 수 있거든? 그럼 나는 애들 기념품 사 줘야지.]훈훈하게 건물을 나온 세 사람은 제일 먼저 츄러스 가게로 향했다.
그곳에서 간식을 하나씩 입에 문 청백연은 인적이 드문 곳에서 간단한 내기를 했다.
시간 관계상 놀이 기구는 딱 하나만 탈 수 있다는 말에 가위바위보를 진행한 결과.
[유연 : 롤러코스터. 무조건 롤코.] [백야 : ……!] [청 : No. 그거는 굉장히 안 좋은 생각이야. 아까 친구들이 여기 롤러코스터 한국에서 제일 무섭다 그래쏘.]팀에서 가장 겁이 많은 두 사람은 롤러코스터라는 말에 벌써부터 표정이 굳어 버렸다.
그러나 가위바위보의 우승자였던 유연의 뜻은 완강했다.
[유연 : 별로 안 무서워.] [백야 : 거짓말!]눈을 게슴츠레 뜬 백야가 유연을 노려봤다.
청도 눈을 가늘게 뜨며 유연을 향해 의심스러운 눈초리를 보냈다.
[백야 : 나 오늘 진짜 고생했단 말이야. 롤러코스터보다 더 무서운 거 타고 왔다고!] [유연 : 너 뭐 했는데? 판다 구경하다 온 거 아니야? 제일 꿀 빨았구만.] [백야 : 아니거든? 나 오늘 호랑이 밥 될 뻔했거든?!]의외의 행적에 조금 당황했지만 유연은 태연하게 받아쳤다.
[유연 : 그래? 나는 오늘 고라니한테 먹힐 뻔했어. 무릎도 물렸는데.]유연의 엄살에 막내즈의 시선이 그의 무릎으로 향했다.
[청 : 멀쩡한데?] [백야 : 안 다쳤잖아!] [유연 : 그냥 그랬다고. 너도 호랑이 밥 안 됐잖아.] [백야 : 이이…!]분하다!
말발로는 유연을 이길 수 없었던 백야는 청의 팔을 잡아당겨 그의 앞으로 내밀었다.
가랏! 집사!
[청 : 우, 우리는 회전목마를 원한다!] [백야 : 그렇다!] [유연 : 장난하냐?]청이 회전목마를 말하는 순간 공기가 급격하게 싸늘해졌다.
[청 : 그럼… 범퍼카?] [유연 : 야. 가위바위보 누가 하자 그랬어. 너희 이런 애들이었어?]유연은 약속을 지키지 않는 사람을 제일 싫어했다.
이를 누구보다 잘 아는 막내즈는 눈알을 데굴데굴 굴리다 서로를 탓하기 시작했다.
[백야 : 네가 하자고 했잖아.] [청 : 나는 내가 이길 줄 아라찌.] [백야 : 어떡해. 쟤 삐진 것 같은데…. 그냥 탈까?] [청 : 햄스터 진짜 탈 수 이쏘?] [백야 : 설마 죽기야 하겠어.] [청 : 검색해 보자. 진짜 죽은 사람 있는지.]막내즈가 뒤돌아 소곤거리자 삐진 척 연기하던 유연이 살금살금 다가갔다.
‘롤러코스터 사망 사고’를 검색하느라 유연의 기척을 듣지 못한 두 사람은 서로를 부둥켜안으며 동시에 나동그라졌다.
그 모습을 보며 한숨을 쉰 유연은 두 사람을 일으켜 주었다.
[유연 : 하여튼 겁만 많아 가지고…. 됐어. 그렇게 타기 싫으면 안 타도 돼. 롤러코스터 대신 귀신의 집이나 들어가지 뭐.] [백야 : 아니?!] [청 : 모야?!] [백야 : 타, 타 주지! 그까짓 거!] [청 : 맞아! 그까지 꼬!]귀신의 집이라는 말에 냉큼 롤러코스터를 승낙한 막내즈는 팔짱을 끼며 결연한 표정을 지었다.
롤러코스터가 아무리 무서워 봤자 아무렴 귀신의 집보단 낫다고 생각하는 눈치였다.
몰래 카메라를 향해 입꼬리를 씩 올린 유연은 못 이기는 척 롤러코스터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유연 : 그래? 너희가 탄다고 했다?] [청 : 당근 하지!]막내즈는 유연에게 당한 줄도 모르고 그렇게 롤러코스터에 올라탔다.
기구에 탑승한 두 사람은 안전바가 내려오자 말수가 현저히 줄어들었다.
[유연 : 푸하하! 감독님, 얘네 좀 찍어 주세요. 표정 봐.] [청 : 웃지 마!] [백야 : …….]안타깝게도 백야는 벌써 영혼이 육체를 떠난 것 같았다.
덜컹-
이내 레일이 움직이는 소리와 함께 기차가 천천히 경사를 오르기 시작했다.
안전바를 꼭 잡은 백야는 눈을 질끈 감은 채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백야 : 도하야. 살려 줘, 도하야.] [청 : …오호?]청은 생각보다 느린 속도에 표정이 점점 풀어지더니, 이내 별거 아니라는 얼굴로 카메라를 향해 브이를 하는 여유까지 보였다.
그러나 정확히 3초 후.
덜컹-
촤르르르!
정상에 멈춰 선 롤러코스터는 시속 104km의 속도로 하강하기 시작했다.
[청 : 끼아아아악!] [백야 : 끄아아아앙!] [유연 : 와아아아~!]청백연은 비명마저 아카펠라처럼 조화롭게 들렸다.
여러 번의 상승과 하강 끝에 출발 지점으로 돌아온 후에야 롤러코스터는 세 사람을 놓아주었다.
후들거리는 다리에 겨우 힘을 줘 기구에서 내려온 백야는 바닥에 털썩 주저앉으며 울먹이기 시작했다.
[백야 : 이, 이거는 살인미수야. 나를 죽이려고 했어…. 고소할 거야…. 끕.]백야에겐 여러모로 기억에 남는 유닛 활동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