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Champion Too Good at Exorcism RAW novel - Chapter 112
112.
“먼저 조사 결과를 알려주자면, 교회는 괴주가 사용한 전승이 자신들의 것이라고 인정했어. 네 추측대로 그 인장은 묵시록에 나온 짐승의 낙인인 거지.”
“맞습니다.”
서인나의 말을 미카엘이 고개를 끄덕이며 받았다.
“그래서 저희는 그 괴주라는 자를 새로운 이단으로 판정했습니다.”
“그 말은…”
“그는 이제 정식으로 저희 교회의 대적자입니다.”
서인나가 교회의 대응이 빠를 거라더니.
과연 그 말대로였다.
아예 괴주에게 이단 판정을 내려 교회가 직접적으로 개입할 근거까지 마련해두었다는 말이었다.
하지만 그럼 법당 쪽은 어떻게 되는 거지?
아무리 교회의 이단 판정을 받았다고 해도, 파계승의 추적은 법당이 주관하던 사건이 아니던가.
“법당에서는 뭐라고 합니까?”
“법당에서는 교회에 전권을 넘기기로 합의했어.”
“…왜요?”
“전에 리스트 봤잖니. 쫓아야 할 파계승이 한둘이 아니라 그쪽도 꽤 바쁘거든. 그래서 외부의 도움을 거절할 상황이 아니야. 게다가…”
서인나가 미카엘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미카엘은 슬쩍 미소를 지었다.
“오직 교회만이, 그 이단을 추적할 수단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건 듣던 중 반가운 소리였다.
“그래요?”
“묵시록에서 짐승의 인을 새기는 존재는 말세의 악마, 적그리스도니까. 교회라면 이를 추적하는 신기도 갖고 있겠지.”
“……”
서인나의 말에도 미카엘은 그저 미소만 지었다.
외부인에게는 폐쇄적인 성향이라더니, 전승이나 신기에 대해서는 쉽게 말도 꺼내지 않는 모양이었다.
물론 그 신기가 뭔지는 별로 궁금하지도 않았기에, 나는 말을 이었다.
“그럼 어디로 가면 됩니까?”
“장소는 이미 특정했습니다. 그럼 가시죠. 저는 밖에서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그렇게 말한 미카엘은 답도 듣지 않고 뚜벅뚜벅 걸어 문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그대로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자, 서인나가 입을 열었다.
“차는 교회에서 태워줄 거야.”
“그건 다행이네요.”
“그보다 조심해.”
서인나는 경고를 하듯 그렇게 말했다.
“괴주는 겨우 두 명이 상대할 수준의 마인이 아니야. 괴주의 전승이 판명된 이상, 원래는 팀 전체를 투입해도 모자라. 놈은 수십의 괴이를 부릴 수 있는 데다, 자신이 가진 가장 강력한 괴이를 자기 옆에 두고 있을 테니까.”
“그럼 왜 둘만 보내시는 건데요?”
“저 아저씨가 있잖니.”
아저씨라니.
미카엘이랑 서인나는 거의 동년배로 보이는데.
하지만 그런 생각은 일절 내색하지 않고, 나는 조용히 서인나의 말을 경청했다.
“교회의 10 장로…그중에서도 이단심문회의 통솔자라면 한국 교회에서는 세 손가락 안에 드는 강자야. 괴주가 웬만한 괴이를 손에 넣었다고 해도, 저 양반을 상대로는 힘들지.”
“그건 그렇겠죠.”
“하지만 그건 저 아저씨가 강하다는 거고. 너는 너대로 조심해야 해. 알지?”
물론 잘 안다.
“그건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좋아. 그리고 전투는 적극적으로 하지 않아도, 수사는 도와줘야 할 거야.”
“그래요?”
“이건 교회에서 직접 요청한 건이야. 아마 괴주에 대한 추적이 완전하지는 않은 거겠지.”
그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단서가 주어진 상태에서의 수사라면 그리 어려울 건 없었으니.
이어서 나는 곧바로 파출소를 나왔다.
어느새 밖에서는 검은색의 승용차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오셨군요.”
차로 다가가자 뒷좌석의 문이 열렸다.
이미 뒷좌석에는 미카엘이 타고 있었다.
운전사는 따로 있는 모양.
나 역시 뒷좌석에 올라탔다.
자줏빛으로 차분하게 장식된 자동차의 내부에서는 미약하게 포도 향기가 느껴졌다.
“그럼 가지.”
미카엘이 운전사에게 말하자 차는 물 위를 흐르듯 움직였다.
앞에는 내비게이션도 있었는데, 거기에는 우리가 가야 할 목적지가 찍혀 있었다.
하지만 그 목적지를 확인한 나는 눈썹을 꿈틀거렸다.
그야 내비에 찍힌 곳은 서울대공원.
과천에 있는, 그 동물원이었으니까.
잠시 후.
“흠…”
나는 정말로 서울대공원에 와 있었다.
발 빠르게 인원 통제를 한 건지, 입구에는 임시 휴무라는 간판과 함께 한낮임에도 대공원 내부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보다 여기에 괴주가 있다니.
나는 멀리서 풍겨오는 동물원 특유의 냄새에 코를 찡긋거리면서도 그런 의심을 했다.
아무리 봐도 마인이, 그것도 수많은 괴이를 이끌고 머물만한 곳은 아닌데.
“이쪽입니다.”
하지만 미카엘은 그저 당연하다는 듯 걸음을 옮겼다.
그래서 나는 그에게 물었다.
“여기에 이단이 숨어있다는 겁니까?”
“그건 알 수 없습니다.”
본격적으로 동물원에 들어선 미카엘은 차분하게 주변을 둘러보며 말했다.
“하지만 주님이 우리를 이곳으로 이끄신 것은 분명한 사실. 이곳 어딘가에 그분이 예비하신 뜻이 있겠지요”
빙빙 돌려서 말하기는 했지만, 자기도 여기에 뭐가 있는지는 모르는 모양이었다.
하긴, 대부분의 추적 주술은 보통 이 정도 수준이다.
대충 장소만 던져줄 뿐.
거기에 정확히 뭐가 있는지까지는 알 수 없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그래서 날 데려온 거겠지.
하지만 당장 내 눈에 보이는 레벨 표시는 딱히 없었다.
그리고 미카엘도 이상을 감지하지는 못한 건지, 울타리 안에 있는 얼룩말을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
“강진우 경감님이 그렇게 수사를 잘하신다고 들었습니다.”
미카엘이 묘한 미소와 함께 말했다.
속이 빤히 보이는 칭찬이었지만, 결국 내 할 일을 하라는 말이었으니 불만은 없었다.
“뭐, 한번 둘러보겠습니다.”
나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퀘스트의 화살표를 띄웠다.
여기에 뭐가 있긴 있는 건지.
조금만 걸어도 화살표가 휘청이는 것이, 그리 멀지 않은 곳을 가리키고 있었다.
“……”
나는 그 화살표를 따라 걸었다.
그건 야외가 아닌 어떤 건물을 가리키고 있었다.
동양관이라고 적힌 건물.
대충 보니, 야외에서는 키우기 곤란한 동물들을 실내에 모아놓은 곳으로 보였다.
나는 그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건물 내부에서 레벨 표시가 보였다.
40 레벨.
정말 이곳에 괴이가 있다는 말이었다.
“여기 뭐가 있습니다.”
내 말에 미카엘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미약한 긴장감과 함께 레벨 표시가 보이는 곳으로 발을 옮겼다.
하지만 정작 레벨 표시의 주인을 눈으로 확인하니 긴장감이 확 사라졌다.
그건 투명한 유리창 안에 있는 동물인 것도 모자라, 지금 눈을 감은 채 자고 있었다.
“버마 왕뱀?”
3미터가 넘는 길이에, 커다란 얼룩무늬를 가진 뱀이었다.
길기도 길지만, 왜인지 뚱뚱해 보이는 뱀.
그 40 레벨의 버마 왕뱀은 척 보기에도 의욕 없는 자세로 바닥에 널브러져 있었다.
“허어, 뱀이라?”
한편 미카엘은 그 버마 왕뱀을 보며 미간을 찌푸렸다.
뱀이라고 하면 보통 성경에서는 악마의 상징이니.
그런데 그때, 자고 있던 뱀이 소란을 눈치채기라도 한 듯 그 눈을 떴다.
뱀은 미카엘을 보고도 귀찮다는 듯 그대로 지나쳤지만.
“…뭐야?”
뱀의 세로로 찢어진 눈동자가 나를 보더니 그대로 멈춰 섰다.
그러더니 바닥에 아무렇게나 펼쳐져 있던 자세까지 정리하며 놈은 유리창에 달라붙을 듯 다가왔다.
그리고 놀랍게도.
“이…이곳까지 어인 일이십니까, 위대하신 동방 신의 사도시여.”
그 두 갈래로 갈라진 혀를 날름거리며, 놈이 말을 했다.
역시 평범한 뱀은 아니었나.
게다가 나를 보고 동방 신의 사도라 하는 걸 보면, 내 안에 있는 청룡의 분령을 인지하는 것 같은데.
“넌 뭐냐?”
“저는…이무기입니다.”
“이무기?”
이무기라면 당연히 알고 있었다.
뱀과 용의 중간 단계에 있는 신수, 혹은 괴이.
선한 역할의 전승도 있어 신수의 격도 갖고 있지만, 대부분 퇴치되는 악역으로서의 전승이 많아 괴이 취급을 받는 존재였다.
그래, 이무기라면 청룡의 분령을 눈치채는 것도 당연하다.
그런데.
“그 이무기가 왜 여기서 이러고 있어?”
“그, 그것이…”
버마 왕뱀, 그러니까 이무기는 내 눈치를 보며 천천히 말을 이었다.
“사도님도 다 아시겠지만, 저희 이무기는 오랜 기간 수행을 쌓거나 선업을 행해 공양을 받아야 용이 될 수 있지 않습니까?”
“뭐…그렇지.”
“한데 그 과정은 이제 세상이 변해 절대 쉽지가 않습니다. 더 이상 저희 이무기들은 수행할 장소를 찾을 수도, 선행을 통해 공양을 받을 수도 없게 되었습니다.”
이무기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전승 속에서도 이무기가 용이 되는 방법에 대해서는 이런저런 설이 많지만.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천 년 동안 수행을 해야 한다느니, 악인 100명을 잡아먹어야 한다느니 하는 등, 현대 사회에서는 대부분 불가능한 방법뿐이었다.
“그래서?”
“그래서 그렇게 고민하던 차에, 저는 방법을 찾은 겁니다. 이 동물원이라는 곳은 참 좋더군요. 희귀한 이국의 동물로 둔갑하기만 해도, 멸종 위기종이라며 끼니때마다 공양을 받을 수 있으니 말입니다.”
“……”
“게다가 이렇게 안락한 둥지까지 만들어주니, 제 수행에도 집중할 수 있어 이곳은 용이 나기 위한 터로써 제격입니다. 그러니 부디 사도님께서는 너무 노여워하지 마십시오.”
이무기는 내가 자신을 감독하러 온 감시관이라도 되는 것처럼 그렇게 말했다.
이무기의 시점에서 보면 용, 그것도 용신인 청룡의 힘을 가진 사람이 갑자기 자기를 찾아왔으니 그렇게 착각할 수도 있나.
그래서 나는 놈에게 말했다.
“수행은 무슨, 퍼질러 자고 있더만.”
“그건 이 미물이 수행에 너무 힘을 써 잠시 피곤하여…”
“그리고 사육사가 던져주는 먹이가 공양이야? 이거 완전 수행을 날로 먹네.”
주술적인 면에 따라서 생각하면 아주 틀린 말은 아니었다.
예로부터 신수에 대한 공양은 기본적으로 신수의 먹이를 가져다 바쳤으니.
이무기가 여기서 버마 왕뱀인 척하며 먹이를 받아먹고, 이를 공양으로 취급해 수행을 쌓는 것도 이론상으로는 말이 된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뭔가 납득이 가지는 않는 일이었다.
개천에서 용이 나는 것도 아니고.
서울대공원 동양관에서 버마 왕뱀이 변해 용이 나면, 그건 좀 이상한 일이 아닌가.
“아이고, 사도님!”
내 시원치 않은 반응에 이무기는 그 머리를 땅에 박았다.
그리고 뱀임에도 무척이나 비굴해 보이는 자세로 말을 이었다.
“그래도 이 미물은 다른 이무기들과는 달리 사람을 해치는 짓은 하지 않았습니다요.”
“다른 이무기라고?”
“예. 저를 제외한 이 나라의 이무기들은 모두 타락하여 사람을 해치는 괴이가 되었습니다. 동포의 죄를 밝히는 건 괴로우나, 사도님이 원하신다면 그들의 실상을 고해바치겠나이다.”
그러더니 이번에는 묻지도 않은, 다른 이무기들을 나에게 팔아넘기려고 했다.
꼼수를 쓴 나보다 더 나쁜 놈은 따로 있으니, 그쪽부터 치라는 건가.
처세술이 뛰어난 놈이었다.
하긴, 그러니까 이무기나 돼서 이런 동물원에 처박혀 있었겠지.
하지만 그보다 나는 더 신경 쓰이는 부분이 있었다.
“너, 괴이를 찾아낼 수 있냐?”
이놈은 다른 이무기가 어디 있는지 이미 알고 있다는 듯 말했다.
이게 동물원 밖을 나돌아다닐 리는 없으니, 이 자리에서 그들의 위치를 알 수 있다는 말.
즉 이 이무기에게는 괴이에 대한 추적 능력이 있을지도 몰랐다.
한편 내 말을 들은 이무기는 금방 자신이 살 길을 눈치채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입니다! 용이 되지는 못했으나, 이무기란 본래 이 나라의 토지신이자 괴이들의 왕. 그것들이 아무리 깊은 산과 바닷속에 숨더라도 이 나라에 있는 한 제 눈을 피할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이놈이 이번 사건의 단서라는 건가.
주님의 뜻까지는 모르겠지만, 교회가 아주 의미 없는 곳으로 날 데려온 건 아닌 모양이었다.
“왕이라기에는 좀 약해 보이는데.”
“그건…아직 미물의 수행이 온전치 못하여…”
“됐다. 그럼…”
나는 내가 찾아야 할 마인, 괴주에 대한 이야기를 짤막하게 전했다.
그리고 놈을 찾아내라고 하자 이무기는 몇 번 혀를 날름거리더니, 입을 열었다.
“가장 강한, 이국의 괴이를 찾으면 되겠습니까?”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이무기의 목 부근이 갑자기 불룩해졌다.
이어서 놈은 자신의 입안에서 주먹보다 조금 더 큰 구슬을 뱉어냈다.
탁한 회색의 구슬.
파랗게 빛나는, 매직 아이템 판정을 받는 그것은 여의주였다.
이무기가 가진 것이라 그런 건지 불완전하다는 말이 붙어 있었다.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그렇게 말한 이무기는 여의주를 물고 눈을 감았다.
그리고.
“어…”
얼빠진 소리와 함께 놈은 다시 눈을 떴다.
척 봐도 뭔가 잘못된 게 분명했다.
“왜 그러냐?”
“그것이…미물의 신통력이 모자라…”
“……”
“하, 하지만 이 여의주에 사도님의 영력만 담긴다면 반드시! 찾을 수 있습니다요.”
이 이무기, 은근히 무능하네.
그래도 다른 방법은 없기에 나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어떻게 하는 건데?”
“여기에 용신의 기운을 북돋아 주시면 됩니다.”
용신의 기운이라.
말은 모호하지만 대충 청룡의 힘이면 되겠지 싶어 나는 여의주를 향해 전격을 날렸다.
그러자 여의주는 그것을 흡수하기 시작했고.
“오오오…!”
이무기는 눈을 휘둥그레 뜨고 그것을 지켜보았다.
“이, 이 정도면 충분합니다!”
이어서 놈은 곧바로 다시 여의주를 물었다.
그러자 그제야 여의주가 옅은 빛을 발했고, 이무기는 눈을 떴다.
“찾았습니다!”
“어딘데?”
“서쪽에 있는 작은 섬에서 사특한 기운이 느껴집니다.”
서쪽에 있는 작은 섬이 어디 한둘인가.
나는 미간을 찌푸리며 입을 열었다.
“알아듣기 쉽게 말해.”
“영흥도입니다. 여기서 외곽 순환 고속도로 타시면 금방입니다요.”
“좋아.”
만족스러운 답변이었다.
영흥도라.
잠시 찾아보니 위치상으로는 화성시 옆쪽, 그리고 인천 공항 아래쪽에 있는 작은 섬이었다.
다행히 배를 탈 필요는 없이, 도로로 이어진 곳.
“하지만 몸을 조심하십시오. 이 미물은 신통력으로 그 괴이를 잠깐 봤을 뿐이지만 엄청난 놈이었습니다. 게다가 그 외에도 사특한 것들이 많습니다.”
이무기는 묻지도 않았는데 그렇게 덧붙였다.
“그래. 넌 이사 갈 준비는 하고.”
대충 보니 지금까지 인간에게 해를 끼치지는 않은 것 같지만.
그래도 퇴마 경찰의 입장에서는 이놈을 여기에 계속 둘 수는 없었다.
역으로 마인들의 표적이 될 수도 있고, 만약이라는 것도 있으니.
그래서 나는 이무기를 경찰에 보고할 생각이었다.
경찰에는 이런 신수들을 모아놓은 시설도 있다고 들었다.
아마 이놈이라면 괴이보다는 신수 취급을 받고 그쪽으로 가게 되겠지.
내 말에 이무기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이제 볼일도 끝난 건가.
나는 그대로 고개를 돌려 미카엘을 바라보았다.
지금까지 아무 말도 없이 가만히 서 있던 그는 무표정하게 뱀을 보고 있었다.
“그럼 가시죠.”
“음? 끝난 겁니까?”
미카엘은 미묘한 분위기로 되물었다.
혹시나 싶어 그에게 확인해보니, 그는 뱀이 말하는 건 듣지 못했다고 했다.
아무래도 내가 이무기와 대화가 할 수 있는 것은 청룡의 힘 때문인 듯 싶었다.
“어쨌든 괴주의 위치를 알아냈다는 거군요.”
“예. 영흥도랍니다.”
“호오…”
뱀을 바라보는 미카엘에게서 불현듯 살기가 피어올랐다.
마치 사냥이 끝난 개를 삶아 먹으려는 듯한 눈빛.
“괴이가 아니라 신수입니다.”
내 말에 미카엘의 시선이 한층 더 차가워졌다.
이딴 게 신수?
그런 생각을 하고 있으리라.
그 생각에는 나도 동의하는 바가 있었지만, 그렇다고 그가 이무기를 해치게 놔둘 수는 없었다.
“…알고 있습니다. 제가 나설 일은 아니지요.”
하지만 이내 그 살기는 갈무리되었고, 그는 등을 돌렸다.
나 역시 그의 뒤를 따랐고 뒤에서는 이무기가 작게 한숨을 쉬는 소리가 들려왔다.